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일본침몰 2020 - 한 가족의 생존 이야기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넷플릭스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일본침몰 2020〉은 일본침몰을 다룬 문화시리즈 중 가장 최신 작품이다. 거대한 지진이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평범했던 가족이 혼란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침몰에 관해 그동안 나온 작품들과 예언가들의 예언, 상제님 도전 말씀을 통해 일본과 인류의 미래에 관해 대세의 흐름을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아유무 가족의 생존 이야기


거대한 지진이 강타한 일본열도에서, 평범했던 중학생 아유무의 가족은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

아버지 무토는 공사장에서, 어머니 마리는 귀국행 비행기에서, 딸 아유무는 운동장에서, 막내아들 고는 집에서 게임을 하다가 대지진의 순간을 겪는다. 영화는 지진 자체의 규모나 파괴의 자세한 모습보다는 아유무 가족과 친구들의 생존을 담았다. 주인공 아유무는 중학교 육상선수다. 소규모 지진이 오자 선생님은 훈련을 종료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탈의실에서 학생들은 오키나와에 진도 7이 왔다는 대화를 한다.

다음 순간 갑자기 요란한 지진경보 문자가 오고 바로 대지진이 일어난다. 아유무는 다리에 베인 상처를 입었지만 살아 나오고, 막내는 집이 무너질 때 떨어진 물건이 눈 주위를 강타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막내는 아빠가 평소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바닥을 기어서 밖으로 탈출한다. 평소 위험에 대비해 아이들에게 재난 대비 교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되는 장면이다. 아빠는 공사장에서 안전줄 덕분에 살아나고, 수영선수 출신인 엄마는 비행기가 강에 불시착하자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보고 수영을 해 빠져나온다. 일단 가족이 모두 생존했고 이때부터 모두가 하는 일은 가족을 찾는 일이다. 오직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만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무너진 건물과 뒤틀린 도로를 지나 집을 향해 달린다. 건축가인 아빠는 집에 달아놓았던 조명을 동네 뒷산의 신사에 켜서 모두가 볼 수 있게 한다.

생사의 운명을 가르는 재난대비


딸과 엄마는 그것을 보고 아빠가 거기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곳에 모인다. 그리고 눈을 다쳐 보이지 않는 막내아들도 친절한 옆집 누나 나나미의 등에 업혀 그곳에 도착한다. 이런 재난이 벌어진다면 가족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자. 뭘 표식으로 삼자’ 이런 가족 간의 약속이 미리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움도 잠시이고, 부자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는데 사람들이 서로 더 매달리려다 신사에 대피한 사람들 위로 떨어진다. 마치 사람이 비라도 되듯 툭툭 떨어진다. 이런 장면들은 연속적으로 충격을 준다.

신사에서 내려다보는 도쿄는 온통 불길에 휩싸여 불바다를 이루고 있다. 화재폭풍이 다가오자 다른 피난소의 사람들도 신사로 대피한다. 다음 날 아침 가스폭발인지 도심에서 거대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전화와 인터넷이 연결됐다 안 됐다를 반복하는데 잠시 연결됐을 때, 사람들은 오키나와가 침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도 인공위성에서 찍은 듯한 오키나와 침몰 영상은 조회수 6,573,936회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 오키나와는 9초가 안 되어서 사라진다. 실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지진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무너져 있고 정보를 얻을 곳이 없자 사람들은 일본침몰이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한다. 신사 밑까지 물이 차고 빠지지 않자 사람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이곳을 떠나기로 한다.

동서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만나자 한쪽 무리는 동쪽에 편의점이 있으니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며 동쪽으로 가겠다고 한다. 이때 막내 고는 아직 연결되는 스마트폰에서 게임에서 사귄 외국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친구는 동쪽은 엉망으로 파괴됐으니 서쪽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여기서 두 무리로 갈리면서 단체 사진을 찍는데 서쪽으로 간 사람에게는 마지막 사진이었을 것이다. 절망의 순간에도 사진을 찍고 밝게 웃는다는 것이 공감이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 갈림길이 생사의 운명을 갈라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와 퀵보드를 타고 피난을 가지만 주인공 가족들은 걸어서 피난한다. 무너진 도로와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자전거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일상처럼 보여 너무 낯설었다. 음악은 또 왜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생각나게 하는지...

