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책 -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 위기 교과서

[이 책만은 꼭]

들어가며


2023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기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특히 기존에 발생했던 여름 장마라는 기후 패턴과는 전혀 다르게 짧은 시간의 집중 호우, 이른바 ‘극한 호우’ 등으로 대한민국은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후 이상에 따른 변화에 둔감한 측면이 있었다. 세계적인 경제, 군사, 문화 대국으로서의 위상에 맞지 않게, 기후의 이상 변화에 대해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하거나 행동력을 발휘하는 측면에서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기후변화, 환경 운동의 ‘초립둥이’라 할 수 있는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 위기 교과서 『기후 책』은 모두에게 큰 울림을 전해 주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15세였던 2018년에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선 그 행동력에 큰 찬사를 보낸다.

환경은 우리가 이제는 외면하거나 묵과할 수 없는, 우리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실제 경제적인 방향에서도,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나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성과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 책은 어떤 수식어도 달지 않은 채 『기후 책 The Climate Book』이라는 제목에, 뒤표지부터 앞표지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연도별로 시각화한 온난화 줄무늬 또는 가열화 줄무늬(Warming Stripes)로 표지를 인쇄했고, 툰베리를 포함한 총 104명의 필진 이름이 담겼다. 처음에는 568쪽의 묵직한 ’벽돌‘ 같은 책 두께에 기겁을 하기도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이 책의 첫 문장은 우리에게 『기후 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을 던져 주고 있다.

과학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모든 주제를 엮은 결정판인 이 책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실들,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기후 위기의 원인과 앞으로 우리가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법 등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기후 비상사태에서 희망의 길을 발견하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소개 – 환경 운동계의 초립둥이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2003년에 출생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이다. 열다섯 살이던 2018년 8월에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금요일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했고, 그 후 이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현재 기후 행동에 나선 세계 청소년들의 연대 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 Fridays for Future)’에서 활동하고 있다.

툰베리는 유엔 본부 연단에서 뚜렷한 대책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 내기도 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과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으며,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기후 집회에 참석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9년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고,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20년에는 그레타 툰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가 베네치아 국제영화제를 통해 개봉(한국은 2011년 6월 개봉)되었다.

저자의 다른 책



『기후 책』 이외에 툰베리와 관련된 또 다른 책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그 가족이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싸워 온 1년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스웨덴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엄마 말레나 에른만Malena Ernman과 연극배우인 아빠 스반테 툰베리Svante Thunberg, 큰딸 그레타Greta와 작은딸 베아타Beata가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에 앞장서게 된 데까지의 힘들고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인 경험담을 담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앓아 다른 사람들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든 소녀 그레타는 2018년 8월, 뜨거운 어느 금요일에 학교 대신 국회 의사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1인 시위를 통해 “지금 우리 지구, 우리 집이 불타고 있으니 당장 행동해야 한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2도가 높아지면 우리에게 남은 미래는 없다고, 섭씨 2도 억제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18년 157일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 문제에 무심한 어른들을 향해, 정치인들을 향해, 세상을 향해 외쳤고, 이 시위는 매주 금요일마다 이어졌으며 현재 전 세계로 퍼져 나가 133개국의 청소년 160만 명이 동참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캠페인이 되었다.

흥미진진한 이 책의 탄생 배경


이 책은 기후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그레타 툰베리가 코로나19로 모든 외부 활동이 중단된 2021년 처음으로 구상했다고 한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기후 행동을 어떻게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책을 내 보자는 발상을 한 것이다. 지난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인간의 이동이 줄어드니 지구 환경이 좀 더 개선됐다는 주장이 있었다.*1)
* Venter, Zander S.; Aunan, Kristin; Chowdhury, Sourangsu; Lelieveld, Jos (2020년 8월 11일). “COVID-19 lockdowns cause global air pollution declin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영어) 117 (32): 18984–18990. doi:10.1073/pnas.2006853117. ISSN 0027-8424. PMID 32723816.


