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무극대도 | 주역 육십 번째 과불급하지 않는 중도中道를 표상하는 수택절괘水澤節卦䷻
[기고]
한태일(인천구월도장 교무도군자)
넘치면 흐르고 부족하면 고이듯이
위에는 물괘(水,☵), 아래는 못괘(澤,☱)로 못에 물이 차 있는 모습이며 절괘節卦라 합니다. ‘물[水]이 못[澤]에 절[節]하다’는 말은 못에 있는 물이 넘치면 흐르고 부족하면 고이듯이 알맞게 차 있는 것을 뜻합니다. 만약 홍수가 났다거나 가뭄이 들었을 경우, 못의 물은 절節이 안 된 것이죠(不節). 절節 자에 대나무(竹)가 들어 있듯 절은 대나무의 ‘마디’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 의외로 단단하며 비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습니다. 절節의 용례를 보면 식물의 마디, 동물의 관절關節, 시간의 마디(時節), 계절의 절기節氣, 삼가하는 절제節制 등에 쓰입니다.
수택절괘水澤節卦의 절節에는 ①과불급하지 않는 중도中道, 중정中正의 뜻과 ②때[時]의 변화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주역은 ‘그때[時]의 적정한 타임[中]’을 중요시하여 ‘시중時中’의 학문으로도 불립니다. 아울러 ‘때[時]의 운수[運]’를 다루어 시운時運을 밝혀내기도 합니다. 특히 수택절괘는 괘명[節卦]처럼 ‘때[時]의 마디[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을 공부하는 자는 수택절괘를 통해 절괘가 의미하는 ‘시절時節’을 곱씹어 봐야 합니다.
‘때’라는 시간의 단위는 ‘마디’로 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시간 단위는 연월일시입니다. 연월일시는 하루의 마디(12시간), 한 달의 마디(30일), 일 년의 마디(12달)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동양의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도 식물의 줄기[干]와 가지[支]를 나타낸 글자로 10마디와 12마디로 되어 있어 이 둘을 결합하여 만든 간지干支는 60마디(60간지, 60갑자)가 됩니다. 태어난 해의 간지가 돌아오는 60살의 생일을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마디인 것이죠.
60살 회갑, 60번째 절괘節卦
신기하게도 주역 64괘 중에서 60번째 괘의 이름도 수택절節이라 합니다. 그리고 1번째 중천건괘에서 60번째 수택절괘까지 ‘360효’(60괘×6효)가 되어 360일의 주천상수周天常數가 바로 절괘節卦에서 완성됩니다. 참고로 지구년과 우주년을 서로 비교해 보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송죽처럼 한마음을
☯ 괘 사
節(절)은 亨(형)하니 苦節(고절)은 不可貞(불가정)이니라
절은 형통하니 쓴 절은 가히 바르지 못하느니라.
절은 형통하니 쓴 절은 가히 바르지 못하느니라.
☞ 절은 형통하니(節亨): 수택절[節]괘는 형통[亨]하다고 합니다. 왜 절節이 형통하다고 할까요? 여기서 절節은 ‘때(時節), 절제節制, 절도節度’를 나타내며, ‘시중時中과 중도中道’를 의미합니다.
세상사는 때가 중요합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빨라도, 또는 늦어도 성공할 수 없으며, 바로 ‘그때’에 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일이란 분수를 지키고 중도에 충실해야 형통하게 됩니다. 중中의 다른 말이 절節로서 ‘중절中節=만사형통’이란 등식이 성립합니다. 불상사는 중도를 지키지 못해 욕심을 낼 때 생깁니다.
동양 사상의 기저에는 ‘중中’과 ‘조화調和’를 중요시합니다. 『주역』도 중정을 모토로 하며, 『중용』 또한 중도를 추구합니다. 『중용』은 ‘중中’ 자 한 글자로 집약되는데 바로 ‘윤집궐중允執厥中’입니다. 이 말은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와 『서경』에 나오는데, 순舜임금이 우禹임금에게 전했다는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한결같아야 진실로 그 중도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유가에서 도통의 연원으로 삼는 명문장입니다.
