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몬스터 문화의 기원과 고구려 사신도
[칼럼]
-영화 <고질라Godzilla:킹 오브 몬스터> 분석-
영화 고질라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영어: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는 2019년 개봉한 미국의 괴수 영화이다. 《고질라 영화》의 35번째 영화이자 2014년 영화 《고질라》와 《콩: 스컬 아일랜드》의 속편으로, 몬스터버스Monsterverse의 세 번째 작품이다.
몬스터버스는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가 기획한 몬스터 영화 시리즈이자 세계관이다. 시네마틱 유니버스Cinematic Universe라고 하는데, 괴수(Monster) + 세계관(Universe)이란 의미다. 2014년 고질라를 시작으로 일본의 영화사 토호(동보영화사)의 고지라ゴジラ 시리즈,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킹콩을 빌려와 전개되고 있다.
고질라와 초거대 몬스터들의 대결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지구의 운명을 건 블록버스터이다. 고질라를 비롯해 기토라, 모스라, 로단 등 가장 거대한 최강 괴수들을 한데 모아 화산과 빙하, 심해와 지하 폭포 등을 배경으로 육해공을 넘나드는 역대급 대결을 선보인다.
1954년 처음 등장하여 65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는 있는 고질라 시리즈의 주역이다. 슈트 액터가 커다란 슈트를 입고 연기하는 일본식 특수촬영 영화를 대표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 고질라의 표기법과 관련하여, 일본에서는 고지라ゴジラ, 미국에서는 갓질라Godzilla라고 쓰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공식 표기는 '고질라'이다. 이하 본고에서의 표기는 ‘고질라’로 통일한다.)
핵에 대한 공포
고질라의 탄생 배경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방사능의 영향으로 인해 공룡이 거대화한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고질라는 거대한 고대생명체인데, 수소폭탄 실험 때문에 서식지가 파괴되자 인간에게 앙심을 품고 일본에 상륙한 것이다. 지구의 다른 괴수들도 방사능의 영향으로 변이된 개체가 아니라, ‘핵 실험 등의 영향으로 깨어난 괴수’라고 설명되고 있다.
고질라라는 작품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일본에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 투하가 일어난 지 10년 정도 뒤에 미국의 캐슬 브라보 수소폭탄 실험의 여파로 일본 어선의 어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방사능의 위험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나온 작품이다. 그러므로 고질라는 존재 자체가 핵무기와 원자력에 대한 일본인의 공포를 나타낸다.
1954년 개봉한 첫 고질라 영화는 비키니섬 핵 실험 당시 근처에서 조업을 하다 피폭당한 일본 어선 ‘제5 후쿠류마루’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핵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시리즈의 기저에 깔려 있다. 입에서 방사열선을 뿜는 모습과 그 엄청난 파괴력을 보면 괴수 자체가 걸어다니는 핵폭탄 그 자체이자 재앙신의 모습이다.
인류의 과오로 탄생했으나 정작 인류에 의해서는 아예 제어 자체가 불가능한, 무시무시하고 압도적인 힘을 소유하고 있다. 과학에 힘입어 마치 신처럼 행세하는 인류에 대한 신의 징벌이자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를 상징하기도 한다. 즉 자연의 분노 그 자체를 의미한다. 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무의식적인 공포심이 지진이나 쓰나미, 태풍 등 자연재해의 경외적인 힘에 대한 오래된 공포심과 연결되어 나타난 일종의 화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고질라가 작중에서 그토록 불가항력적이고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서 고질라는 바다 속 깊숙한 고대 문명, 아틀란티스나 뮤대륙 문명으로 보이는 신전에서 방사능을 먹으며 살았다. 그래서 핵폭탄을 맞아도 멀쩡하고 오히려 그 방사능을 영양분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시리즈에서는 나방 형태의 괴수 모스라와 싸우고 지구 중심 맨틀로 들어갔다가 괴력으로 뚫고 올라와서 후지산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다시 나타난다. 이런 설정들이 일본침몰이나 후지산 대폭발에 대한 예언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 일본 심판 공사 -배사율
“일본 사람이 미국과 싸우는 것은 배사율(背師律)을 범하는 것이므로 장광(長廣) 팔십 리가 불바다가 되어 참혹히 망하리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5:119:3)
장광은 나가사끼長崎와 히로시마廣島를 말한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인류사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3일 후 나가사키長崎에 ‘팻맨’을 투하했다.
