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개벽으로 Review 하기 |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지난 2023년 1월 방송된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세 개의 전쟁〉은 JTBC가 지난 한 해 동안 준비한 글로벌 프로젝트 3부작으로, 21세기 들어서 인류를 괴롭혀 온 세 개의 전쟁을 심도 있게 그려 낸 글로벌 르포 다큐멘터리다.
손석희 전前 앵커가 순회 특파원으로 현장에 복귀해 시청자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패권 전쟁, 그리고 기후 위기와의 전쟁이라는 세 가지의 화두를 던지며 그 가운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부는 러시아 대對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의 겨울 전쟁을 다뤘다. 이른바 문명 전쟁이다.
2부는 COVID-19로 인해 ‘핀볼Pinball’같이 증폭된 패권 전쟁이다. 이것은 질병으로 인한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로 질병 전쟁이다.
3부는 가장 북쪽의 땅, 스발바르Svalbard가 예고하는 기후 전쟁으로 지구온난화와 멸종의 위기를 얘기하는 기후 전쟁이다.
우주에 가을이 오고 있다. 후천 가을개벽은 자연과 문명과 인간 차원의 ‘세 벌 개벽’을 통해 우리의 현실 삶 속에서 완성된다. 천지의 자연 질서가 3양 2음의 억음존양에서 3음 3양의 정음정양으로 바뀌는 ‘자연개벽自然開闢’과, 인류 문명의 구조와 틀이 원한의 상극 문명에서 ‘상생과 조화의 세계일가 문명’으로 완전히 새롭게 건설되는 ‘문명개벽文明開闢’, 인간이 새로운 천지의 참주인으로 거듭나는 ‘인간개벽人間開闢’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천지의 이상을 성취하는 인간개벽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실천 과제이다. 특히 인간개벽은 상극적 사고와 삶의 양식, 자기중심의 문화 의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창조적 진통을 요구한다.
가을개벽은 그 목적이 생명의 성숙과 통일에 있지만, 동시에 일체의 묵은 기운을 떨구어 내는 무섭고도 냉혹한 소멸의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제작진은 하늘⋅땅⋅인간 차원의 변화를 각각 기후 전쟁(하늘), 문명 전쟁(땅), 질병 전쟁(인간)으로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결과적으로 증산도의 3대 개벽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
손석희 전 앵커는 다큐의 마지막 한마디로 “이 3개의 전쟁, 그리고 최후의 전쟁 끝에 인류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맞이하고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것은 이 상황을 돌파할 답이 선천에는 없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증산도 종도사님께서는 상제님 일꾼들이 남북 상씨름 대전쟁의 중심에 들어가 전쟁 상황을 끝막게 된다고 하셨다. 결론적으로 남북 상씨름은 선천 문명의 상극 정신과 인류 역사의 모든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는 인류 최후의 개벽 전쟁이다.
이제 다큐 내용을 살펴보자.
이후 미사일 파편 분석을 통해서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S-300(사거리 150 km)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즉,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100여 발 정도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S-300으로 대응했고, 하필 그중에 한 발이 오동작하여 폴란드로 날아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고한 농민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간 이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나토의 회원국인 25개 나라가 자동으로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 상황이었다.
폴란드는 광활한 평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폴란드는 제국주의 열강이 탐내던 유럽의 대표적 곡창이었다. 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가장 먼저 침공해 들어간 곳도 폴란드였다. 그런 역사를 가진 땅에 미사일이 떨어졌으니 폴란드 사람들이 느낀 위기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열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폴란드 오폭 사건은 명확하게 알려 줬다. 손 특파원은 그 뇌관의 시작이 우크라이나일 수도, 폴란드일 수도, 그리고 한반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1부 ‘겨울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주된 방점은 결국 한반도 문제에 찍혀 있다. 손 특파원과 제작진은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방문해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전쟁을 일으켰으면서도 겉으로는 평온한 러시아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미사일 때문에 매일매일이 불안의 연속인 우크라이나의 대비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 전쟁’이 특히 주목한 건 그 전쟁이 지구 반대편인 동북아에 끼치고 있는 파장이다. 전쟁으로 인해 각국의 군비 경쟁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특히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일본에선 ‘반격할 수 있는 군대’를 넘어 핵무장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또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른바 ‘핵무기 보유론’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집단 안보 체제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 곧 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고 냉전의 시대가 막을 내리던 그 순간 소련은 공산주의 이념의 패배 분위기와 NATO를 우려했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기밀문서에서 이렇게 약속했었다. 소련히 해체되고 연방국들이 독립하면서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는 동안 미국은 NATO를 동쪽으로 1인치도 이동시키지 않겠다고 세 번이나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는 동쪽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불만을 토로한 푸틴의 말을 미국은 조롱했다. 서방 세계는 공산주의에 대해 완전히 승리했다고 여겼다. 모두가 민주주의와 시장을 지지하고 서방의 가치가 전 세계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방, 특히 미국이 저지른 오류는 승리했다는 오만한 태도였다. 여기에 나토의 확장은 계속되었고, 푸틴은 서방 세계에 배신당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되면서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그에 대한 푸틴의 대답은 전쟁이었다. 