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2)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11차원과 우주 리셋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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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삼체〉 두 번째 글의 주제
SF 소설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류츠신 작가의 소설 『삼체』는 넷플릭스 사상 최대 제작비를 투입해 드라마를 만들 만큼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고, 시즌 2에 이어 시즌 3까지 제작하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는 넷플릭스 〈삼체〉 두 번째로 ‘지자와 양자 얽힘, 초끈 이론과 11차원, 우주 리셋터, 삼체인의 몸은 빛의 통로’라는 주제로 살펴본다.

지자의 존재, 양자 얽힘


작품에서 ‘지자智子(Sophon)’는 양자 얽힘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삼체 문명과 실시간으로 통신하는 양성자로 만든 컴퓨터이다. 지각이 있는 소립자형 인공지능(AI) 컴퓨터로, 『삼체』 3권에서는 안드로이드Android(인조인간)가 되어 삼체 문명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한다. 지구인 중에 삼체에 헙력하거나 삼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뛰어난 인재들을 섭외하는데, 지자는 VR 게임의 AI로도 나타나 소통한다.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광속의 1%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삼체 우주선들은 400년 후 태양계에 도착하는데, 지자를 빛의 속도로 미리 쏘아 보내 삼체 우주선이 오는 동안 지구의 과학이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전지전능까지는 아니지만 지구의 모든 전자기적 통신을 보고 듣고 실시간으로 삼체 우주선에 전달하며, 지구 문명의 발전을 늦추기 위해 입자가속기의 실험 결과를 바꿔 혼란에 빠뜨린다.

1. 양자 얽힘과 우주 그물망
우린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지자 네 개를 만들었다. 두 개의 쌍. 각 쌍은 얽혀 있고, 양자 수준에서 연결되어 있다. 두 개는 우리와 있고 다른 두 개는 너희에게 보냈다. 그들이 보고 듣는 모든 건 우리도 동시에 보고 듣는다. - 지자의 대사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상호 작용을 한 적이 있는 두 입자는 서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텔레파시라도 주고받고 있는 듯 상대에게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포함한 고전물리학 이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아인슈타인Einstein은 이를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이라고 불렀다. 양자 얽힘은 천재 물리학자들의 이론적 보완과 실험을 통한 검증에서 마침내 그 존재가 증명됐고, 양자 암호 작성이나 양자 컴퓨터 등으로 실생활에 응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포돌스키Podolsky, 로젠Rosen이 발표한 논문에서 양자역학 진영을 상대로 EPR(이 세 명의 머리글자) 사고思考 실험(생각 실험)을 시도한다. 양자역학의 허구성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아인슈타인은 “세계는 개별 존재들로 나누어질 수 있고, 이 존재들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접촉 없이는 다른 존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그 영향은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전달될 수 없다.”는 국소적(전체 가운데 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실재성을 주장했다.

반면, 양자역학 진영은 “물질과 빛을 이루는 작은 조각들이 아무런 수단에도 의존하지 않고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비국소성(non-local) 이론을 개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인슈타인의 이 사고 실험이 양자역학의 과학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된다. 양자역학의 불완전한 이론을 완전하게 만들려는 물리학자들이 등장하고, 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John Stewart Bell은 얽힘 현상의 존재 여부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정리를 내놓는다. 결국 양자역학 해석이 옳고, 국소적 실재론이 틀렸음이 증명된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이 너무나 당연한 입자의 원리라고 보았던 국소성 개념, 즉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 원리가 부정되고 비국소성의 세계가 열린다. 비국소성은 양자장이 작용하는 차원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전체의 일부로서 위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공간 속의 모든 지점들은 동일할 수 있다는 마법 같은 원리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시공간의 개념을 앞선다. 이것이 물리학과 동양의 신비주의가 만나는 지점이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우주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 체계가 내려왔는데, 서양 과학에서는 이것을 이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영화 〈삼체〉는 이런 양자 얽힘을 핵심 아이디어로 차용했다. 우주의 어디에 있든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다는 미래의 양자 통신에 대한 부분은 진리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 종도사님께서는 후천 가을에는 마음 문이 열려 인간이 온 우주와 교감하며 만물의 신성과 대화하는 고도의 영성 문화, 천지일심 문화가 열린다고 하셨다.