일본은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선생국인 조선을 수시로 침략하였을 뿐 아니라, 메이지유신 이후 미국으로부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근대국가로 발돋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진주만을 침략하였다. 또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영국과도 인도차이나 전선에서 전쟁을 했다. 때문에 일본은 배사율에 걸려 참혹히 망하게 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핵폭탄의 가공할 파괴력은 인류에게 ‘다음 세계대전은 곧 인류의 멸망’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 이후 전면적인 세계전쟁을 회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고질라는 상제님 공사에서 일본의 배사율에 대한 심판 공사의 여파로 나오게 된 캐릭터이다.
거대 생명체 고질라의 기원 ① 일본 창세신화
그렇다면 거대 생명체 고질라는 무엇을 모티브로 만든 것일까?
최초의 괴수 영화를 시작한 일본의 제작사들은 그 아이디어를 신화에서 얻었다. 그 실례가 ‘고질라’의 맞수인 ‘기토라キトラ’이다. 괴수 영화 전문제작사인 토호는 기토라의 디자인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와 일본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야마타노 오로치(ヤマタノオロチ, 八岐大蛇)라는 일종의 용이 모델이라고도 한다. 신화 속의 스사노오(스사노오노 미코토, 須佐之男命, 素戔嗚尊)와 대결했다고 하는 야마타노 오로치는 8개의 머리에 8개의 꼬리를 가진 가진 용이다. 역사학자들은 스사노오가 신라(가야지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신화라고 해석한다. 여기서 야마타노 오로치의 8수가 눈에 띄는데, 종도사님께서는 환단고기 북콘서트 경주 편 2부에서 단군조선의 소도문화가 신라의 팔관회로 계승이 됐고 일본에 가서 유명한 팔번八幡(하치만) 신사가 되었다고 하셨다.
“일본의 하치만八幡 신앙은 신라의 화랑도가 가서 전해줬고, 여기에 삼신, 칠성, 미륵, 태양신 신앙 등이 융합되어서 일본의 팔번, 팔수, 팔관의 정신이 계승되었다. 8수는 영원불멸의 생명, 신선을 상징하는 수로 팔관회는 가을에 추수감사제를 천신, 지신, 수신에게 올리는 제천행사이다.” - 환단고기 북콘서트 경주 편 2부
신화에서는 신라에서 건너간 스사노오가 8개 머리, 8개 꼬리의 야마타노 오로치를 제압한다. 역사에서는 신라의 화랑도가 건너가서 전해준 8관회 문화에 의해 팔번, 하치만 신앙이 계승되었다. 스사노오가 제압한 야마타노 오로치의 몸에서 쿠사나기草薙라는 검이 나오는데 이는 일본 왕가의 종통 상징인 삼종 신기神器 중 하나가 된다.
재밌는 것은 영화에서 기토라의 모델이 8개 머리를 가진 용이었는데, 3개의 머리를 가진 용으로 수정되었다. 그런데 팔번(하치만) 신사에도 3수의 상징인 삼태극 문양이 꽉 차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도 오리지날로 제작한 고질라 영화가 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화려한 영상미의 애니메이션으로 3부작으로 되어 있다.
1편인 고질라: 괴수행성은 고질라와 인간들의 싸움이 주된 내용이었고,
2편인 고질라: 결전기동증식도시는 고질라와 메카고질라(정확하게는 나노머신을 통해 전투도시로 변한 메카고질라)의 싸움이 주된 내용이었다.
3편인 고질라: 행성포식자는 고질라와 기토라(킹키도라)의 싸움인데, 사실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수십억 년 행성 진화의 최종 열매가 고질라(1)이고, 세 마리 용인 기토라(3)가 열매를 추수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운명적인 종교적 메시지로 그려진다. 이는 선악 구도를 떠나서 여러 가지 해석을 떠올리게 한다.
