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개벽으로 Review 하기 |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 (2)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앞으로 오는 세월이 연(年)으로 다투다가,
달(月)로 다투다가, 날(日)로 다투다가,
시간(時)으로 다투다가,
분(分)으로 다투게 되리니 대세를 잘 살피라. (도전道典 7:3:6)


우리는 지난 호 기사를 통해 JTBC 다큐멘터리 〈세 개의 전쟁〉 중에서 1부 겨울 전쟁(문명 전쟁)과 2부 투키디데스의 함정(질병으로 인한 패권 전쟁)에 대해 정리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3부 최후의 날, 스발바르’ 편에서 다루는 기후 전쟁 문제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3부의 내용이 지구 차원에서 두드러지는 큰 변화여서 그런지 손석희 특파원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에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JTBC 강연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 인생수업〉 13회에도 최재천 교수의 리얼한 표현이 담긴 핵심 내용들이 등장하므로 이것도 함께 살펴본다.

또한 직면한 위기의 인식 부재 문제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는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와 미국 부통령을 지냈던 앨 고어Al Gore의 저서 『불편한 진실』의 핵심들도 더불어 정리해 보겠다.

최후의 날을 대비한 스발바르


3부는 디스토피아dystopia, 종말, 멸종 등의 단어로 시작한다. 이 문제를 살피기 위해 북극점에서 1,300km 떨어진 지구 최북단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The Svalbard Islands)를 찾아간다. 스발바르Svalbard는 노르웨이 말로 차가운 해변의 땅이라는 뜻이다. 1년 내내 평균 기온이 영하로 지구상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북쪽의 땅이다.

이곳에 종말을 대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 스발바르 국제종자보관소(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있다. 전 세계 백여 개국에서 공수해 온 다양한 씨앗들이 보관돼 있다. 핵전쟁, 소행성 충돌 등 전 지구적 재난에 대비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씨앗을 보관하는 창고이다. 여름에는 몇 달이고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지속되고, 겨울에는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밤이 지속되는 극야의 땅인 이곳에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를 세운 것이다.

이 견고해 보이는 씨앗 방주에 최근 문제가 생겼다. 국제종자보관소는 영하 18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2016년 여름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해지면서 터널에 물이 침투했다. 핵전쟁과 소행성 충돌에는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정작 가장 가까이 떠 있는 빙하가 녹는다는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3부 ‘최후의 날, 스발바르’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비극적 결말이다. 제작진은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과학자들의 경고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다 보면 그런 결말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올라가며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한다. 작년 독일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라인강 곳곳에 ‘헝거스톤hunger Stone’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고 하는 배고픔의 돌, 헝거스톤은 극심한 가뭄으로 강의 수위가 낮아졌을 때 해당 연도를 새겨 놓았던 돌이다.

미국의 서부의 거대 사막 데스밸리Death Valley는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이다. 이곳에서 2022년 단 몇 시간 만에 6개월 강수량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연간 강수량의 75%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분석에 의하면 작년 플로리다에는 “천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폭우”가 내렸다. 여름철 허리케인이 지나자 겨울 허리케인이 찾아왔다. 폭우와 폭설, 폭염과 혹한의 간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덴버 지역은 영상 5도였던 온도가 불과 1시간 만에 영하 15도가 된 일도 있었다.

2022년 파키스탄의 여름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3개월간의 집중호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겨 그야말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했다. 120만 채 이상의 집이 주저앉고, 5천 킬로가 넘는 도로가 사라졌다. 파키스탄의 기후변화부 장관은 기후 변화에 기여한 선진국들이 기록적인 폭우로 고통받는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실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작년(2022년)의 변화 모습들은 올해 2023년 벌어진 충격적 기후 변화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여름은 사상 유례없는 기후 변화를 겪고 있다. 체감 온도 50도가 기본이 되어 버린 곳이 대부분이다. 뉴스 제목도 무시무시한 ‘몬스터 폭염’으로 지구촌 곳곳이 불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기상학회는 기록적인 기온의 이번 폭염을 '케르베로스 폭염'이라고 명명했다. 케르베로스cerberus는 단테의 〈신곡神曲〉에 등장하며 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犬]로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다.