아유무는 힘겨워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물을 나눠주는데 마지막 남은 물을 조금만 나눠주고 돌려받으려는 의도와는 달리, 노인들은 물통을 챙겨버린다. 황당한 장면이기도 하고 재난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기적 모습이기도 한 것 같다. 엄마는 물은 또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런 대재난 상황에서 물은 생명줄인데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너무 긍정적이고 침착한 모습이어서 이것이 재난을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일본인들의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재난을 미화한 영화는 아니었다. 곳곳에 시체가 건물 더미에 깔려 있고, 굶주린 개나 새들이 배를 채우고 있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끔찍한 상황을 듬직하고 긍정적인 아빠, 엄마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기대어 잘 이겨나가는 듯이 보였다. 야생 멧돼지를 잡아 고기를 먹기도 하면서 좋은 상황처럼 보였지만, 가족에게 자연산 마를 캐 먹이려던 아빠는 삽질 끝에 오래된 불발탄 폭탄을 건드리고 공중으로 날아가버린다. 그곳은 2차세계대전 당시의 폭발물이 묻혀 있던 곳이었다. 가장 강한 아빠를 잃고도 슬픔을 묘사하지 않는다. 아무 일 없던 듯 지나가는 내용이 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후지산 폭발과 일본의 운명


일행은 살기 위해 후지산이 보이는 고지대까지 올라간다. 볼일을 보기 위해 낮은 지대로 가던 아유무와 이웃사촌 나나미, 그런데 갑자기 나나미가 쓰러진다. 다가가려는 아유무에게 공중에서 절대 다가가지 말라고 소리치는 청년이 나타난다. 모터 달린 패러글라이딩 장비로 지켜보던 카이트였다.


정말 몇 걸음 차이였다. 그 차이로 생과 사가 결정됐다.

참고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201회에서는 백두산 폭발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본의 백두산 연구를 소개한다. 여기에서 일본인들이 가진 공포를 이렇게 말한다.

아소산 폭발에 대한 일본인들의 공포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소산이 폭발하면 교토까지 초토화되고 일본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강한 공포!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201회


일본은 백두산-아소산-후지산 폭발을 모두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위 기사에서 ‘일본 궤멸, 700만 순살’ 같은 무서운 제목들이 눈에 띈다.

재난에 최적화된 생존법


다시 애니로 돌아가보자. 막내 고우는 카이트가 에스토니아 출신 유명한 유튜버라는 것을 알아본다. 카이트는 생존에 최적화된 전문가이다. 카이트가 이 가족과 함께하기로 하면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에 큰 도움을 받는다. 카이트는 재난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일행 한 명의 몸에 건물 파편이 박힐 때도 카이트는 생존지식을 발휘한다. 스마트폰앱으로 인체해부도를 보면서 파편 위치가 인체에 큰 해가 없는 곳임을 파악하고 빼낸다. 재난상황에서 스마트폰의 활용은 인터넷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일행이 차를 타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산들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무서운 속도로 산들이 미끄러져 가는 모습은 산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앞에서 오키나와가 몇 초 만에 침몰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한참 타고 가던 중 지도를 보는데 지도와 길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근처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지형 자체가 바뀌어버리자 GPS도 의미가 없게 된다. 이때 카이트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

이 뉴스로 보면 이미 이때 1억의 일본인이 물속으로 사라진 상황인 것 같다.

정부의 계획 D의 D는 디아스포라Diaspora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디아스포라는 특정 민족이 자의든 타의든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야말로 일본 민족 디아스포라인 셈이다.

영적공동체 샨시티


중반부에 일행은 샨시티라는 곳으로 피신한다. 샨시티 지역은 단층대가 없고 아직은 지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었다. 식량과 물품을 풍부히 저장하고 있고, 태양열 발전으로 전기도 충분히 공급되고 있었다. 이곳의 리더인 ‘마더’라는 여성은 다이치라는 아이의 힘을 빌려 죽은 자와 대화를 하는 능력이 있었다. 독특한 영적 공동체인 이곳에서 일행은 피로를 푼다. 이때 아유무는 이곳에서 사지가 마비된 환자를 돕는데 그가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직 손가락 하나와 눈만 움직일 수 있는 오노데라와 서로 모르스 부호로 대화를 시도하는데, 오노데라는 이 지역에도 곧 대지진이 온다고 경고한다. 이 이상한 공동체는 대지진이 오면서 역시 박살이 난다. 겉으로 평화로운 것 같고 도덕적인 것 같던 사람들은 죽음 직전의 상황에서 금고에 모아둔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인다. 이 장면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에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슬프고 기괴한 기분이 든다. 이는 마치 선천 종교문화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물질만능 세상의 운명에 대해 암시하는 것 같다.