이 책의 목표는 명확하고 거창했다. 우선 지금 우리 현 상황에 대해서 과학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후 위기를 망라하여 다루는 가장 믿을 만한 안내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로 우리에게 아직 미래를 바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드림팀이 꾸려졌다.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명성(?)을 한껏 이용해서 기후학, 지구물리학, 해양학, 경제학, 보건학, 역사학과 기후 운동 등 각 분야의 리더 격 전문가들에게 주제 하나씩을 맡아 써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들은 툰베리의 요청에 응답했다.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조합. 그래서 이 책은 팬데믹 시기 툰베리와 필자들의 공동 기후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기후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해 온 과학자 드루 신델Drew Shindell과 마이클 오펜하이머Michael Oppenheimer, 기후변화에 관한 탁월한 저술로 유명한 빌 맥키번Bill McKibben과 조지 몽비오George Monbiot,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부커상 수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아메리카 선주민 출신의 식물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Robin Wall Kimmerer, 『21세기 자본』으로 유명인 반열에 오른 프랑스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와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까지 툰베리와 함께한 사람들은 시대적 문제의식을 공유한 저명한 인사들이다.

2022년 말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기후 책』은 기후 행동의 아이콘 툰베리가 기획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더 타임스The Times〉, 〈옵서버The Observer〉, 〈네이처Nature〉 등 권위 있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이듬해 2월 미국에서 출간되어 단숨에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인기 도서에 올랐다.

이 책의 주제 -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


이 책은 주제의 범위 면에서 기존의 기후 관련 도서들을 압도한다. 해양, 빙권(빙하권氷河圈, cryosphere), 육지, 대기와 같은 지구 생태계는 물론 자본주의와 소비 산업, 식민주의와 기후 정의 등 우리 문명에서 비롯한 기후 위기를 총망라한다. 필자들은 다양한 통계 자료, 최신 연구를 통해 현재 기후 위기의 규모와 속도, 파급력을 적나라하게 전달한다.

특히 책 곳곳에 등장하는 충격적인 그래프가 인상적이다. 이를테면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om이 제시하는 ‘거대한 가속’ 그래프(책 58~59쪽)는 화석 연료 사용이 본격화된 최근 100년간의 지구 시스템과 물질문명의 파급 효과를 한눈에 보여 준다. 독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비료 소비량, 물 사용량, 해양 어획량, 인구 증가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버드대 에리카 체노웨스Erica Chenoweth는 ‘민중의 힘’ 장에서 ‘25%의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466~467쪽). 모든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극적 전환점)는 25%의 헌신적인 소수라는 것이다. 툰베리가 지핀 기후 행동의 불꽃이 전 세계 25%의 인류에게 미치는 그날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기를 고대하며, 또한 그러한 희망이 소수의 희망이 아니라 모두의 희망으로 전화轉化되기를 기대해 본다.

툰베리는 말한다.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순간 모든 일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풀리기 시작하는 사회적 티핑 포인트가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툰베리의 말과 여러 관점의 객관적 지표 및 견해들을 종합해 볼 때, 지금 우리는 인류의 가장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5부 84개의 꼭지로 구성되며, 흥미로운 과학 지식으로 채워져 있다. 하나의 글은 분량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전체의 두툼한 책 두께에 겁먹지 마시길 바란다. 틈틈이 읽다 보면 어느덧 완독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가 행동해야 할 그 무엇을 알게 될 것이다.

기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1부에서는 이산화탄소의 역사에서부터 문명과 멸종, 기후변화를 처음 인지한 과학자들의 일화(과학자들은 이미 40년 전에 미국 상원에서 ‘온실효과’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등을 다룬다. 특히 티핑 포인트*2)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인상적인데, 요한 록스트룀에 따르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다는 것은 ‘작동’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 지구의 생물 물리학적 시스템이 완전히 새로운(돌이킬 수 없는) 평형 상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 Venter, Zander S.; Aunan, Kristin; Chowdhury, Sourangsu; Lelieveld, Jos (2020년 8월 11일). “COVID-19 lockdowns cause global air pollution declin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영어) 117 (32): 18984–18990. doi:10.1073/pnas.2006853117. ISSN 0027-8424. PMID 32723816.


과학자들은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을 지구 온도의 1.5도 상승 시점으로 본다. 시스템이 새로운 안정 상태를 찾아가는 일은 보통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 새로운 생물 물리학적 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환경과 생계에 심각한 충격을 가한다고 한다.