인간이 살아 있는 조화성신 자체가 되며 그 의식이 전 우주에 울려 펴지므로 언제 어디에 있어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명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시공을 초월한 새로운 영적 커뮤니케이션 대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만사지萬事知 문화’이다. - 『개벽실제상황』


양자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시공간의 개념을 앞선다. 이것이 물리학과 동양의 신비주의가 만나는 지점이다.



2. 11차원과 여분의 차원은 우주의 신도 공간인가?

인간이 양자의 세계를 관찰하려고 하면 거기에 감응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현상이 일어나자, 과학자들은 마치 소립자가 지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한다. 양성자 1개이면서도 지구의 어떤 인공지능보다 발달한 존재인 지자는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립자가 지혜를 가졌다 해서 ‘지智’ 자를 붙여 지자智子라고 명명한 것인데, 마치 노자, 공자, 장자와 같은 성현들을 연상시킨다. 영어 이름인 Sophon도 지혜를 뜻하는 sophia에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차지하는 3차원보다 많은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숨겨져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할 정도로 작게 접혀서. 하지만 우리에게 차원을 펼칠 기술이 있다. - 지자


중국판 드라마 삼체 문명의 경계에서는 “미시 입자 하나의 내부 구조가 고차원에서 볼 때는 우주 전체에 맞먹을 정도로 복잡하다.”라고 설명한다. 삼체인들은 양성자 하나를 2차원으로 펼쳐 거기에 컴퓨터 회로를 새겨 넣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삼체 왕과 과학자는 소립자 하나에도 지적 존재가 있고 거대한 우주가 있다는 대화를 나눈다. 드라마에서 양성자 단 1개를 2차원으로 펼치는데도 행성을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 완성된 지자를 다시 11차원으로 수축하자 원래 양성자 크기로 축소된다. 삼체는 이렇게 우주가 다차원이라는 것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M 이론에서는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뤄져 있다고 본다. 그 11차원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 그리고 6차원의 칼라비-야우 공간, 나머지 1차원은 우리 우주가 떠다니는 거대한 중력자의 막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지자가 가상현실에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 주고 다시 펼쳐졌던 양성자를 축소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Yau Manifold)의 모습이다.

끈 이론에서, 칼라비-야우 다양체는 시공의 축소화를 나타낸다. 칼라비-야우 다양체란 M 이론의 대가인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이 말한 여분의 6차원을 시각화한 형상이다.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 외에 나머지 6개의 숨은 차원이 플랑크 길이(약 10^-33cm) 정도로 감춰져 있다고 한다.

우리들이 인식할 수 있는 차원 이외의 6개의 고차원이 아주 작은 소립자의 미시 세계에 숨겨져 있다는 말인데, 필자는 이 다양체의 모습이 꽃잎이 말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다양체들이 줄을 맞춰 있는 모습은 마치 꽃밭으로 보인다. 아주 미세한 양자 단위의 빛꽃을 심고 빛 폭발을 통해 아픈 곳을 자연 치유하는 선정화 빛꽃 수행을 연상시킨다.

종도사님께서는 우주의 극미 세계를 태허령太虛靈님 세계라고 하셨다. 동방신선학교 수행을 통해 이곳에서 광대무변한 꽃밭을 보게 된다고 하셨다. 초끈 이론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진리적 해석의 장을 열어 준다.

태太라는 글자는 극한의 경계를 넘어선 것, 한없이 큰 것, 한없이 작아진 것, 그 세계로 가면 태허령님 세계이다.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태허 세계라 한다. 무극은 0무극이다. - 2023년 7월 5일 종도사님 도훈


소설 『삼체』의 3권에는 이런 복잡한 과학 개념이 등장한다. 그런데 과학의 발전이 진리에 접근한다고 생각한다면 초끈 이론의 숫자와 개념들을 우주 변화 원리의 상수 철학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11차원은 거대한 막(M 이론) 위에 10차원의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것(10+1)인데, 『정역正易』에는 십일성도十一成道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 나온다. ‘십일성도’는 우주 가을의 이치를 설한 정역正易의 ‘십일일언十一一言’의 핵심 내용이다. 십일일언에서는 10무극과 1태극의 역동적 균형을 통해 이루어지는 새 진리의 출현을 선언하고 있다. 우주 통일의 근본 법도를 마련하신 10무극 상제님의 뜻이 1태극에 이르러서야 지상에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인지하고 있는 시공간(3+1) 차원 외에 알 수 없는 6차원의 미세한 고차원 공간이 있다는 것은 동양의 수행자들이 언급한 ‘우주의 안쪽 세계, 신도神道 공간 세계가 있다.’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가 점 같은 입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매우 가느다란 끈이라는 초끈 이론은 동양에서 우주의 운동을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로 정의할 때 순수 음양인 율려律呂의 노래와 아주 비슷한 개념이다.