샨시티를 탈출한 일행은 한 척에 천 명을 태우는 구조선을 타기 위해 항구로 향한다. 정부는 이미 장래가 유명한 젊은이들을 선정해 배에 탈 사람들을 선별하고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했다. 일본침몰이라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된다. 육상선수인 아유무는 자격이 있었지만 배에 타지 않는다. 배가 출항 신호를 울리자마자 후지산이 분화를 시작한다. 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하고 구조선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볼 때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배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기 위한 이기적인 몸부림들


구조선에 타지 못하고 후지산이 분화하자 안전한 곳을 향해 달려가던 중 바다에 거대한 메가 플로트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메가 플로트mega float는 부유식 해상구조물 중에서도 해상 부분의 면적이 초대형 규모인 공항, 물류, 방재거점 등의 시설을 의미한다. 공항 크기만 한 떠다니는 부유물로 다른 배들이 끌어서 이동한다. 이 배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이렇게 외친다.

마치 극우일본인 그룹인 양 “순수 혈통의 일본인이 아니면 신성한 일본 땅은 못 밟아”를 외친다. 엄마 마리는 필리핀 사람이며 자식들도 혼혈이라고 못 타게 하는 모습은 일본인만을 최고로 치는 순혈주의의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이 메가 플로트는 좌초되어 폭발한다. 이 폭발로 일어난 거대한 파도가 이들을 덮치고 구명보트와 구명정에 나눠 타면서 일행은 이별하고 생사를 모르게 된다. 구명정에 탄 누나 아유무와 동생 고는 정처 없이 바다를 표류하다 수면으로 나온 빌딩 꼭대기를 보게 된다. 이때 비로소 일본 전체가 가라앉았음을 알게 된다.

찢어진 구멍으로 구명정에 물이 들어오는 위기를 테이프로 막아 넘기기도 하고 도망가던 날치가 날아들어와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빗물을 받아 마시려 하지만 화산재가 섞인 물임을 알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정말 일본이 침몰하면 있을 수 있는 많은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기적적으로 엄마가 탄 배와 만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들의 여정은 마지막을 향해간다.

일본의 운명과 가족의 희생


일행은 오노데라가 일본침몰에 대한 연구결과를 숨겨뒀다고 알려줬던 좌표를 생각해내는데, 그곳은 위도 34.860965, 경도 133.811806이다. 막내 고는 그곳이 히로시마 동쪽임을 아는데, 그 이유는 전쟁게임에서 핵폭탄이 떨어진 좌표와 비슷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자는 일본의 역사적 잘못에 대한 응징이 핵폭탄이라는 점을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스승을 배신하는 배사율背師律을 범한 일본에게 상제님은 “장광 팔십 리가 불바다가 되어 참혹히 망하리라.”(道典 5:119:3)라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말씀하셨는데 도수대로 그대로 이뤄졌다. 작가는 일본의 운명에 대한 정보가 이곳에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방향을 몰라 갈 방법이 없는데 막내는 나침반을 쓰자고 한다. 클립의 바늘을 떼어내 물위에 띄워서 방향을 알아낸다. 이런 작은 설정도 재난상황에서 알아야 할 중요한 상식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알아내는 이 작은 지식으로 이들은 생존의 길을 찾는다.

