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계속되는 MBTI 유행. MZ 세대 문화로 자리 잡은 MBTI
[지구촌개벽뉴스]
‘너 T야?’ 계속되는 MBTI 유행
MZ 세대 문화로 자리 잡은 MBTI
네 글자에 담은 열여섯 가지 성격 유형
MBTI 보고 직원을 뽑기도
MBTI 결과는 내 성격 아닌 나의 선호 성향
MBTI 보고 직원을 뽑기도
MBTI 결과는 내 성격 아닌 나의 선호 성향
MBTI 밈meme*1)과 유행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인 NCT DREAM이 7월에 신곡 “ISTJ”를 발표했다. “ISTJ”가 무슨 뜻일까? 이는 MBTI 검사*2)에서 나오는 열여섯 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다. MBTI는 실제로 심리학에서 활용되는 자기 보고식 검사 방법의 하나로,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다.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여덟 가지 경향을 조합해 총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한다. 가령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인데 계획적이라면 ‘ENFJ’를 받는 식이다.
NCT DREAM의 정규 3집 앨범명과 타이틀 곡명인 'ISTJ'는 MBTI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ISTJ인 상대를 해석하는 나만의 방법을 가졌다는 ENFP의 자신감에 찬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1) 밈meme : 인터넷에서 놀이처럼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 짧은 글, 짧은 말 등을 말한다.
*2) MBTI 검사 :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2) MBTI 검사 :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최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선 ‘너 T야?’라는 말이 유행이다. MBTI 척도 중 T 유형은 ‘이성적⋅논리적이며 객관적으로 논평하기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너 T야?’라고 하는 것은 고민에 대해 적절한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상대를 나무라며 쓰는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한 카페에서 MBTI를 보고 직원을 뽑는 공고문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사진 속 지원 자격에는 “저희는 MBTI를 보고 뽑아요.”라고 하며 ENTJ를 비롯한 5개의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적혀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차라리 혈액형으로 걸러라. 위급 상황에 수혈이라도 하게.”, “MBTI 과몰입이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MBTI가 퍼지기 전부터 알바 공고에 싹싹하고 밝은 사람을 뽑는다라는 말이 많은데 그것을 MBTI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옹호하는 반응도 등장했다.
유행으로 그칠 것 같았던 MBTI 열풍이 MZ(밀레니엄⋅Z) 세대 사이에서 자아 탐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MBTI를 묻는 건 이름과 나이만큼이나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가 됐다.
스스로 자라나는 MBTI 문화
MBTI 지지자들은 “MBTI는 과학”이라고 입을 모은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외향적’이라는 식의 혈액형 유형 분류에 대해 시큰둥하던 이들도 MBTI는 체계적이며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본인의 MBTI와 관련된 특성과 밈meme을 찾아보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MZ 세대가 이런 심리 테스트의 단순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의 한 세기 전부터 존재했던 MBTI가 지금 새삼 붐을 타는 것도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2차 콘텐츠를 만들어 확대 재생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덤이 공식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1인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파생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온라인에 늘 접속해 살며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된 MZ 세대에게 심리 테스트는 좋은 놀잇감이다. 유튜브에선 성격 유형별 공부법⋅연애법⋅인간관계 대처법 같은 ‘MBTI 2차 가공 밈meme’ 콘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상 속 특정 상황을 가정한 후 MBTI 유형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지 분석하는 채널도 흔하다.
자아 탐구와 소통의 도구
MBTI 유행은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끌어 낸 것이다. ‘이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MZ 세대는 그간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도 MBTI 성격 유형을 나누며 ‘네가 이런 성격이었지.’ 혹은 ‘내가 몰랐던 성격이 있네.’라고 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 가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MBTI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MBTI 성격 유형을 설명하는 텍스트들을 보면 장점과 단점, 한계점 등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MZ 세대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자기 자신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고 단호하게 설명해 주는 MBTI를 신뢰하고 좋아한다. MBTI만큼 자신과 타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도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MBTI는 강력한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MBTI는 정말로 실제 그 사람의 성격을 대변할 수 있을까? MBTI는 검사 대상자가 직접 자신에 관해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질문에 답하는 검사다. 그래서 MBTI 결과에 실제로 반영되는 성향은 진짜 나의 성향이라기보다는 ‘내가 선호하는 성향’에 가깝다.
이를테면 매우 감정적이지만 자신이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나는 논리적인 사람이다.’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논리적인 사람’인 것으로 검사 결과가 나온다. 감정에 휘둘리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감상적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 때문이다. 과연 모든 질문에 100% 맞는 답을 할 정도로 자기 객관화가 잘된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성격 유형을 넘어서
‘나의 성격’, ‘나의 운명’처럼 ‘나’에 대한 질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 또다시 나를 찾는, 그래서 내가 나를 모르는 아이러니다.
MBTI는 그런 나에게 성격 유형을 찾아 주고 내 행동의 원인을 설명해 준다. 내 성격의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열여섯 가지 유형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나를 찾는 것은 일생일대의 과제인데 MBTI가 나를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성격 유형만 알면 그 유형이 나를 대변할까?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하듯 인간도 그렇다. 마냥 소심하거나 이성적이기만 할 것 같은 사람도 내면에서는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과 싸우고 있다.
그런 인간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사상적으로, 진리적으로 감동하고 깨어날 때뿐이다. 그래서 MBTI를 통한 자기 이해가 자기변명이 되지 않고, 진정한 나를 찾아 가는 새로운 배움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강희 객원기자 / 본부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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