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스즈메의 문단속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2022년 11월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すずめの戸締まり)〉은 네 살 때 동일본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 스즈메いわと すずめ(岩戸鈴芽)가 재난의 문을 닫고 봉인하는 일을 하는 청년 소타むなかた そうた(宗像草太)를 도와 일본 전체를 여행하며 다섯 개의 문을 닫는 이야기이다. 재난은 저세상에서 미미즈ミミズ라는 존재가 문을 통해 이 세상으로 나와 지상에 떨어지면 지진이 일어나는 형태로 벌어진다. 이 문이 열리지 못하도록 봉인하는 요석要石이 있는데 스즈메가 실수로 이 요석을 뽑자 요석은 고양이가 되어 도망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거대 지진은 일본인들의 많은 것을 바꿔 버렸다. 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이어진 재난은 일본이 자랑하는 안전 신화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부모나 자식, 연인, 형제를 잃은 이들의 마음을 붕괴시켰다.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사회가 나를 지켜 주지 못하리란 절망에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고 타향을 떠도는 이들에게 재난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감독 신카이 마코토しんかい まこと(新海誠)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내놓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2023년 3월 한국 개봉이 확정된 이후 일본 영화 최초로 국내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천만 명을 돌파했다.
재난 3부작의 내용을 살펴보면 〈너의 이름은〉은 혜성 충돌로 하늘에서 온 재난 이야기이고, 〈날씨의 아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것으로 원인을 인간으로 볼 수 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진에 대한 것으로 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재난 3부작을 하늘, 인간, 땅, 즉 천지인天地人 삼재를 주제로 구성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했는데, 이 영화의 일본 개봉일이 2022년 11월 11일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11년 후 개봉한 것이다. 한국 개봉일은 2023년 3월 8일로 지진이 터진 3월과 같고 날짜로도 3일 뒤인 11일이 지진 발생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작품의 시점은 2023년 9월로 설정돼 있는데,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 9월이 관동 대지진의 발생일이었던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성이 엿보이는 이러한 설정들은 감독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올 일본 침몰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스즈메는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한다. 다섯 군데에 있는 다섯 개의 문을 닫으며 지진을 막는데 여기엔 사연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지역들은 모두 현실에서 재난이 있었던 곳이거나 그 인근이다.
작품에서는 도쿄의 지하철 터널 구멍으로 미미즈의 몸통 전체가 빠져나오는데 이번에는 지진의 규모가 엄청나게 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소타는 도쿄에 있던 두 번째 요석이 빠졌다고 말한다. 미미즈가 도쿄 상공을 덮으면서 거대한 뱀이 똬리를 튼 모습으로 나타난다. 미미즈는 지면과 빛 끈 같은 것으로 연결돼 있는데 빛 끈이 잡아당기는 듯한 모습으로 지상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나 인간의 말을 하는 흰 고양이 다이진ダイジン(大臣)은 스즈메에게 사람들이 엄청 죽을 거라고 경고한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도쿄의 수많은 사람들은 자기 머리 위 하늘에 미미즈가 시커멓게 덮고 있고 그것을 땅으로 당길 빛 끈이 옆에서 일렁이는데도 전혀 알지 못한다.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스즈메는 의자 모습으로 바뀐 소타를 미미즈의 몸에 요석으로 박아 넣어 도쿄 대지진을 막는다.
영화에서 이 그림은 당시 네 살이었던 스즈메의 일기장에 적힌 3월 11일의 모습이다. 날짜만 적혀 있고 시커멓게 줄을 쳐 놓았다. 부모와 집을 잃고 모든 것을 빼앗긴 스즈메의 슬픔과 상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기서 다섯 번째 문을 찾아내는데, 이번에는 스즈메 혼자가 아니라 요석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다이진과 또 하나의 말하는 고양이 사다이진サダイジン(左大臣)이 마치 좌보우필左輔右弼처럼 함께한다.
문안의 저세상에서 스즈메는 미미즈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거대한 용이라 할 만한, 생물이 아닌 신적 존재로서의 미미즈는 지진과 화산을 상징하듯 불타는 용암과 재, 나뭇가지 같은 모습이 뒤엉켜 있다. 미미즈가 거쳐 간 땅은 온통 불타오르고 부서져 있었다. 하늘에서 본 모습은 대륙 규모의 대재난 자체다. 이 미미즈가 문을 통해 현실 세상의 일본 땅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필자는 이 모습이 일본 침몰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스즈메가 도쿄 직하대지진을 막은 것도 경악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미미즈의 본체가 문을 통과하면 벌어질 재난이 불바다로 펼쳐지는 것을 보면 분명 일본 침몰이 발생할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다이진ダイジン(大臣)과 사다이진サダイジン(左大臣)이라 불리는 신비한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한다. 일본 열도에 깃든 재앙의 신 미미즈가 저세상과 연결된 뒷문을 통해 이 세상에 나오면 재난이 일어나는데, 다이진들은 이를 억누르고 뒷문을 봉인하는 두 개의 요석이다. 봉인돌, 결계석結界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마리의 다이진은 증산도의 동방신선학교에서 행하는 옴唵과 훔吽 수행과 관련이 있다. 이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이진’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국무 대신 및 장관급의 사람이라는 뜻인 대신大臣과 고귀한 신이라는 뜻의 대신大神이다. 국가의 관리들이 도도하게 앉아서 몸은 뽀얗고, 수염이 드문드문 있다는 점에서 대신大臣을 닮아 사람들이 별명으로 붙였다는 설정이다. 본래는 우의정과 좌의정 같은 옛날 최고 관직명으로 우다이진右大臣은 젊은 세력이고 사다이진左大臣은 지혜로운 노인을 가리키는데 사다이진이 우다이진보다 높은 위치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의 공간인 양택에서는 왼쪽이 오른쪽보다 서열이 높다. 이를 ‘좌상우하左上右下’라고 한다. 신하들의 좌석 배정 기준은 근정전 용상에 좌정해 남쪽을 바라보는 국왕이 된다. 국왕을 기준으로 왼쪽(동쪽) 품계석 쪽은 문반이, 오른쪽(서쪽) 품계석 쪽은 무반이 차지한다. 이때 문반은 무반보다 더 높은 지위가 된다. 그 이유는 조선 사회가 문인을 무인보다 우대했기 때문이다.
