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으로 보는 문화 이야기 | 왼손과 오른손으로 본 차별과 억압의 문화사 - 음양(3) -

[한문화]

본부 김덕기

들어가는 말


남녀 차별, 인종 차별, 빈부 차별…. 지금 우리가 사는 선천 상극相克의 세상은 수많은 차별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나와 남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차별입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근원적인 차별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차별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차별의 문화사를 음양론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본고는 역사민속학자 주강현의 『왼손과 오른손 -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를 주로 참고하였다.


왼손을 차별한 오른손


지금까지 인류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사물을 맡은 선천 세상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별과 대립으로 얼룩진 역사와 문화를 창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녀 차별, 인종 차별, 빈부 차별…. 지금 우리가 사는 선천 상극의 세상은 수많은 차별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나와 남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차별입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근원적인 차별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몸을 차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왼손과 오른손에 대한 차별입니다.

오른쪽으로 돌려야 닫히는 병뚜껑, 오른손으로 열어야 하는 문, 오른쪽으로 써 나가야 하는 글씨…. 지금은 왼손잡이가 살기에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 모든 게 오른손잡이 위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왼손잡이가 독특한 존재였습니다. 왼손잡이가 태어나면 혹시라도 차별받을까 봐 오른손으로 밥 먹고 글씨 쓰는 걸 가르쳤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에 비해 9대 1 정도로 우세한 비율로 태어나고 있으니, 오른손잡이에 맞춰서 세상이 형성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적으로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왼 손바닥에 잔주름이 많으면 고생한다.
왼손으로 밥 먹으면 도둑놈이 된다.
왼손잡이 며느리는 안 좋다.


왼손을 기피하고 오른손을 선호하는 것은 동서양 공통입니다. 기독교 문화에서 대개 이브는 왼손으로 선악과를 따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최후의 심판’이라는 그림에서 예수님은 오른손을 천국의 밝은 곳을 향해 올리고, 왼손은 아래의 어두운 지옥을 가리킵니다. 힌두교도들은 오른손으로 식사하고, 왼손으로는 용변을 처리하는 등 불결한 일을 처리합니다. 이슬람 사회에서도 왼손을 불결한 것으로 취급합니다. 오른손과 왼손의 차별을 사회와 종교적인 면에서 탐구한 학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로베르 에르츠Robert Hertz(1881~1915)입니다.

우리의 두 손만큼 완벽하게 닮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두 손은 또한 얼마나 불평등하던가! 명예와 돋보이는 칭호, 특권은 오른손으로 향한다. 오른손은 행위하고 명령하고 장악한다. 반대로 왼손은 멸시받고 비천한 보조 역할을 맡는다. 왼손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것은 거들고 보좌하거나 아니면 잠자코 있을 따름이다. 오른손은 모든 귀족의 상징이자 전형이며 왼손은 모든 서민의 상징이자 전형이다.
- 로버트 에르츠, 『죽음과 오른손』 73쪽


그는 ‘오른손을 존중하는 사상은 오른손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른손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전 인자의 중요성만큼이나 사회적 인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성스러운 오른쪽, 불결한 왼쪽


에르츠는 세계를 이원적으로 구분하는 사회적, 종교적 관념에서 오른손과 왼손의 불평등을 찾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른쪽과 왼쪽을 성聖과 속俗, 순수와 불순의 이원적 양극성으로 보는 종교의 교리 체계입니다.

실제로 많은 종교에서 생명의 원천인 태양이 떠오르는 밝은 동쪽과 남쪽을 성스러운 방위로 여깁니다. 이에 반해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드는 서쪽과 북쪽은 불길한 방위로 여깁니다. 기도할 때도 당연히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합니다. 이때 오른쪽은 남쪽이 되므로 빛과 열기를 상징하고, 왼쪽은 어둠과 냉기를 상징합니다.

