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역사 성인열전 | 배달국倍達國 신시神市를 개창하신 커발환 환웅천황

[역사인물탐구]
이해영 / 객원기자


환국의 열두 나라에서 갈라져 나간 4대 문명권은 ‘신교의 신앙과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계 각 지역에 고대 문화를 형성하는 뿌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환국의 정통 정신을 계승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이번 글의 주인공인 환웅천황입니다.


가자 동방으로!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 인류의 황금 시절이었던 환국 시대 말. 지구의 환경 변화와 인구 증가와 물자 부족 등으로 인류의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환국의 마지막 환인이신 지위리智爲利환인께서는 금악金岳(알타이)산과 삼위산 그리고 백두산을 두루 살펴본 뒤, 새로운 터전을 개척할 적임자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때 오가五加의 우두머리가 모두 대답하며 추천한 인물이 서자부庶子部 부족의 수장首長인 환웅桓雄이었습니다. 그들은 환웅이 어질고 용기와 지혜를 겸비한 인물로 일찍부터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세상을 개혁하려는 뜻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추천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환인께서는 환웅에게 종통과 국통 계승의 상징으로 천부天符와 인印 세 종류를 주시며 다음과 같이 당부하셨습니다.

이제 인간과 만물이 이미 제자리를 잡아 다 만들어졌으니, 그대는 노고를 아끼지 말고 무리 3천 명을 이끌고 가서, 새 시대를 열어 가르침을 세우고(開天立敎),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써 다스리고 깨우쳐서(在世理化) 이를 만세 자손의 큰 규범으로 삼을지어다. 더불어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 부권父權을 세우고 노인은 부축하고 어린이는 이끌어 평화롭게 하나 되게 하여 사도師道를 세우고 세상을 진리로 다스려 자손만대의 홍범洪範으로 삼을지어다. (『삼성기 하』,『신시본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환국의 마지막 환인께서는 환웅을 환국의 정통 계승자로 정하였다는 점입니다. 그 증표가 바로 천부와 인입니다. 천부란 환인이 ‘세상을 다스리는 권한의 표증’으로 내려 주신 태고의 문서입니다. 흔히 알고 있듯이 무속巫俗 세계에서 쓰는 방울이나 거울 같은 물건은 아닙니다. 그리고 인이란, ‘환국의 종통을 전한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도장입니다. 임금의 옥새와 같은 것이지요.

배달국 초대 커발환 환웅천황


환웅천황과 3천의 무리가 향한 곳은 동방의 태백산, 즉 지금의 백두산 일대입니다. 이 지역을 천명을 받고 나라를 연 하늘 평야, 즉 ‘역사의 개척지’라는 뜻으로 천평天坪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우물을 파고 그곳을 중심으로 청구靑邱에 농사짓는 땅을 구획하였습니다. 백두산 신단수神檀樹 아래에서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올려 나라 세움을 고하였습니다. 이때 환웅천황을 일명 거발환이라고도 합니다. 커발환居發桓은 크고, 조화롭고, 광명으로 합일된 존재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환웅천황은 제왕의 호칭입니다. 중국 도가서인 『역대신선통감』에는 “천왕가는 마음 닦는 법을 전했는데 홀로 장백산(백두산)에서 오래 도를 닦아 공을 이루었다.”라고 하여 환웅천황에 대해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신교총화』에 따르면 환웅천황의 탄신일은 4월 13일이고, 천황의 성후聖后의 탄신일은 2월 10일입니다. 환웅천황은 BCE 3897년 신시개천 원년에 등극하고 신시개천 94년에 승천하였습니다. 이때 나이가 120세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동방 개척단 3천 무리


한편 무리 3천에 대해서 이유립 선생은 이들을 제세핵랑군이라 하였습니다. 제세핵랑濟世核郞은 세상을 건지는(濟世) 핵심이 되는 랑(核郞)이라는 뜻으로 낭郞은 삼신상제님을 수호하는 관직 이름입니다. 환국 이래 환웅, 단군 시대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이 이 제세핵랑에서 나왔습니다. 이들은 삼신상제님께 올리는 제사를 주관한 신교의 핵심 일꾼으로, 신교의 가르침을 받들어, 신교의 성소인 소도의 경당扃堂에서 문무를 겸전하였습니다. 이들은 단군조선의 국자랑國子郞, 북부여의 천왕랑天王郞, 고구려의 조의선인皁衣仙人, 백제의 무절武節, 신라의 화랑花郞, 고려의 재가화상在家和尙 등의 전통으로 면면히 내려왔습니다. 최근세에는 갑오 동학혁명, 항일 구국 운동과 광복군의 독립운동 등으로 민족의 위기 때마다 낭가의 정신은 유감없이 드러났습니다.

무리 3천 명에서 3수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3수는 창조, 개창, 시작을 의미하는데 역사의 첫 출발을 나타내는 동방 목기의 창조수(생수生數)로, 배달국 창세 역사에는 환웅천황뿐 아니라 3천 명의 제세핵랑군이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분들의 자손이기도 합니다.