조선 최고의 관직인 3정승 가운데 좌의정과 우의정이란 관직이 있다. 이 중 누가 높을까에 대해 물어 온다면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관직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될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에 의하면 변덕스러운 자연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고민하다 일본 신사에 있는 두 개의 석상을 보고 영감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석상들은 한국에서 건너간 문화이다.
나가사키의 유명한 스와諏訪 신사에는 유독 코마이누가 많다고 한다. 이곳을 탐방한 여행 작가 정승열 씨의 글에 의하면 그곳 본전 옆에는 코마이누의 우물이 있는데 코마이누 석상 위에는 분명히 ‘고려개의 우물(高麗犬井)’이라고 새겨져 있으나, 그 왼편의 안내판에는 한자 고려高麗가 아닌 일본어 코마こま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려라는 국명을 감추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금강일보 참고).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고향인 신사나 절 앞에서 고구려개는 숱한 세월이 흐르고 있지만 제구실을 단단히 하고 있다. 위키백과 사전에서는 이 고구려개 형상을 두고 오른쪽에 세워 두는 것은 입을 벌리고 있어 사자상이고 왼쪽에 세워 두는 것은 뿔이 있고 입을 다물고 있어 코마이누라 부른다고 한다. 헤이안平安 시대 초기에는 입을 벌린 것을 아阿형, 입을 다문 것을 훔吽형이라고 불렀다. 이 내용은 중요한 코드인데 뒤에서 금강역사와 같이 해설하겠다.
법을 뜻하는 한자 法은 본래 灋(법 법)이 고자古字로서 灋은 水(물 수)+廌(해태 치)+去(갈 거)의 형태로 되어 있는 문자라고 한다. 여기서 水는 흐르는 냇가를, 廌는 시비是非를 가려 의롭지 않은 존재를 뿔로 밀어 버리는 공명정대함을, 去는 해태에 의해 사람이 처벌받는 모습이라 한다. 고로 원래 법이라는 글자는 해태의 공명정대함 아래 내려지는 심판을 의미한다(나무위키 법학 참고).
한국에서는 해태가 법의 상징이라는 본래 위치보다 화기를 억누르는 친숙한 영수靈獸로서 더 유명하다. 화기를 억누른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소방관 정복의 깃표장 디자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법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 있는 상징성 때문에 국회, 경찰청, 대법원, 대검찰청은 물론이고 일산 사법연수원에도 해태의 상이 세워져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해태 문양은 조선 시대 관리의 단령團領(관복)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법을 관장하는 사헌부의 수장 대사헌은 관복에 해태가 수놓인 흉배를 달았다. 서울 광화문 앞에도 해태 한 쌍이 놓여 있는데, 이것은 경복궁을 지을 당시 관악산이 품고 있는 화기를 불을 먹는 해태를 통해 억누르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도전道典』 9편 38장에는 상제님께서 금산사 천왕문의 상량을 커다란 구렁이로 만드신 공사가 있다. 여기서 구렁이가 천왕의 목소리로 “죄지은 사람들은 다 나와라.”라고 했다. 죄를 지은 자는 천왕문을 통과 못 하니까 불법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종도사님께서는 “정법의 수호신이 될 때 부처님의 불국토 세계에 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사천왕과 더불어 금강역사金剛力士도 불법의 수호자라고 한다. 금강역사는 꼭 두 명이 쌍을 이루고, 사천왕과 마찬가지로 절의 입구나 부처님을 마주하는 공간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금강역사 한 쌍 중, 하나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신사 입구에 코마이누상이 하나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아阿형 금강역사는 말 그대로 ‘아’ 하고 입을 벌린 채 공격하는 모습을 취한다. 훔吽형 금강역사는 ‘훔’ 하고 입을 다문 채 방어하는 자세다.
아형 금강역사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 훔형 금강역사는 밀적금강密迹金剛이라고 부른다. 나라연금강은 천상의 역사力士로서 힘이 센 괴력의 소유자다. 밀적금강은 언제나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을 호위하는데 온갖 비밀스러운 사적事迹을 알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인왕상의 특징은 상체를 벗은 반나체에 권법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타난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일본 열도 지하에는 태곳적부터 미미즈라 불리며 목적도 의식도 없이 오로지 재앙을 일으키고 날뛰는 것을 본능으로 행동하는, 재앙 그 자체인 존재가 흐르고 있었다. 미미즈가 뒷문으로부터 빠져나와 지면에 닿으면 지진이 일어났으며, 과거에 미미즈가 완전히 풀려났을 땐 간토關東 지방 전체가 무너질 정도의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한다.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 토지신 ‘우부스나産土’를 섬기고 미미즈가 현세로 빠져나오는 출구인 뒷문을 봉인하는 업을 이어받는 ‘토지시閉じ師’라는 미지의 일족이 나타났으며, 이들은 우부스나의 힘이 깃든 영험한 열쇠를 품에 지니고 일본 열도 전국에 있는 폐허를 돌아다니면서 그 폐허에 숨겨진 뒷문을 봉인해 미미즈의 탈출을 막는다.
토지시閉じ師라는 한자는 닫을 폐閉 자와 스승 사師 자로 풀이되는데 이는 곧 ‘닫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뒷문을 닫는 폐문술사, 또는 봉인술사인 셈이다. 토지시가 땅의 기운을 읽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면 이들은 풍수를 다루는 지관地官들의 모습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 미미즈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 현상 자체이며, 토지신 우브스나와 사실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일본에서 지진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신화 중에서 타케미카즈치와 오오나마즈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거대한 메기(오오나마즈大鯰)가 일본 열도 밑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고, 그걸 타케미카즈치武甕槌大神라는 군신이 거대한 두 개의 요석으로 머리와 꼬리를 눌러 움직임을 봉인했다는 내용이다.