[#고대 아랍인들은 좌측을 북쪽 및 시리아와 동일시했다. …… 시리아를 표현하는 아랍어는 샘(Sam)이다. 그 어원의 의미는 ‘불운’이나 ‘흉조’, 그리고 ‘좌측’이다. …… 반대로 아랍 중심부의 남쪽과 우측은 ‘축복’을 뜻했다. - 주강현, 『왼손과 오른손』 105쪽#}

기독교에서 남성은 밝음으로 오른쪽에 해당하고, 여성은 어두움으로 왼쪽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신은 이브를 창조하기 위해 아담의 왼쪽 갈비뼈 하나를 떼어 냈습니다. 신체의 왼쪽과 여성은 그 본질이 같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후의 심판에서 의로운 자를 상징하는 어린양은 오른쪽, 악한 자를 상징하는 염소는 왼쪽에 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오른쪽에는 선한 도둑, 왼쪽에는 악한 도둑이 세워졌습니다. 오른쪽과 왼쪽, 남성과 여성, 빛과 어둠, 천상과 지상은 종교의 세계에서 양극성의 범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입니다.

이런 관념은 언어에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독일어에서 왼쪽을 나타내는 link는 ‘어색하다’는 의미가 있고, 오른쪽을 나타내는 recht는 ‘정의, 정당함, 훌륭함’ 등을 나타냅니다. 불어에서도 오른쪽을 나타내는 단어 droit는 ‘곧다, 정직, 정의’란 의미이고, 왼쪽을 나타내는 gauche는 ‘비뚤어지다, 어색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인도와 유럽의 여러 언어에서도 오른쪽이라는 말은 강함, 성스러움, 행복, 아름다움 등을 표현하는 데 반하여 왼쪽은 약함, 속됨, 불결, 무능력, 추악 등을 표현한다. …… 영어에서 right(오른쪽)라는 말은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right)’는 뜻을 암시한다. …… ‘too right’, ‘that’s all right’ 등이 ‘만사형통’이란 관용어인 것도 오른쪽의 행운을 말해 준다. …… 반면에 left(왼쪽)는 ‘무시된다’는 뜻을 암시한다. 먹다 남은 것, 시대착오적인 유풍이나 관습을 뜻하는 ‘left over’에 왼쪽이 매개되어 있음은 그만큼 서구 사회에서 ‘왼쪽은 구닥다리’란 사고가 뿌리 깊게 존재함을 증명한다.
- 주강현, 『왼손과 오른손』 112~113쪽


오른쪽과 왼쪽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중세 국어에서 ‘올ᄒᆞ-’는 옳다는 의미가 있고, ‘외다’는 그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옳다’의 반대말이 ‘외다’인 것입니다. 그래서 ‘왼일’이란 그릇된 일, 잘못된 일을 뜻합니다. 동양과 서양 모두 방향을 뜻하는 오른쪽과 왼쪽에 ‘옳다’, ‘그르다’는 상반된 뜻을 적용한 것입니다.

왼고개를 젓다 – 반대나 부정의 뜻을 나타낸다.
왼고개를 틀다 – 바로 보지 않고 외면하다.
왼발 구르고 침 뱉는다 – 무슨 일에든지 솔선해 나서지만 곧 뺑소니친다.
왼새끼를 내던졌다 – 두 번 다시 돌아볼 생각 없이 아주 내던지다.


음양의 조화를 논하는 유교에서는 역설적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차별이 더 심각합니다. 정도正道는 우도右道, 이단은 좌도左道라고 합니다. 이런 영향은 최근까지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음을 비하하는 잘못된 관념이 생겨서 여성을 억압하는 남존여비男尊女卑의 풍조가 빚어졌습니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조차 여자는 왼쪽으로 남자는 오른쪽으로 걸어야 하는 엄격한 내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대한제국 시기까지도 서울 종로 거리에서 천민과 마소는 좌측통행, 양반은 우측통행을 했습니다.