물론 나토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나토 가입은 여러 국가가 자유롭게,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 소련의 군사적인 위협에 시달린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다섯 개의 국가들은 모두 소련의 침공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보면, 2023년 4월 핀란드가 서른한 번째로 나토에 가입을 했고,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찬성 입장으로 급선회한 스웨덴이 회원국 비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의 위협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러시아가 과거 유럽에서 큰 힘을 가졌던 러시아 제국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2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리러 클린턴은 “푸틴은 스스로를 구세주라 생각하며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소련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푸틴의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에는 22개의 연방 TV 채널이 있는데 이 중 20개가 정부의 완전한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들은 현 사태에 대해 절대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푸틴 독재의 원천은 완벽에 가까운 미디어 통제로 볼 수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에 매우 의존적이다. 물론 지난 겨울 유럽에 닥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말미암아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가 유럽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수급 구조까지 바뀐 상태는 아니다. 러시아에 의존적인 이런 수급 구조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를 잠그면서 동시베리아 가스관(‘시베리아의 힘’이라 불리는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공급한 하루 가스 공급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즈프롬은 5월 30일 “중국에 공급한 가스 공급량이 계약상 의무를 초과하는 역사적인 기록이었다.”고 밝혔다. 3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경기 침체의 겨울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고조되는 위험에 유럽 각국은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는 33조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한국제 무기를 대량 구매했다. 한 인터뷰에서 주한 폴란드 대사는 한국산 무기가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에 가격 조건도 좋고 빨리빨리 문화로 폴란드에 무기를 즉시 수출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말한다. 그는 앞으로 한국 방산의 폴란드 수출 규모는 52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미국과 나토에 안보를 의존해 왔던 독일은 군사력 확장의 명분을 얻어 군비 증강에 대한 헌법 개정에 합의했고, 올해 134조 원의 군비 증강을 하기로 해 사실상 재무장에 착수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북한이 러시아 민간 군사 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에 포탄 1만 발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월 말 러시아 매체는 “북한 의용군이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에 5월 말까지 파견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인 채널원은 북한군 10만 명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제님 천지공사에서 최후의 전쟁인 상씨름은 남북한 주인끼리의 대결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한은 우크라이나에 물자 지원을 하고,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병력 지원을 하고 있어 이미 간접적인 대결 구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핵무기가 없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현저한 열세에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핵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더 커졌을 것이다. 비핵화는 정권 붕괴라는 확신을 더 굳혔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화제는 일본으로 건너간다.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반격 능력에 대한 명분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바로 평화헌법(일본 헌법 제9조)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는 것은 일본 우익의 오랜 숙원이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위대 출신 젊은이에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결국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의해 일본은 반격이 가능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선언됐다. 향후 5년간, 43조 엔 규모의 방위력 정비 계획을 수립한 일본은 5년 뒤엔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이 된다. 미국은 즉각 환영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은 핵무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우라늄 광산이 없다는 점과 핵 실험을 할 장소가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이 핵무기 증강을 하면 그것이 미국을 위해 쓰일 수 있으니, 중국은 또 핵무장력을 강화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이 조그마한 지역이 완전히 핵전쟁의 예비 전선이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대만, 일본, 폴란드와 같은 나라들도 핵을 가지려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다큐 1부는 폴란드 프셰보두프에 떨어졌던 미사일이 확전의 뇌관이 될 수 있었으며, 한반도도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한다면 언제든 그 뇌관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계하면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2부는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9년 박쥐 한 마리의 날개짓은 현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의 세상을 가져왔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주목받아 온 중국의 봉쇄는 그 무엇보다 강력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가 시민을 무릎 꿇리는, 팬데믹에 대처하는 지극히 중국적인 풍경이 3년 내내 이어졌다. 마치 종말을 그린 영화에서 벌어질 만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중국이 도시들을 봉쇄할 때마다 세계 경제도 길이 막혔다. 그 여파가 가장 먼저 미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 애플의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가 중국의 폭스콘 공장이다. 중국 정저우시의 봉쇄 조치로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 공장의 직원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일도 있었다.
