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 영국, 브렉시트Brexit 결정

[지구촌개벽뉴스]

반反 세계화의 방아쇠인가?
영국, 브렉시트Brexit 결정



영국이 6월 23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선택했다. 브렉시트는 영국을 의미하는 브리튼Britain과 탈출을 의미하는 엑시트Exit의 결합어다.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결별을 택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문제가 터지면서 EU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치안 불안, 시리아 등지에서 들어오는 난민 문제 등이 겹치면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었다. 투표 결과를 보면 전체 51.9%가 찬성하여 잔류 48.1%를 3.8% 포인트 차로 제쳤다. 지역별로 보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 4곳 중에서 탈퇴 지지가 가장 강했던 곳은 잉글랜드로 찬성 53.2%였다. 잔류 진영은 스코틀랜드(62%)와 북아일랜드(55.7%), 런던(60%) 등에서 앞섰다. 지역 차이와 함께 이번 투표에서 세대 간 갈등도 극명하게 표출되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탈퇴를 지지한 반면 30대 이하 젊은 층은 잔류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어른들이 우리 미래를 망쳤다”고 이번 투표 결과에 분노하는 젊은 층의 잔류 지지자들은 집회를 열고 브렉시트에 대한 재투표 청원운동을 벌여 이미 서명자들이 4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영국이 탈퇴를 완료하기 까지는 자체 탈퇴안 마련, EU 집행위와 기한 2년의 탈퇴 협상 등 험난한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투표 이후 유럽과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우선 잔류 쪽에 표를 많이 던진 스코틀랜드Scotland와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가 독립 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16세기에 웨일스Wales, 18세기에 스코틀랜드를 통합했고, 1921년에는 북아일랜드 지역이 편입돼 오늘날의 지도를 완성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307년 만에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독립반대가 55%를 차지해 영국에 눌러앉았다. 북아일랜드의 경우는 독립을 하거나 남쪽의 아일랜드공화국과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의 현실화로 유럽 각국에서 극우 정당이나 우파 정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EU 탈퇴론’이 힘을 얻고 있다. 프렉시트Frexit(프랑스), 넥시트Nexit(네덜란드) 등의 이른바 도미노 엑시트 현상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것은 사실상 EU 붕괴의 서막이다. 브렉시트는 반反 세계화의 방아쇠를 당겨 유럽 곳곳을 균열과 갈등의 화약고로 만들 수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와 함께 지브롤터의 지배권 문제와 프랑스 칼레 지역의 관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은 EU를 떠나는 영국을 향해 영국령 지브롤터Gibraltar의 지배권 반환을 요구할 태세다. 프랑스는 북부 칼레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영국의 입국 심사 업무를 영국으로 가져가기를 희망한다.

서구 언론들은 이번 사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세계질서, 소위 ‘포스트 1945’ 질서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나 중국 같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서구 가치의 한 축이었던 영국이 민족주의와 같은 구 질서의 가치에 끌려 EU를 탈퇴했다는 데 충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구 민주주의가 내재적 모순으로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미 2000~2015년 러시아, 터키, 태국, 케냐 등 27개국이 권위주의 국가로 회귀했고 중국, 러시아 등 기존 질서에서 소외돼 있었던 나라들이 부상하고 있는 점, 대규모 난민 문제로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지역에서조차 구시대적 민족주의가 발호하게 된 점 등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201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유 민주주의의 종말”을 경고했다.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로 이러한 경고가 다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