▶절괘와 대나무: 사군자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의 장점을 군자의 인품에 비유한 말입니다. 대나무는 사군자 중에서 유일하게 꽃은 없지만 사시사철 푸르른 잎사귀가 있어 군자의 절개節槪와 충절忠節을 상징합니다. 대나무와 관련하여 ‘허심청절虛心淸節’이라는 말이 있는데 ‘줄기는 비어 있으나 단단한 마디에 의해 푸른 절조가 지켜진다’는 의미로 ‘대쪽 같은 사람’을 지칭할 때 씁니다. 대나무는 매화, 소나무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도 불립니다.
★ 상제님 대도진리: 절[節]괘가 형통[亨]한 것은 ‘그때’를 알기 때문입니다. 상제님의 대도가 천하를 석권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인종 씨를 추리는 추살개벽의 그때를 알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 때를 아는 사람은 실수가 없나니, 걱정 말라.
(도전 5:392:2)
* 세계 대운이 조선으로 몰아 들어오니 만의 하나라도 때를 놓치지 말라. (2:36:1)
수택절괘는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와 관련이 있는데, 도전에는 이에 관한 성구들이 있습니다.
* 마음 지키기가 죽기보다 어려우니라. 사람 마음이 열두 가지로 변하나니, 오직 송죽(松竹)처럼 한마음을 잘 가지라. (8:6:1~2)
* 송죽의 이치를 생각하며 언제든지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라. (9:206:18)
* 송죽의 절개는 엄동설한에야 안다는 속언이 있다. 사람의 절개가 변함없이 깨끗하고 굳센 것을 여느 때에는 잘 알 수 없고 어렵고 힘든 때라야 알 수 있다. (9:206:18 측주)
* 대나무같이 속이 통통 비어 있는 도통자라야 안단 말이다. (10:35:9)
(도전 5:392:2)
* 세계 대운이 조선으로 몰아 들어오니 만의 하나라도 때를 놓치지 말라. (2:36:1)
수택절괘는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와 관련이 있는데, 도전에는 이에 관한 성구들이 있습니다.
* 마음 지키기가 죽기보다 어려우니라. 사람 마음이 열두 가지로 변하나니, 오직 송죽(松竹)처럼 한마음을 잘 가지라. (8:6:1~2)
* 송죽의 이치를 생각하며 언제든지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라. (9:206:18)
* 송죽의 절개는 엄동설한에야 안다는 속언이 있다. 사람의 절개가 변함없이 깨끗하고 굳센 것을 여느 때에는 잘 알 수 없고 어렵고 힘든 때라야 알 수 있다. (9:206:18 측주)
* 대나무같이 속이 통통 비어 있는 도통자라야 안단 말이다. (10:35:9)
☞ 쓴 절은 가히 바르지 못하느니라(苦節不可貞): 쓴 절(苦節)은 중절中節이 지나쳐 절도에서 벗어난 절節입니다. 도가 지나친 절도에서는 절제의 미학을 찾아볼 수 없으며 쓴맛만 안겨 줄 뿐입니다. 그런 쓴 절은 반듯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중도[中]를 지킨 절도[節]는 형통하지만, 중도를 벗어난 절도는 바르지 않습니다. 육효사에서는 구오를 감절甘節, 상육은 고절苦節이라 하였습니다. 구오는 상괘에서 가운데[中]와 바른[正] 자리에 있으므로 감절로 표현하였고, 상육은 끝자리라서 그 도가 궁해져서 고절이라 하였습니다.
천지가 절節로써 사시를 이루니
☯ 단사
彖曰(단왈) 節亨(절형)은 剛柔分而剛得中(강유분이강득중)할새오
단전에 이르길 “‘절형節亨’은 강과 유가 나뉘고 강이 중을 얻었기 때문이요
苦節不可貞(고절불가정)은 其道窮也(기도궁야)일새라
‘고절불가정苦節不可貞’은 그 도가 궁하기 때문이다.
說以行險(열이행험)하고 當位以節(당위이절)하고 中正以通(중정이통)하니라
기쁨으로써 험함을 행하고, 자리에 마땅하여 절도 있게 중정으로써 통한다.