왜냐하면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흉노문화의 수두(소도)를 설명하면서 “수두에는 삼룡을 모시는데, 삼룡은 곧 삼신”이라고 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신화를 차용한 고질라와 기토라의 만남이 열매와 추수자의 관계이고, 삼룡의 모습을 한 기토라는 삼신에 대한 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최근에 시리즈를 마감한 왕좌의 게임에 등장한 세 마리 용(왕권의 상징)과도 같은 설정이다.
『환단고기 역주본(해제)』에서는 봉황 문화의 원형이 삼족오라고 설명한다. 삼족오는 삼신상제님을 숭배하는 사상을 담고 있다. 삼족오는 하늘과 땅, 인간 세계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신과 인간 세계를 서로 연결해 주는 ‘삼신상제님의 심부름꾼’이다. 조선 시대에는 민간으로 들어와 삼두삼족응三頭三足鷹(머리 셋에 다리 셋을 가진 매)이나 삼두일족응三頭一足鷹(머리 셋에 다리 하나를 가진 매) 등의 모습으로 삼족오가 표현되기도 하였다. 머리 셋을 가진 신수神獸는 이렇게 삼신상제님의 전령자이자 천자의 상징으로 나타났다.
‘고질라’의 이름에도 종교적인 측면이 있다. 일본의 괴수 ‘고지라(ゴジラ, Gojira)’가 미국에서 개봉될 때 사용한 번역어인 ‘갓질라Godzilla’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이다. 이에 대해 팬들은 God+zilla로 단어가 만들어진 데에 공감을 한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현상 같은 고질라를 신과 같이 보는 것이다.
“Godzilla, 그야말로 신의 화신이네.” - 신 고질라(2016)
거대 생명체 고질라의 기원 ② 기토라 고분
거대 생명체 고질라의 기원이 된 것은 일본 창세신화만이 아니다. 이에 대한 단서를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 찾을 수 있다.
거대 고릴라 킹콩을 주제로 한 가장 최근 영화인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는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 쿠키영상이 있다. 여기에서 살아남은 주인공들에게 정부는 자료 화면을 보여준다.
“이 섬은 시작일 뿐이에요. 훨씬 더 많죠. 지구는 우리가 아닌 그들 것이죠. 언젠가는 뺏어갈 거예요. 콩이 유일한 왕은 아니죠.”
-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의 대사
-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의 대사
이 대사와 함께 보여준 장면에서는 동굴 속에서 발견된 벽화가 있다. 벽화에는 여러 몬스터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고질라와 기토라를 신의 레벨로 평가하는 데에는 우리 역사문화의 배경이 있다고 생각된다. 최초의 원작자들이 일본신화에서 괴수들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그 신화 속의 괴수들은 일본의 고분벽화에서 발견된다. 특히 기토라라는 타이탄(영화에서 괴수를 타이탄이라고 부른다)의 이름과 같은 기토라 고분이 있다.
기토라 고분キトラ古墳은 나라현奈良県 다카이치 군 아스카 촌에 있는 고분이다. 나라현은 아스카 문화의 중심지이다. 아스카飛鳥※는 일본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일본 최초의 도읍 아스카는 비조飛鳥라는 뜻이다. 비조는 어떤 새였을까? 일본에서 비조문화시대飛鳥文化時代 다음에 백봉문화시대白鳳文化時代가 오는데, 비조가 비봉飛鳳이라는 의미가 됨을 알 수 있다(노중평 칼럼리스트 글 참고). 이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봉황문화를 비조라는 단어로 가려놨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백제가 멸망한 후 야마토 정권은 교토로 천도하면서 한반도와 밀접했던 아스카 시대를 끝내고 일본이라는 국호를 내세우며 새로운 나라로 출발하게 된다. 일본 최초의 통일 왕조인 야마토大和 왜倭 정권이 기나이畿內 지방에 들어서면서 4~5세기에 백제 등지에서 많은 기술자와 학자가 건너갔다.