토지시들이 주문을 읽으며 ‘돌려드리옵니다.’를 외치는데 땅을 돌려준다는 말은 신카이 감독이 떠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에 대한 독특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 때는 씨족신에게 기도를 바치며 토지를 사용하기 위한 허가를 받고자 ‘지진제地鎭祭’를 행하는데, ‘끝날 때’(건물이 무너지거나 재난으로 폐허가 될 때)에는 사람에게 장례를 치르는 것과 같은 의식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따라서 돌려준다는 말은 사람이 자연에서 잠시 빌려 쓴 것을 돌려준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진제地鎭祭는 토목 공사나 건물 신축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땅의 신(지신地神)에게 공사의 안전과 건물이나 집의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 의식이다. 일본에서는 신사神社의 신관이 주관하는 신토神道 의식에 따라 지진제가 거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도전道典』 말씀이 있다.
상제님께서는 일을 이루려면 터를 정해야 하고 기지신에게 치성을 올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증산도 도장道場에는 우주의 주재자이신 상제上帝님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지방신地方神과 주산主山의 신神까지 모시고 있다.
감독이 직접 만든 주문이라고 한다. 배령拝領이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가 받다.’라는 뜻이다. 크게는 지구 어머니께 받은 땅이며, 『도전道典』 말씀으로 보면 기지신에게 허락받은 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지신基址神은 지방 기지基址(건물의 토대)를 맡은 신이다.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아훔의 상징이면서 일본 전역의 지진 재앙을 억누르고 있는 동서의 두 요석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요석은 도쿄에서 가까운 카시마鹿島 신궁의 요석으로, 요석을 보호하는 요석사까지 따로 있다. 요석을 향해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동전을 던져 넣기도 한다.
요석要石의 사전적 의미는 ‘홍예문虹霓門(무지개문)의 중앙 마루에 있는 쐐기 모양의 돌’이다. 홍예문은 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원형이 되게 만든 아치형 문이다. 요석은 종석宗石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keystone이라 한다. 아치형 벽돌 구조의 정가운데에 끼워서 구조물 전체를 균형에 맞게 지탱하는 부채꼴 형태의 이맛돌을 일컫는 말이다. 아치형 석조 구조물의 가장 중요한 돌로, 이 돌 하나가 빠지면 구조물 전체가 붕괴된다.
서양 건축 문화, 특히 로마에서는 아치형 건축이 아주 많이 사용되었는데, 한국의 아치형 건축은 홍예문이다. 사전에서도 요석이 홍예문의 마룻돌이라고 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홍예문은 금산사 돌무지개문이다. 영화의 요석이 상제님 천지공사의 중요한 장소와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상제님이 무지개문에 앉으셔서 인사의 주인공 태운장 김형렬 성도의 집으로 가신 사건은 뭐냐. 인간으로 오신 미륵부처님이 가을 천지개벽 인류 구원의 실제 첫걸음을 태운장이 모시고 돌무지개문에서 내려오시면서 인간 세간사를 향해 떼신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가을 천지개벽, 후천 선경 세계, 미륵님의 용화낙원을 여시는 그 거룩한 인류 구원의 첫걸음, 미륵님의 첫걸음은 그런 역사적인 큰 의미가 있다. 무지개문이라는 것은 햇빛이거든. 남방, 밝은 태양 광명을 상징한다. 무지개 색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으로, 이 돌무지개문은 희망의 문, 개벽의 문, 광명의 문이다. - 종도사님과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여기까지의 내용을 총정리해 보면, 영화에서 재난을 막는 두 마리의 다이진은 아阿와 훔吽이라는 주문 문화와 관련 있으며 이들은 키스톤이며 요석인데, 요석은 본래 홍예문, 무지개문 중앙의 쐐기돌을 의미한다. 또한 영화가 증산도 『도전道典』을 보고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절묘하게도 상제님께서 인류 구원의 첫걸음을 이 돌무지개문에서 시작하셨다는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은 모두 문과 관련이 있다. 〈너의 이름은〉에서 신사의 신녀인 ‘미츠하’가 도리이 문 앞에서 기도를 올렸고, 〈날씨의 아이〉 주인공 ‘히나’는 신사의 도리이 문을 통과하면서 날씨를 통제하는 힘을 얻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스즈메는 토지신에게 기도하며 재난의 문을 닫는다. 스즈메는 재난의 문을 닫지만, 상제님께서 내려오신 돌무지개문은 후천 선경을 여는 개벽의 문을 상징한다.
감독은 〈너의 이름은〉에서 혜성 충돌을 믿지 않는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반복하여 방송하는 장면은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도 문을 사용하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스즈메가 재난을 막는 문을 열자 펼쳐지는 신비로운 저세상 풍경의 들판은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이 문을 열고서 자주 가는 메밀밭과 매우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다녀오겠습니다.’는 문단속만큼이나 올드하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말일 수 있다. 단순하고 의례적인 인사말이지만, 재해나 사고의 순간에 부닥치면 이 말만큼 듣고 싶은 말이 없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말 아니었던 그 말 한마디가 사고로, 병으로, 지진으로, 재난으로 누군가를 잃어 본 사람에게는 너무나 사무치게 그립고 반가운 말일 것이다.
자연재해와 재난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생각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하는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는 일상 언어가 아닐 수 없다. ■
영화 및 감독 소개
2022년 11월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すずめの戸締まり)〉은 네 살 때 동일본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 스즈메いわと すずめ(岩戸鈴芽)가 재난의 문을 닫고 봉인하는 일을 하는 청년 소타むなかた そうた(宗像草太)를 도와 일본 전체를 여행하며 다섯 개의 문을 닫는 이야기이다. 재난은 저세상에서 미미즈ミミズ라는 존재가 문을 통해 이 세상으로 나와 지상에 떨어지면 지진이 일어나는 형태로 벌어진다. 이 문이 열리지 못하도록 봉인하는 요석要石이 있는데 스즈메가 실수로 이 요석을 뽑자 요석은 고양이가 되어 도망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거대 지진은 일본인들의 많은 것을 바꿔 버렸다. 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이어진 재난은 일본이 자랑하는 안전 신화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부모나 자식, 연인, 형제를 잃은 이들의 마음을 붕괴시켰다.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사회가 나를 지켜 주지 못하리란 절망에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고 타향을 떠도는 이들에게 재난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감독 신카이 마코토しんかい まこと(新海誠)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내놓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2023년 3월 한국 개봉이 확정된 이후 일본 영화 최초로 국내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천만 명을 돌파했다.
