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배우는 우주변화의 원리 | 만물이 열매 맺는 후천가을 - 금화교역작용金火交易作用
[한문화]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천지만물은 음과 양으로 서로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해와 달,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룹니다. 그리고 “천지에 독음독양獨陰獨陽은 만사불성萬事不成이니라”(도전 6:34:2)고 하신 상제님 말씀처럼 각각의 사물도 음과 양이 하나로 어우러져 형성되어 있습니다. 『주역』에는 음과 양이 만나 만물을 이루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위의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만물은 음이 양을 감싸고 있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물의 기본 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극미세계의 원자와 극대세계의 태양계입니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전자가 감싸며 돌고 있습니다. 태양계는 중심에 있는 태양을 행성들이 돌고 있습니다. 극미세계부터 극대세계까지 ‘부음이포양負陰而抱陽’하는 것입니다.
만물의 기본 구조는 음형陰形이 양신陽神을 싼 형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형성된 만물의 형태가 실제 변화할 때는 또다시 음양으로 나눠집니다. 대표적인 형태가 수水와 화火입니다. 수水는 만물이 통일된 형태로 씨앗에서 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씨앗은 껍질이 딱딱한 데 반해 속은 부드럽습니다. 그러므로 딱딱한 껍질은 음, 부드러운 속살은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화火는 불꽃과 불꽃심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불꽃은 온도가 높고 밝은 데 반해, 불꽃심은 온도가 낮고 어둡습니다. 그러므로 불꽃은 양, 불꽃심은 음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水는 내양외음內陽外陰, 화火는 내음외양內陰外陽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물이 이처럼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모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주만물의 존재 목적이 양기陽氣(양신陽神·정精)를 보존하여 변화 운동을 영원히 지속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양기를 보존하면서 변화 운동을 영원히 지속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양기가 아직 분열하지 않았다면 음형으로 포위하고, 이미 양기가 분열하고 있다면 음형으로 붙잡아 두는 것입니다. 양기가 충만한 말(午火)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우리(음형)에 가두거나, 고삐(음형)에 매어 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만물의 기본 형태가 수水와 화火의 음양 구조로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우주 만유의 실상을 밝힌 것이 1부터 10의 자연수로 구성된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입니다. 그런데 하도와 낙서의 숫자는 그 의미가 서로 다릅니다. 하도에서 1~5는 생수生數(명수命數), 6~10은 성수成數(형수形數)라고 합니다. 하도의 형태를 보면 겉에서 성수(6, 8, 7, 9)가 생수(1, 3, 2, 4)를 감싸고 있고, 속에서도 성수(10)가 생수(5)를 감싸고 있습니다. 음형이 양신을 감싼 형태로 ‘부음이포양’하는 만물의 기본 구조와 같습니다. 그래서 씨앗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하도를 천지창조의 설계도라고 합니다.
낙서에서 홀수(1, 3, 5, 7, 9)는 양수陽數, 짝수(2, 4, 6, 8, 10)는 음수陰數라고 합니다. 낙서는 사정방에 양수가 자리하고, 사간방에 음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양수가 분열을 주도하고, 음수가 분열을 제어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3목木(양)은 8목木(음), 9금金(양)은 4금金(음)을 기반으로 하여 분열하고 있습니다. 2화火(음)는 7화火(양), 6수水(음)는 1수水(양)를 감싸며 통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물 변화의 원리가 담긴 낙서를 천지변화의 운행도라고 합니다.
앞서 수水는 내양외음, 화火는 내음외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음과 양의 위치가 서로 바뀐 것으로 음양교역陰陽交易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음양교역은 각각의 사물뿐만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사계절에서 선천 봄·여름은 양기가 분열하는 양의 계절이고, 후천 가을·겨울은 양기를 통일하는 음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선천에는 음형이 양기를 잡아당기면서 분열을 제어하고, 후천에는 음형이 양기를 포위하면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대자연의 변화가 선천에는 화火, 후천에는 수水의 형태와 같은 양상을 띠면서 음양교역을 하는 것입니다.