유럽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산타클로스가 중국에서 오기 때문에 중국은 결코 제재할 수가 없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문을 닫아걸자 유럽은 마스크를 만들 공장을 구할 길도 막막했다. 이들은 중국에 주문을 넣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유럽인들의 세계화가 순진했었다는 것이다. 약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에 주문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유럽이 다른 나라들에 매우 의존적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세계 경제 문제를 의논하는 다보스 포럼Davosforum에서 CEO(최고경영자)들은 세계화가 일시 정지되었다고 말했고, 어떤 지역들은 반세계화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봉쇄는 팬데믹의 후폭풍이었고, 이는 현상의 변경을 가져왔다고 평한다. 지난 세기 세계 경제의 기본이었던 ‘세계화世界化(globalization)’라는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른 결론은 ‘중국이 더 이상 산타클로스여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시대는 저물고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냉전의 벽에 막혀 있던 자본의 요구가 분출했고, 한국에서는 세계화라는 흐름에 영어 학습 열풍이 불었다. 자본주의의 첨병 미국의 맥도널드가 사회주의의 중심이던 모스크바에서 문을 열었다. 미국과 유럽의 기술과 자본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중국과 인도 등지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이 세계화의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화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 외치는 이들이 등장했다. 2011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 점령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은 세계화가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왔다는 불만을 터뜨렸고, 그 팽배했던 불만이 낳은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이게 다 모두 세계화 때문이고,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내세웠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제1의 혐오,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국이었다. 제조업 능력이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불리해진 미국은 더욱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며 탈세계화의 선두가 되었다. 이 흐름을 폭발시킨 계기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이다. 그 뒤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취약한 공급망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이른바 ‘경제 안보’라는 개념이다.
팬데믹은 세계화를 무력화시키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 전쟁을 불러왔다. 트럼프에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취임 일성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였다.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은 30년 만에 철저한 자국 중심으로 돌아섰고, 중국이 맡고 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을 미국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아예 ‘중국을 압도하고 러시아를 제압하는 것’을 명시했다. 냉전 종식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화를 발판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했다. 값싼 노동력에 무한 공급의 중국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이다.
“떠오르는 2인자에 대한 1인자의 불안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말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정치학적 용어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서 기존 패권 국가와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신흥 강국의 부상에 기존 패권 국가가 두려움을 느끼고 무력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하면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마찬가지로 신흥 강국 독일과 영국의 견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Tillett Allison Jr. 하버드대 교수는 “16세기 이후 국제 정치의 중심축이 이동했던 열여섯 번 가운데 열두 번은 전쟁으로 귀결됐다.”며 떠오르는 중국과 패권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미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상제님께서는 “장차 동서양을 비빔밥 비비듯 하리라.”(도전道典 2:58:5)라고 하시며 세계가 비빔밥처럼 섞여 세계화가 되는 공사를 보셨다. 그 속에서 세계 초강대국이 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은 패권국으로 경쟁할 ‘재주 자랑’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도전道典 5편 202장에는 “뒷날 대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주를 자랑하여 재주가 일등 되는 나라가 상등국이 되어 전쟁은 장차 끝을 막으리라.”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의 재주는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모든 재주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재주 자랑이 다 끝난 후엔 도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하셨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만해협의 충돌은 동북아 전체가 전화戰火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는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직접 참전을 요청해 왔는데, 미국은 지원은 하지만 참전하진 않았다.