운 좋게 모터보트를 찾아내는데, 연료는 충분하지만 뭔가에 걸려서 나아갈 수가 없자 이번엔 수영선수 출신인 엄마가 나선다. 사실 엄마 마리는 심장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심장박동보조기를 허리에 달고 있어 충전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가족 몰래 쉴 때마다 태양열로 충전하고 있었지만 배터리가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엄마는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식들을 위해 마지막 수영을 한다. 엄마의 희생에 대한 슬픔도 슬픔이지만, 재난상황에서 전기를 얻을 수 없을 때 태양열 충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워준다. 엄마의 죽음을 뒤로하고 달리던 보트도 연료가 바닥난다. 우연히 겹치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만 이때 카이트가 나타난다. 카이트는 자위대가 쓰던 수륙양륜전차를 타고 나타나 바다를 표류 중이던 일행을 구한다. 정말 일본이 침몰한 상황에서는 물과 육지를 오가는 전천후 장비가 큰 역할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작은 섬에서 휴식을 한다. 아마도 이곳은 어느 산의 꼭대기였으리라. 일행은 여기서 랩 배틀로 스트레스를 푼다. 좀 생뚱맞은 상황이지만 랩의 내용은 이 작품 전체의 흐르는 정서를 대변해준다. 특히 막내 고가 하는 말은 일본인의 성향을 꼬집으면서 가라앉은 일본에 대한 한탄이다. 어쩌면 일본이 정말로 가라앉아도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최초의 소설 일본침몰의 기조처럼 애국적인 내용보다는 비판과 냉소를 담고 있다.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와 지질학자 타토코로가 일본침몰에 대해 연구한 아카이브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고 카이트는 그 자료를 하드드라이브에 다운받아 온다. 이 자료에는 가라앉는 양상과 앞으로 지반이 높아질 장소도 기록해놨다. 일본은 가라앉았지만 서서히 다시 떠오른다는 것이다. 카이트의 활약으로 일행은 헬기로 구조되고 바다 위를 날아가는 헬기 옆으로 빨갛게 용암을 뿜어내고 있는 후지산의 꼭대기가 보인다.

일본침몰과 한반도의 영향


마지막화의 이 장면에서 일본은 후지산이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고, 전 영토가 사라져 있다. 여기서 주목할 장면은 한국인데, 제주도와 동남해안이 바다로 잠긴 모습이다. 일행이 구조돼 정착한 곳이 러시아인지, 러시아어 뉴스에서 앵커가 이런 말을 한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일본침몰에도 인공위성의 모습이 있는데 여기에도 일본열도가 빠르게 가라앉으며 한국의 동남해안도 피해를 입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도전 말씀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일본열도가 한순간에 가라앉을 때 인접한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동래울산(東萊蔚山)이 흐느적흐느적 사국(四國) 강산이 콩 튀듯 한다. (道典 5:405:4)

개벽이 되면 군산은 모지라진 빗자루가 석 자루 서고, 인천은 장이 썩고, 부산은 백지(白紙) 석 장이 뜨느니라. (11:263:5)


상제님은 동래, 즉 지금의 부산과 울산이 ‘흐느적거린다’고 말씀하셨다. ‘흐느적’이란, 늘어져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마치 지진현상에서 액상화를 떠올리게 된다. 땅이 물처럼 변해 떠내려가는 이 현상은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지 않는 한 피해갈 수가 없다. 부산 울산 규모의 흐느적은 이런 액상화보다는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생각하게 된다. 일본열도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되면 거대한 해일이 1~2시간 내에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로 밀어닥칠 것이다.

보천교普天敎(증산도 초기 교단)의 동방주東方主(사대四大간부 중 하나)였던 부친 김홍규의 영향 아래 어린 시절에 상제님 진리를 들으며 자란 탄허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은 중국 영토로 되어 있는 만주와 요동반도 일부가 우리 영토로 속하게 될 것이고, 일본 영토의 3분의 2가량이 바다로 침몰할 것입니다. 일본은 손방巽方이라고 하는데 손巽은 주역에서 ‘입야入也’로 풉니다. 이 ‘들 입入’ 자는 일본 영토의 침몰을 의미합니다. … 우리나라는 동남해안 쪽 100리의 땅이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토는 서부해안 쪽으로 약 2배 이상의 땅이 융기해서 늘어날 것입니다.” - 탄허 스님


동남해안 100리의 땅이 피해를 입는 장면이 이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도전道典에는 제주도도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는 말씀이 들어 있다. 일찍이 상제님께서는 제주도에 가시어 바다를 여는 대공사를 보신 적이 있다. 다음 성구는 거대한 쓰나미가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연상시키는 말씀이다.