天地節而四時成(천지절이사시성)하나니 節以制度(절이제도)하야
不傷財(불상재)하며 不害民(불해면)하니라
천지가 절節로써 사시를 이루나니, 절節로써 법도를 지으며, 재물을 상하지 아니하며, 백성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단전에 이르길 “‘절형節亨’은 강과 유가 나뉘고 강이 중을 얻었기 때문이요
苦節不可貞(고절불가정)은 其道窮也(기도궁야)일새라
‘고절불가정苦節不可貞’은 그 도가 궁하기 때문이다.
說以行險(열이행험)하고 當位以節(당위이절)하고 中正以通(중정이통)하니라
기쁨으로써 험함을 행하고, 자리에 마땅하여 절도 있게 중정으로써 통한다.
天地節而四時成(천지절이사시성)하나니 節以制度(절이제도)하야
不傷財(불상재)하며 不害民(불해면)하니라
천지가 절節로써 사시를 이루나니, 절節로써 법도를 지으며, 재물을 상하지 아니하며, 백성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 절형은 강과 유가 나뉘고 강이 중을 얻었기 때문이오(節亨剛柔分而剛得中): ‘절형節亨’이란 ‘수택절괘[節]가 형통[亨]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대나무는 중간중간에 ‘마디[節]’가 있어 다른 나무들보다 더 크게 자라고, 더 유연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는 어느 시점이 되면 생장을 멈추는데 바로 멈추었을 때 마디를 만듭니다. 즉 멈춤이 멈춤으로 끝난 게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것이죠. 이런 생장生長과 휴지休止라는 마디[節]가 있기 때문에 더 높이 자라며 유연해집니다. 그러므로 대나무의 경우 마디[節]가 대나무를 형통[亨]하게 해 주는 것이죠.
여기서는 절節이 형통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네요. ①강剛[陽]과 유柔[陰]로 나누어져야 하고, ②강剛[陽]이 득중得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수택절괘(䷻)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지 살펴봅시다.
첫째 조건: 절괘는 3양효(초구, 구이, 구오)와 3음효(육삼, 육사, 상육)로 되어 있어 강[陽]과 유[陰]가 3:3으로 정확히 나누어져 있습니다.
두 번째 조건: 구이와 구오 둘 다 강剛[陽]으로써 하괘와 상괘에서 각각 득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절괘는 형통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 고절불가정苦節不可貞은 그 도가 궁하기 때문이다(苦節不可貞其道窮也): 쓴 절(苦節)은 수택절괘에서 가장 끝자리에 있는 상육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즉 구오처럼 중도를 지키지 못해서 ‘쓴 절’이 된 것이죠. 정도에서 벗어나서 곤궁하게 되어 그렇습니다.
☞ 기쁨으로써 험함을 행하고(說以行險): 이 구절은 수택절괘의 성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괘전」에 보면 아래 못괘인 태괘兌卦(☱)는 ‘기뻐하다(兌說也)’로, 위 물괘인 감괘坎卦(☵)는 ‘험하다(坎險也)’로 풀이합니다. 즉 수택절괘는 안으로 기쁜(說) 마음을 지니고서 밖에 나가 험한(險) 세파를 헤쳐 나가는 괘입니다. 또한 수택절괘를 형이하·형이상학으로 말하면, 하괘는 형이하학(물질)으로, 상괘는 형이상학(정신)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자리에 마땅하여서 절도 있게 중정으로써 통한다(當位以節中正以通): 이 구절은 구오를 두고 한 말입니다. 구오는 양효로써 양 자리에 있어 마땅하며, 또 상괘의 가운데와 바른 자리에 있어 중정中正합니다. 이처럼 제자리에 있고 중정하니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어 하는 일들이 절도가 있습니다. 또 상괘는 물괘(☵)로 물은 통하는 것(坎爲通)인데 상괘에서 득중한 구오는 군왕으로서 수택절괘의 모든 효들과 잘 통합니다.