중국 시조로 알려진 반고盤固의 정체


환웅이 무리를 이끌고 동방 백두산으로 떠날 무렵, 당시 기이한 술법을 좋아하던 반고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반고는 다른 한 무리를 이끌고 삼위산三危山으로 향하였습니다. 삼위산은 중국 간쑤성 둔황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기』 하편에서는 중국 한족漢族의 창세 신화에 등장하는 반고를 환국에서 갈려 나가 한족 역사의 뿌리가 된 실존 인물로 밝혀 주고 있습니다. 환인께 청하여 이주를 허락받은 반고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의 신장神將과 공공共工, 유소有巢, 유묘有苗, 유수有燧 등의 여러 부족장과 백성을 거느리고 많은 재물과 보화를 꾸려 길을 떠나, 마침내 삼위산 납림拉林 동굴에 이르러 임금으로 즉위하였습니다. 이들을 제견諸畎이라 하였습니다. 반고는 이곳에서 반고가한般固可汗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중국인은 그들의 시원 조상인 반고가한을 천지를 창조한 조물주로 묘사하고 대신에 황제헌원黃帝軒轅을 시조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환단고기』는 중국인들의 잃어버린 뿌리 역사까지 밝혀 주고 있습니다.

민족의 성산聖山, 백두산


환웅천황님과 3천 명의 개척단이 터를 잡은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입니다. 백두산은 백산白山 이외에도 삼신산三神山, 개마산蓋馬山, 불함산不咸山 등으로 불리었습니다. 또한 인류 구원의 완성이며, 모든 진리 도맥의 완성인 시루산(증산甑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중국인들은 장백산長白山이라고 부릅니다.

인근에 자리 잡은 배달국 사람들은 아침에 동산에 올라 태양을 경배하고, 밤에는 달을 맞이하는 광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터 잡은 백두산에 대해서 『삼한비기三韓祕記』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이라는 거대한 산악이 광활한 대지 가운데 장중하게 자리 잡아 가로로 천 리를 뻗고, 높이는 2백 리를 우뚝 솟았다. 웅장한 고산준령이 꿈틀거리며 널리 덮어 배달천국倍達天國의 진산鎭山이 되었다.

여기서 진산은 한 국가나 도시 또는 각 지방에 있는 주산主山이라는 뜻입니다. 백두산은 우리 배달국 환웅천황님과 제세핵랑군 3천 명이 터전을 잡고, 홍익인간의 큰 뜻을 펴신 곳입니다.

나라 이름과 도읍지, 배달과 신시


백두산에 도착한 환웅은 나라 이름을 배달倍達이라고 하였습니다. 배달겨레라는 말은 한민족사의 첫 번째 나라인 배달에서 그 근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구리九黎, 청구靑丘라고도 불렀습니다.

‘배’는 밝다는 뜻입니다. 고대어는 한자의 의미보다는 음가音價에 따라서 그 의미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달’은 땅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응달, 양달 할 때 그 달이 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결국 배달은 광명의 동방 땅을 뜻합니다. 배달을 ‘땅의 광명(地光明)’을 가리키는 ‘단檀’자를 써서 단국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환국과 배달을 합쳐서 환단桓檀 시대로 통칭하기도 합니다.

건국 초기 배달의 강역은 도읍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읍지와 국호는 서로 상통합니다. 거발환환웅은 도읍 이름을 신시神市라 하였는데, 이는 신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훗날 배달국 14세 치우천황 이전의 배달 시대를 신시 시대라고도 부릅니다.

弘益人間, 在世理化는 배달국의 건국이념


환인천제님으로부터 국통 계승의 증표로 천부와 인을 받은 거발환환웅은 국가 통치 이념도 전수받았습니다. 그 이념이 바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입니다. 대부분 단군조선의 국가 이념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입니다. 홍익인간 사상은 사실 9천 년 전 환국의 통치 이념으로 천지광명의 뜻과 대이상을 성취한 인간이란 뜻이 있습니다. 거발환환웅은 재세이화在世理化를 기반으로 홍익인간을 실천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삼신상제님의 진리, 즉 신교로써 세상을 다스리고 깨우쳐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 것입니다.

이어서 환웅천황님은 삼칠일 즉 21일을 택하여 상제님께 제사를 지내고 바깥일(外物)을 꺼리고 삼가 문을 닫고 수도하셨습니다. 주문을 읽고 공덕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였으며, 선약을 드시어 신선이 되셔서, 괘卦를 그어 미래의 일을 아시고, 천지 변화의 움직임[象]을 파악하여 신명을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집상운신執象運神이라고 하는데, 우주 운동의 비밀을 깨달아 신명을 부려 인간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象은 천지간에 가득 찬 우주의 기氣의 운동 모습입니다.