‘미쳐 버린 지구 날씨’, ‘펄펄 끓는 살인 더위’, ‘아직 진짜 폭염은 오지도 않았다’ 등 뉴스에서 보도되는 기후에 대한 기사 제목은 재난 영화들의 제목보다 더 강렬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 “지금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 지구 열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끓는 지구의 시대’라는 표현은 앨 고어Al Gore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미국의 부통령을 지냈던 앨 고어가 2006년에 쓴 동명의 책 『An Inconvenient Truth』를 다큐멘터리로 영화화한 것이다.

지난 2023년 7월 4일은 역사상 지구 평균 기온이 17도를 넘어 사상 최고의 더운 날로 기록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7.01도를 기록해 2016년 8월의 종전 최고 기록 16.92도를 넘어섰다. 그리고 하루 만에(7월 5일) 17.18도로 최고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기후학자 프레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이는 우리가 기념해야 할 이정표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려스럽게도 이날이 앞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가장 더운 날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엘니뇨El Niño로 올해 기록이 또다시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싱크홀과 가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계속해서 러시아의 문제를 다룬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는 평야 한가운데에 엄청난 크기의 싱크홀sinkhole이 생겨났다. 2014년 이후 발견된 총 20개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한 원인은 영구 동토층凍土層 상층부에 쌓인 가스였다.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한 메탄이 폭발과 함께 터져 나온 것이다. 지구 대기 중 메탄 농도는 이산화탄소보다 낮지만, 열을 흡수하는 힘은 월등히 강하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84배나 된다. 연구에 의하면 북극 영구 동토층은 약 1조 7천억 미터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북반구는 25%가 영구 동토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서 전 세계는 에너지 대란에 휩싸였다. 유럽은 탄소 중립을 일찌감치 선언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자제해 왔는데 전쟁으로 인해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독일은 가장 오염을 많이 시키는 석탄을 다시 활용하게 됐고, 오스트리아도 문을 닫았던 석탄 발전소를 다시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가스가 끊기자 유럽은 석탄 수요가 폭증했다. 다시 석탄의 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또한 손 특파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최후의 날을 대비해 만든 스발바르의 종자보관소가 최후의 날을 재촉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대 바이러스의 부활



네안데르탈 시대(3만 년 이전)부터 살아남아 온 이 바이러스는 인류나 동물, 식물 모두를 감염시킬 수 있어요. - 장 미셸 클라베리 프랑스 국립연구센터

우리 인류의 역사 내내 바이러스와 늘 ‘밀당’을 하고 살았을 텐데, 한 번도 우리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박멸하거나 퇴치한 적이 없거든요. - 최재천 교수