선후천의 음양교역은 하도와 낙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낙서를 다시 살펴보면 북방은 수水, 동방은 목木으로 하도와 같습니다. 그러나 남방과 서방에서는 화火와 금金의 위치가 바뀌어 있습니다. 이를 금화교역金火交易이라고 합니다.
우주는 왜 남방과 서방에서 금화교역을 하는 것일까요? 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주의 목적이 양기를 통일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기를 통일하는 것이 분열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주는 가장 분열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남방에 금金을 배치하여 강렬한 화기火氣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주도면밀함은 하도와 낙서를 겹쳐 놓았을 때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도와 낙서를 음양의 관계로 본다면 하도는 통일의 형상으로 음, 낙서는 분열의 형상으로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만물의 기본 구조는 음형이 양신을 감싼 형태이므로, 하도가 낙서를 감싸는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하도와 낙서를 겹쳐 놓은 상태에서 남방을 보면 겉에서 분열하고 있는 화火를 속에서 금金이 잡아당기면서 제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방을 보면 겉에 있는 금金이 속에 있는 화火를 감싸서 통일하고 있습니다. 남방에서는 금金이 과도하게 분열하는 화火를 제어하기에 급급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방에 이르면 금金이 세력을 얻어서 화火를 완전히 포위하여 통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방에서 금화교역이 준비되면, 서방에서 금화교역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식물의 뿌리와 줄기는 목木입니다. 가지와 잎은 화火이고, 꽃은 토土입니다. 그리고 열매는 금金이며, 씨앗은 수水입니다. 목의 계절인 봄에는 볍씨에서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자라납니다. 화의 계절인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집니다. 토의 계절인 한여름에는 꽃이 핍니다. 그리고 금의 계절인 가을에 열매를 맺어, 수의 계절인 겨울에 볍씨를 저장합니다.
이를 금화교역작용을 통해 다시 살펴보면, 여름에는 내부에서 금金기운이 작용하여 가지와 잎의 분열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이를 십이지의 변화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벼는 오군화午君火에서 잎이 무성하게 분열합니다. 미습토未濕土에 이르러 꽃이 피면, 토화작용에 의해 분열운동에서 통일운동으로 전환됩니다. 이어서 신상화申相火가 들어와 꽃이 떨어지고 상화막(작은 열매)이 형성되면, 그 속에 상화의 열기를 수렴하기 시작합니다. 유조금酉燥金이 되면 껍질(金) 속에 양기(火)가 통일되어 알찬 열매가 열립니다. 그리고 술한수戌寒水가 견렴작용을 응고작용으로 전환시키면, 해풍목亥風木과 자군화子君火에 이르러 씨앗 속에서 씨 핵核이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금화교역의 일차적인 목적은 열매를 맺는 것이지만, 궁극 목적은 씨 핵을 형성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물의 양기가 통일되어 있는 씨앗을 태극이라고 하며, 그중에서도 술戌은 공태극空太極, 해자亥子는 수태극水太極이라고 합니다.
