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3) / 이란 방문한 하마스 지도자 암살

[지구촌개벽뉴스]

AI 멸망론과 낙관론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3)




AI에 대한 경고


인공지능(AI)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사와 지탄이 극명하게 갈리는 기술이다. 한쪽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줄 구원의 기술로, 그 반대편에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치명적 기술로 받아들인다.

전자의 대표적인 주창자는 구글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그는 컴퓨터 기술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2045년쯤에는 전 인류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이 탄생해 인간을 불멸의 세계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후자의 대표 주자는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다. 그는 “향후 10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조작하고, 인간이 알지도 못하는 무기를 이용해 인간을 정복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핵무기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의 개발을 ‘악마를 소환하는 행위’에 비유한다.

위험의 측면은 매우 다양하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아틀라스〉에는 가정용 AI 로봇이 돌발 사고로 인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세계 최초 AI 테러리스트가 된다. 그런데 실제 AI가 테러에 사용된 역사적 사건이 있다. 2020년 11월 이란 최고 핵과학자 파크리자데는 경호원과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살인 AI'의 기관총 난사로 살해됐다. 당시 현장의 무인 트럭은 안면 인식 AI 시스템을 갖췄고 원격조종으로 공격한 뒤 자폭했다. 팁 러닝의 창시자로 구글에서 부사장을 지냈던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현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10년 이내에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병기가 등장할 것으로 본다.”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24년 6월 로봇 개가 이미 인민해방군에 실전 배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로봇 개는 두 종류로 정찰용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우회하며 자체적으로 정찰 경로를 선택할 수 있고, 고화상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공격용은 소총은 물론 로켓포 등 다양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표적을 수색해 사격을 하기도 하고, 적의 장갑차에 접근해 로켓을 발사하기도 하는 등 높은 시가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10년 세포에 인공 합성 유전자를 주입해 세계 최초의 인공 생명체를 만든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 연구소는 2021년에 자손 번식까지 가능한 인공 세포를 내놓았다. 이제 AI가 인공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하는 일이 현실화를 앞두고 있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3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와 AI 챗봇chatbot의 대화에서 AI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개발하거나, 핵무기 발사 버튼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AI가 마음만 먹으면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주가 청소년에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 제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도 AI의 부정적 면이 부각된 사례다. 어떻게든 사용자들을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해야 돈을 버는 SNS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AI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의 성향에 맞는 자동 피드(게시물)를 제공한다. 소비자에게도 편리한 이 기능을 아예 법적으로 차단시키겠다고 뉴욕주 정부가 나선 것이다.

알고리즘Algorithm은 수없이 많은 정보 가운데 나에게 맞는 맞춤형 정보만 쏙쏙 알아서 제공해 주는 기능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우연히라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AI가 알아서 삭제시키는 무서운 장치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혹시 얻을 수도 있었던 사고의 다양성을 뺏어 가는 도구일 수도 있다.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 주는 장치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극도로 편협하게 만들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SNS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되는 피드가 아이들을 “폭력적이며,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로 유도”하고 있으며, “결국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핵심 변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SNS가 만드는 이 알고리즘 생태계는 “미성년자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로 귀결된다.”라고도 덧붙였다. SNS와 알고리즘이 미성년자들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인정하며 각종 입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미국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AI는 분명 양날의 칼이다.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는 AI


반면 무한한 기회의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는 다양한 산업에서 작업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최적화하여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Jim Keller는 AI가 조만간 모든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하고 건강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AI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암세포와 치료제가 결합하는 구조를 정확히 예측해 그동안 수년씩 걸렸던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인공지능 모델이 등장했다. ‘알파고’ 개발사로 잘 알려진 구글의 인공지능 기업 딥마인드DeepMind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인 알파폴드의 최신 버전 ‘알파폴드3’를 공개했는데 과학자들도 애를 먹었던 복잡한 세포의 단백질 구조를 30분이면 찾아내어 주목받았다.