우파는 보수, 좌파는 진보


지금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져서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상극적인 대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태극은 음양陰陽으로 분화하고, 음양은 다시 사상四象으로 분화합니다. 그처럼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다시 서로 갈라져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영남과 호남의 갈등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민 분열에 비하면 영호남의 갈등은 조족지혈에 불과했습니다. 2022년 말, 대한민국의 어느 가족 모임에서 고성이 오가는 일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 이유는 지지하는 정당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통합하고 바르게 다스려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갈라놓고 결사 투쟁을 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정치 자체는 태극입니다. 태극은 음양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 집단은 정권을 잡은 여당與黨과 잡지 못한 야당野黨으로 나뉩니다. 그중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당을 우파右派라고 하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당을 좌파左派라고 합니다. #정치의 두 날개라는 뜻으로 우파는 우익右翼, 좌파는 좌익左翼이라고 합니다. 본래는 절대적인 정치적 이념이나 운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이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투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좌파와 우파의 유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좌파와 우파라는 말이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혁명기 때부터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에서 볼 때 오른쪽에 왕당파가 앉고, 왼쪽에 공화파가 앉은 것이 그 기원이다. 공화파가 장악한 1792년의 국민공회에서도 왼쪽에 급진적인 자코뱅파 의원들이 앉고 오른쪽에 보수적인 지롱드파 의원들이 앉았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중간파인 마레당이 앉았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보수적이거나 혁명의 진행에 소극적이고 온건한 세력은 우파로, 상대적으로 급진적이고 과격한 세력은 좌파로 나누는 것은 혁명기에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 - 『시사상식사전』


태생부터 권력과 빈부의 차별로 생긴 좌파와 우파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좌파와 우파라는 말이 단순하게 앉은 자리 때문에 생겼으므로 별 게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우파는 대체로 경제적 자유와 사회 질서의 유지를 옹호하고, 좌파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평등을 위한 정부의 개입과 사회의 진보를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좌파는 공산주의⋅사회주의 체제의 신봉자, 우파는 자본주의⋅민주주의 체제의 신봉자라는 뜻으로 구분되어 사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보수파는 의장석의 오른쪽에 앉고, 진보파는 왼쪽에 앉은 것일까요? 그 이유도 앞서 살펴봤던 오른쪽과 왼쪽의 차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영어에서 right-handed는 ‘예우받는 사람, 특별히 신뢰를 받는 지위, 상석上席, 우위로 생각되는 경우, 믿을 만한 사람, 오른팔(심복)’이라는 뜻입니다. 이에 반해 left-handed는 ‘서투른, 솜씨 없는, 의심스러운, 애매한, 성의가 없는, (결혼이) 신분에 맞지 않는, 불길한, 상서롭지 않은’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따라서 의장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상석上席, 왼쪽이 하석下席이 됩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귀족을 중심으로 한 왕당파는 의장석의 오른쪽에 앉고, 평민 계층을 중심으로 한 공화파는 왼쪽에 앉은 것입니다.