3부에서는 바이러스virus의 문제도 심각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재앙과 화禍는 홀로 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구 동토층에 묻혀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땅이 녹자 마치 좀비처럼 부활한 것이다. 프랑스 연구팀이 되살린 바이러스는 피토바이러스Pithovirus, 몰리바이러스Molliviurs 시베리쿰Sibericum이다. 아메바를 미끼로 주자 이 바이러스는 단숨에 감염시켜 터뜨려 버렸다. 과거 네안데르탈인들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몇 년 뒤에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얼음 속에서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는 무려 40종 이상이다. 손 특파원은 이런 미지의 바이러스 등장이 영화적 상상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런 영화적 상상이 실제화되는 일을 가끔씩 목도해 왔습니다.”라고 했다. 이 영화적 상상은 바이러스로 인한 종말에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거대 싱크홀이 나타난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2016년 순록 2천 마리 이상이 죽은 채로 발견됐다. 순록뿐 아니라 열두 살의 어린 목동이 죽고 마을 주민 90명이 입원했다. 탄저병이었다. 동토층이 녹으면서 땅속에서 자고 있던 바이러스, 박테리아들이 활성화되면서 순록이 먹고 병에 걸린 것이다. 영구 동토층은 바이러스의 저장고로 불린다. 그 저장고의 문이 열리는 그날이 오고 있다. 손 특파원은 이날이 어쩌면 지구 최후의 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지 않은 최신 소식에서는 더 실감 나는 내용이 있다. 2023년 3월 프랑스 연구팀이 약 4만 8,500년 동안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 언 상태로 있던 바이러스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번식력이 살아 있는 일명 ‘좀비 바이러스’가 깨어났다는 것이다. 프랑스 악스-마르세유대 장 미셸 클라베리Jean Michel Claverie 교수 팀은 동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얼어 버린 바이러스 7종을 찾아내 번식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최근 사전 출판 논문집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했다. 이는 같은 연구진이 2014년과 2015년에 발견한 3만 년 전 바이러스 2종(판도라바이러스, 몰리바이러스)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연구진은 아메바 배양액에 영구 동토층 시료를 넣어 두고 아메바의 감염 여부를 확인했는데, 9종의 바이러스는 모두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영구 동토층의 얼음이 녹을 경우 지구상의 식물과 동물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클라베리 박사는 “고대의 거대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동결됐음에도 여전히 감염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다른 고대 바이러스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는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 바이러스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약 10배 크기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에 ‘판도라바이러스 예도마Pandoravirus yedoma’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에서 보듯 영구 동토층의 자원 개발을 하면서 좀비 바이러스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국적인 기후 시나리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는 전 세계 과학자 270명이 모여서 바로 ‘그날’을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물로 ‘기후 변화 2021 과학적 근거’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 안에는 인류 최후의 날 디스토피아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에 지구 온도는 최대 1.9도 상승하고, 2060년에는 3.0도, 2100년에는 5.7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구의 온도는 1900년대 산업화 이후에 1.1도 상승한 상태다.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전 세계적으로 파국적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도가 오르면 이번 세기 안에 생물 다양성의 거의 절반을 잃을 것이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스발바르는 지구에서 가장 빨리 따뜻해지는 곳이다. 지구 다른 지역의 온도 상승 속도가 1~1.5도인데, 스발바르는 지난 60년 동안 5.6도가 상승했다. 이렇게 녹은 극지의 빙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닷물의 수위는 매년 더 높아지는데,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에 의해 쌓인 에너지의 91%가 해양에 흡수되었다고 한다. 물은 열팽창을 하는 물질로 해양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해수면이 올라간다.

이미 투발루나 피지 등의 태평양 국가들은 1.5도만 올라도 국토의 대부분이 물에 잠긴다. 이런 피해가 작은 나라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최대 도시 뉴욕New York, 그중 가장 중심인 맨해튼의 4km에 이르는 해안에 5m 높이의 방벽이 설치되고 있다. 지난 백 년 동안 이미 뉴욕주 해안의 해수면은 이미 23cm나 상승해 있었다.

매년 허리케인으로 인한 쓰나미와 홍수가 강력하게 덮치고 있다. 전 세계 사람의 3분의 1이 해안선에서 100km 이내에 살고 있다. 그중 1억 5천만 명의 인구는 해발 고도 1m 미만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이 침수가 되면 우리 문명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세계의 가장 비옥한 곡창 지대는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한다. 기후 변화가 곡물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되면 필연적으로 식량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말 전례 없는 재난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퍼펙트 스톰’ 때문입니다. -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


식량 위기를 둘러싼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 부족은 사람들의 이동을 초래하고, 식량 확보를 위한 전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제작진이 ‘3부 최후의 날’의 장소로 온갖 씨앗이 저장된 스발바르를 택한 이유가 이것이다.

식량 문제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 주고 있다. 유럽의 빵 바구니 지대로 불렸던 우크라이나는 곡물의 생산과 수출에 있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이지만 러시아의 침략으로 수출 길이 막혔고, 급감한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2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기아 위기에 몰린 취약 국가들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락하기로 했던 흑해곡물협정도 러시아의 중단 선언과 오데사Odessa항 폭격으로 공급 길이 막혔고 식량 안보를 이유로 세계 각국은 식품 수출의 빗장을 걸어 잠갔다.

다가올 식량 전쟁에서 제일 먼저 치명상을 입게 될 나라는 우리 한국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식량 자급률이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식량 위기가 오면 가장 위험할 나라가 1위 대한민국, 2위 일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 어떠한 관점으로 보든 자연계 전체로 보면 아주 암적인 존재고, 정말 바이러스보다 더 나쁜, 아주 나쁜 존재니까 그들이 사라져 준다는 건 다른 동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 되는 거죠. - 최재천 교수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편인 3부는 이렇게 결론을 맺고 있다. 손 특파원은 24시간 한 줌의 햇빛도 들지 않는 극야(극지방 겨울의 하루 종일 어두운 현상)를 맞이하는 스발바르의 모습이 기후 대재앙을 맞고 있는 지구의 모습과 같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삶이 이 같은 극야의 어둠 속으로 접어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한다. 기후 대재앙이 바로 최후의 전쟁이고, 우리가 맞이하게 될 디스토피아라는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 <인류 최악의 재앙, 기후 변화 | 세 개의 전쟁>