『일본서기』에 오진應神 왕 때부터 도래인에 관한 기록이 다수 보이는데, “아직기阿直岐와 왕인 등이 일본 열도로 와서 문물을 전하고 가르쳐 주었다. 그 결과 8세기 중반 야마토 지역은 백제인이 80~90%를 차지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6세기 중반부터 7세기 초에 고도의 문화, 기술 집단이 일본열도로 건너가 고대 일본 문화의 정수精髓라 일컫는 지역의 아스카飛鳥 문화를 건설하는 주역이 되었다.
613년 백제가 멸망한 후 백제의 이주민들은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의 아스카 문화가 이로부터 출발한다.
■ [KBS역사스페셜] <기토라 고분, 고구려의 하늘을 품다>
일본 아스카에서 발견된 두 개의 아주 작은 고분. 기토라와 다카마쓰 총. 이곳에서 일본 최초의 벽화가 발견된다. 20세기 일본 최대의 발굴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이 벽화들은 일본에서 어떠한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 걸까? 나라현의 작은 마을 아스카. 이곳을 일본인들은 마음의 고향이라 부른다. 일본이란 국가가 이곳에서 잉태되었기 때문이다.내시경을 이용한 내부 관찰이 시도되었다. 선명한 색채의 사신도와 천문도. 예상치 못했던 벽화들을 맞이하는 현장은 감탄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현무 발견 이후 백호, 청룡이 차례대로 확인되었다. 2001년 주작이 발견됨으로써 사신도를 다 갖춘 일본 유일의 고분이 되었다.
하시모토 케이조 교수 | 칸사이 대학 : 당시 일본은 천문에 관한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서 천문도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기토라 천문도는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지식의 원형이 있었던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천문도의 관측 지점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아스카의 34도가 아닌 북위 37도라는 걸 밝혀냈다.
미야지마 교수 | 도시샤대 이공학 연구소 : 37도라 함은 아마 한반도의 어느 지역이 될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 지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스카에서는 볼 수 없는 별자리.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고구려의 천문도가 이곳, 기토라에서 출토된 것이다.
홋타 케이치 | 카시하라 고고학연구소 지도 연구원 : 신라에서 십이지신상은 석실 안에 토우의 형태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일본의 기토라 고분은 조각상의 형태로 석실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벽화의 형태로 그려졌다. 그 점에서 기토라 고분은 신라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우에다 마사아키 | 교토대학 명예교수 :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초엽에 걸쳐 일본에서 일하던 화가 집단 중 가장 크게 활약한 그룹은 고구려 계통의 황문씨였다. 훌륭한 화가 집단이었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황문씨의 활약은 이곳 아스카의 두 고분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학자들은 피장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해도 이 벽화를 그린 게 황문씨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황문씨는 그림만 그리는 화공이 아니었다. 건축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노쿠마 카네카츠 ㅣ 타치바나대 문화재학 : (황문씨가) 나라의 야쿠시사에서 불족적(부처의 발자국 무늬, 중생을 위해 수행길에 오른 부처의 고행을 상징)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황문씨 가문은 뭐라고 할까? 그는 아스카 시대의 다빈치였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며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수퍼맨 같은 존재였다.
기토라의 유래, 사신도
기토라는 북포北浦 곧 ‘북쪽 나루’의 독음에서 유래한 것인데, 나라 시대에는 해로무역海路貿易이 가능한 곳이다. 한반도와의 빈번한 왕래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북쪽의 포구라는 뜻이니 북방 1수의 현무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 이곳에서 1983년 11월 7일에 석실 안쪽의 채색벽화에서 현무가 발견되어 주목을 끌었다.