2부에서는 폭염, 산불,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변화를 총망라한다. 특히 한국에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산불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호주의 과학자 조엘 게르기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산불 기간은 이미 더 치명적이고 더 길어졌으며, 산불이 난 적이 없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19~2020년 호주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일어나 24만 ㎢를 태웠고, 단 한 번의 산불 기간에 호주 전체에서 1년간 배출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산불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고 한다.

3부에서는 인류가 물질문명을 누린 대가로 인류에게 청구된 ‘기후변화의 진짜 비용’ 문제를 다룬다. 더위, 매개체 전파 감염병, 식품과 영양 문제 등 기후변화가 인간의 신체와 정신, 사회에 미치는 위협이 정확히 무엇인지 과학적 발견으로 제시되고 있다.

환경역학자 아나 M. 비체도카브레라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1991년부터 2018년 사이에 더위와 관련한 사망 건수 중 37%의 죽음에 책임”이 있고, 직접적인 열사병 말고도 심장마비 등 급성 질환이나 만성 폐쇄성 질환 같은 기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1960년에 태어난 사람은 심각한 폭염을 평균적으로 일생에 네 번 겪었지만, 2020년에 태어난 아이는 심각한 폭염을 무려 열여덟 번이나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도가 0.5도씩 상승할 때마다 심각한 폭염의 발생 빈도는 갑절로 늘어난다(책 177쪽).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과 마셜 버크 교수의 연구 또한 흥미롭다. 기후는 폭력 범죄와 상관관계를 지닌다는데, 기온이 올라갈수록 개인 간 폭력 범죄가 늘고 집단 분쟁도 크게 는다. 특히 엘니뇨 현상이 있을 때는 더 많은 민간인 간 충돌이 발생했다는 연구도 확인된다(244쪽 그림 참조).

한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작물의 영양소를 낮춘다는 아주 놀라운 실험 결과도 있다. 하버드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 새뮤얼 S. 마이어스의 연구팀에 따르면(195쪽 이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550ppm(21세기 중반의 예상 농도)에서 자란 작물은 철, 아연, 단백질 함량이 상당히 낮았고, 몇몇 품종의 쌀은 엽산과 티아민 등 비타민 B군의 함량이 크게 줄었다. 앞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인류는 영양소 결핍에 따른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식량 위기는 양만큼이나 질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변화는 값비싼 사회경제적 비용도 예고한다. 저널리스트 유진 린든에 따르면(246쪽 이하), 극한 기온은 이란,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의 여러 지역을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어서 유럽의 난민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기후 재난 지역의 지정학적 비용을 대폭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선 더욱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대형 보험사 에이온AON에 따르면, 2000~2009년 사이에 기상 관련 손실로 세계가 입은 피해액은 1조 8,000억 달러이고, 2010~2019년 사이의 피해액은 3조 달러로 늘었다. 2021년,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2도 온난화에 도달하면 세계 경제의 피해액이 69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린든은 “우리 세계는 2도 온난화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이미 기후 문제로 국제 금융 위기를 겪게 될 것(248쪽)”이라고 경고한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며,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곧 닥칠 현실 같은 미래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이야기가 4부와 5부에서 이어진다. 각각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무익한 일과 실제로 해야 하는 일을 다룬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대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대표적이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은 노르웨이를 필두로 산업 공정 과정의 탄소를 제거하는 유력한 공학적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건설 비용과 낮은 수익성 등의 이유로 전 세계 149개의 CCS 프로젝트 중 100개 이상이 폐기 또는 보류되었다. 한편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근간으로 삼고 있는 사회 구조와 기업들의 로비에 막혀 전환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필자 중 일부는 자연 기반 기후 해법을 언급한다. 생태계를 보전함으로써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을 강화, 유지하는 것이다. 환경운동가 조지 몽비오와 리베카 리글리는 자연의 회복 탄력성에 의지해 생태계를 되살리는 ‘재자연화 re-wilding를 주장하고(440쪽 이하), 해양 생물학자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435쪽)은 해조류海藻類를 양식한 뒤 심해에 가라앉히는 방법을 제안한다. 해조류는 매년 2억 톤의 탄소를 격리한다.