다큐멘터리 〈세 개의 전쟁〉은 이렇게 총결론을 맺고 있는데, 이 내용이 부족했다고 봤는지 3부작 다큐멘터리에 이어 추가 인터뷰 영상이 등장한다. ‘인류 최악의 재앙, 기후 변화 | 세 개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손석희 전 앵커가 묻고 최재천 교수가 답하는 영상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세 개의 전쟁을 마무리 지으며 인간의 생존 문제와 향후 인류에게 희망이 있는지에 관한 담론이 담겨 있는데, 중요한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저는 지구온난화는 작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모든 곳에서 더 더워지는 걸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랜 시간의 데이터를 보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표현한 거잖아요. 기후 변화가 맞는 표현이고 최근에 기후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고 이상 기후라는 표현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최재천 교수


인터뷰가 진행된 2022년에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지만, 올여름 벌어지는 기후 현상을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 세계 최악의 ‘기후 붕괴(climate collapse)’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기후 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의 저자 빌 맥과이어Bill McGuire 교수는 ‘지구온난화’라는 너무나 포근한 느낌의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보다 ‘지구 가열화’, ‘기후 붕괴’가 더 들어맞는 용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일부 독자들은 ‘우리가 지옥의 아가리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기후 변화, 기후 위기, 기후 비상사태에서 점점 더 강도가 더해져 이제는 기후 붕괴라는 표현을 쓴다. 붕괴는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세상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증산도에서는 지금이 우주의 계절이 바뀌는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라고 알려 준다.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기후 변화는 우주의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환절기의 변화이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진짜 박멸되었나


최재천 교수는 〈차이나는 클라스 - 인생수업〉 13회에 출연해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심도 깊은 얘기를 전했다. 그런데 여기에 천연두天然痘(두창痘瘡, 시두時痘) 이야기가 나온다.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 하프단 말리 사무총장은 천연두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고 “비행기 발명이나 달 착륙에 버금가는 위대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77년 소말리아 항구 도시 메르카에서 요리사인 23세 청년이 마지막 천연두 환자로 치료를 받은 후 WHO에 단 한 건의 천연두 발생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질병을 완전히 박멸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정말 박멸됐는가. 최재천 교수는 원숭이두창(monkeypox)의 등장은 우리가 천연두 퇴치를 못 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우리 인류의 역사 내내 바이러스랑 늘상 밀당을 하고 살았을 텐데 한 번도 우리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박멸하거나 퇴치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퇴치는 하나 한 것 같다라고 억지로 하나 꼽는다 그러면 그게 천연두 바이러스입니다. 그런데 원숭이두창이 나타났잖아요. 두창이 천연두잖아요. 같은 말이죠. 그렇다면 천연두도 퇴치를 못 한 거라고 봐야 된다는 거죠. 예전에 우리가 어느 정도 경험했던 그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다시 나타났을 때 우리가 과연 적절한 면역 반응을 보일 것이냐?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 최재천 교수


우리는 병원체를 상대할 때 박멸, 퇴치, 종식 같은 언어를 쓴다. 그런데 이런 말은 전쟁터에서 쓰는 용어이다. ‘적을 퇴치하자, 섬멸하자, 그래서 전쟁을 끝내자.’라는 식의 언어이다. 우리가 병원균을 상대할 때 하는 행동이 군대에서 집행하는 방식과 같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마지막 한 놈까지 기필코 섬멸하자!”라고 외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우리의 과학이 약과 백신을 개발하는 속도가 이 작은 미생물들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의 대응 방식이 군대가 아니라 경찰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폴리스 라인을 치고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그 대상을 완벽하게 퇴치하는 게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생물과의 상극적 대결이 아닌 밀당, 병원체와의 공진화共進化라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대책 없는 이상적인 얘기로만 들릴 수 있지만, 기본 방향이 상생相生을 향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내 세상이 되기 전에 손님이 먼저 오느니라. 앞으로 시두時痘가 없다가 때가 되면 대발할 참이니 만일 시두가 대발하거든 병겁이 날 줄 알아라. 그때가 되면 잘난 놈은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너희들은 마음을 순전히 하여 나의 때를 기다리라. (도전道典 7:63:8~10)