☞ 천지가 절節로써 사시를 이루나니, 절節로써 법도를 지으며, 재물을 상하지 아니하며, 사람에게도 해롭게 하지 않느니라(天地節而四時成節以制度不傷財不害民): 천지가 절節로써 사시를 이룬다는 것은 하늘은 24절기, 땅에는 24방위, 사람에게는 24개의 척추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주의 시공간과 인체는 모두 마디[節]를 갖고 있습니다. 사시四時(춘하추동春夏秋冬)는 하늘의 대표적인 마디[節]입니다. 천지인은 사시四時(:천), 사방四方(:지), 사지四肢(:인)의 마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시로 인해 수많은 변화가 생겨납니다. 천지의 변화 마디를 보고 인간이 이를 본받아 여러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제도와 법도가 살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자연의 절기에 순응하여 책력을 만들어 그에 따라 농사를 짓고, 또 자연의 변화 마디에서 본받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제도 등을 만듦으로써 재물 등에 손해를 안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죠.
과불급을 경계해야
<#☯ 대상>>
象曰(상왈) 澤上有水(택상유수)가 節(절)이니 君子(군자) 以(이)하여
制數度(제수도)하며 議德行(의덕행)하니라
대상전에 이르길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역수와 제도를 지으며 덕행을 의논한다.”라고 하였습니다.
制數度(제수도)하며 議德行(의덕행)하니라
대상전에 이르길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역수와 제도를 지으며 덕행을 의논한다.”라고 하였습니다.
☞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이니(澤上有水節): 못(澤,☱) 위에 물(水,☵)이 있는 수택절괘水澤節卦(䷻)의 괘상을 설명한 대상전입니다.
☞ 역수와 제도를 지으며 덕행을 의논한다(制數度議德行): ‘역수와 제도를 짓는다(制數度)’는 것은 상괘인 물괘(水,☵)에서 나왔습니다. 즉 물을 측수測水하고 수리水理를 탐구하여 물리物理 법칙과 아울러 천문을 관측하여 역법曆法 등을 밝혀낸다는 뜻입니다.
‘덕행을 의논한다(議德行)’는 것은 하괘인 못괘(澤,☱)에서 나온 것입니다. 태괘(兌,☱)는 ‘말하다, 의논하다’의 뜻이 있으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제도나 법도 등을 만들기 위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못에 물이 넘치는지 모자라는지 수택절괘의 괘상을 군자가 살펴보고 자신의 과불급을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편안한 절제는 형통하다
☯ 육 효 사
初九(초구)는 不出戶庭(불출호정)이면 无咎(무구)니라
초구는 방문 밖의 뜰(마당)에 나가지 않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상왈) 不出戶庭(불출호정)이나 知通塞也(지통색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방문 밖의 뜰(마당)에 나가지 않으나 통하고 막힌 것을 안다.”라고 하였습니다.
초구는 방문 밖의 뜰(마당)에 나가지 않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상왈) 不出戶庭(불출호정)이나 知通塞也(지통색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방문 밖의 뜰(마당)에 나가지 않으나 통하고 막힌 것을 안다.”라고 하였습니다.
☞ 방문 밖의 뜰(마당)에 나가지 않으면 허물이 없으리라(不出戶庭无咎): 수택절괘는 ‘그때에 맞게 중도中道로써 행하라’는 것입니다. 초구는 절괘에서 맨 아래에 위치해 있어 시간의 마디가 됐든지 사물의 마디가 됐든지 시작 단계이므로, 조급한 마음에 큰 성과를 내려 하면 허물만 짓게 됩니다. 무슨 일이든지 초창기에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의 행보를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초구는 집 안방의 방문 밖 뜰에도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연못 한가운데의 물은 고요하듯이 경거망동하지 말고 수신修身하고 있으라는 뜻입니다. 마치 중천건괘重天乾卦(䷀)의 초구 “물속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마라(潛龍勿用)” 또는 중산간괘重山艮卦(䷳)의 초구 “발꿈치에 그치니 허물이 없다(艮其止无咎)”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방문 밖의 뜰(마당)에도 나가지 않으나 통하고 막힌 것을 안다(不出戶庭知通塞也): 초구는 양효로 양陽은 밝음(明)을 상징하며 또 양 자리에 있으므로 현명합니다. 비록 집 안에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 알고 있죠. 지금이 행동을 할 때[通]인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할 때[塞]인지를 안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초구를 중요시 여겨 「계사전」에서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 언어言語로 인해 계단(발단)이 되니, 임금이 은밀하지 못하면 신하를 잃어버리며, 신하가 은밀하지 못하면 그 몸을 잃으며, 일에 있어서 은밀하지 못하면 그 일이 해롭게 된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삼가고 은밀하여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자는 세상사의 어려움은 언어, 즉 말에서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말이란 속성은 1층에서 한 말이 2층으로 옮겨 가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중에는 걷잡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군자는 할 말만 하고 가급적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九二(구이)는 不出門庭(불출문정)이라 凶(흉)하니라
구이는 문 앞의 뜰(대문 밖)에 나가지 않음이라. 흉하니라.