[KBS 월요 다큐멘터리, 기토라 고분의 비밀](1998년 8월 4일 방송)에는 예전에 이 무덤에 동물이 파놓은 구멍이 있어서 사람들이 들여다보니 카메(거북이)와 토라(호랑이)가 서쪽에 그려져 있었고 그래서 기토라라고 불렸다는 증언도 있다. 한마디로 기토라라는 지명은 사신도 그림을 보고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신이 그려진 벽화가 있는 등의 유사점 때문에 다카마쓰(다카마츠즈카, 高松塚) 고분古墳의 ‘형제’로 불리기도 한다. 석곽은 응회암을 잘라내어 짜 맞춰 만들었으며, 내부는 폭이 약 1m, 길이 2.6m, 높이가 약 1.3m 이다. 내벽과 천장에는 옻칠이 되어 있고, 벽화가 그 위에 그려졌다. 사면의 벽 중앙에 사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그려져 있다. 사신의 아래쪽에는 3개씩 짐승 머리에 사람 몸인 십이지가 그려져 있다고 여겨지나, 북쪽 벽 현무의 쥐, 동쪽 벽 청룡의 호랑이, 서쪽 벽 백호의 개, 남쪽 벽 주작의 말 등 6개체만이 발견되었다.
천정에는 천문도가 있는데, 직경 약 60cm로, 별자리, 천구의 적도, 황도, 태양, 달 등이 그려져 있다. 총 68개의 별자리, 약 350개의 별(68개의 흔적 포함)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별에는 금박이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다카마츠 고분에는 고구려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들이 그려져 있고 28수와 북극성을 그렸다. 기토라 고분의 천문도는 중국 남송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보다 5백 년 정도 앞선 것이다. 일본 천문학자들은 이 천문도에 나오는 별들의 위치로부터 이 별 그림이 북위 38~39도인 지방에서 본 밤하늘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곧 고구려의 밤하늘을 그려 놓은 것이다.
사신도와 삼신오제 문화
그렇다면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사신도의 사신은 어떤 존재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동방의 삼신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삼신문화는 우주의 시공간을 오방으로 본다. 여기서 신교의 우주관 음양오행 문화가 나왔다. 목화토금수 오행은 단순한 자연의 기본 요소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삼신의 우주성령을 얘기한다. 삼신이 동서남북 중앙 오방으로 작용하는 다섯 성령, 대자연의 다섯 성령을 얘기한다고 해서 태 자를 붙인다. 태수, 태화, 태목, 태금, 태토,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는 자연신을 동방의 청룡, 서방의 백호, 남방의 주작, 북방의 현무, 그런데 현대인들이 이상한 괴물같은 걸 그려놨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데, 그게 자연신이거든. 서양의 기독교 유일신관이 들어와서 사신도를 아주 이상하게 알아요. 우주의 동서남북, 춘하추동, 우주순환 이법, 시공간의 천지기운을 다스리는 신인데, 그 자연신을 무시하고 모욕을 주고 모독을 한다.
- 환단고기 북콘서트 광주 편, 종도사님 도훈
- 환단고기 북콘서트 광주 편, 종도사님 도훈
환국·배달·조선은 우주 원리를 국가 경영 원리로 삼아 나라를 다스렸다. 그 우주 원리가 바로 삼신오제三神五帝 사상이다. 삼신(조화신·교화신·치화신)이 현실에서 작용할 때에는 다섯 방위[五方]로 펼쳐진다. 오방五方은 동서남북과 중앙이다. 이 오방을 대변하는 다섯 가지 색깔, 청(동방)·백(서방)·황(중앙)·적(남방)·흑(북방)을 오방색이라 한다. 오방에서 각기 만물의 생성작용을 주장하는 신(主神)을 오제라 하는데, 청제靑帝·백제白帝·황제皇帝·적제赤帝·흑제黑帝이다. 이 다섯 방위의 주재자가 수화목금토 오행의 천지 기운을 주재한다.