그러나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다르다.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 맹세할 수 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라고 했다. 대만은 지리학적으로도 세계 교역의 중심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무역 통로이다. 2022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88%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제1열도선第一列島線의 문제가 있다.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말라카 해협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이다. 제2열도선第二列島線은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까지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제1열도선 안의 바다는 중국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미국은 제2열도선으로 후퇴하게 된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안보에도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미국의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는 대만을 가리켜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중국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뜻이다. 여기에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했고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1930~1940년대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이 진행되었는데, 현재 탈세계화와 함께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유일한 희망은 중국보다 상대적인 우위의 기술을 선점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기술이 바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이다. 즉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전쟁(Chip War)의 한가운데에 마주 서 있는 것이다. 대만의 TSMC는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에 치중하는 파운드리foundry 업체로 2022년 반도체 세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미국 최첨단 기업의 반도체 상당수가 TSMC에서 생산된다. TSMC가 문을 닫게 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까지 미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반도체가 첨단의 군사 시스템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군의 전략은 정보화인데, AI와 슈퍼컴퓨터를 군사력에 사용하면서 반도체 없이는 중국군의 정보화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 측 전문가들은 TSMC를 반드시 중국이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예상되는 유력한 대만 전쟁 시나리오는 미군의 군사 개입이 이뤄지기 전에 중국이 속전속결로 해상과 영공을 봉쇄하고 대만 상륙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가까이 있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호주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주한 미군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중국이 주한 미군에 대해서 대응하게 되고 그것은 한국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 공격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은 나토의 주도국으로 유럽 동맹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도 있는데, 미국은 이 두 개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려 하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도 참여한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새로운 전략 개념인 “2022년 전략 독트린”을 채택했다. 앞으로 10년간 나토의 전략을 규정한 이 문서에는 처음으로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제님은 “난의 시작은 삼팔선에 있으나 큰 전쟁은 중국에서 일어나리니 중국은 세계의 오고 가는 발길에 채여 녹으리라.”(도전道典 5:415:4)라고 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1950년 상씨름의 초반전 당시 한국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쟁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현재 돌아가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때가 되면 세계 전쟁이 붙으리라.”(도전道典 7:35:1)는 상제님의 말씀은 많은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다큐 1부에서 보았듯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번의 오판이나 실수로 인해 확전의 뇌관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 이 다큐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선택을 고민하는 내용을 다루다가, 이 모든 고민들이 오히려 작게 보이는, 모든 상황을 집어삼킬 수 있고 우리를 종말적이며 불가역의 디스토피아로 이끌 수도 있는 ‘최후의 전쟁’을 소개한다. 그것은 기후 전쟁으로, 3부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다음 호에 다루기로 한다. ■
“천지개벽 시대에 어찌 전쟁이 없으리오. 앞으로 천지전쟁이 있느니라. ······ 뒷날 대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주를 자랑하여 재주가 일등 되는 나라가 상등국이 되어 전쟁은 장차 끝을 막으리라.” (증산도 도전道典 5:202:3,11)
들어가며
지난 2023년 1월 방송된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세 개의 전쟁〉은 JTBC가 지난 한 해 동안 준비한 글로벌 프로젝트 3부작으로, 21세기 들어서 인류를 괴롭혀 온 세 개의 전쟁을 심도 있게 그려 낸 글로벌 르포 다큐멘터리다.
손석희 전前 앵커가 순회 특파원으로 현장에 복귀해 시청자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패권 전쟁, 그리고 기후 위기와의 전쟁이라는 세 가지의 화두를 던지며 그 가운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부는 러시아 대對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의 겨울 전쟁을 다뤘다. 이른바 문명 전쟁이다.
2부는 COVID-19로 인해 ‘핀볼Pinball’같이 증폭된 패권 전쟁이다. 이것은 질병으로 인한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로 질병 전쟁이다.
3부는 가장 북쪽의 땅, 스발바르Svalbard가 예고하는 기후 전쟁으로 지구온난화와 멸종의 위기를 얘기하는 기후 전쟁이다.
우주에 가을이 오고 있다. 후천 가을개벽은 자연과 문명과 인간 차원의 ‘세 벌 개벽’을 통해 우리의 현실 삶 속에서 완성된다. 천지의 자연 질서가 3양 2음의 억음존양에서 3음 3양의 정음정양으로 바뀌는 ‘자연개벽自然開闢’과, 인류 문명의 구조와 틀이 원한의 상극 문명에서 ‘상생과 조화의 세계일가 문명’으로 완전히 새롭게 건설되는 ‘문명개벽文明開闢’, 인간이 새로운 천지의 참주인으로 거듭나는 ‘인간개벽人間開闢’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천지의 이상을 성취하는 인간개벽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실천 과제이다. 특히 인간개벽은 상극적 사고와 삶의 양식, 자기중심의 문화 의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창조적 진통을 요구한다.
가을개벽은 그 목적이 생명의 성숙과 통일에 있지만, 동시에 일체의 묵은 기운을 떨구어 내는 무섭고도 냉혹한 소멸의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제작진은 하늘⋅땅⋅인간 차원의 변화를 각각 기후 전쟁(하늘), 문명 전쟁(땅), 질병 전쟁(인간)으로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결과적으로 증산도의 3대 개벽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
손석희 전 앵커는 다큐의 마지막 한마디로 “이 3개의 전쟁, 그리고 최후의 전쟁 끝에 인류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맞이하고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것은 이 상황을 돌파할 답이 선천에는 없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증산도 종도사님께서는 상제님 일꾼들이 남북 상씨름 대전쟁의 중심에 들어가 전쟁 상황을 끝막게 된다고 하셨다. 결론적으로 남북 상씨름은 선천 문명의 상극 정신과 인류 역사의 모든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는 인류 최후의 개벽 전쟁이다.