그런데 좌파와 우파의 대립은 이보다 이른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태동했습니다. 조선 선조 초에 당대의 문사였던 김효원金孝元과 당대의 권세가였던 심의겸沈義謙 사이에 대립이 생겼습니다. 심의겸은 명종의 비妃인 인순왕후의 아우였습니다. 이때 신진 사류들은 김효원을, 기성 사류들은 심의겸을 각각 지원함으로써 동서 분당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김효원의 집은 도성 동쪽 낙산 건천동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을 동인東人이라고 불렀습니다. 심의겸의 집은 도성 서쪽 정동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을 서인西人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인과 서인은 단순히 지역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동쪽은 양陽의 방위로 동적動的이므로 진보적인 성향을 띱니다. 서쪽은 음陰의 방위로 정적靜的이므로 보수적인 성향을 띱니다. 동인과 서인을 좌우로 구분하면, 동인은 도성의 좌측이므로 진보좌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인은 도성의 우측이므로 보수우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서양이 좌파와 우파로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사는 곳에 의해 우연히 벌어진 일이지만, 우주원리로 보면 필연적인 사건으로 전개되어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극이 음과 양으로 나뉘어 대립하듯이, 정치 집단이 우파와 좌파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는 좌우에 이데올로기가 개입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런데 음과 양은 상극적인 대립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 화합하며 상생하고 있습니다. 음陰의 기운은 하강하고, 양陽의 기운은 상승하면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의 기운은 오로지 하강만 하고, 양의 기운은 오로지 상승만 한다면 변화變化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음과 양이 서로 만나야 합니다. 즉 하강하던 음의 기운은 상승하고, 상승하던 양의 기운은 하강해서 순환循環해야 합니다. 이를 나타낸 것이 태극太極입니다. 따라서 태극은 음양의 대립으로 인한 상극성相克性이 내재해 있지만, 음양의 조화를 통한 상생相生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는 좌우의 두 날개로 납니다. 그러므로 좌익이 없으면 우익도 없고, 우익이 없으면 좌익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상극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인류 화평을 이루는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겠습니다.*1)

*1) 한국의 근대사에서 좌익은 공산주의와 결합된 형태라는 특수한 사례로 나타났다. 본고에서는 보편성의 관점에서 좌익과 우익을 논하고 있다.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언뜻 보면 사람의 얼굴은 좌측과 우측이 똑같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눈과 두 코, 두 귀가 짝짝이고 얼굴도 비대칭입니다. 특히 왼손과 오른손은 크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힘마저 다릅니다. 왜 왼손과 오른손의 차이가 생긴 것일까요?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이를 좌승우강左昇右降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왼쪽은 동방으로 양입니다. 양은 본래 상승하는 성질을 가지므로 그 정기가 위를 향하여 두부에 집중됩니다. 그러므로 특히 왼쪽 눈이나 귀에 정기가 집중되므로 그쪽이 명료하며, 왼쪽 아래의 수족은 정기가 결핍되므로 그쪽은 불편합니다. 사람의 오른쪽은 서방으로 음입니다. 음은 본래 하강하는 성질을 가지므로 그 정기가 아래로 향하여 수족에 집중됩니다. 그러므로 오른쪽 수족에 특히 정기가 집중되어 그쪽의 작용이 강하고 편리하며, 오른쪽 눈이나 귀는 정기가 결핍되므로 왼쪽만큼 명료하지 못합니다.(東方陽也 陽者其精幷於上 幷於上則上明而下虛 故使耳目聰明 而手足不便也 西方陰也 陰者其精幷於下 幷於下 則下盛而上虛 故其耳目不聰明而手足便也) -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음양응상대론편陰陽應象大論篇」 <제오第五>


한의학에서 왼쪽은 동쪽, 오른쪽은 서쪽에 해당합니다. 동쪽은 양의 기운이 상승하는 방위이므로 아래쪽은 힘이 약하고, 위쪽은 힘이 강합니다. 그래서 왼쪽 팔다리는 힘이 약하고, 왼쪽 눈과 귀는 명료합니다. 서쪽은 음의 기운이 하강하는 방위이므로 위쪽은 힘이 약하고, 아래쪽은 힘이 강합니다. 그래서 오른쪽 눈과 귀는 명료하지 않고, 오른쪽 팔다리는 힘이 강합니다. 이것이 『황제내경』에서 밝힌 오른쪽 손발이 우세한 이유에 대한 설명입니다.*2)
*2)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발달하여 언어, 사고, 계산, 추리 능력이 뛰어나고, 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하여 예술, 감성,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음양의 좌우승강 이론은 인체 기능의 허하고 강함을 설명할 때 주효합니다. 예를 들어 침을 놓을 때 좌병左病에는 우右를, 우병右病에는 좌左를 취하여 음양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좌치우左治右 우치좌右治左’라고 합니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때도 좌우승강의 이론을 적용합니다. 양은 좌측으로 상승하므로 남자는 좌측이 됩니다. 음은 우측으로 하강하므로 여자는 우측이 됩니다. 이를 남좌여우男左女右라고 합니다.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이라는 남동여서男東女西와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이라는 서동부서壻東婦西도 같은 뜻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맥이나 손금, 자리 등을 볼 때도 남자는 왼쪽을, 여자는 오른쪽을 봅니다. 공수拱手 자세를 취할 때도 길사吉事(제사, 차례, 세배 등)에서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개고,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갭니다.
이렇게 왼쪽을 동쪽에 배속하고, 오른쪽을 서쪽에 배속하는 근거는 『주역周易』과 『예기禮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인남면청천하 향명이치
聖人南面聽天下 向明而治
성인은 남쪽을 향해 천하의 의견을 들어서 밝은 것을 향하여 다스린다.
- 『주역周易』 「설괘전說卦傳」