물론 최선은 현재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지구과학자 롭 잭슨은 ‘탄소 제거 기술(드로다운drawdown 기술)’에서 “오늘 온실가스가 대기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비용은 내일 대기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비용보다 적게 든다.(303쪽)”고 말하고 있다.

나가며


기후 문제는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뉴스이지만, 여전히 흥미 위주의 가십gossip 정도로만 소비되고 있다. 툰베리가 이 책의 첫 장에서 “지금은 거대한 그린워싱 기계가 위세를 떨치는 시대다.(20쪽)”라고 우리 시대를 규정하며 포문을 연 이유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툰베리의 눈에는 불과 10년 앞으로 찾아온 티핑 포인트에 대해 아무런 경고도 보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그 자체로 그린워싱 기계다. 그리고 헛된 약속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장밋빛 공학적 기술을 선전하며 희망(“누구를 위한 희망인가? 이 문제를 빚어낸 사람들을 위한 희망인가, 이 문제가 빚어낸 영향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인가?”)을 속삭이는 정치인과 언론에 책임을 묻는다.

필자들의 글 중간중간에서 번뜩이는 툰베리의 에세이(총 18편)에는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정치 지도자들의 무대책과 약속 파기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담겼다. 하지만 그 분노는 변화와 행동으로 도약한다. 툰베리는 책 맨 뒤에 개인으로서 할 일과 사회 전체가 해야 일을 리스트로 요약해서 빼곡히 채웠다.

우리 세계는 이미 오래전에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류가 쏟아 낸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직전 30년 동안 발생했다.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오늘날 기후 재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가장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다.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거나 태국행 비행기를 탈 때 탄소 상쇄 배출권을 사거나 디젤 SUV를 전기차로 바꾸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모두가 기후 위기의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알아야 희망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책 속으로
전체적인 책 내용을 숙독하기를 권하지만, 혹 바쁜 분들은 간략하게 정리된 책 내용을 한번 읽어 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같이 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구는 하나이며, 병든 지구는 우리와 함께 다시 살아 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종은 여러 번의 빙하기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낮았던 시기도 버텨 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구 온도가 더 높아져도 이 종들이 버텨 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지구가 지금보다 더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 『기후 책』 36쪽

대기에 쌓이는 이산화탄소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이산화탄소는 바다가 아주 느리게, 수백 년에 걸쳐 바닷물에 녹이는 과정을 통해서만 영구적으로 제거되기 때문이다. - 48쪽

극지는 기후변화 진행 정도를 알려 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이 조기 경보 시스템이 지금 경보를 울리고 있다. -108쪽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아주 닮았다. 탄소로 이루어진 연료에서 나온다는 점, 쉽게 없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잔류하는 오염 물질이라는 점, 거의 모든 인간 활동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닮았다. - 120쪽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영향 탓에 산불 기간은 이미 더 치명적이고 더 길어졌으며, 산불이 난 적이 없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 133쪽

곤충이 사라지면 우리 세계도 서서히 멈출 것이다. 곤충이 없으면 이 세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 151쪽

희망은 우리가 진실을 말할 때만 찾아온다. 과학이 우리에게 행동해야 할 근거로 알려 준 모든 지식이 곧 희망이다. - 204쪽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25퍼센트를 배출해 왔다. - 211쪽

온실가스 배출원을 모두 제거하더라도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수십 년 안에 지구 온도는 1.5도 목표를 뛰어넘고 21세기가 지나자마자 2도 목표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 321쪽

국제 항공과 해운의 배출량은 어느 국가의 몫으로 돌려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그 합계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5위인 일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 345쪽

미국의 한 가정에는 평균 30만 개의 물건이 있다. 열 가구 중 한 가구가 창고를 임대해 사용하고, 집에 차고가 있는 사람 네 명 중 한 명이 차고에 물건이 꽉 차서 차를 세울 수 없다고 불평할 정도다. - 362쪽

부유한 국가는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양의’ 에너지와 자원으로도 자국민의 높은 생활 수준을 부양할 수 있다. 핵심은 긴요하지 않은 생산을 줄이고, 자본 축적이 아니라 인간 복지를 중심으로 경제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것이 탈성장이다. - 397쪽