이제 다큐 내용을 살펴보자.
〈세 개의 전쟁〉, 1부 겨울 전쟁
1) 2022년 폴란드 프셰보두프Przewodów 미사일 피격 사건
2022년 11월 15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70km 정도 떨어진 폴란드 영토인 루블린Lublin주의 프셰보두프Przewodów 지역에 미사일이 착탄, 폭발하여 폴란드인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으로, NATO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나 선전 포고는 NATO 헌장 제4조 및 제5조에 따라 NATO 회원국 전체에 대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큰 파장이 일었다.“당사국은 유럽 또는 북미에서 발생하는 회원국 중 하나 이상에 대한 무력 공격이 회원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데 동의하며 ······”
(The Parties agree that an armed attack against one or more of them in Europe or North America shall be considered an attack against them all ······)
- NATO 헌장 제5조
(The Parties agree that an armed attack against one or more of them in Europe or North America shall be considered an attack against them all ······)
- NATO 헌장 제5조
이후 미사일 파편 분석을 통해서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S-300(사거리 150 km)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즉,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100여 발 정도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S-300으로 대응했고, 하필 그중에 한 발이 오동작하여 폴란드로 날아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고한 농민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간 이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나토의 회원국인 25개 나라가 자동으로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 상황이었다.
폴란드는 광활한 평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폴란드는 제국주의 열강이 탐내던 유럽의 대표적 곡창이었다. 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가장 먼저 침공해 들어간 곳도 폴란드였다. 그런 역사를 가진 땅에 미사일이 떨어졌으니 폴란드 사람들이 느낀 위기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열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폴란드 오폭 사건은 명확하게 알려 줬다. 손 특파원은 그 뇌관의 시작이 우크라이나일 수도, 폴란드일 수도, 그리고 한반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1부 ‘겨울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주된 방점은 결국 한반도 문제에 찍혀 있다. 손 특파원과 제작진은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방문해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전쟁을 일으켰으면서도 겉으로는 평온한 러시아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미사일 때문에 매일매일이 불안의 연속인 우크라이나의 대비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 전쟁’이 특히 주목한 건 그 전쟁이 지구 반대편인 동북아에 끼치고 있는 파장이다. 전쟁으로 인해 각국의 군비 경쟁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특히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일본에선 ‘반격할 수 있는 군대’를 넘어 핵무장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또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른바 ‘핵무기 보유론’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내용이다.
2) 전쟁의 원인, 러시아와 나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죽어 간 병사들과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 우크라이나의 암울한 모습을 보여 주지만, 이 다큐는 전쟁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독일은 미-소-영-프 4개국에 의해 분할 통치가 되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도 이때 동서로 갈라졌다.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집단 안보 체제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 곧 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고 냉전의 시대가 막을 내리던 그 순간 소련은 공산주의 이념의 패배 분위기와 NATO를 우려했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일이 여기까지 벌어졌는지 생각해 보면 러시아 전쟁에 있어 분명 서구 세계가 저지른 착오는 있습니다. 분명 고르바초프와 약속했던 겁니다.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었죠. -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장
우리가 NATO의 일부인 독일에 계속 주둔하는 한 NATO는 관할권을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제임스 베이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기밀문서에서 이렇게 약속했었다. 소련히 해체되고 연방국들이 독립하면서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는 동안 미국은 NATO를 동쪽으로 1인치도 이동시키지 않겠다고 세 번이나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는 동쪽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우리는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나토가 더 이상 동쪽으로 확장해선 안 된다.” 이게 못 알아들을 말입니까? 우리 집 앞에 미사일을 가져다 놓지 말라는 게 터무니없는 요구입니까? -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제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불만을 토로한 푸틴의 말을 미국은 조롱했다. 서방 세계는 공산주의에 대해 완전히 승리했다고 여겼다. 모두가 민주주의와 시장을 지지하고 서방의 가치가 전 세계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방, 특히 미국이 저지른 오류는 승리했다는 오만한 태도였다. 여기에 나토의 확장은 계속되었고, 푸틴은 서방 세계에 배신당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되면서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그에 대한 푸틴의 대답은 전쟁이었다. 물론 나토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나토 가입은 여러 국가가 자유롭게,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 소련의 군사적인 위협에 시달린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다섯 개의 국가들은 모두 소련의 침공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보면, 2023년 4월 핀란드가 서른한 번째로 나토에 가입을 했고,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찬성 입장으로 급선회한 스웨덴이 회원국 비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의 위협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러시아가 과거 유럽에서 큰 힘을 가졌던 러시아 제국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푸틴의 머릿속에서 러시아는 1990년대에 새롭게 건설된 황제 국가입니다.