이날 상제님께서 자현의 집을 나서시며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시두가 대발하면 내 세상이 온 줄 알아라.” 하시니라. (도전道典 3:284:12)


생물 다양성과 젠가 게임



젠가Jenga라는 게임은 직육면체 나무토막을 쌓은 기둥을 만들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나무토막을 빼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기둥을 무너뜨린 사람이 패배한다. 자연 생태계는 거대한 공진화 네트워크인데 이를 젠가라는 게임에 비유해 말한다면, 젠가의 막대기 하나가 생명 종種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생물 종이 다양한 방식으로 얽혀 있는,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인 이 젠가 탑에서 인간은 ‘아니 뭐 그따위 나비 한 종이 사라진다고 말야, 아니 도롱뇽이 뭘 그렇게 대단하겠어. 다른 거 다 없어져도 끄떡없잖아.’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어떤 종 하나가 사라졌을 때, 그것이 곧 임계점을 넘는 시점이 될 수 있다.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며 자연을 파괴하는데, 그 자연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그 무엇보다 생물 다양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한다.

현재 지구에는 800만 종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약 100만 종의 동식물이 수십 년 내로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미국 듀크대 스튜어트 핌Stuart Pimm 교수는 최근 과학 주간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뒤 생물의 멸종 속도가 최소 1,000배에서 최대 1만 배까지 빨라졌으며, 곧 공룡 멸종에 버금가는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기 안에 인류는 멸망


“인간에게는 몇 년이나 남았나요?”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이 묻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와의 대담(2016년)을 꺼낸다. 전 세계에 공전의 히트를 친 『사피엔스Sapiens』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300년 안에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최재천 교수는 “내가 볼 때 금세기 안에 멸망할 것 같다.”라고 하자, 유발 하라리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 80년밖에 안 남았다는 거잖아.”라며 한참 토론을 한 후 “내가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오늘 대담이 가장 자극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 교수는 이게 자극하려는 농담이 아니었다고 했다. 진심으로 한 얘기인데 오버한 것으로 반응했다는 얘기다.

“저는 지금 인류가 하는 짓거리를 보면 이게 떠나고 싶어서 환장한 동물이지. 이럴 수가 있냐. 나는 이번 세기 내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겠다.” - 최재천 교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짚신벌레를 시험관에 키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짚신벌레가 1분에 한 번씩 분열한다면 짚신벌레가 시험관 안에 꽉 찰 때 다 같이 죽는 거겠죠. 너무 많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절반쯤 찰 때 걱정하는 짚신벌레 학자들이 나타납니다. “이거 조심해야 돼요. 이 상태면 조만간 재앙에 처할 수 있어요.”라고 얘기를 해요. 옆에 있는 짚신벌레가 “아니 공간이 절반이나 남았잖아. 아니 저 양반은 툭하면 저렇게 겁나는 얘기나 하고. 위기나 조장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절반이 차 있으면 그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1분 남았습니다. 1분 후면 다 꽉 차서 죽어요. 그런데 1분 전에도 짚신벌레들은 “아니 여기 이렇게 공간이 남았는데, 누가 방법을 찾아 주겠지. 아직 시간 많어.” 딱 1분 남았습니다. 어쩌면 인간이 처한 상태가 짚신벌레와 같을지 모릅니다. - 최재천 교수


우리 인간의 학명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그런데 과연 인간은 현명한가. 최재천 교수는 “지구가 걱정이라고들 하는데, 지구는 걱정 없다. 인간이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아마 더 행복하게 잘 살 거라는 말이다.

우리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지구 걱정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걱정인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며 자기가 스스로 현명하다는 이름은 붙였는데,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하다가 뜻밖에도 지구상에서 다른 동식물보다 훨씬 더 일찍 사라질 것 같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론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가 2021년 12월에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세 개의 전쟁〉의 결론을 이어받기에 아주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의 돈 잔치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다룬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를 만든 애덤 맥케이Adam McKay가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SF 코미디 영화이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대학원 박사 과정 연구생 케이티와 교수인 민디, 이 두 사람의 천문학자는 혜성 궤도를 계산하는데 불과 6개월 안에 혜성이 지구에 반드시 충돌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NASA에 보고한다. 지구방위합동본부장과 함께 직접 백악관에 찾아가 대통령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중간 선거와 새 장관 내정자의 구설수 처리로 여념이 없던 대통령은 그들의 호소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대통령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은 명문대도 아닌 작은 대학의 교수가 뭘 알겠냐는 식으로 비웃는다.