2024년 5월에는 AI를 활용한 사상 최대 규모의 뇌 3차원 지도도 공개됐다. 구글과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복잡한 인간 두뇌의 구조를 낱낱이 밝혔는데,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세포 사이의 경로를 구분하고, 세부 구조를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뇌 기능과 관련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자율주행을 위한 ‘14억의 실험실’이라 불리는데,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실험실로 만든 건 ‘시티 브레인’이라는 인공지능과 첨단 모빌리티로 무장된 지능화 도시라는 콘셉트를 수출 모델로 삼기 위해서다. 이동 시간이 업무와 공부와 휴식의 시간으로 바뀌는 새로운 개념을 보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전망 앞에서, 인간은 선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가을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정신의 한가운데에 있다. (한재욱 객원기자 / 본부도장)

중동에서 짙어지는 전운戰雲


이란 방문한 하마스 지도자 암살



이란 방문했던 하니예 숙소에서 암살당해
헤즈볼라 최고 지휘관 제거 후 몇 시간 만에 하마스 지도자도 공격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암살된 하마스 지도자


2024년 7월 3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Hamas와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하마스의 젊은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가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숙소에서 급습당해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7월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Fuad Shukr를 제거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테헤란을 공격해 하니예를 암살한 것이다.

하니예는 하마스 정치국을 이끌며 가자 전쟁 휴전 협상을 주도해 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이 파탄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서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이란의 입장에서 하니예 암살은 자국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저항의 축’ 지도자가 암살된 치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제5차 중동전쟁 확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마스와 이란은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했다. 앞서 2024년 4월에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고 이에 이스라엘이 맞대응하면서 중동전쟁 위기가 고조된 바 있다.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가 걸어온 길


이스마일 하니예, 그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 지구 난민촌에서 1962년 태어났다. 가자 이슬람 대학에서 이슬람문학을 전공하고 1987년 졸업하였다. 그는 대학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과 이를 이끄는 아흐메드 야신Ahmed Yassin을 만났다. 1987년 이스라엘의 압제에 항거하는 대대적인 봉기, 즉 제1차 인티파다Intifada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야신은 무력 투쟁을 천명하며 하마스를 설립했다. 그는 이런 야신을 도우며 두 차례 투옥됐다. 1993년 추방지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이슬람 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1997년 하마스 창설자 야신의 비서실장에 임명되었다.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2차 인티파타 기간 동안 야신을 보좌하여 하마스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하마스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부상하였다. 2003년 9월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 지구를 방문한 야신을 암살하기 위하여 폭탄을 떨어뜨렸을 때 야신을 수행하여 함께 있었지만 상처 없이 피할 수 있었다. 2004년 3월 22일과 4월 17일 아흐메드 야신과 아지즈 란티시Aziz Rantissi가 이스라엘에 잇따라 표적 암살된 뒤, 마흐무드 알자하르Mahmoud al-Zahar 등과 함께 하마스를 이끌어 왔다.

특히 2006년 1월 실시된 팔레스타인 지방선거에서 그가 이끄는 하마스는 132석 중 74석을 석권하며 온건파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Fatah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 승리를 바탕으로 하니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됐다. 강경파인 하니예는 테러 시도를 포기하고 이스라엘을 인정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했고, 온건파와도 대립했다. 이에 하니예는 자치정부 내각에서 이탈했고, 팔레스타인은 2007년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지구(Gaza Strip)와 파타당이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West Bank)로 완전히 쪼개졌다.

그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는 이스라엘의 제거 1순위가 됐다. 하니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따돌리기 위해 카타르와 튀르키예 등의 고급 호텔 등을 오가며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올해 들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세 명의 아들과 손주, 형제자매 등 10명을 잃었다고 한다.

확전의 기로에 놓인 ‘두 개의 전쟁’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였다. 개전 900일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침공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최근에 남쪽 지역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북쪽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격돌하는 양면 전쟁으로 확대됐다. 특히 이스라엘이 8월 25일 양쪽을 모두 공격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한껏 고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전이 전면전으로 커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공격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며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이란은 이미 지난 4월에 직접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하니예 암살 후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의심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희 객원기자 / 본부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