-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독일 부총리
-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독일 부총리
2012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리러 클린턴은 “푸틴은 스스로를 구세주라 생각하며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소련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푸틴의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에는 22개의 연방 TV 채널이 있는데 이 중 20개가 정부의 완전한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들은 현 사태에 대해 절대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푸틴 독재의 원천은 완벽에 가까운 미디어 통제로 볼 수 있다.
3) 에너지 전쟁과 재무장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전쟁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중심에 가즈프롬Gazprom이라는 반半국영기업이 있다. 가즈프롬은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외 수출을 독점하는 기업이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2022년 상반기 순이익이 한화 약 55조 원을 기록했다. 가즈프롬은 푸틴의 지갑이라 불린다. 푸틴은 가즈프롬을 통해서 막대한 비자금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전쟁 자금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푸틴은 한 손에는 핵을, 다른 한 손에는 가스를 들고 있다고 말한다.유럽은 러시아의 가스에 매우 의존적이다. 물론 지난 겨울 유럽에 닥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말미암아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가 유럽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수급 구조까지 바뀐 상태는 아니다. 러시아에 의존적인 이런 수급 구조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를 잠그면서 동시베리아 가스관(‘시베리아의 힘’이라 불리는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공급한 하루 가스 공급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즈프롬은 5월 30일 “중국에 공급한 가스 공급량이 계약상 의무를 초과하는 역사적인 기록이었다.”고 밝혔다. 3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경기 침체의 겨울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고조되는 위험에 유럽 각국은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는 33조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한국제 무기를 대량 구매했다. 한 인터뷰에서 주한 폴란드 대사는 한국산 무기가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에 가격 조건도 좋고 빨리빨리 문화로 폴란드에 무기를 즉시 수출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말한다. 그는 앞으로 한국 방산의 폴란드 수출 규모는 52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미국과 나토에 안보를 의존해 왔던 독일은 군사력 확장의 명분을 얻어 군비 증강에 대한 헌법 개정에 합의했고, 올해 134조 원의 군비 증강을 하기로 해 사실상 재무장에 착수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북한이 러시아 민간 군사 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에 포탄 1만 발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월 말 러시아 매체는 “북한 의용군이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에 5월 말까지 파견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인 채널원은 북한군 10만 명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제님 천지공사에서 최후의 전쟁인 상씨름은 남북한 주인끼리의 대결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한은 우크라이나에 물자 지원을 하고,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병력 지원을 하고 있어 이미 간접적인 대결 구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4) 한반도를 둘러싼 파장
여기에서 손 특파원은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안보에 주는 함의에 대해서 다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해 ICBM 8회를 비롯해 40회에 걸쳐 적어도 65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역사상 한 해 가장 많은 미사일을 쏜 것이다.핵무기가 없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현저한 열세에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핵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더 커졌을 것이다. 비핵화는 정권 붕괴라는 확신을 더 굳혔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화제는 일본으로 건너간다.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반격 능력에 대한 명분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찢어진 우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핵무장국인 중국이 비 핵무장국인 일본을 침략했을 때 동맹국인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일본을 지켜 줄 것인가. -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자위대 참모총장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바로 평화헌법(일본 헌법 제9조)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는 것은 일본 우익의 오랜 숙원이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위대 출신 젊은이에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결국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의해 일본은 반격이 가능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선언됐다. 향후 5년간, 43조 엔 규모의 방위력 정비 계획을 수립한 일본은 5년 뒤엔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이 된다. 미국은 즉각 환영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푸틴의 침략이 일본 자민당 안보 보수들의 전략과 기적적으로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완벽한 명분을 부여한 겁니다. - 박노자 교수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은 핵무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우라늄 광산이 없다는 점과 핵 실험을 할 장소가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이 핵무기 증강을 하면 그것이 미국을 위해 쓰일 수 있으니, 중국은 또 핵무장력을 강화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이 조그마한 지역이 완전히 핵전쟁의 예비 전선이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대만, 일본, 폴란드와 같은 나라들도 핵을 가지려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다큐 1부는 폴란드 프셰보두프에 떨어졌던 미사일이 확전의 뇌관이 될 수 있었으며, 한반도도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한다면 언제든 그 뇌관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계하면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2부 투키디데스의 함정
1)현상의 변경
이 다큐는 ‘현상現象의 변경變更’(changing status quo)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현상, 나타나 있는 현재의 상태가 바뀌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상의 변경, 코로나19로 인한 현상의 변경, 기후 대재앙으로 인한 현상의 변경이 그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핵심 주제인 ‘현상의 변경’이란 말은 이 세계의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어 내세운 말이지만, 결국 개벽의 다른 말이 될 수 있다.2부는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9년 박쥐 한 마리의 날개짓은 현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의 세상을 가져왔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주목받아 온 중국의 봉쇄는 그 무엇보다 강력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가 시민을 무릎 꿇리는, 팬데믹에 대처하는 지극히 중국적인 풍경이 3년 내내 이어졌다. 마치 종말을 그린 영화에서 벌어질 만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중국이 도시들을 봉쇄할 때마다 세계 경제도 길이 막혔다. 그 여파가 가장 먼저 미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 애플의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가 중국의 폭스콘 공장이다. 중국 정저우시의 봉쇄 조치로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 공장의 직원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일도 있었다.
