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묻지 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는 모두 ‘고립된 외톨이’

[지구촌개벽뉴스]
피의자는 모두 ‘고립된 외톨이’

잇따르는 묻지 마 칼부림 사건



범죄를 모방한 살인 예고 글 난무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살상하는 일본 거리의 악마들
자신을 향했던 가학성이 타인을 향한 무차별 범죄로



자살률 1위 대한민국에서 묻지 마 살인 사건 계속 일어나


2019년, 멕시코는 살인율이 1위이고 한국이 자살률 1위인데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에서 사장이 괴롭히면 노동자가 자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댓글이 인터넷에 퍼졌었다. 5년이 흘러 지금도 한국은 여전히 자살률 1위라는 점은 변함이 없는데 동시다발적인 ‘묻지 마 살인 사건’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올해 7월부터 나타나고 있다.

외국도 이런 상황의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데, 8월 12일자 영국 BBC News는 “이유를 묻지 마세요 : 한국이 잇단 ‘묻지 마’ 칼부림으로 고심하고 있다(‘Don't Ask Why’: South Korea grapples with back-to-back ‘Mudjima’ stabbing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서울 신림역과 성남 서현역 등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보도했다. ‘묻지 마’는 한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그대로 옮긴 ‘Mudjima’라고 표기했다.

공통점은 ‘고립된 외톨이’


잇따른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의 공통점은 피의자 모두 ‘고립된 외톨이’라는 점이다. 8월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의 가해자 최원종(22) 씨는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그러나 특목고 진학 실패 뒤 일반고를 자퇴하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외톨이처럼 지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좌절이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발병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사회적 고립이 심해지는 악순환 속에 있었다. 사건 하루 전 남긴 인터넷 게시 글에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 곧 이(異) 세계로 간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7월 21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진술했다.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이 14건 있는 조선은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열심히 살아도 안 되더라고. X 같아서 죽였습니다.”라며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정유정(23)은 불우한 성장 과정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지난 5월 과외 앱을 통해 만난 20대 여성의 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범행 전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서운한 감정을 털어놨지만, 사과를 받지 못하자 “내가 크게 일을 만들어 버리면 나도 죽어야 돼.”라는 말을 남긴 채 살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정유정의 살인 동기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라는 검찰 공소장 속 한 문장에 응축됐다.

자신과 타인을 파괴시키는 사회적 분노


이 사건들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자리한 분노가 얼마나 위험 수위인지를 보여 준다. 특히 모방 범죄로 살인 예고 글이 난무하는 것은 기저에 쌓인 불만의 크기가 매우 크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경찰은 8월 6일까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54명을 검거했다. “장난”이라고 밝힌 경우가 다수지만,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예고하며 구입한 칼 사진을 올렸던 이 모(24·구속) 씨는 실제 “신림동 사건 관련 게시 글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라고 진술했다. 지난 4일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 흉기 2점을 소지한 채 나타났다가 6일 구속된 20대 남성 허 모 씨는 행동에 앞서 SNS에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범행을 벌인 이들과 유사한 입장과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립된 외톨이’는 반복된 실패의 경험 속에 좌절감이 누적되고, 건전한 사회적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 불만을 키우며,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에 달하는 순간 폭발하고 만다. 이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 국가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자신을 향했던 가학성이 타인을 향한 무차별 범죄로 전이되는 형국이다.

장기 불황 이후 나타난 일본 거리의 악마들


일본은 1990년대 장기 불황 이후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살상하는 범죄를 ‘거리의 악마’란 뜻의 도오리마(通り魔) 사건으로 부른다. 2000년부터 10년간 발생한 묻지 마 사건 52건을 조사한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범인은 39세 이하(73.1%)가 많았다. 일반 사건보다 연령이 낮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범죄자 52명 중 43명이 결혼 이력이 없었고, 친구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당시 친밀한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명에 그쳤다.

희망을 찾아서


자살과 묻지 마 살인은 모두 살아갈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만든 비극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희망이 고갈되어 가고 있고 희망 위에 싹을 틔워야 할 청년들이 가장 먼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희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희망은 믿음에서 나온다. ‘앞으로 잘될 거라는 믿음’,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등등. 그리고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믿는 것처럼 믿음은 사랑에서 온다. 그래서 제일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어진 마음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혐오와 갈등의 시대요, 자본과 경쟁의 시대다. 그래서 상제님은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도전道典 4:16:2~3)라고 하셨다. 이 세상에 유일한 희망 증산도 상생相生의 진리가 우울한 사회에 약이 되고 빛이 되길 바란다. (이강희 객원기자 / 본부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