재난 3부작의 내용을 살펴보면 〈너의 이름은〉은 혜성 충돌로 하늘에서 온 재난 이야기이고, 〈날씨의 아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것으로 원인을 인간으로 볼 수 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진에 대한 것으로 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재난 3부작을 하늘, 인간, 땅, 즉 천지인天地人 삼재를 주제로 구성한 것이다.
스즈메의 여행지는 일본에서 큰 재난이 일어났던 5개 지역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했는데, 이 영화의 일본 개봉일이 2022년 11월 11일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11년 후 개봉한 것이다. 한국 개봉일은 2023년 3월 8일로 지진이 터진 3월과 같고 날짜로도 3일 뒤인 11일이 지진 발생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작품의 시점은 2023년 9월로 설정돼 있는데,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 9월이 관동 대지진의 발생일이었던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성이 엿보이는 이러한 설정들은 감독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올 일본 침몰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스즈메는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한다. 다섯 군데에 있는 다섯 개의 문을 닫으며 지진을 막는데 여기엔 사연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지역들은 모두 현실에서 재난이 있었던 곳이거나 그 인근이다.
1. 구마모토 지진
첫 번째 문이 있던 곳은 스즈메가 사는 미야자키현宮崎懸에 있는 가상의 조용한 마을이다. 미야자키현이 있는 규슈九州에서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이 있었다. 2016년 4월 14일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에서 발생한 규모 6.5의 지진부터 시작된 연쇄 지진으로 옆 동네 마시키마치益城町에서는 진도 7의 격렬한 지진동이 감지되었다. 일본 규슈와 조금 떨어진 대한민국 남부 지방과 제주도 등에서까지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강했다.2. 에히메현(시코쿠) 산사태
두 번째 지역 에히메현愛媛縣(시코쿠四國)에서 잠깐 언급되는 ‘3년 전의 산사태’ 역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0년 7월 일본 서남부 지역에 전례 없는 폭우가 덮쳐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하천이 범람하여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3. 고베 대지진
세 번째 방문지 고베神戶는 1995년 1월 17일 일본 긴키近畿 지방 일대에서 일어난 고베 대지진의 발생지다. 고베뿐만 아니라 오사카大阪와 교토京都까지도 피해가 번졌기 때문에 한신阪神-아와지淡路 대지진이라고도 하며, 일본 지진 사상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두 번째로 강력했던 규모 7.3, 진도 7의 대지진이자 사망자 6,300여 명, 총피해액 1,970억 달러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큰 피해를 입힌 지진이다.4. 간토 대지진
네 번째 방문지 도쿄東京도 작중 시점에서 딱 백 년 전인 1923년에 간토關東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리히터 규모 7.9에서 8.3 사이로 추정되는 지진이 7분 정도 지속되었다. 도쿄 지역과 요코하마橫濱 지역, 치바현千葉縣, 가나가와현神奈川縣, 시즈오카현靜岡縣 등에서 10만~14만 2천 명 이상이 사망했고, 3만 7천 명이 실종되었다. 10만 9천여 채의 건물이 전부 파괴되고, 10만 2천여 채는 반파되었다. 이로 인한 사상자와 실종자는 동일본 대지진의 6배, 고베 대지진의 16배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소타’가 도쿄에서 일어났던 100년 전의 대지진도 미미즈가 일으켰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관동 대지진을 의미하는 것이다.작품에서는 도쿄의 지하철 터널 구멍으로 미미즈의 몸통 전체가 빠져나오는데 이번에는 지진의 규모가 엄청나게 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소타는 도쿄에 있던 두 번째 요석이 빠졌다고 말한다. 미미즈가 도쿄 상공을 덮으면서 거대한 뱀이 똬리를 튼 모습으로 나타난다. 미미즈는 지면과 빛 끈 같은 것으로 연결돼 있는데 빛 끈이 잡아당기는 듯한 모습으로 지상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미미즈가 땅에 떨어질 때 지진이 올 거야. 이제부터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쐐기돌로 벌레를 막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엄청 죽을 거야. - 다이진
갑자기 나타나 인간의 말을 하는 흰 고양이 다이진ダイジン(大臣)은 스즈메에게 사람들이 엄청 죽을 거라고 경고한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도쿄의 수많은 사람들은 자기 머리 위 하늘에 미미즈가 시커멓게 덮고 있고 그것을 땅으로 당길 빛 끈이 옆에서 일렁이는데도 전혀 알지 못한다.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스즈메는 의자 모습으로 바뀐 소타를 미미즈의 몸에 요석으로 박아 넣어 도쿄 대지진을 막는다.
일본 정부의 도쿄 직하直下대지진 예측
도쿄도東京都 방재회의지진부회는 2022년 5월 25일 수도 직하지진直下地震(진원지가 그 지역의 바로 밑에 있는 지진) 발생 시 예상되는 피해를 발표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듬해인 2012년 이후 10년 만의 발표이다.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도쿄도 오타구大田区를 진원으로 하는 규모 7.3의 도심 남부 직하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가장 크다.