유럽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산타클로스가 중국에서 오기 때문에 중국은 결코 제재할 수가 없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문을 닫아걸자 유럽은 마스크를 만들 공장을 구할 길도 막막했다. 이들은 중국에 주문을 넣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유럽인들의 세계화가 순진했었다는 것이다. 약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에 주문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유럽이 다른 나라들에 매우 의존적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세계 경제 문제를 의논하는 다보스 포럼Davosforum에서 CEO(최고경영자)들은 세계화가 일시 정지되었다고 말했고, 어떤 지역들은 반세계화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봉쇄는 팬데믹의 후폭풍이었고, 이는 현상의 변경을 가져왔다고 평한다. 지난 세기 세계 경제의 기본이었던 ‘세계화世界化(globalization)’라는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른 결론은 ‘중국이 더 이상 산타클로스여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시대는 저물고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냉전의 벽에 막혀 있던 자본의 요구가 분출했고, 한국에서는 세계화라는 흐름에 영어 학습 열풍이 불었다. 자본주의의 첨병 미국의 맥도널드가 사회주의의 중심이던 모스크바에서 문을 열었다. 미국과 유럽의 기술과 자본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중국과 인도 등지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이 세계화의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화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 외치는 이들이 등장했다. 2011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 점령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은 세계화가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왔다는 불만을 터뜨렸고, 그 팽배했던 불만이 낳은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이게 다 모두 세계화 때문이고,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내세웠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제1의 혐오,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국이었다. 제조업 능력이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불리해진 미국은 더욱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며 탈세계화의 선두가 되었다. 이 흐름을 폭발시킨 계기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이다. 그 뒤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취약한 공급망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이른바 ‘경제 안보’라는 개념이다.
팬데믹은 세계화를 무력화시키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 전쟁을 불러왔다. 트럼프에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취임 일성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였다.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은 30년 만에 철저한 자국 중심으로 돌아섰고, 중국이 맡고 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을 미국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아예 ‘중국을 압도하고 러시아를 제압하는 것’을 명시했다. 냉전 종식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화를 발판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했다. 값싼 노동력에 무한 공급의 중국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이다.
미국이 앞으로 계속 세계의 패권을 유지할지는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 빅터 가오 쑤저우 대학 석좌교수
“떠오르는 2인자에 대한 1인자의 불안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말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정치학적 용어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서 기존 패권 국가와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신흥 강국의 부상에 기존 패권 국가가 두려움을 느끼고 무력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하면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마찬가지로 신흥 강국 독일과 영국의 견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Tillett Allison Jr. 하버드대 교수는 “16세기 이후 국제 정치의 중심축이 이동했던 열여섯 번 가운데 열두 번은 전쟁으로 귀결됐다.”며 떠오르는 중국과 패권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미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대국들 사이에서 전략에 관한 판단 착오가 계속된다면 스스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파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상제님께서는 “장차 동서양을 비빔밥 비비듯 하리라.”(도전道典 2:58:5)라고 하시며 세계가 비빔밥처럼 섞여 세계화가 되는 공사를 보셨다. 그 속에서 세계 초강대국이 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은 패권국으로 경쟁할 ‘재주 자랑’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도전道典 5편 202장에는 “뒷날 대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주를 자랑하여 재주가 일등 되는 나라가 상등국이 되어 전쟁은 장차 끝을 막으리라.”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의 재주는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모든 재주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재주 자랑이 다 끝난 후엔 도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하셨다.