식물이 금화교역을 완성한 것이 열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서 금화교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람의 형태에서 먼저 금화교역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머리는 딱딱한 뼈(음)가 부드러운 뇌(양)를 감싸고 있으며, 갈비뼈(음)는 내장(양)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금)가 심장(화)을 감싸서 열을 식히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사람의 정신작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목화木火의 과도한 분열기운을 받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하면 정신분열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금수金水의 통일기운이 작용하면 정신이 통일되어 맑아지고 명료해집니다. 금화교역작용으로 정신 통일이 이루어져 청명한 가을 하늘의 밝은 달과 같이 맑은 상태를 ‘도통道通’이라고 합니다. 수화水火가 조화로운 상태를 이루게 되므로 ‘총명도통聰明道通’이라고도 합니다. 육기 변화에서는 묘유양명조금卯酉陽明燥金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월日月의 광명이 열매인 유금酉金에서 성취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주의 조화주 하나님이신 증산甑山 상제님께서는 후천 가을이 되면 모든 인간이 도통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상제님께서는 미토未土의 조화작용(토화작용)으로 선천 봄여름의 분열운동을 후천 가을의 통일운동으로 돌려놓으셨습니다. 상제님께서 동방의 이 땅에 강세하셔서 천지공사를 집행하신 이후 인류문명을 시루[증甑]에 넣고 찌는 신상화申相火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신상화의 시대는 우주 만유가 진양지기眞陽之氣를 보충하기 위해 수행하는 때입니다. 이때 인류는 일심으로 정기를 수렴하고 세상을 위해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금화교역작용을 통해 후천 가을이 열리면 성숙한 인간 열매가 되어 가을 하늘의 무극대도를 성취하게 됩니다.
선천 봄·여름은 양의 분열운동을 하는 때이고, 후천 가을·겨울은 음의 수렴운동을 하는 때입니다. 선천 양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양개陽開라고 하고, 후천 음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음벽陰闢이라고 합니다. 하늘과 땅이 양과 음을 대표하므로 음개양벽을 천개지벽天開地闢(천지개벽)이라고 합니다. 앞서 선천은 화火의 양상(내음외양)을 띠고, 후천은 수水의 양상(내양외음)을 띤다고 하였습니다. 선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음과 양의 위치가 바뀌는 음양교역(금화교역)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금화교역작용은 선후천개벽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화교역작용이 일어날 때는 경천동지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봄에 씨앗 속에 있던 양기가 밖으로 터져 나올 때는 그 폭발력으로 껍질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집니다. 가을에 양기를 다시 수렴하기 위해선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의 열매와 씨앗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식물은 숙살지기肅殺之氣를 받아 죽게 됩니다. 하도와 낙서에는 선후천개벽이 일어날 때 대변화가 일어나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낙서는 목木과 수水가 끊어져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이 열리는 양개의 과정에서 변화가 단절되는 것입니다. 하도는 화火와 금金이 끊어져 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이 열리는 음벽의 과정에서 변화가 단절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선천개벽과 후천개벽이 일어날 때 대변국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음과 양을 이어주어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 존재를 삼원론에서는 중中(양중·음중)이라고 하고, 오행론에서는 토土(축토·미토)라고 합니다. 특히 음과 양은 서로 성질이 다르므로 음극양陰克陽, 양극음陽克陰의 상극작용을 합니다.
육기에서 발생하는 음양교역작용은 삼양삼음三陽三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봄철에 상화·금·수가 속에서 음형을 생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겉에서 삼양(소양·양명·태양)의 양신이 분열합니다. 여름철에 속에서 삼음(궐음·소음·태음)이 음형을 생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겉에서 목·화·토의 양신이 분열합니다. 그리고 가을철에는 겉에서 상화·금·수가 음형을 형성하여 속의 삼양(양신)을 통일합니다. 겨울철에는 겉에서 삼음이 음형을 형성하여 속의 목·화·토(양신)를 통일합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봄·여름철에는 내음외양, 가을·겨울철에는 내양외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봄·여름철의 변화운동은 수水의 구조를 띠고 있고, 가을·겨울철의 변화운동은 화火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육기의 삼양삼음을 다시 살펴보면 축토와 미토에서 음과 양의 위치가 전환되고 있습니다. 축토와 미토에서 음양교역(금화교역)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음양교역을 통해 축토에서는 만물이 분열하기 시작하고, 미토에서는 만물이 통일하기 시작합니다. 앞서 음양교역의 과정에서 천지개벽이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선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축토丑土가 개입하여 양의 분열시대가 열리고, 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미토未土가 개입하여 음의 통일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하늘의 생명기운을 오운五運이라고 하며, 땅의 생명기운을 육기六氣라고 합니다. 천생지성天生地成이라는 말처럼 하늘의 오운과 땅의 육기가 만나 만물이 생성됩니다. 오운과 육기가 만나서 만물을 형성하는 이치는 사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천지를 본받아 부생모육父生母育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 아기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난자는 정자를 감싸서 수정란을 형성합니다. 음이 양을 싸는 것으로 만물의 기본 형상인 씨앗의 구조와 같습니다. 하늘땅의 변화도 이와 같습니다. 하늘에서 오운이 내려오면 땅은 이를 육기로 감싸서 만물을 형성하게 됩니다. 천부지모天地父母라는 말처럼 하늘 아버지의 오운과 땅 어머니의 육기가 교합하여 만물을 낳고 기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운이 양신陽神을 시생하고 육기가 음형陰形을 형성하면, 음형이 양신을 감싸 안으면서 만물이 생성됩니다.
