대한史랑 초대석 9회 - 한국의 고유 사상 풍류도風流道 2부

[STB하이라이트]
※ <STB다시보기>는 상생방송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프로그램과 회차는 《한문화중심채널 STB상생방송》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史랑 초대석 9회 - 한국의 고유 사상 풍류도風流道 2부




●프로그램명 : 대한사랑 초대석
●방송시간 : 60분 / 제작 : STB상생방송
●소 개 : 역사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 분야의 저명한 인사를 만나 보는 시간, 대한사랑 초대석!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문화적 이슈를 다채롭게 소개합니다.



MC 최원호


풍류도로 일컬어지는 우리 사상의 원형이 기존에 동아시아에서 유행하던 유불선의 사상들과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를 말씀해 주시죠.

최영성 교수_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학과


유교는 사실 중국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나온 것도 아닙니다. 상고대로 올라갈수록 중국과 우리나라의 문화는 딱 잘라서 어디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최치원 선생이 많이 봤던 책 가운데는 『산해경山海經』이 있습니다. 중국의 고전 중 하나죠. 『회남자淮南子』도 있고,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회남자』에 보면 군자국君子國이라는 나라 이름이 나옵니다. 군자국은 군자가 많이 사는 나라니까 군자국이었겠죠. 또 청구국靑邱國이라는 나라 이름도 나옵니다. 이 나라들은 중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 한반도와 만주 지역에 있었던 나라들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군자국은 한반도 내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아주 오래된 고대 국가이고, 청구국은 요동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고증되었습니다. 『산해경』에서는 군자국과 청구국을 따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당시에는 큰 민족으로 따지면 하나로 통할 수 있지만, 각기 설정한 것을 보면 나라가 달랐다고 볼 수 있겠죠. 청구라는 것은 우리의 옛날 나라 이름이었기 때문에 김정호가 지은 지도 가운데 청구도靑邱圖가 있습니다. 「청구영언靑丘永言」이라는 시조집도 있죠. 청구靑邱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최치원 선생은 이런 군자국, 청구국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신과 문화에 대한 강렬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 원천이 무엇이냐 하면, 우리 고대 국가에 군자국과 청구국이 있었다는 것에서 오는 자부심입니다. 중국에서 역사책을 많이 읽으신 것 같아요. 이분이 신라에만 있었다면 이런 사상이 나올 수 없었겠죠.

『논어論語』에도 군자국 얘기가 나옵니다. 군자국이라고는 안 나오지만 군자 얘기가 나옵니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한 말입니다.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이라도 타고 바다에 뜨고 싶다.”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중국은 춘추전국 시대에 엄청나게 혼란하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 중국 산둥山東반도 건너편에 있는 한반도는 군자가 많이 산다는 얘기가 들린단 말이에요.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얘기거든요. 그다음에 또 논어에 나오죠.

공자가 구이九夷에 거居하고자 하니,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거하시렵니까?” 하였다. 이에 공자가 “군자가 사는 곳이거늘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 『논어論語』

군자국 사람들은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찼다. 짐승을 사육하며 두 마리의 큰 호랑이를 곁에 있도록 하였다. 그 나라 사람들은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다. - 『산해경山海經』

동구東口의 산에 군자의 나라가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찼다. - 『산해경山海經』


이런 내용에 대해 최치원 선생님은 그냥 보지 않았습니다. ‘아, 우리나라가 보통 나라가 아니구나, 우리 민족이 예사 민족이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여기 나온 내용을 보면 군자국 사람들은 성품이 유순하고 겸양의 덕이 있으며, 위엄과 함께 용기를 갖추었고 풍속이 아주 순량하고 온후하며 양보하기를 좋아하는 호양의 풍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나라를 군자국이라 부르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것들은 군자국이니 호양부쟁好讓不爭이니 아무래도 유교와 관련시킬 수 있죠.

이처럼 최치원 선생은 우리나라가 유교의 연원이 되는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유교가 집대성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유교의 토양이 마련돼 있었다고 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가 집대성한 유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마치 스펀지가 물을 자연스럽게 빨아들이듯이 자연스럽게 토착화될 것이라고 보셨습니다.