2) 다가오는 대만전쟁과 한반도
미국과 중국, 이 대결의 중심은 대만(Taiwan)이다. 2022년 8월 미국의 정치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사방으로 봉쇄하는 훈련을 했다. 한편 대만 최초의 반도체 회사 UMC의 설립자 차오싱청은 대만 안보를 위해 30억 대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회사원, 학생, 소상공인 모두 총을 쓰는 법을 배우게 하겠다며 민간 민방위 훈련 기관 흑곰학원을 열고 한화로 약 268억 원을 기부했다. 민간인 사수 30만 명을 육성하고, 흑곰 용사 300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이다. 흑곰은 대만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1979년 1월 1일 미-중 관계가 정상화될 때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만의 입장은 다르다.시진핑은 덩샤오핑과 마오쩌둥의 성과를 뛰어넘고 싶어 합니다. 시진핑이 계속해서 권력을 장악하고자 한다면 그는 반드시 중국몽을 위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 계획에서 대만 통일이 빠진다면 그 꿈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저는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대만, 미국, 중국 세 나라의 충돌을 피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리시밍 대만군 제26대 참모총장
이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만해협의 충돌은 동북아 전체가 전화戰火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는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직접 참전을 요청해 왔는데, 미국은 지원은 하지만 참전하진 않았다.
그러나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다르다.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 맹세할 수 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라고 했다. 대만은 지리학적으로도 세계 교역의 중심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무역 통로이다. 2022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88%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제1열도선第一列島線의 문제가 있다.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말라카 해협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이다. 제2열도선第二列島線은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까지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제1열도선 안의 바다는 중국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미국은 제2열도선으로 후퇴하게 된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안보에도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미국의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는 대만을 가리켜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중국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뜻이다. 여기에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했고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1930~1940년대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이 진행되었는데, 현재 탈세계화와 함께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유일한 희망은 중국보다 상대적인 우위의 기술을 선점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기술이 바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이다. 즉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전쟁(Chip War)의 한가운데에 마주 서 있는 것이다. 대만의 TSMC는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에 치중하는 파운드리foundry 업체로 2022년 반도체 세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미국 최첨단 기업의 반도체 상당수가 TSMC에서 생산된다. TSMC가 문을 닫게 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까지 미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반도체가 첨단의 군사 시스템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군의 전략은 정보화인데, AI와 슈퍼컴퓨터를 군사력에 사용하면서 반도체 없이는 중국군의 정보화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 측 전문가들은 TSMC를 반드시 중국이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본래 중국 기업인 TSMC를 반드시 우리 손에 넣어야 합니다. 그들이 미국으로 빠르게 공장을 이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천원링 중국경제자문기구 총경제사
예상되는 유력한 대만 전쟁 시나리오는 미군의 군사 개입이 이뤄지기 전에 중국이 속전속결로 해상과 영공을 봉쇄하고 대만 상륙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가까이 있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호주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주한 미군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중국이 주한 미군에 대해서 대응하게 되고 그것은 한국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 공격도 포함될 수 있다.
미-중 사이에 대만을 이유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날은 세계의 마지막 날이 될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뛰어들 시간도 없습니다.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 빅터가오 쑤저우 대학 석좌교수
미국은 나토의 주도국으로 유럽 동맹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도 있는데, 미국은 이 두 개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려 하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도 참여한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새로운 전략 개념인 “2022년 전략 독트린”을 채택했다. 앞으로 10년간 나토의 전략을 규정한 이 문서에는 처음으로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듭지으며
한반도와 대만은 오선위기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에 있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 한반도의 남북한과 4대 강국의 힘겨루기는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오늘날 동북아에 짙은 전운을 드리우고 있다. 오선위기의 중심 무대인 한반도와 ‘제2의 바둑판’이라 할 수 있는 대만해협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소용돌이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동북아에 휘몰아칠 위기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개벽실제상황』
상제님은 “난의 시작은 삼팔선에 있으나 큰 전쟁은 중국에서 일어나리니 중국은 세계의 오고 가는 발길에 채여 녹으리라.”(도전道典 5:415:4)라고 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1950년 상씨름의 초반전 당시 한국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쟁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현재 돌아가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때가 되면 세계 전쟁이 붙으리라.”(도전道典 7:35:1)는 상제님의 말씀은 많은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다큐 1부에서 보았듯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번의 오판이나 실수로 인해 확전의 뇌관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 이 다큐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선택을 고민하는 내용을 다루다가, 이 모든 고민들이 오히려 작게 보이는, 모든 상황을 집어삼킬 수 있고 우리를 종말적이며 불가역의 디스토피아로 이끌 수도 있는 ‘최후의 전쟁’을 소개한다. 그것은 기후 전쟁으로, 3부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다음 호에 다루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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