끈 이론과 율려 비교
초끈 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으로 본다. 이 끈들이 진동하는 유형에 따라 입자의 고유한 성질이 생기고 우주를 생성 소멸로 보는 빅뱅 이론에 비해 영원히 성장 수축을 반복하는 존재라고 한다.

최소의 단위를 진동하는 끈으로 본 것은 증산도 진리에서 순수 음양 생명인 율려와 아주 비슷한 개념이다. 끈은 마치 악기의 현과 같이 일련의 고유 진동 모드들을 가진다. 끈 이론에서 말하는 끈은 율려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아주 유사한 개념이다.



10차원 우주가 열린다


소설 『삼체』 2부는 우주를 ‘암흑의 숲’으로 묘사한다. 우주에 수많은 문명권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다른 문명에게 존재를 들키면 먼저 침략당할까 두려워 그 문명이 와서 멸망시킨다는 상극相克의 발상이다. 지구촌 역사에서 제국주의가 신대륙을 발견하면 침략해 멸망시키는 행위가 우주적으로 확장된 셈이다.

소설에 집중하다 보면 우주가 삭막하게 느껴지지만, 증산도 진리에 의하면 천상에는 수많은 신도 세계 문명권이 존재하고, 우주의 주재자인 상제님께서 천상 신도 세계를 바로잡아 통일하시고 신명조화정부神明造化政府를 조직하셨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우주는 삭막한 암흑의 숲이라는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천지의 주인이신 상제님의 우주 주재 섭리에 따라 변화하고 존속되는 것이다.

앞으로 도술정부道術政府가 수립되어 우주일가를 이루리라. (증산도 도전道典 7:8:2)


천지를 보아라. 하늘은 하나인 성싶어도 몇천 덩어리이거늘, 하늘은 모두 하늘이요 끝 간 데가 없느니라. (도전道典 2:101:2)


소설 『삼체』의 3부 ‘사신의 영생’ 편에는 엄청난 세계관이 등장한다. 지구가 삼체 문명과 대결하는 동안 미지의 고차원 존재들이 지구에 카드처럼 생긴 종이 조각을 보내는데, 이 종이는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3차원의 태양계를 2차원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지금까지 어떤 SF물에서도 보지 못한 기발한 차원 공격이다. 인류는 이를 피하기 위해 도망치는데, 이 과정에서 우주는 전체가 10차원이고 우주 문명은 우주 전쟁을 거듭하면서 한 차원 한 차원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건 우주를 리셋하는 리세터Resetter들이 존재해 우주를 0차원으로 낮추고 거기서 더 낮추면 우주가 재설정되면서 다시 10차원으로 복원된다고 한다. 차원이 낮아지고 있는 우주 속에서 우주의 많은 발전한 문명들은 소우주를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고 이 소우주로 대피한다.

우주의 총질량은 빅크런치Big Crunch(우주가 한 점으로 수축하는 것 : 대붕괴)를 일으킬 수 있는 질량이지만, 문명들이 소우주를 만들어 그 안으로 피하면서 우주 전체 질량의 일부가 소우주에 유실되자, 이대로 빅크런치가 일어나면 우주는 완전한 죽음을 맞이할 상황이 된다. 이에 리셋터들은 회귀 운동을 벌여 소우주로 피신한 문명들이 질량을 대우주로 되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질량을 되찾은 우주가 새로운 빅뱅Big Bang으로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며 소설은 끝난다. 빅뱅과 빅크런치, 소우주와 차원 공격, 우주 리셋 등 놀라운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관이판關一帆(그래비티호의 연구원) : 리세터Resetter라고도 불러요. 복원자는 우주를 리셋해 전원 시대로 되돌리고 싶어 해요. 시곗바늘이 12시를 지나게 하는 거예요. 우주를 0차원으로 낮추고도 계속 차원을 낮추면 시계가 재설정되면서 우주의 거시 차원이 다시 10차원으로 복원된다는 논리예요.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어요. 완전히 새로운 우주에서 완전히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 테니까.” - 소설 『삼체』 3부


소설 『삼체』에서는 우주가 리셋reset이 되면서 10차원 우주가 열리고, 완전히 새로운 우주에서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마치 예언처럼 들린다. 『이것이 개벽이다』 책에는 미국의 스폴딩이 히말라야 초인들을 조사해 기록한 『초인생활』 책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엔 미래에 ‘완전한 우주와 완전한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표현이 있다.