MC 최원호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군자라는 말이 우리나라를 칭하는 별칭이 됐을 정도로 유교적인 가르침의 원형이 우리의 고유 풍속과 사상 속에 녹아 있었다는 것을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불교와도 연결해서 말씀해 주시죠.

최영성 교수


완성된 형태의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에도 유교의 맥이 있었듯이, 우리나라에도 불교의 맥이 있었다는 것이 최치원 선생의 생각 아니겠습니까?

“(신라) 서울 안에 일곱 곳의 절터가 있다.”
- 『삼국유사』


석가모니 이전의 전불 시대前佛時代에 7개의 가람터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인도의 아쇼카왕이 만들다가 실패했던 불상이 전불 시대에 신라 땅에서 완성되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라는 불교와 인연이 있는 땅이라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가섭불의 연좌석이 있으니 지금 황룡사터는 곧 일곱 절의 하나이다.
- 『삼국유사』


또 전불 시대 일곱 가람 중 하나인 황룡사에 가섭불이 설법하던 연좌석宴坐石이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때 신라의 불교는 어디서 들어왔고 몇 년도에 들어왔는지 배웠는데요. 이런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최치원 선생은 굉장히 깊이 있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신라 불국토 사상과 연결시켜 학술적으로 발전시킵니다. 다른 글에서도 많이 언급되죠. 자장 스님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설화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중에 가면 상당히 학술적인 색채를 띠게 됩니다. 가야산 해인사와 관련된 글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MC 최원호


마지막으로 도교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선사仙史’라는 책을 언급하셨잖아요. 그런데 그게 전해지지 않아서 많이 아쉽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풍류가 도가의 선仙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최영성 교수


‘선사仙史’라고 할 때 선仙 자가 신선 선仙 자를 썼죠. 이것은 바로 신선 사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선仙 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무턱대고 중국의 선仙으로 오해하면 안 되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책들을 보면 이 신선 선仙 자와 구별하기 위해서 또 다른 신선 선僊 자로 바꿔 쓰기도 합니다. 이 한자는 춤춘다는 뜻입니다. 하늘로 훨훨 날아간다는 의미죠. 춤춘다는 뜻도 되지만, 또 신선이 하늘로 날아가니까 신선 선僊 자도 됩니다. 그래서 선 자를 쓸 때 굉장히 유의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는 중국 상고 시대에는 신선설神仙說이 없었습니다. 유교의 경전은 말할 것도 없고, 도가서에도 신선 사상이 안 보여요. 우리는 훨씬 이전부터 그 전통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신선神仙 사상이 중국 중원으로 전해져서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에 의해 집대성되었다고 얘기한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자에 가서 선仙이라는 말이 나오고요. 신인神人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에 비해 우리 민족에게는 상고 시대부터 신선 사상이 있습니다. 신선 사상의 못자리가 지금의 만주 지역이죠. 최치원 선생은 신선 사상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해서 중국으로 전해졌다고 보았고요. 저는 이 말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노자의 사상은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그런데 요약해 보면 무위자연無爲自然이죠. 무위자연을 두 글자로 줄이면 박실樸實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실樸實은 순박하다는 의미입니다. 박樸은 순박하다, 생긴 그대로의 것 또는 통나무 박 자입니다. 통나무는 가공을 전혀 안 했죠. 이게 무위자연과 통하는 내용입니다. 실實은 진실되다, 숨김이 없다, 가식이 없다 이런 뜻입니다. 이 박실樸實 두 글자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박실 사상은 중국 은殷나라 시기 요동 지방에 있었던 청구국에서 배태되었다는 것이 「대황동경大荒東經」에 나옵니다. 청구국에서 배태되었다는 점을 『산해경』이 증명합니다.