이에 언론에라도 공표하기 위해 재미를 추구하는 토크 쇼에 출연해 얘기하지만, 진행자들은 시청률을 높이는 데에만 관심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는커녕 연예인 스캔들에 묻혀 버린다. 분노한 케이트가 역정을 내자, 오히려 이들의 호소는 밈meme화되어 헛소리로 취급당하고 만다. 덩달아 천문학에 조예가 없는 NASA 국장이 대통령의 거대 후원자였던 탓에 과학계에서조차 이들의 주장은 묵살당한다.

충돌이 점차 사실로 밝혀지자 대통령은 이들을 다시 불러들여 대책을 세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지지율이 곤두박질쳐서 선거 패배가 예견되자 ‘지구를 대멸망의 위기에서 구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 핵폭탄을 실은 위성들을 발사해 운석의 궤도를 바꾸어 지구를 구하겠다는 긴급 발표를 하는데 그것조차 선거를 위한 쇼처럼 연출한다.

하지만 혜성 폭파 계획의 실행 직전에 갑자기 정책을 바꾸는데, 혜성에는 엄청난 양의 희토류가 있으니 혜성을 조각내어 지구에 연착륙을 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 그렇게 모든 계획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여 가고, 마침내 지구가 멸망할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종말을 받아들인다.

이 영화는 갖가지 군상들이 등장한다. 케이티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하늘에 나타난 혜성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냥 하늘을 보세요. 올려다보세요.” 이에 ‘올려다봐’ 운동이 일어난다. 여기에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왜 저들이 올려다보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여러분이 두려워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올려다보라 하면서 여러분을 위에서 깔고 보는 겁니다. 자신들이 우월하다 이거죠.”라며 ‘올려다보지 마’ 운동을 전개한다. 이 선동에 넘어간 대중들은 “자유를 뺏으려는 거야. 그게 사실이야!”라고 외치며 “올려다보지 마” 운동을 지지한다.

대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편할지라. 오는 일을 아는 자는 창생의 일을 생각할 때에 비통을 이기지 못하리로다. 이제 천하창생이 진멸盡滅의 경계에 박도하였는데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이利끗에만 몰두하니 어찌 애석치 아니하리오. (도전道典 2:45:1~2)

이 영화는 많은 교훈을 준다. 대통령은 중간 선거에, 비서실장은 명문대에, 방송 진행자는 시청률에, SNS 사용자는 재미와 밈에, 지지자들은 정치 편향에 치우치며 모두가 한결같이 이끗에만 몰두한다. 현명한 존재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인 인류인데, 영화에서는 저 죽을 줄 모르고 날뛰는 것을 보면 풍자가 가득한 코미디 한판처럼 어지간히도 어리석다.

최재천 교수는 1분 남았다고 표현했다. 물론 이것은 짚신벌레로 비유한 지구 생태계의 문제이지만, 장차 분分으로 다투는 때가 오니 대세를 잘 살피라고 하신 상제님 말씀에 정말 잘 부합하는 내용이다. 또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 한다. 먼 데 보지 말고 앞을 보고 다녀라.”라고 당부하신 상제님 말씀 그대로 “룩 업Look Up!” 천지를 올려다봐야 한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대자연의 변혁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때다. 정신을 차리고 ‘천지대세天地大勢의 틀’을 바로 보아야 하며, ‘새 우주의 개벽 진리 소식’을 듣는 귀가 밝아야 한다. 턱 앞에 걸려 있는 가을 대개벽을 앞두고 장차 벌어질 모든 변혁의 움직임을 자신과 가족의 생사에 직결되는 문제로 절실하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오는 세월이 연(年)으로 다투다가, 달(月)로 다투다가, 날(日)로 다투다가, 시간(時)으로 다투다가, 분(分)으로 다투게 되리니 대세를 잘 살피라. (도전道典 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