군지남향 답양지의야 신지북면 답군야
君之南鄕 答陽之義也 臣之北面 答君也
임금이 남향하는 것은 하늘에 보답하는 예이고, 신하가 북면하는 것은 임금께 보답하는 것이다.
- 『예기禮記』 「교특생郊特生」


이때는 지리상의 동서남북과 관계없이 천자가 앉은 자리가 북쪽이 됩니다. 천자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앉으면 좌측이 동쪽이 되고 우측이 서쪽이 됩니다. 이는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횡橫(가로)으로 볼 때는 등(후면)은 북쪽, 배(전면)는 남쪽, 왼쪽은 동쪽, 오른쪽은 서쪽에 배속합니다. 종縱(세로)으로 볼 때는 생명 기운이 모인 생식기가 북쪽, 머리는 남쪽, 왼쪽은 동쪽, 오른쪽은 서쪽이 됩니다. 그래서 생식기와 항문 사이를 모든 음 기운이 모인다는 뜻으로 회음會陰이라고 하고, 정수리는 모든 양 기운이 모인다는 뜻으로 백회百會라고 합니다.

오른쪽은 높고 왼쪽은 낮다


아무런 사심도 없이 순환하는 자연도 인간이 개입하면 차등이 생깁니다. 북쪽과 남쪽에서는 북쪽이 더 높습니다. 그 이유는 천자가 앉아 있는 북쪽이 상석上席이기 때문입니다. 동쪽과 서쪽에서는 양의 방향인 동쪽을 상석으로 봅니다. 이를 좌상우하左上右下라고 합니다.

그래서 임금님의 왼쪽에는 문관과 문관을 총괄하는 좌의정이 시립하고, 오른쪽에는 무관과 무관을 총괄하는 우의정이 시립합니다. 문관을 무관보다 우선시하고, 좌의정을 우의정보다 높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문관은 좌측인 동쪽에 서므로 동반, 무관은 우측인 서쪽에 서므로 서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둘을 합쳐서 양반이라고 합니다(문동반文東班 무서반武西班 시위양반是爲兩班). 전라좌수영(여수)⦁전라우수영(해남), 경상좌수영(부산)⦁경상우수영(충무) 등도 임금님이 계신 경복궁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눠 부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좌상우하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무리가 있습니다.*3)
*3) 윗사람을 돕는 것을 보필輔弼이라고 한다. 본래 좌보우필左輔右弼로 임금을 좌우에서 도우며 보살핀다는 뜻이다.


결혼식을 하다 보면 남자와 여자가 어느 쪽에 서야 할지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좌여우⋅남동여서는 북쪽을 상석으로 놓았을 때 성립합니다. 결혼식에서는 주례 선생님이 서 있는 곳이 상석입니다. 만약 신랑과 신부가 하객을 향해 서 있다면 하객이 상석이 됩니다. 즉 어른이나 모임의 중심이 되는 곳이 상석이 되는 것입니다. 상석을 기준으로 남자가 동쪽에 서고 여자가 서쪽에 서는 남동여서도 좌상우하左上右下의 원칙 때문입니다. 풍수지리에서는 체백이 있는 무덤이 상석입니다. 그러므로 무덤을 기준으로 좌측 산줄기가 좌청룡左靑龍이고, 우측 산줄기가 우백호右白虎입니다.