신인종은 우주의 영적인 계획 속에는 일점일획의 오류도 있을 수 없다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완전한 우주에서 완전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완전한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초인생활』, 371~373쪽)


이런 메시지는 가을 우주에 대한 것이다. 여름철 동안 자연과 인간의 삶 속에 무수한 고통과 시련을 안겨 준 천지 시간의 파도가 완전히 잠들고, 이 우주 천체는 360일의 ‘완전한 시간(The perfect time)’ 속에서 만물이 ‘완전한 조화(The perfect harmony)’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어 준다.

삼체는 이렇게 진리와 연결시켜 말할 수 있는 담론들이 많다. 앞으로 가을개벽을 거쳐 후천이 되면 지구가 십천十天이 된다. 후천 통일의 가을철은 음 시대로서 신명계가 음수陰數(2, 4, 6, 8, 10)의 끝수인 10천으로 벌어지게 되는데, 온 우주의 문명이 지구에서 통합되므로 지구는 우주에서 가장 높은 10천 문명으로 바뀌게 된다.

과학의 10차원과는 개념이 다르겠지만, 삼체의 10차원 우주 복원과 후천의 10천 세상 도래는 절묘한 매치를 이룬다. 「천부경天符經」에서 하나가 열려 나가면 궁극적으로 10수 세상이 열리는데 그것이 가을개벽이라는 ‘일적십거一積十鉅’를 떠올리게도 한다.

『삼체』를 쓴 류츠신은 우주의 이상 세계를 숫자 10과 완전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과학에 대한 개념을 가져온 것이겠지만 필자는 중국에도 널리 알려진 천부경의 요소를 가져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0에서 10으로 건너뛰는 차원 전환은 가을개벽기에 분열의 극에서 ‘극즉반極則反’하여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수렴되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진리와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설 삼체에서 10차원 우주 복원과 우주 일 년에서 후천의 10천 세상 도래는 절묘한 매치를 이룬다. 천부경에서 하나가 열려 나가면 궁극적으로 10수 세상이 열리는데 그것이 가을개벽이라는 일적십거를 떠올리게도 한다.



우주 리셋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리셋터Resetter의 존재이다. 삼체 세계관에서 우주는 처음에 전원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전원 시대는 빛의 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웠고 평화로웠지만, 우주가 전쟁 시대(우주 전쟁)로 넘어가면서 광속은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느려졌다는 것이다. 리셋터들은 우주를 전원 시대로 되돌리려고 한다. 우주를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다시 1차원 0차원으로 만들고 또다시 차원을 떨어뜨리면 우주가 리셋되면서 다시 10차원으로 복원되고 광속도 무한대의 속력을 회복할 것이라 한다.

과학자들은 광속이 무한대가 되는 세상이 오면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거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고 모든 정보를 동시에 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리셋터들은 우주를 다시 전원田園 시대, 즉 평화 시대로 되돌리고 우주의 모든 정보를 순간 알게 되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를 우주의 전원 시대라고 불러요. 물론 그런 아름다움은 수학적으로만 묘사할 수 있을 뿐, 우리는 그 시대의 우주를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전원 시대의 우주는 4차원이 아니라 10차원이었어요. 진공 중의 광속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웠고요. 그때의 빛은 원격 작용이 가능했어요. 플랑크 시간 내에 우주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도 갈 수 있었죠……. 4차원 공간에 가 보신다면 10차원 상태의 우주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아실 거예요. - 소설 『삼체』 3부


플랑크Planck 시간은 광자가 빛의 속도로 플랑크 길이를 지나간 시간을 의미하며 물리적으로 유의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 단위이다. 정말 찰나라 할 수 있다. 찰나의 시간에 우주 끝을 오갈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빛이 이렇게 오가니 인간은 빛을 통해 우주 안의 모든 정보를 동시에 다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삼체에서 전원 시대의 인간은 신적 존재였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을 보고 무한 속도의 광자 빛을 바라보며 우주를 감상하니 광명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우주를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환단고기桓檀古記』에서 말하는 ‘천지광명 환’을 연상시킨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원 시대와 전쟁 시대 등의 내용은 먼 얘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의 운수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는 지금 지구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상극의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리느니라. (도전道典 2:17:5)


지금은 천지가 다 병들었다. 상제님께서 이르시기를 천지병天地病은 우주 봄여름의 상극相克으로 판이 기울어진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질서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 하셨다. 이로 인해 음양의 조화가 깨지고 경쟁과 전쟁이 심화하면서 천하가 원한으로 가득 찼으며, 그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린다고도 하셨다.