“청구의 나라에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구미호九尾狐)가 있고 성품이 부드럽고 순박한 백성이 있다. 이곳은 영토贏土의 나라다.” - 『산해경』


백성들은 성품이 부드럽고 순박해서 유박柔樸하다고 했습니다. 노자와 장자가 얘기하는 글자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글자는 부드러운 유 자와 통나무 박 자죠. 그 나라 백성들이 유박한 백성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곳은 영토라고 했습니다. ‘유박’이라는 두 글자가 굉장히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고대사 전공 학자들에 의하면, 이 영토라는 말이 『산해경』에 나오는 건데, 이게 고고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이 지역이 영씨嬴氏 성을 가진 사람의 나라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고증이 되었습니다. 담씨, 거씨, 허씨 등 13개의 성씨가 있는데 이 성씨가 다 영씨의 후예라는 거죠. 여기 청구국에 유박한 백성이 있다고 하는데, 유박이라는 두 글자를 통해 이곳이 도가 사상의 발원지다, 도교의 묘맥苗脈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난랑비鸞郞碑에서 말하기를, 풍류도에 도가와 신선 사상의 핵심이 포함되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이게 대충 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시다시피 여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깊이 연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치원 선생이 포함삼교包含三敎라고 할 때 각주를 달지 않았을 뿐이지 다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각주를 달아서 논문을 쓰는 거죠.


MC 최원호


군자국 또는 청구국의 별칭을 가졌던 우리 민족은 도가의 가장 핵심적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유박한 백성들이었다는 점을 사서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최치원 선생은 이러한 점을 깊이 연구해서 “풍류지도는 포함삼교包含三敎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정리가 됩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보면 화랑들의 실천 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오는데요, 풍류도의 실체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최영성 교수


『삼국사기』 ‘진흥왕’ 쪽에 실려 있죠. 난랑비서가 지금 전하는 것은 76자字고요. 그런데 왜 거기에 실렸냐 하면, 화랑花郞의 지도 이념이 풍류도風流道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흥왕 순수비, 아까 얘기했지만 진흥왕도 그 풍류도에 대해 굉장히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오죽하면 그것을 가지고 화랑도의 지도자로 삼았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이제 우리가 중요하게 볼 것은 최치원 선생이 풍류를 설명하면서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고 했죠. 무생명체를 접하면 그들을 변화시킨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이 ‘화化’ 자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화化’ 자는 『삼국유사三國遺事』 ‘단군기’에도 세 번이나 나온다고 했죠. 자, 여기서 ‘화化’ 자가 무슨 의미일까요? 신라 화랑은 풍류도를 가지고 하층민을 변화시켰습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신라 화랑들은 도의로써 상호 연마하고(相磨以道義)
노래와 음악으로써 서로 즐기며(相悅以歌樂)
명산대천을 찾아 노닐되 아무리 멀어도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유오산수遊娛山水 무원부지無遠不至).



신라 화랑들은 도의로써 상호 연마했습니다. 이는 이성, 감성, 영성 할 때 이성理性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노래와 음악으로 서로 즐긴다는 것은 감성感性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유오산수遊娛山水 무원부지無遠不至’라는 말은 명산대천을 찾아 노닐되 아무리 멀어도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저는 이것이 영지 순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과 강과 같은 영지를 찾아 순례함으로써 애국심을 기르고 국혼을 고양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화랑도가 수련 단체임을 생각할 때 기도와 주술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영성靈性에 속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신비성, 초월성, 영험성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당시 화랑들은 기도와 주술 같은 종교적 행위를 다반사로 했습니다. 그것을 했던 이유는 하층민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였죠.

MC 최원호


그러면 화랑이라는 것이 단순히 군사적인 무예 집단이 아니라는 얘기네요.

최영성 교수


맞습니다. 때로는 병고에 시달리는 화랑을 위해서 굿도 했죠. 그래서 후에 굿하는 사람들을 화랭이(화랑이, 무당의 방언)이라고도 하잖아요. 세 번째 ‘유오산수遊娛山水 무원부지無遠不至’는 영성靈性, 영험성靈驗性과 관련된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또 영가무도詠歌舞蹈, 산소에 가서 노래하고 춤추는 영가무도 종교 행위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산악 순례와도 직결되죠. 그래서 정리를 하자면 이성, 감성, 영성으로 백성을 교화했다는 거죠. 화랑도의 세 가지 교화 방법이 제시되는데, 저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대한史랑 초대석』을 시청하시려면?
매주 :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오후 7시. 온 가족이 함께 보면 더 좋은 방송 STB상생방송!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