제사상을 차릴 때는 방위와 좌우가 혼용되고 있습니다. 제사를 받는 신주神主를 상석으로 볼 때는 동과 서로 나눕니다. 즉 신주의 좌측이 동쪽, 우측이 서쪽이 됩니다. 제사를 드리는 제주祭主 위주로 볼 때는 좌와 우로 나눕니다.

선천은 억음존양의 세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인류는 오른쪽을 높이고 오른손을 성스럽게 여겨 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과 정오의 태양이 비치는 남쪽을 성스러운 방위로 여긴 종교의 교리 체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종교는 왜 어두움보다 밝음을, 달보다 태양을, 여자보다 남자를, 왼쪽보다 오른쪽을 성스럽게 여긴 것일까요? 그 해답은 오로지 상제님께서 밝혀 주신 ‘우주 1년’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선천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세상이라. (도전道典 2:52:1)

선천에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않았으니 이는 지덕地德이 큰 것을 모름이라. 이 뒤에는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드는 것이 옳으니라. (도전道典 2:51:2~3)


하루에서 아침과 점심은 밝은 양의 시간대이고, 저녁과 밤은 어두운 음의 시간대입니다. 1년에서 봄과 여름은 만물이 생장生長하는 양의 시간대이고, 가을과 겨울은 만물이 염장斂藏하는 음의 시간대입니다. 우주에는 천지가 인간 농사를 짓는 우주 1년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 1년에도 지구 1년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있습니다. 우주 1년의 전반기인 선천 봄⋅여름철은 인류 문명이 생겨나 발전하는 양의 시간대이고, 후반기인 후천 가을⋅겨울철은 인류 문명이 성숙하고 휴식하는 음의 시간대입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선천 봄⋅여름철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인류 문화도 음을 억누르고 양을 존중하는 억음존양抑陰尊陽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개 양의 방향인 오른쪽을 숭상하는 데 반해, 동양에서는 왼쪽을 더 높게 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양에서 음을 더 존중했기 때문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서양만큼 동양에서도 오른쪽을 높이고, 여성을 억압하며 차별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가 있었음에도 아직 명확한 설명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 이 문제를 역 철학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동서남북을 표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서양에서 방위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을 기준으로 먼 쪽을 북쪽, 오른쪽을 동쪽, 가까운 쪽을 남쪽, 왼쪽을 서쪽으로 놓습니다. 둘째는 동양에서 방위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을 기준으로 먼 쪽을 남쪽, 오른쪽을 서쪽, 가까운 쪽을 북쪽, 왼쪽을 동쪽으로 놓습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상석입니다. 그러므로 서양은 남쪽을 상석으로 여기고, 동양은 북쪽을 상석으로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아침과 동쪽, 해가 중천에 떠오른 점심과 남쪽은 양에 배속합니다. 그리고 해가 지는 저녁과 서쪽, 해가 모습을 감춘 밤과 북쪽은 음에 배속합니다. 북쪽은 만물이 고요히 쉬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며 생명의 뿌리가 되는 방위입니다. 그래서 변화의 본체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북쪽을 상석으로 여긴 것입니다. 천자가 앉아 있는 상석을 북쪽으로 본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남쪽은 만물이 변화 운동을 하는 방위입니다. 그래서 변화의 작용을 중시하는 서양에서는 남쪽을 상석으로 여긴 것입니다. 프랑스 혁명에서 의장석의 오른쪽에 귀족 중심의 보수파가 앉은 것은 의장석을 상석인 남쪽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양과 동양의 방위를 다시 보겠습니다. 서양의 기준으로 상석인 남쪽에 앉아서 오른쪽을 보면 동쪽이 됩니다. 동양의 기준으로 상석인 북쪽에 앉아서 좌측(왼쪽)을 보면 동쪽이 됩니다. 따라서 동양과 서양 모두 양의 방향인 동방을 숭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양과 서양은 모두 오른손을 높였습니다. 서양은 오른쪽과 동쪽이 일치하므로 큰 혼란이 없습니다. 그러나 동양은 오른쪽과 동쪽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동서로 말할 때는 동쪽을 높이고, 좌우로 말할 때는 좌측을 높인 것입니다. 제사상에서 상석의 기준에 따라 좌우, 또는 동서라는 두 가지 표현 방식을 사용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좌우를 동서와 결부시키지 않을 때는 동양에서도 오른손을 중시합니다.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후천 가을