이에 상제님께서는 “모든 것이 나로부터 다시 새롭게 된다.”(도전道典 2:13:5)라고 하셨다. 이것은 천지 질서를 돌려놓아야 한다, 하늘과 땅을 새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다. 그런데 이것은 어떤 성자도 할 수 없고, 천지 주인인 상제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우주의 리셋터는 상제님이시다. 지금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새로 출발하는 위대한 재설정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 천지의 가을 운수를 맞아 생명의 문을 다시 짓고 천지의 기틀을 근원으로 되돌려 만방에 새 기운을 돌리리니 이것이 바로 천지공사니라. (도전道典 3:11:4)


우주의 리셋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얘기한 성자는 상제님으로부터 천명을 받은 동학의 최수운崔水雲 대성사大聖師일 것이다. 우주의 질서가 바뀐다는 위대한 새 역사 선언이 ‘다시 개벽’ 사상에 잘 나타나 있다.


몸 자체가 빛의 통로인 삼체인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탄소炭素를 기반으로 존재한다. 반면 극 중 삼체인들은 규소硅素(실리콘) 기반의 지적 생명체이다. 규소는 컴퓨터나 태양전지, 반도체의 대표적인 소재인데 영화에서는 삼체인들이 자신들의 신체 자체가 광학 부품 역할을 하여 광통신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광학 컴퓨팅으로 문명을 이룩한 것으로 그려진다. 우리 문명에도 실리콘은 광통신 기술에 쓰인다. 반도체 칩에서 전자와 함께 빛을 이용한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라는 것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삼체인들의 몸 자체가 광통신망이라는 것이다. 삼체인들의 몸이 빛의 통로라는 것인데, 동방신선학교 빛꽃 선정화 수행 문화에서는 우주 창조 근원의 빛을 빛꽃으로 내려 받아 우리 몸의 빛의 통로인 충맥衝脈을 뚫는다. 아주 의미 있는 내용이다.

수행은 우주 율려를 내 몸에 채우는 과정입니다. 율려는 우주를 영원히 살아 있게 하는 양과 음의 빛의 생명력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우주 조화의 빛, 율려를 가져오는 법을 이미 잃어버렸습니다. 또 그것은 너무도 힘이 드는 일입니다. 이제 대우주의 빛, 그것을 한 송이 꽃에 담아서 우리 몸에 실을 수 있습니다. - 2023.07.08 대전 유성호텔 동방신선학교 종도사님 도훈


이 외에도 수행 문화로 해석할 만한 내용들이 또 있다. 인공지능 지자智子(Sophon)가 인간의 머리 속은 읽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삼체 문명을 상대할 방법을 머리 속으로만 구상하는 인류의 지도자를 뽑는데 이들이 또 3명이다. 이들은 지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쓸 수 있는 초월적인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이들을 면벽자面壁者(Wallfacer)라 부른다. 벽을 바라보는 자라는 뜻으로 마치 옛날 구도자들이 동굴에 들어가서 모든 속세의 번뇌를 끊고 수행하는 모습과도 같다. 지자가 거대한 눈으로 나타나 ‘우주가 윙크’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빛꽃 수행 시 체험하는 분들이 보는 ‘우주의 눈’을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이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간을 곧 넘어설 거라는 주장이 현실이 되고 있는 지금,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간이 신이 될 것이냐 멸종할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고 한다. 오늘날 전 지구 어디에도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안경전 종도사님과 함께하는 ‘우주 광명의 빛꽃 선정화 명상 수행’에 참여함으로써 인류는 영적 진화를 모색할 고차원의 방도를 찾을 수 있다. 대우주의 깨달음과 모든 진리 명제와 에너지의 파장을 축약한 진선미의 극치, 한 송이 빛꽃을 받아 내리는 수행을 통해 완전한 생명의 빛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도통법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삼체〉는 이렇게 3수, 우주의 주기, 천부경을 떠올리게 하는 10차원, 빛의 우주가 열린다는 전원 시대, 우주를 다시 시작하는 리셋터 등 진리로 해석할 수 있는 풍부한 내용이 가득한 작품이다. 꼭 감상해 보실 것을 적극 추천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