이 경우 도쿄도의 핵심인 도쿄 23개 구에서 사망자 6,100명, 부상자가 9만 3,00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 피해는 21조 5,600억 엔(약 215조 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 해 일본 정부 예산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건물 피해는 19만 4,000동, 피난자는 299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열도는 태평양판, 필리핀해판, 유라시아판, 북미판 등 4개 지각판地殼板(플레이트plate)의 경계에 있어 지진과 화산 등의 재해가 빈번하다. 특히 1400만 명 넘게 살고 있는 도쿄에 직격탄을 안기는 후지산 분화와 수도 직하지진 발발은 발생 가능한 가장 큰 재난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겐로쿠元禄 대지진(1703년), 간토關東 대지진(1923년) 등 200년에 한 번씩 대규모 수도 직하지진이 일어났다. 최근 통가 화산 폭발 등 환태평양 지진대에 지진, 화산이 잦아지면서 일본 방재 당국도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 정부의 예상일 뿐이고 실제 직하지진이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난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도쿄도의 핵심인 도쿄 23개 구에서 사망자 6,100명, 부상자가 9만 3,00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 피해는 21조 5,600억 엔(약 215조 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 해 일본 정부 예산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건물 피해는 19만 4,000동, 피난자는 299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열도는 태평양판, 필리핀해판, 유라시아판, 북미판 등 4개 지각판地殼板(플레이트plate)의 경계에 있어 지진과 화산 등의 재해가 빈번하다. 특히 1400만 명 넘게 살고 있는 도쿄에 직격탄을 안기는 후지산 분화와 수도 직하지진 발발은 발생 가능한 가장 큰 재난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겐로쿠元禄 대지진(1703년), 간토關東 대지진(1923년) 등 200년에 한 번씩 대규모 수도 직하지진이 일어났다. 최근 통가 화산 폭발 등 환태평양 지진대에 지진, 화산이 잦아지면서 일본 방재 당국도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 정부의 예상일 뿐이고 실제 직하지진이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난이 될 것이다.
5. 동일본 대지진
작품에서 마지막으로 후쿠시마현, 미야기현을 거쳐 이와테현巖手縣이 여행의 종착지이자 스즈메의 고향인데, 2011년 3월 11일 도호쿠道北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동일본東日本 대지진) 피해 지역이다. 배경지 설정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특히 도호쿠 지방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지역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힌 재앙을 이후의 젊은 세대에게도 알려 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영화에서 이 그림은 당시 네 살이었던 스즈메의 일기장에 적힌 3월 11일의 모습이다. 날짜만 적혀 있고 시커멓게 줄을 쳐 놓았다. 부모와 집을 잃고 모든 것을 빼앗긴 스즈메의 슬픔과 상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기서 다섯 번째 문을 찾아내는데, 이번에는 스즈메 혼자가 아니라 요석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다이진과 또 하나의 말하는 고양이 사다이진サダイジン(左大臣)이 마치 좌보우필左輔右弼처럼 함께한다.
문안의 저세상에서 스즈메는 미미즈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거대한 용이라 할 만한, 생물이 아닌 신적 존재로서의 미미즈는 지진과 화산을 상징하듯 불타는 용암과 재, 나뭇가지 같은 모습이 뒤엉켜 있다. 미미즈가 거쳐 간 땅은 온통 불타오르고 부서져 있었다. 하늘에서 본 모습은 대륙 규모의 대재난 자체다. 이 미미즈가 문을 통해 현실 세상의 일본 땅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필자는 이 모습이 일본 침몰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스즈메가 도쿄 직하대지진을 막은 것도 경악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미미즈의 본체가 문을 통과하면 벌어질 재난이 불바다로 펼쳐지는 것을 보면 분명 일본 침몰이 발생할 것임을 느낄 수 있다.
다이진은 옴과 훔 주문에 대한 이야기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다이진ダイジン(大臣)과 사다이진サダイジン(左大臣)이라 불리는 신비한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한다. 일본 열도에 깃든 재앙의 신 미미즈가 저세상과 연결된 뒷문을 통해 이 세상에 나오면 재난이 일어나는데, 다이진들은 이를 억누르고 뒷문을 봉인하는 두 개의 요석이다. 봉인돌, 결계석結界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마리의 다이진은 증산도의 동방신선학교에서 행하는 옴唵과 훔吽 수행과 관련이 있다. 이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이진’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국무 대신 및 장관급의 사람이라는 뜻인 대신大臣과 고귀한 신이라는 뜻의 대신大神이다. 국가의 관리들이 도도하게 앉아서 몸은 뽀얗고, 수염이 드문드문 있다는 점에서 대신大臣을 닮아 사람들이 별명으로 붙였다는 설정이다. 본래는 우의정과 좌의정 같은 옛날 최고 관직명으로 우다이진右大臣은 젊은 세력이고 사다이진左大臣은 지혜로운 노인을 가리키는데 사다이진이 우다이진보다 높은 위치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의 공간인 양택에서는 왼쪽이 오른쪽보다 서열이 높다. 이를 ‘좌상우하左上右下’라고 한다. 신하들의 좌석 배정 기준은 근정전 용상에 좌정해 남쪽을 바라보는 국왕이 된다. 국왕을 기준으로 왼쪽(동쪽) 품계석 쪽은 문반이, 오른쪽(서쪽) 품계석 쪽은 무반이 차지한다. 이때 문반은 무반보다 더 높은 지위가 된다. 그 이유는 조선 사회가 문인을 무인보다 우대했기 때문이다.
조선 최고의 관직인 3정승 가운데 좌의정과 우의정이란 관직이 있다. 이 중 누가 높을까에 대해 물어 온다면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관직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될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에 의하면 변덕스러운 자연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고민하다 일본 신사에 있는 두 개의 석상을 보고 영감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석상들은 한국에서 건너간 문화이다.
