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구독경제’다
[지구촌개벽뉴스]
‘사지 않고 구독한다’
월 5만 원에 셔츠, 4만 원에 미술품 배달…… 이제는 ‘구독경제’다
회사원 김 모 씨(32)는 매주 금요일마다 셔츠 3장을 배달받는다. 기존에 입던 셔츠는 세탁할 필요 없이 새 셔츠가 배송 올 때 반송하면 된다. 김 씨가 가입한 서비스는 월 5만 3000원을 내는 ‘셔츠 정기 배송 서비스’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일까? 아니면 스타트업start-up 기업이 내놓은 황당한 사업 아이템일까? ‘구독경제’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간 600조 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다. 다만 공유할 뿐이다!
공유경제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뜨고 있다. 구독경제는 과거 물건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공유’하던 시대를 지나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듯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주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개념이다. 2018년 연말, 업계에 따르면 구독경제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만 해도 300여 곳에 이른다. 한 스타트업 투자 회사 관계자는 “2017년에만 해도 스타트업 사업 제안서 100건을 받으면 그중 20여 건이 구독과 관련된 사업이었는데, 올해(2018년)에는 30~40건이 구독 모델 사업”이라고 말했다. 구독 산업은 글로벌 금융 위기 후인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처음 생겨났다. 경제 저성장 분위기에서 화장품·면도날과 같은 생활 소모품을 소포장으로 낮은 가격에 정기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인기를 끌었다. 미국 스타트업 후치는 월 9.99달러만 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구독경제는 제한된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고객의 취향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안정적인 이익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전 세계의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4,20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5,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넌 사니? 나는 구독해!
자동차 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시작됐다. 작년 11월 ‘BMW 미니’가 국내의 플랫폼 기업인 에피카와 손잡고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매달 100여 만 원(회원비와 차량 사용비를 합산한 가격)을 내면 미니 컨트리맨·JCW와 같은 미니 차량 4~6종을 매달 바꿔 탈 수 있는 서비스다. 행사 당일에 300여 명이 구독 상담 신청을 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자극받은 현대자동차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구독 서비스를 2018년 12월에 출시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2017년을 전후해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유럽 등지에서 시작한 새로운 자동차 이용 방식이다. 차량공유(car sharing)·차량호출(car hailing) 등과 같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의 일종이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장기 렌터카나 리스와 비슷하지만 차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고, 중도 해지 수수료가 낮거나 없으며 사고 처리·보험·정비·세금 등을 운용회사가 부담해 편리하다.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7월부터 월 9,900원에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공격적인 서비스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에 스타트업 리디북스는 월 6,500원에 2,600여 권의 책을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내놓으며 경쟁에 나섰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기존 대형 도서업체 예스24와 교보문고도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술·예술품·취미까지 구독 형식으로 제공하는 이색 서비스도 생겨났다. 스타트업 데일리샷은 한 달 9,900원에 제휴 술집에서 매일 술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지 1년 만에 누적 회원 수 5,000명을 돌파했다. 제휴 술집도 창업 당시 10개에서 120개로 늘어났다. 이 밖에 매월 최저 3만 9,000원에 3개월에 한 번씩 미술가의 미술 작품을 배송해 주는 ‘오픈갤러리’, 월 최대 3만 원에 뜨개질·수채화 같은 취미용 소품을 받아 볼 수 있는 ‘하비인더박스’도 인기다. 구독경제가 인기를 얻자 대기업이나 금융업체도 뛰어들고 있다. 국내의 한 카드 회사는 작년 7월 셔츠·양말·동물 용품 등 8개 스타트업의 구독 상품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내놨다.
AI와 만나 폭발적 성장 예상
구독 서비스는 주로 혼자 사는 20~30대가 타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대들이 목돈을 들여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매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구독 서비스의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구독 서비스에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미리 예측하고 보내 주거나 사람의 성장에 따른 생활 주기를 반영한 신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김도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변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를 감안하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도 해외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이 구독경제를 도약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용어사전
공유경제共有經濟(sharing economy)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현재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1984년, 하버드대학교 마틴 와이츠먼 교수의 논문에서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창업 초기의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도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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