그런데 왼쪽을 오른쪽보다 더 높이 치는 때가 있습니다. 병가兵家의 경우에는 지위가 낮은 편장군偏將軍은 왼쪽에 거처하고, 지위가 높은 상장군上將軍은 오른쪽에 거합니다.

군자거즉귀좌 용병즉귀우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군자는 평상시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전쟁 시에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 『도덕경』 <31장>


동양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은 양으로 보고, 돌아가신 분은 음’으로 봅니다. 그래서 ‘산 사람은 동쪽을 상석으로 하고, 죽은 사람은 서쪽을 상석(생자生者 이동위상以東爲上 사자死者 이서위상以西爲上)’으로 합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는 지방紙榜에 남자는 서쪽, 여자는 동쪽에 신위를 씁니다. 밥그릇과 국그릇도 반대로 놓습니다. 흉사凶事(조문, 장례, 초우初虞, 삼우三虞까지)에서 남자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개고, 여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갭니다.

인류 문화에서 늘 정상은 오른쪽이고, 비정상은 왼쪽입니다. 그런데 비정상은 ‘범상치 않다’는 뜻도 됩니다. 우리 문화에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금禁줄’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오른쪽으로 새끼를 꼬다가 금줄을 만들 때는 왼새끼를 꼽니다. 금줄에는 부정不淨한 것을 막아 주는 금지禁止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21일 동안 금줄을 치는 것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삼칠일三七日 금기를 통해 새 생명은 온전한 생명체로 존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줄에는 신성성神聖性이란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4)
*4) 금줄은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민속으로 검줄⋅검석⋅금색⋅금구줄⋅금계줄⋅금기줄⋅건구줄⋅금새기⋅동줄⋅송침⋅새내기⋅좌삭座索⋅문삭門索 등 지역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금줄에 다는 빨간 고추는 남자아이를 상징하고, 솔가지는 여자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일제 시기 국학자 이능화는 금줄을 ‘감줄’로 간주하면서, ‘감’은 검, 곰, 한과 같은 고대어와 상통하는 신성어로 추정하였다. …… 이 경우 대표적인 예가 장승, 탑, 당수나무 등에 감아 둔 금줄이다. …… 이 시각을 받아들인다면, 금줄 문화가 한민족의 출발 당시부터 있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교 문화, 불교 문화 어디를 찾아보아도 우리식 금줄은 없다. - 주강현, 『왼손과 오른손』 320쪽


상제님께서는 후천 가을철이 되면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건곤乾坤을 짓게 한다.”(도전道典 4:59:2)고 하셨습니다. 후천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모든 차별이 없어지는 정음정양의 세상입니다. 그때에는 가장 먼저 왼손과 오른손의 차별부터 사라지리라 확신합니다.

장차 천하만방의 언어와 문자를 통일하고 인종의 차별을 없애리라. (도전道典 2:19:6)

묵은하늘이 그릇 지어 서자와 상놈의 원한이 세상을 병들게 하였느니라. 이제 내가 적서嫡庶의 차별을 없이하였노라. (도전道典 2:56:2~3)

후천에는 빈부의 차별이 철폐되며,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이 바라는 대로 빼닫이 칸에 나타나느니라. (도전道典 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