선진국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주로 기술, 경제, 과학의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데 반해, 개발도상국에서는 지구 온난화라는 동일한 현상이 식민주의 시대에 굳어진 지정학적 불평등 관계가 낳은 권력과 부의 격차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 402쪽

현재 생산되는 직물 섬유 중 12퍼센트가 생산 과정에서 폐기되거나 손실되고, 73퍼센트가 사용 후에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1퍼센트 미만이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거쳐 새 옷의 원료로 투입된다. 게다가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퍼센트를 배출한다. - 421쪽

재자연화는 지구 생태계를 과거의 특정한 상태로 되돌리려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풍부하고 다양하며 역동적이고 건강한 상태를 이룰 수 있도록 그냥 놓아두려는 것이다. - 444쪽

어머니 자연이 계속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니라 당장의 현실이다.- 475쪽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부양 지출의 10분의 1을 앞으로 5년 연속 탈탄소화에 직접 투입하면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구 온난화를 2도 아래로 억제할 수 있다. - 485쪽

기후 정의와 인종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 만들기’가 필요하다면, 그렇다면 정의는 곧 디자인 프로젝트다. 우리의 목표는 불공정한 세상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데 있다. - 522쪽




『기후 책(THE CLIMATE BOOK)』 목차
이 책은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후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함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제1부 기후는 어떻게 작동하나?
1.1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 그레타 툰베리
1.2 지구에 새겨진 이산화탄소의 역사 / 피터 브래넌
1.3 인간이 진화에 미친 충격 / 베스 샤피로
1.4 문명과 멸종 / 엘리자베스 콜버트
1.5 기후과학은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다 / 그레타 툰베리
1.6 기후변화의 발견 / 마이클 오펜하이머
1.7 그들은 왜 행동하지 않았는가? / 나오미 오레스케스
1.8 티핑 포인트와 되먹임 고리 / 요한 록스트룀
1.9 세상에서 가장 큰 이야기 / 그레타 툰베리

제2부 지구는 어떻게 변해가나?
2.1 스테로이드를 맞은 날씨 / 그레타 툰베리
2.2 열 / 캐서린 헤이호
2.3 메탄과 다른 기체들 / 지크 하우스파더
2.4 대기 오염과 에어로졸 / 비에른 H. 삼셋
2.5 구름 / 파울로 세피
2.6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 제니퍼 프랜시스
2.7 위험한 날씨 / 프리데리케 오토
2.8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 / 그레타 툰베리
2.9 가뭄과 홍수 / 케이트 마블
2.10 빙상, 빙붕, 빙하 / 리카르다 빙켈만
2.11 해양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 슈테판 람스토르프
2.12 해양 산성화와 해양 생태계 / 한스오토 푀르트너
2.13 미세플라스틱 / 카린 크발레
2.14 담수 / 피터 H. 글릭
2.15 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다 / 그레타 툰베리
2.16 산불 / 조엘 게르기스
2.17 아마존 / 카를루스 노브르, 줄리아 아리에이라, 나탈리아 나시멘투
2.18 북방림과 온대림 / 베벌리 로
2.19 육지 생물다양성 / 앤디 퍼비스, 아드리아나 드 팔마
2.20 곤충 / 데이브 굴슨
2.21 자연의 달력 / 키스 W. 라슨
2.22 토양 / 제니퍼 L. 쑹
2.23 영구동토 / 외르얀 구스타프손
2.24 1.5도, 2도, 4도가 오르면 어떤 일이? / 탬진 에드워즈