바다에서는 해녀들이 허리에 정게호미를 차고 뒤웅박을 띄워 놓은 채 물속을 분주히 드나들며 해물을 따는데 상제님께서 바닷가 둑 위에 올라서시어 오른팔을 왼쪽 어깨까지 굽혔다가 바닷물을 밀어내듯 팔을 펴시면서 무어라 말씀하시니 갑자기 ‘홱’ 소리가 나며 바닷물이 순식간에 없어져 벌판이 되거늘…

상제님께서 이번에는 바닷물을 왈칵 들어오게 하시거늘 호연은 사람들이 물살에 휘말려 아우성치는 모습을 구경하느라 배고픈 것도 잊으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바로 천지조화니라.” 하시고 이로부터 열흘 동안 한수리, 수원리, 귀덕리 일대에서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을 없애시니라. (5:27:3~5, 8~11)


이 애니메이션 작품의 끝에는 일본침몰 8년 후 일본이 조금씩 융기하면서 새로운 섬이 생기고 전 세계로 흩어진 살아남은 일본인들이 돌아와 작은 섬들을 연결해 해상도시를 건설하고, 일본을 재건해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재난을 극복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의도겠지만, 가을개벽의 실제상황을 앞두고 현재의 일본 국민은 사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딛는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본은 불로 치리니 종자도 못 찾는다. (5:406:9)


‘불로 친다’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을 대개벽 상황에서 일본열도의 활화산들이 일제히 불을 뿜고 곳곳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인종씨도 추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이 닥칠 것이다. 이는 곧 일본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일본침몰’의 대재앙이다. 스스로 자기 나라의 운명에 대해 이런 소설과 영화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아마 집단의식으로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다노 대승정의 예언


1973년 영화 일본침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전 세계에 3,400만 명이 살아남는 것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이렇게 끝나지만, 일본 불교계의 도승道僧 기다노北野 대승정은 상제님의 공사 내용과 연관지어, 후천개벽기에 살아남는 일본 사람의 숫자를 유추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예언을 했다. 끝으로 이 내용을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지금의 세계지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한 이렇게 된다고 사람이 다 죽는 것이 아니고 일본의 경우는 약 20만 명 정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일본의 우방인 한국은 앞으로 지구상의 전체 나라 중 종주국이 될 것이며 절대적인 핵심국가가 될 것이고 그곳에서 성현군자가 부지기수 출세하여 사해만방을 지배할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인 약 425만 명이 구원받는 나라가 됩니다.” - 나운몽, 『동방의 한나라』 / 『개벽 실제상황』 416쪽




일본침몰 관련 작품비평
“The greater portion of Japan must go into the sea.” (일본의 대부분은 바다 속으로 반드시 침몰할 것이다)

20세기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예지자라고 불리는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는 1934년에 이렇게 예언했다. 일반적으로 예언할 때 거의 쓰지 않는 용어 ‘must’(반드시 그렇게 될 것)라는 강력한 표현을 유독 일본에 대해 사용하였다. 예로부터 일본열도가 앞으로 물에 빠져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왔지만 이것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소설 『일본침몰』부터다.

◆1973년작 원작소설
고마쓰 사코의 소설 『일본침몰』은 최초 출간된 1973년 이후 지금까지 1억 3천만 명의 일본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발간 1년 만에 4백만 부가 팔렸으며 영화, TV, 만화로 제작되었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9년여에 걸쳐 장기간 집필된 대작이며, 당시의 최신 지구물리학 이론을 적용하여 집필했지만 도중에 새로운 이론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고쳐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자면,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인 국민, 주권, 영토 중 영토가 없어졌을 때 일본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가정하여 쓴 SF소설이라고 한다. 출간 1년여 만에 400만 부에 가까운 밀리언 셀러가 되었다. 동시에 영화도 만들어져 1973년에 개봉했는데 엄청난 대히트를 쳤다. 영화 〈일본침몰〉은 치밀한 과학적 근거로 구성되었다. 일본열도 침몰과 더불어 전개되는 시한부 군중의 삶, 정치인들의 행보와 해외 탈출, 인간의 마지막 절규 등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듬해 1974년에 TV 드라마도 나왔다. 1973년과 1980년, 2차례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2006년작 소설(제2부) 비교
일본 현지에서는 2006년 2부가 공개되었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2006년작 영화는 영화소개 리플렛에 일본의 선승 기다노의 예언이 소개되기도 했다. 2006년작은 원작과 너무 거리가 멀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원작에서는 규슈나 혼슈 서부 해안지역에서 어선이나 목선을 타고 대한민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발생했으나, 한국 정부는 계엄령, 예비군 동원령 등을 선포하고 한국군 및 향토예비군을 동원하여 해안 경계에 나섰으며, 상륙에 성공한 일본인들을 모조리 불법입국자로 간주하고 구속한다. 하지만 일본침몰 만화판에서는 일본인들을 구하러 온 정체불명의 외국 군함에 일본인들이 탑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그 군함들은 한국 해군의 군함이다. 2006년 영화판에서는 난민을 받아준 나라의 국민들이 일본인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들도 나온다.