象曰(상왈) 不出門庭凶(불출문정훙)은 失時極也(실시극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문 앞의 뜰(대문 밖)에 나가지 않음이 흉함’은 때를 잃음이 극하기 때문이라.”라고 하였습니다.
구이는 문 앞의 뜰(대문 밖)에 나가지 않음이라. 흉하니라.
象曰(상왈) 不出門庭凶(불출문정훙)은 失時極也(실시극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문 앞의 뜰(대문 밖)에 나가지 않음이 흉함’은 때를 잃음이 극하기 때문이라.”라고 하였습니다.
☞ 문 앞의 뜰(대문 밖)에 나가지 않음이라. 흉하니라(不出門庭凶): 초구는 방문 밖의 뜰(마당)로 호정戶庭이며, 구이는 마당에서 대문까지로 문정門庭입니다. 초구는 ‘방 안에만 있어야지 마당에 나가도 허물을 짓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구이는 마당은 물론이고 ‘대문 밖으로, 즉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흉하다’고 하였습니다. 초구와 구이가 너무 다르네요. 초구=방 안, 구이=집 밖입니다. 왜 그럴까요? 구이는 하괘에서 득중한 자리이고 구오 군왕과도 응하고 있기에 세상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큰일을 할 사람이 집 안에만 있는 것도 때[節]를 모르는 철부지節不知라는 것입니다.
☞ 때를 잃음이 극하기 때문이라(失時極也): 수택절괘는 중산간괘(䷳)에 나오는 “때가 그칠 때면 그치고, 때가 행할 때면 행한다(時止則止 時行則行).”는 말처럼 ‘그때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초구의 때는 집 안에 가만히 있어야 할 때이고, 구이 때는 집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문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으니 때를 놓친 것이 극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그때에 맞게(中節) 행동해야 형통할 수 있습니다.
절제하지 않으면 슬퍼하리니
六三(육삼)은 不節若(부절약)이면 則嗟若(즉차약)하리니 无咎(무구)니라
육삼은 절제하지 않으면 곧 슬퍼하리니 누구를 허물하리오.
象曰(상왈) 不節之嗟를(부절지차) 又誰咎也(우수구야)리오
소상전에 이르길 “절제하지 않아 슬퍼함은 또 누구를 허물하리오.”라고 하였습니다.
육삼은 절제하지 않으면 곧 슬퍼하리니 누구를 허물하리오.
象曰(상왈) 不節之嗟를(부절지차) 又誰咎也(우수구야)리오
소상전에 이르길 “절제하지 않아 슬퍼함은 또 누구를 허물하리오.”라고 하였습니다.
☞ 절제하지 않으면 곧 슬퍼하리니 누구를 허물하리오(不節若則嗟若无咎): 육삼은 양 자리에 음효가 와서 제자리도 아니며, 하괘의 끝자리로 중中도 얻지 못했으며, 서로 응하는 상육과도 같은 음효라서 음양응陰陽應도 안 됩니다. 이렇게 육삼은 어디로 보나 중절中節을 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중절도 안 되는데 만약 절제까지 안 한다면 그야말로 탄식줄이 절로 나올 것입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남에게 탓할 수도 없는 것이죠.
六四(육사)는 安節(안절)이니 亨(형)하니라
육사는 편안한 절이니 형통하니라.
象曰(상왈) 安節之亨(안절지형)은 承上道也(숭상도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편안한 절이 형통하다’는 것은 위의 도를 이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육사는 편안한 절이니 형통하니라.
