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의 대지각변동, 시리아 54년 철권통치 종식

[지구촌개벽뉴스]

중동 정세의 대지각변동


시리아 54년 철권통치 종식




알아사드 독재 정권 붕괴



54년 철권통치가 무너졌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이 반군의 본격 공격으로 고작 2주도 안 돼 무너졌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지 14년 만이다.

알아사드 일가는 도주 당일 보좌진이 연설을 준비하는 사이 러시아로 도망갔다. 아사드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했던 하페즈 알아사드Hafiz al-Assad의 아들로, 부친의 사망 이후 권력을 승계해 시리아를 통치해 왔다. 이후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지구 분쟁으로 후원 세력이 약화되자 반군이 공세를 강화했고, 결국 11월 27일 기습 공격을 시작으로 11일 만에 아사드 정권은 붕괴됐다.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월 15일, 알아사드 가문이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이 조 단위에 이르고, 해외 은닉 재산은 최대 17조 원으로 추정했다.

한편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에 따르면 실종돼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10만 명이 넘으며, 거의 모두가 고문받다 숨지는 등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시리아에서 살해당한 민간인 수가 30만 6천여 명이라고 추산하면서 이 중 절반은 사망이 확인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의 지각변동과 그 후유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력을 집중하면서 시리아에서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과거 시리아에서의 러시아 역할은 킹메이커kingmaker였지만, 이제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라며,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가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외교적 입지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 이스라엘군은 국경 혼란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50년 만에 시리아와 맞닿은 골란고원 완충 지대에 탱크와 장갑차를 배치하고 시리아 영토 일부를 장악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가 12월 17일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 지대에 있는 헤르몬산 정상을 방문해 자국군이 이곳을 장기 점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곳은 해발 2,814미터의 헤르몬산을 통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포함한 남부 지역을 감시할 수 있어 군사적 가치는 물론, 주요 식수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곳을 자국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지역으로 인식하며 1981년 합병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 점령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집트와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즉각 “휴전협정 위반”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시리아의 미래는 어디로



러시아⋅이란⋅헤즈볼라는 씁쓸한 표정인 반면,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반군을 도왔던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반군의 주축인 HTS(Hayat Tahrir al-Sham, 시리아 해방 의회)는 친親튀르키예 무장 세력과 합세해 대대적인 공세를 진행했다. 시리아에 대한 튀르키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의 꿈인 ‘신新오스만제국’의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사드 정권과 손잡고 미국에 맞서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중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조심스레 반군을 지켜보고 있고, 이스라엘은 막간을 이용하여 시리아와의 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의 완전한 접수를 시도하고 있다. 이란은 ‘저항의 축’ 쇠사슬이 크게 손상을 입은 가운데 “시리아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품”이라고 비난했다. 시리아는 이렇게 역내 강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거의 10년 동안 유럽 정치를 혼란스럽게 만든 대규모 불법 이주 사태의 기폭제가 됐다. 2015년부터 난민難民 유입이 시작됐고, 일부 서류 미비자로 유입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유엔난민기구의 2024년 3월 데이터에 의하면 1200만 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이 발생했고, 이 중 4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등 이웃 국가로 피난했다고 한다. 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