원작 소설에는 한국, 중국 등이 일본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자 일본 정부 내에서 서로 싸우는데 모 각료가 “전후에 일본이 한국 등 동아시아에 제대로 된 사죄라든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했었나? 이것은 인과응보다.”라는 식으로 대사를 내뱉는 장면이 있다. 이런 식의 역사 반성에 대한 내용이 계속 등장한다. 1973년도 영화판에서는 훨씬 강렬한데, 일본이 통째로 침몰하니까 제안되는 해결책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본인 전체가 자살해버리는 것’이다. 아무 데서도 받아주려 하지 않고 받아달라면서 통사정을 하는 게 싫다면 그냥 함께 침몰해 일본인 자체가 사라져도 좋다고 한다. 또한 일본 규슈 해안에 밀어닥친 해일의 여파가 한국의 동남 해안(포항, 부산, 마산, 거제도)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묘사도 나온다.

◆만화의 두 가지 버전
만화 일본침몰은 소설이 원작이다. 1970년대에 연재되었던 만화 작품과 2006~2008년 연재만화의 두 버전이 있다. 작가 잇시키 토키히코一色登希彦가 일본의 재난 매뉴얼을 자료로 삼아서 설득력이 상당하고, 1~6권까지는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의 걸작이라고 한다. 6권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해 일본은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았고 배움도 얻지 못했다는 식의 일침을 놓기도 했다. 6권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처리한 제2차 관동대지진 묘사는 어지간한 재난영화도 능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필자도 이 만화를 오래전에 보았는데, 엄청난 대재난과 심리묘사에 빨려 들었었다.

특히 지진으로 발생한 화재의 위험성과 그 가공할 위력, 재난상황에서 교통수단의 위험성, 지진 당시의 이성을 잃은 시민들의 묘사, 지진 후의 광분적 모습을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뤄냈다. 과거 역사와 재난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일본 시민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1973년작 SF소설 〈일본이외전부침몰〉
일본침몰과 연관된 작품으로, 가장 황당하면서도 풍자성 강한 〈일본이외전부침몰〉이라는 작품은 SF소설로 일본침몰 원작자인 고마쓰 사쿄와 절친인 츠츠이 야스타카가 썼다. 1974년, 일본에서 그해 최고의 SF소설에 주는 성운상星雲賞(세이운쇼せいうんしょう: 일본의 문학상)을 장편에서는 ‘일본침몰’이, 단편에서는 ‘일본이외전부침몰’이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이 소설은 저예산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자유의 여신상이 무너지며 미국은 침몰하고 다른 대륙들은 삭제되는 간단한 장면들로 묘사됐다. 이 영화에서 지질학자 타도코로 박사는 곧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가 침몰한다고 예언했고, 일본은 침몰하지 않는 이유가 침몰한 중국대륙이 맨틀을 지탱한 덕분이라고 예언한다. 가장 먼저 침몰한 미국부터 시작해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륙,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일본 외의 다른 나라들이 전부 침몰하는 바람에 각 나라의 대통령들과 외국인들이 일본에게 살려달라고 굽신거리는데, 일본 정부가 모든 난민들을 수용하기로 하자 일본 인구의 5분의 4를 외국인이 차지해버리는 상황이 된다. 일본 내 매우 극우적인 내용일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영화에는 반전이 있다. 굽신거리던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일본 수상을 사정없이 패면서, 마지막에 일본열도도 침몰하며 세계는 결국 멸망하게 된다. 저예산 제작의 한계인지 몰라도 일본이 가라앉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일본열도가 그대로 가라앉는 게 아니라 땅이 통째로 180도 뒤집어지면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