『天符經』과 『三一神誥』


환웅천황은 『천부경天符經』을 풀어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삼일신고三一神誥』를 강론하여 신교의 우주관, 신관, 인성론, 수행관에 관한 가르침을 베풀었습니다. 『천부경』은 환국 때부터 구전되어 오다가 배달 시대에 문자로 옮겨졌습니다. 실로 인류 최고最古의 경전이자 우주론과 인간론의 고갱이가 압축 서술되어 있는 인류사 최초의 계시록이라고 할 것입니다. 여든한 자에 불과한 짧은 글이지만, 삼신 사상의 3수 원리를 근거로 하여 천지인天地人 삼위일체三位一體에 대한 정의를 내려 주고 있습니다.

『삼일신고』는 백성의 교화를 위해 환웅천황이 직접 지은 다섯 장으로 구성된 신학서神學書입니다. 조물주 삼신, 그 삼신의 조화권을 자유자재로 쓰시며 하늘 궁궐에서 우주 살림을 주재하시는 삼신상제님, 삼신을 근원으로 하여 화생한 인간과 만물 탄생 섭리 그리고 인간의 진아眞我 실현 등에 대한 이치를 밝혀 주고 있습니다. 이미 6천 년 상고 시대에 우리 민족은 우주와 신과 인간에 대한 지극한 깨달음이 있었고, 이런 깨달음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일이었음을 알게 해 줍니다.

국가 통치 시스템, 三伯 五事


환웅천황은 재세이화와 홍익인간의 도를 실현하기 위해 삼백三伯 오사五事 제도를 실시하였습니다. 삼백은 공약을 정하는 입법부 역할인(立約) 풍백風伯, 정사를 베풀어 지금의 행정부과 같은(施政) 우사雨師, 형벌을 집행하는(行刑) 사법부인 운사雲師를 말합니다. 이 3백은 계획, 조직, 통제로 파악할 수 있고, 조화·교화·치화의 3화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신시 시대 조직은 그 후 단군조선 시대에 내려와서 삼신의 우주관인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의 정신을 기초로 하여 진한, 번한, 마한의 ‘삼한관경제’와 ‘삼경 제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오사는 주곡主穀, 주명主命, 주형主刑, 주병主病, 주선악主善惡이라는 다섯 부서를 말합니다. 『태백일사』 「환국본기」에서는 이 오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가牛加는 곡식의 생산과 관리를 주관하고(主穀), 마가馬加는 왕명의 하달과 집행을 주관하고(主命), 구가狗加는 형벌 제도를 주관하고(主刑), 저가猪加는 백성들의 건강과 질병을 주관하고(主病), 양가羊加는 사회도덕과 선악을 맡아 다스린다(主善惡)고 합니다. 이 아래로 366사 조직의 하위 조직이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환국 말 배달국 초기의 역사를 통해 배달국의 건국이념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환웅천황의 구체적인 업적과 우리를 곰의 자식으로 왜곡한 소위 단군신화의 진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 인류 창세사를 다시 쓰게 한 동북아의 홍산紅山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자부庶子部
우리는 ‘서자’라고 하면 적자嫡子와 서자라는 개념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즉 근세조선에 있었던 병폐인 적서嫡庶 차별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서자부’ 하면 ‘첩의 자식’이라고 엉뚱하게 해석하여 왔는데, 서자부는 그런 뜻이 아니다. 서자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여러 아들, 즉 뭇 자식이라는 의미로 백성이란 뜻이 있다(『커발한문화사상사』 1권). 둘째는 부락 또는 부족 이름이라는 의미이다(『태백일사』 「신시본기」). 마지막으로 중국의 『사원辭源』은 ‘태자의 스승 기타 높은 벼슬의 명칭’으로도 말하고 있다(『한국상고사입문』34쪽).

대웅전과 환웅전
우리가 불교의 사찰에 가면 주된 전각에 대부분 대웅전大雄殿이라는 편액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웅전이라는 단어는 전 세계 여러 나라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 잘 나타나 있다. 대웅은 현재 불교의 교조인 석가모니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고 큰 스승이란 뜻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본래 승가僧家의 말이 아니다. 승려들이 옛 풍속을 따라 그대로 부른 것인데, 본래는 환웅전桓雄殿이라고 하였다. 단군조선의 도해단군 때 환웅상을 모시고 대시전大始殿을 세운 것에서 유래하였다. 환웅천황의 상을 받들어 모셨는데 그 머리 위에 광채가 찬란해 마치 큰 태양의 둥근 빛이 온 우주를 환하게 비추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 대시전을 일명 환웅전이라고 하였는데, 훗날 불교가 들어오면서 이 자리를 내주고 그 후전인 삼성각三聖閣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현재도 절에 가면 대웅전보다는 높은 곳에 환인, 환웅, 단군 삼인의 성인을 모신 삼성각이 있다.


<참고문헌>
『역주본 환단고기』(안경전, 상생출판, 2012)
『이것이 개벽이다 하』(안경전, 상생출판,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