1. 다이진과 코마이누
일본의 신사神社나 절 입구에 가면 사자 모양의 조각상이 있는데 이를 코마이누こまいぬ(狛犬)라고 한다. ‘코마’란 고구려를 뜻하는 말이고 ‘이누’는 개를 뜻하는 말이므로 ‘코마이누’란 ‘고구려개’라는 뜻이다. 일본의 신사나 절 입구에 고구려개(코마이누)를 수호신수守護神獸로 세워 놨다는 뜻이다. 일본의 고대 역사학계의 거두이자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로 명성이 높은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 교수는 “코마이누는 고구려개(高麗犬)”라고 잘라 말한다. 코마는 원래 고려개(고구려개)라고 했는데 명치 이후에 고려와 음이 같은 한자 狛으로 바꿔 버렸다는 것이다. 우에다 마사아키 교수는 일왕이 백제인의 후손이라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나가사키의 유명한 스와諏訪 신사에는 유독 코마이누가 많다고 한다. 이곳을 탐방한 여행 작가 정승열 씨의 글에 의하면 그곳 본전 옆에는 코마이누의 우물이 있는데 코마이누 석상 위에는 분명히 ‘고려개의 우물(高麗犬井)’이라고 새겨져 있으나, 그 왼편의 안내판에는 한자 고려高麗가 아닌 일본어 코마こま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려라는 국명을 감추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금강일보 참고).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고향인 신사나 절 앞에서 고구려개는 숱한 세월이 흐르고 있지만 제구실을 단단히 하고 있다. 위키백과 사전에서는 이 고구려개 형상을 두고 오른쪽에 세워 두는 것은 입을 벌리고 있어 사자상이고 왼쪽에 세워 두는 것은 뿔이 있고 입을 다물고 있어 코마이누라 부른다고 한다. 헤이안平安 시대 초기에는 입을 벌린 것을 아阿형, 입을 다문 것을 훔吽형이라고 불렀다. 이 내용은 중요한 코드인데 뒤에서 금강역사와 같이 해설하겠다.
2. 코마이누와 해태
사자상을 하고 있고, 한쪽은 뿔이 난 개 형상이라는 점에서 코마이누는 해태獬豸(또는 海駝로도 표기)를 닮아 있다. 해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는 신수神獸이다. 해태는 한자 이름 표기 ‘海陀’에서 나타나듯이 물과 관련이 있어 화재를 막아 주는 영물로 인식됐다. 민속에서는 ‘해치’라고도 하며,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라고도 불렀다.법을 뜻하는 한자 法은 본래 灋(법 법)이 고자古字로서 灋은 水(물 수)+廌(해태 치)+去(갈 거)의 형태로 되어 있는 문자라고 한다. 여기서 水는 흐르는 냇가를, 廌는 시비是非를 가려 의롭지 않은 존재를 뿔로 밀어 버리는 공명정대함을, 去는 해태에 의해 사람이 처벌받는 모습이라 한다. 고로 원래 법이라는 글자는 해태의 공명정대함 아래 내려지는 심판을 의미한다(나무위키 법학 참고).
한국에서는 해태가 법의 상징이라는 본래 위치보다 화기를 억누르는 친숙한 영수靈獸로서 더 유명하다. 화기를 억누른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소방관 정복의 깃표장 디자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법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 있는 상징성 때문에 국회, 경찰청, 대법원, 대검찰청은 물론이고 일산 사법연수원에도 해태의 상이 세워져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해태 문양은 조선 시대 관리의 단령團領(관복)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법을 관장하는 사헌부의 수장 대사헌은 관복에 해태가 수놓인 흉배를 달았다. 서울 광화문 앞에도 해태 한 쌍이 놓여 있는데, 이것은 경복궁을 지을 당시 관악산이 품고 있는 화기를 불을 먹는 해태를 통해 억누르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3. 다이진은 금강역사의 상징
불교 문화에서는 부처님의 극락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천왕문天王門을 통과해야 한다. 천왕문은 부처님의 불법과 구도자들을 지켜 주는 수호신인 사천왕四天王이 안치된 전각이다. 동서남북의 4대 수호신으로 사천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다.『도전道典』 9편 38장에는 상제님께서 금산사 천왕문의 상량을 커다란 구렁이로 만드신 공사가 있다. 여기서 구렁이가 천왕의 목소리로 “죄지은 사람들은 다 나와라.”라고 했다. 죄를 지은 자는 천왕문을 통과 못 하니까 불법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종도사님께서는 “정법의 수호신이 될 때 부처님의 불국토 세계에 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사천왕과 더불어 금강역사金剛力士도 불법의 수호자라고 한다. 금강역사는 꼭 두 명이 쌍을 이루고, 사천왕과 마찬가지로 절의 입구나 부처님을 마주하는 공간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인왕仁王은 사찰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금강역사金剛力士라고도 불린다. 사찰의 문 외에도 석탑이나 부도의 탑신부 또는 사리기와 불감佛龕, 신중탱화에도 등장한다. 불보살과 사리를 수호하는 일을 맡는다. 보통 사찰 출입구의 금강문金剛門에는 두 명의 금강역사가 배치된다. 오른쪽은 입을 벌리고 있는 금강역사, 왼쪽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금강역사가 서서 사찰을 지킨다. - 불교신문 2416호
금강역사 한 쌍 중, 하나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신사 입구에 코마이누상이 하나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아阿형 금강역사는 말 그대로 ‘아’ 하고 입을 벌린 채 공격하는 모습을 취한다. 훔吽형 금강역사는 ‘훔’ 하고 입을 다문 채 방어하는 자세다.
아형 금강역사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 훔형 금강역사는 밀적금강密迹金剛이라고 부른다. 나라연금강은 천상의 역사力士로서 힘이 센 괴력의 소유자다. 밀적금강은 언제나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을 호위하는데 온갖 비밀스러운 사적事迹을 알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인왕상의 특징은 상체를 벗은 반나체에 권법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아阿와 훔吘은 비자 만트라
작품 속 다이진의 모델인 신사를 지키는 코마이누와 사찰을 지키는 금강역사 모두에 아阿형과 훔吽형이 있었다. 이것은 진리 세계를 지키는 음양적 두 존재가 아와 훔이라는 한 글자 주문을 외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훔阿吽에는 들숨 날숨이라는 뜻도 있고 위키피디아 일본판에는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는 찰떡궁합의 모습을 ‘아훔의 호흡’, ‘아훔의 사이’라고 부른다고 나온다. 아훔의 호흡이란, 서로가 서로의 호흡에 맞춤으로써 마치 하나의 호흡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밀교의 사유라고 한다.