이러한 삼신오제 문화를 드러낸 한 장의 그림이 곧 고구려 무덤 벽화 속의 사신도四神圖이다. 사신도는 동서남북 사방과 춘하추동 사계절의 천지 오행 기운을 주재하는 자연신인 청룡(동방), 백호(서방), 주작(남방), 현무(북방)를 표현한 것이다. 오방 가운데 중앙을 맡은 황룡은 무덤 벽화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삼신오제 사상에 대해 현대인들은 서양의 유일신관이 들어오면서 사신도의 자연신들을 괴물, 괴수 정도로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민족 문화와 늘 함께했던, 천지의 시공간을 다스리는 신령한 신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렇게 모독을 당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바로 이 점이 일본의 고질라, 기토라와 현대의 괴수영화가 탄생하는 아이디어가 되기도 했다고 생각된다. 넓게 해석하면 현대의 모든 괴수영화의 시작은 신화에서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사신도에서 발원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영화에서 타이탄을 담당하는 모나크 조직의 서양 과학자들이 이 타이탄들을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으로 보고 얼이 빠져 있는데, 동양인으로 나오는 장쯔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서양에선 용을 죽이지만 동양에선 신성시하지. 지혜, 힘, 구원을 가져다주는 성스러운 존재로!” - 영화 속 장쯔이의 대사
용은 서양에서는 정복의 대상이고, 동양에서는 통합의 상징이다.
공주를 용으로부터 구출해내는 이야기는 서양의 오랜 설화이다. 용을 정복한 영웅이 공주를 얻고 왕이 된다. 이렇듯 서양의 용은 죽이고 탈환해야 할 적대적 대상이지만, 동양에서 용은 세상을 포용하는 주인공의 상징이다. 동양의 용은 세상을 다스리는 왕권의 신성함을 나타낸다. 아마도 동양에서는 다신문화권의 영향으로 자연신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 때문일 것이고, 서양에서는 동양에서 온 정복자에 대한 반발과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에 의해 우상숭배와 정복의 대상이 된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동서양 모두 용이 왕권의 상징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구 생태계의 조화를 이루는 신수神獸, 타이탄
영화에서는 괴수를 타이탄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타이탄이 지구를 파괴하고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 환경에 반드시 필요한 운명적이고 종교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 타이탄이 지나간 곳은 환경오염이 사라지고, 풀과 나무가 자라고, 생태계가 회복된다. 타이탄들을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어머니 지구의 전령자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이 파괴한 환경을 미지의 힘으로 살려내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 내용을 통해서 영화가 타이탄을 곧 신성한 존재로, 신수神獸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설정으로 타이탄들을 연구하는 집단, 모나크의 박사 엠마는 생물음향 분석을 통해 타이탄들이 특정한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 특정한 파장의 소리를 통해 이들과 대화하고 잠든 타이탄들을 깨운다. 이는 주문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예로부터 주문은 인간과 신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 인간의 영성을 밝히는 신의 소리라고 했다. 후반부에 고질라와 기토라의 대결에서도 이 소리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결론
고질라 영화는 일본 특수촬영 기술의 원조이다. 여기에서 바이오맨, 마스크맨, 후뢰시맨과 괴수가 나오는 수많은 수트 특수촬영물이 나왔다. 이상에서 전 세계 괴수영화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이 고질라 시리즈가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四神圖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만든 세계관인 몬스터버스는 사신도 우주를 나타낸다. 현무 주작 청룡 백호는 천지의 4방위를 나타내는 자연신으로서, 동서남북 사방과 춘하추동 사계절의 천지 오행 기운을 주재한다. 중앙의 황룡까지 포함하여 한국인은 우주의 근원인 삼신을 모시면서 오제를 함께 모셔왔다. 삼신오제 사상은 동북아 한민족사의 창세 시절 초기부터 통치 원리로 이화되었다. 배달의 환웅천황이 삼신오제 사상에 따라 삼백三伯(풍백, 우사, 운사) 제도와 오사五事(주곡主穀·주명主命·주병主病·주형主刑·주선악主善惡)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65년 역사를 가진 고질라 시리즈는 흥행을 위한 요소로 시작한 설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의 뿌리와 환단고기 문화를 드러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문화는 기존 문화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잃어버린 신수문화를 복원해서 문화로 만든 일본의 저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일본 문화의 뿌리가 우리 문화와 역사다. 역사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시점에 시원역사의 종주로서 잃어버린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밝히고 재창조하여 새로운 인류문화를 제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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