제3부 기후변화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3.1 세계가 열병을 앓고 있다 / 그레타 툰베리
3.2 건강과 기후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3.3 더위와 질병 / 아나 M. 비체도카브레라
3.4 대기 오염 / 드루 신델
3.5 매개체 전파 감염병 / 펠리페 J. 콜론곤살레스
3.6 항생제 내성 / 존 브라운스틴, 데릭 맥패든, 세라 매고프, 마우리시오 산티야나
3.7 식품과 영양 / 새뮤얼 S. 마이어스
3.8 모두가 한배를 타고 있는 건 아니다 / 그레타 툰베리
3.9 1.1도에서 살아가는 법 / 살리물 후크
3.10 환경적 인종차별 / 재클린 패터슨
3.11 기후 난민 / 아브람 러스트가튼
3.12 해수면 상승과 작은 섬들 / 마이클 테일러
3.13 사헬의 비 / 힌두 우마루 이브라힘
3.14 사프미의 겨울 / 엘린 안나 라바
3.15 숲을 위한 싸움 / 소니아 과자자라
3.16 우리가 마주치게 될 엄청난 곤경 / 그레타 툰베리
3.17 온난화와 불평등 / 솔로몬 시앙
3.18 물 부족 / 오키 다이칸
3.19 기후 분쟁 / 마셜 버크
3.20 기후변화의 진짜 비용 / 유진 린든

제4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4.1 실패를 바로잡으려면 먼저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 그레타 툰베리
4.2 새로운 부정론 / 케빈 앤더슨
4.3 정부 기후 목표의 진실 / 알렉산드라 우리스만 오토
4.4 우리는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그레타 툰베리
4.5 화석연료의 여전한 우세 / 빌 매키번
4.6 재생에너지의 부상 / 글렌 피터스
4.7 숲의 잠재력 / 카를하인츠 에르프, 시몬 깅그리치
4.8 지구공학의 현실 / 니클라스 헬스트룀, 제니 C. 스티븐스, 이삭 스토더드
4.9 탄소제거 기술 / 롭 잭슨
4.10 사고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 그레타 툰베리
4.11 땅에 새긴 인간의 지문 / 알렉산더 포프
4.12 식품과 열량 문제 / 마이클 클라크
4.13 새로운 식품 시스템 설계 / 소냐 베르묄렌
4.14 산업 부문의 배출량 / 존 배럿, 앨리스 가비
4.15 장애물이 된 기술 / 케탄 조시
4.16 운송의 과제 / 앨리스 라킨
4.17 미래는 전기인가? / 질리언 애너블, 크리스천 브랜드
4.18 말 따로 행동 따로 / 그레타 툰베리
4.19 소비주의의 폐해 / 애니 로리
4.20 물건을 사(지 않)는 법 / 마이크 버너스리
4.21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 / 실파 카자
4.22 재활용의 신화 / 니나 슈랭크
4.23 여기가 최후 저지선이다 / 그레타 툰베리
4.24 배출과 성장 / 니컬러스 스턴
4.25 기후정의 / 수니타 나라인
4.26 탈성장 / 제이슨 히켈
4.27 인식 격차 / 아미타브 고시

제5부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5.1 최고의 탈출 경로는 우리 자신을 일깨우는 것이다 / 그레타 툰베리
5.2 개인적 행동과 사회 변혁 / 스튜어트 캡스틱, 로레인 휘트마시
5.3 1.5도 라이프스타일 / 케이트 레이워스
5.4 기후 무관심 극복하기 / 페르 에스펜 스톡네스
5.5 식습관 변화 / 기돈 에셜
5.6 바다를 기억하자 /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
5.7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자 / 조지 몽비오, 리베카 리글리
5.8 이제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야 한다 / 그레타 툰베리
5.9 실용적인 유토피아 / 마거릿 애트우드
5.10 민중의 힘 / 에리카 체노웨스
5.11 언론 미디어의 서사 바꾸기 / 조지 몽비오
5.12 새로운 부정론에 저항하기 / 마이클 E. 만
5.13 진정한 비상사태 대응 / 세스 클라인
5.14 팬데믹의 교훈 / 데이비드 월러스웰스
5.15 정직, 연대, 진정성, 기후정의 / 그레타 툰베리
5.16 정의로운 전환 / 나오미 클라인
5.17 형평성의 의미 / 니키 베커, 디샤 A. 라비, 힐다 플라비아 나카부예, 라우라 베로니카 무뇨스, 이나 마리아 시콩고, 아이샤 시디카, 미치 조넬 탄
5.18 여성과 기후위기 / 완지라 마타이
5.19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재분배가 필요하다 / 뤼카 샹셀, 토마 피케티
5.20 기후 배상 / 올루페미 O. 타이오
5.21 땅과의 관계를 바로잡자 / 로빈 월 키머러
5.22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그레타 툰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