象曰(상왈) 安節之亨(안절지형)은 承上道也(숭상도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편안한 절이 형통하다’는 것은 위의 도를 이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 편안한 절이니 형통하니라(安節亨): 절제節制 측면에서 수택절괘(䷻)의 상괘(육사, 구오, 상육)와 하괘(초구, 구이, 육삼)를 정신과 물질로 나누면, 하괘는 물질적이고, 상괘는 정신적 성향입니다. 상괘에 있는 육사는 음효가 음 자리에 있는 제자리라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마음이 편하면 만사가 형통한 법입니다.
☞ 편안한 절이 형통하다는 것은 위의 도를 이음이다(安節之亨承上道也): 육사는 신하 자리이고 구오는 군왕입니다. 마음이 편한 육사(신하)가 중정中正하고 훌륭한 구오(군왕)의 명을 잘 받들어 정치를 하니 그야말로 선정善政을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달게 절제함은 길하니
九五(구오)는 甘節(감절)이니 吉(길)하니 往(왕)하면 有尙(유상)하리라
구오는 달게 절제함이니 길하니 가면 숭상함이 있느니라.
象曰(상왈) 甘節之吉(감절지길)은 居位中也(거위중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달게 절제함이 길하다’는 것은 자리가 가운데 거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구오는 달게 절제함이니 길하니 가면 숭상함이 있느니라.
象曰(상왈) 甘節之吉(감절지길)은 居位中也(거위중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달게 절제함이 길하다’는 것은 자리가 가운데 거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 달게 절제함이니 길하니 가면 숭상함이 있느니라(甘節吉往有尙): 구오는 상괘에서 가운데 위치하고 양효가 양 자리에 있어 중정中正하며 수택절괘의 주효主爻입니다. 괘사에서 “절節은 형통[亨]하다”고 한 것이 바로 구오를 두고 한 말입니다. 오행에서 오미五味를 분류해 보면, 중앙의 토土는 단맛(甘)이라 상괘에서 중中을 얻은 구오는 감절甘節이 되는 것이죠[木:신맛(酸), 火:쓴맛(苦), 金:매운맛(辛), 水:짠맛(鹹)]. ‘달게 절제한다’는 것은 구오 군왕이 온 백성들을 보듬으며 편을 가르지 않는 중도의 정치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중절中節을 펼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국정은 길하게 되며, 백성들 입장에서는 살맛이 나서 나라님을 숭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 달게 절제함이 길하다는 것은 자리가 가운데 거하기 때문이다(甘節之吉居位中也): 구오 군왕이 상괘에서 가운데[中]에 거居해서 중절中節을 하니 감절이 되는 것이죠. 구오와 상육을 비교해 보면, ‘구오=중절=감절’, ‘상육=과절=고절’입니다.
上六(상육)은 苦節(고절)이니 貞(정)이면 凶(흉)하고 悔(희)면 亡(망)하니라
상육은 쓴 절이니 고집부리면 흉하고 뉘우치면 없어지리라.
象曰(상왈) 苦節貞凶(고절정흉)은 其道窮也(기도궁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쓴 절을 고집부리면 흉하게 된다’는 것은 그 도가 궁해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상육은 쓴 절이니 고집부리면 흉하고 뉘우치면 없어지리라.
象曰(상왈) 苦節貞凶(고절정흉)은 其道窮也(기도궁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쓴 절을 고집부리면 흉하게 된다’는 것은 그 도가 궁해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 쓴 절이니 고집부리면 흉하고 뉘우치면 없어지리라(苦節貞凶悔亡): 상육은 수택절괘의 맨 위에 있어 맛이 쓰다고 하였습니다. 절괘의 끝자리라는 것은 ‘절제력을 상실하였다(過節)’는 의미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자기 분수에 맞게 해야지 너무 지나치면 흉한 꼴을 당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뉘우친다면 흉한 꼴은 면하게 된다고 합니다. 중절中節을 해야 감절甘節이 되는데, 과절過節을 하면 고절苦節이 된다는 것이죠. 소상전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다 보면 흉한 꼴을 당하는 것은 절제의 도道가 궁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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