아阿와 훔吘은 불교 경전을 쓰는 데에 사용한 범어 즉, 산스크리트어의 #시작(아)과 마지막(훔) 소리#이다. 부처님과 그의 말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인도 경전인 베다Veda 문화에 정통한 독일인 요아힘 베렌트Joachim E. Berendt(1922~2000)는 우주의 소리 중 비자 만트라가 될 수 있는 음절 네 가지를 옴Om, 아Ah, 훔Hum, 흐리Hrih로 꼽는다.
동방신선학교의 수행에서는 율국 시대 마고삼신 할머니께서 전수해 주신 천지율려 조화의 원형 소리 ‘옴’과 ‘훔’을 바탕으로 빛의 인간, 조화신선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생명의 두 주문, #시천주주侍天主呪#와 #태을주太乙呪#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옴唵이 시작이고 훔吽은 완성#을 뜻하는데, 코마이누와 금강역사에서 나타나는 아훔阿吽은 범어의 시작과 끝이다. 이것은 아와 훔을 옴과 훔의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 진언종真言宗의 시조인 구카이空海 스님은 『훔자의吽字義』(훔 자의 뜻)에서 “훔 자는 법신法身(阿 a), 보신保身(訶 ha), 응신應身(汙 o), 화신化身(麼 ma)의 사신四身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훔 자는 일체의 법法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하였다. 주보연의 저서 『밀교 사전』 책에서는 ‘훔은 아a, 하ha, 오o, 마ma 네 글자가 모여서 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티베트 밀교에서도 총지금강송이라 불리는 ‘#옴아훔唵阿吽#’의 삼자진언三字眞言 수행을 한다고 하니 더욱 그렇게 생각해 볼 만하다.
작품 속 다이진의 모델인 신사를 지키는 코마이누와 사찰을 지키는 금강역사 모두에 아阿형과 훔吽형이 있었다. 이것은 진리 세계를 지키는 음양적 두 존재가 아와 훔이라는 한 글자 주문을 외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훔阿吽에는 들숨 날숨이라는 뜻도 있고 위키피디아 일본판에는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는 찰떡궁합의 모습을 ‘아훔의 호흡’, ‘아훔의 사이’라고 부른다고 나온다. 아훔의 호흡이란, 서로가 서로의 호흡에 맞춤으로써 마치 하나의 호흡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밀교의 사유라고 한다.
아阿와 훔吘은 불교 경전을 쓰는 데에 사용한 범어 즉, 산스크리트어의 #시작(아)과 마지막(훔) 소리#이다. 부처님과 그의 말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인도 경전인 베다Veda 문화에 정통한 독일인 요아힘 베렌트Joachim E. Berendt(1922~2000)는 우주의 소리 중 비자 만트라가 될 수 있는 음절 네 가지를 옴Om, 아Ah, 훔Hum, 흐리Hrih로 꼽는다.
동방신선학교의 수행에서는 율국 시대 마고삼신 할머니께서 전수해 주신 천지율려 조화의 원형 소리 ‘옴’과 ‘훔’을 바탕으로 빛의 인간, 조화신선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생명의 두 주문, #시천주주侍天主呪#와 #태을주太乙呪#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옴唵이 시작이고 훔吽은 완성#을 뜻하는데, 코마이누와 금강역사에서 나타나는 아훔阿吽은 범어의 시작과 끝이다. 이것은 아와 훔을 옴과 훔의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 진언종真言宗의 시조인 구카이空海 스님은 『훔자의吽字義』(훔 자의 뜻)에서 “훔 자는 법신法身(阿 a), 보신保身(訶 ha), 응신應身(汙 o), 화신化身(麼 ma)의 사신四身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훔 자는 일체의 법法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하였다. 주보연의 저서 『밀교 사전』 책에서는 ‘훔은 아a, 하ha, 오o, 마ma 네 글자가 모여서 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티베트 밀교에서도 총지금강송이라 불리는 ‘#옴아훔唵阿吽#’의 삼자진언三字眞言 수행을 한다고 하니 더욱 그렇게 생각해 볼 만하다.
토지신을 모시고 재난의 문을 닫는 토지시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타난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일본 열도 지하에는 태곳적부터 미미즈라 불리며 목적도 의식도 없이 오로지 재앙을 일으키고 날뛰는 것을 본능으로 행동하는, 재앙 그 자체인 존재가 흐르고 있었다. 미미즈가 뒷문으로부터 빠져나와 지면에 닿으면 지진이 일어났으며, 과거에 미미즈가 완전히 풀려났을 땐 간토關東 지방 전체가 무너질 정도의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한다.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 토지신 ‘우부스나産土’를 섬기고 미미즈가 현세로 빠져나오는 출구인 뒷문을 봉인하는 업을 이어받는 ‘토지시閉じ師’라는 미지의 일족이 나타났으며, 이들은 우부스나의 힘이 깃든 영험한 열쇠를 품에 지니고 일본 열도 전국에 있는 폐허를 돌아다니면서 그 폐허에 숨겨진 뒷문을 봉인해 미미즈의 탈출을 막는다.
토지시閉じ師라는 한자는 닫을 폐閉 자와 스승 사師 자로 풀이되는데 이는 곧 ‘닫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뒷문을 닫는 폐문술사, 또는 봉인술사인 셈이다. 토지시가 땅의 기운을 읽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면 이들은 풍수를 다루는 지관地官들의 모습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 미미즈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 현상 자체이며, 토지신 우브스나와 사실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일본에서 지진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신화 중에서 타케미카즈치와 오오나마즈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거대한 메기(오오나마즈大鯰)가 일본 열도 밑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고, 그걸 타케미카즈치武甕槌大神라는 군신이 거대한 두 개의 요석으로 머리와 꼬리를 눌러 움직임을 봉인했다는 내용이다.
토지시들이 주문을 읽으며 ‘돌려드리옵니다.’를 외치는데 땅을 돌려준다는 말은 신카이 감독이 떠올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에 대한 독특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 때는 씨족신에게 기도를 바치며 토지를 사용하기 위한 허가를 받고자 ‘지진제地鎭祭’를 행하는데, ‘끝날 때’(건물이 무너지거나 재난으로 폐허가 될 때)에는 사람에게 장례를 치르는 것과 같은 의식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따라서 돌려준다는 말은 사람이 자연에서 잠시 빌려 쓴 것을 돌려준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진제地鎭祭는 토목 공사나 건물 신축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땅의 신(지신地神)에게 공사의 안전과 건물이나 집의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 의식이다. 일본에서는 신사神社의 신관이 주관하는 신토神道 의식에 따라 지진제가 거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도전道典』 말씀이 있다.
하루는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대인이나 소인을 막론하고 공사간公私間에 일을 이루려면 터를 정하여야 하나니 그러므로 기지신基址神에게 치성을 올리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4:57)
상제님께서는 일을 이루려면 터를 정해야 하고 기지신에게 치성을 올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증산도 도장道場에는 우주의 주재자이신 상제上帝님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지방신地方神과 주산主山의 신神까지 모시고 있다.
아뢰옵기도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시여. 머나먼 선조의 고향 땅이여.
오래도록 배령받은 산과 하천, 경외하고 경외하오며, 삼가 돌려드리옵나이다.
- 무나카타 소타, 토지시閉じ師의 기도문
오래도록 배령받은 산과 하천, 경외하고 경외하오며, 삼가 돌려드리옵나이다.
- 무나카타 소타, 토지시閉じ師의 기도문
감독이 직접 만든 주문이라고 한다. 배령拝領이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가 받다.’라는 뜻이다. 크게는 지구 어머니께 받은 땅이며, 『도전道典』 말씀으로 보면 기지신에게 허락받은 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지신基址神은 지방 기지基址(건물의 토대)를 맡은 신이다.
요석과 홍예문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아훔의 상징이면서 일본 전역의 지진 재앙을 억누르고 있는 동서의 두 요석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요석은 도쿄에서 가까운 카시마鹿島 신궁의 요석으로, 요석을 보호하는 요석사까지 따로 있다. 요석을 향해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동전을 던져 넣기도 한다.
요석要石의 사전적 의미는 ‘홍예문虹霓門(무지개문)의 중앙 마루에 있는 쐐기 모양의 돌’이다. 홍예문은 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원형이 되게 만든 아치형 문이다. 요석은 종석宗石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keystone이라 한다. 아치형 벽돌 구조의 정가운데에 끼워서 구조물 전체를 균형에 맞게 지탱하는 부채꼴 형태의 이맛돌을 일컫는 말이다. 아치형 석조 구조물의 가장 중요한 돌로, 이 돌 하나가 빠지면 구조물 전체가 붕괴된다.
서양 건축 문화, 특히 로마에서는 아치형 건축이 아주 많이 사용되었는데, 한국의 아치형 건축은 홍예문이다. 사전에서도 요석이 홍예문의 마룻돌이라고 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홍예문은 금산사 돌무지개문이다. 영화의 요석이 상제님 천지공사의 중요한 장소와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상제님이 무지개문에 앉으셔서 인사의 주인공 태운장 김형렬 성도의 집으로 가신 사건은 뭐냐. 인간으로 오신 미륵부처님이 가을 천지개벽 인류 구원의 실제 첫걸음을 태운장이 모시고 돌무지개문에서 내려오시면서 인간 세간사를 향해 떼신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가을 천지개벽, 후천 선경 세계, 미륵님의 용화낙원을 여시는 그 거룩한 인류 구원의 첫걸음, 미륵님의 첫걸음은 그런 역사적인 큰 의미가 있다. 무지개문이라는 것은 햇빛이거든. 남방, 밝은 태양 광명을 상징한다. 무지개 색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으로, 이 돌무지개문은 희망의 문, 개벽의 문, 광명의 문이다. - 종도사님과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여기까지의 내용을 총정리해 보면, 영화에서 재난을 막는 두 마리의 다이진은 아阿와 훔吽이라는 주문 문화와 관련 있으며 이들은 키스톤이며 요석인데, 요석은 본래 홍예문, 무지개문 중앙의 쐐기돌을 의미한다. 또한 영화가 증산도 『도전道典』을 보고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절묘하게도 상제님께서 인류 구원의 첫걸음을 이 돌무지개문에서 시작하셨다는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은 모두 문과 관련이 있다. 〈너의 이름은〉에서 신사의 신녀인 ‘미츠하’가 도리이 문 앞에서 기도를 올렸고, 〈날씨의 아이〉 주인공 ‘히나’는 신사의 도리이 문을 통과하면서 날씨를 통제하는 힘을 얻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스즈메는 토지신에게 기도하며 재난의 문을 닫는다. 스즈메는 재난의 문을 닫지만, 상제님께서 내려오신 돌무지개문은 후천 선경을 여는 개벽의 문을 상징한다.
결론
감독은 〈너의 이름은〉에서 혜성 충돌을 믿지 않는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반복하여 방송하는 장면은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도 문을 사용하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스즈메가 재난을 막는 문을 열자 펼쳐지는 신비로운 저세상 풍경의 들판은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이 문을 열고서 자주 가는 메밀밭과 매우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문은 일상의 심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가고, ‘왔습니다.’ 하고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재해라는 것은 그러한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 신카이 마코토
생각해 보면 ‘다녀오겠습니다.’는 문단속만큼이나 올드하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말일 수 있다. 단순하고 의례적인 인사말이지만, 재해나 사고의 순간에 부닥치면 이 말만큼 듣고 싶은 말이 없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말 아니었던 그 말 한마디가 사고로, 병으로, 지진으로, 재난으로 누군가를 잃어 본 사람에게는 너무나 사무치게 그립고 반가운 말일 것이다.
자연재해와 재난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생각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하는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는 일상 언어가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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