오운과 육기가 만물을 생성하는 과정은 오운도와 육기도를 함께 겹쳐 놓고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오운과 육기가 음양교역을 하면서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므로 오육교역도五六交易圖라고 합니다. 오육교역도는 만물의 기본 구조가 음형이 양신을 감싸는 씨앗의 구조이므로, 육기가 오운을 싸는 형태로 배치합니다. 이때 만물의 자율적인 운동인 오운은 갑기토운에서 시작하므로, 갑기토甲己土를 목기木氣가 생하는 동북방에 배치합니다. 육기는 땅의 작용으로 지축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축이 정립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축미토丑未土(축미태음습토)를 세로축에 배치합니다.
이제 오육교역도를 살펴보면 동남방의 외부에서는 사해목巳亥木·자오화子午火·축미토丑未土가 작용하고 있고, 내부에서는 을경금乙庚金과 병신수丙辛水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음외양의 형상으로 분열하는 양신을 음형이 제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북방의 외부에서는 인신상화寅申相火·묘유금卯酉金·진술수辰戌水가 작용하고, 내부에서는 정임목丁壬木과 무계화戊癸火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양외음의 형상으로 음형이 양신을 통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늘땅이 음형과 양신의 위치를 바꾸면서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는 것을 오운육기(운기)의 금화교역작용이라고 합니다.
오운의 운運은 ‘운동運動한다’는 뜻으로 생명력을 가진 만물이 ‘자율적으로 율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육기의 기氣에는 ‘기운(气)이 팔방에서 집중된다(米)’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운은 양신의 분열운동이고, 육기는 음형의 통일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물이 분열운동을 할 때는 양신이 주동하고, 통일운동을 할 때는 음형이 주정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음양의 동정운동을 논하는 것은 운기의 체용體用에 따른 분류입니다. 양의 분열운동은 운運이 체가 되고, 기氣가 용이 되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음의 통일운동은 기氣가 체가 되고, 운運이 용이 되어 완성됩니다.
봄에 씨앗이 터질 때는 갑목이 갑토로 작용합니다. 갑토가 토극수를 하여 음형(수水, 껍질)을 깨뜨리면 양신(갑목)이 탈출하여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한여름에 미토의 토화작용으로 꽃이 피면 벼가 성장을 멈춥니다. 신상화의 작용으로 작은 열매(상화막, 음형)가 형성되면 양신을 가두어 통일하기 시작합니다. 양의 분열운동은 운運이 주체가 되어 주동하고(운체기용運體氣用), 음의 통일운동은 기氣가 주체가 되어 주재하는 것입니다(기체운용氣體運用).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수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자연은 이를 일깨워주는 깨달음의 현장입니다. “내 일은 삼변성도三變成道니라”(도전 5:356)라고 하신 상제님 말씀처럼 우주의 변화는 삼단계(생장성·본중말)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집니다. 식물에 열매가 열릴 때도 삼단계를 거칩니다. 미토未土에서 꽃이 피면, 신상화申相火에서 작은 열매가 맺히고, 유금酉金에서 알찬 열매가 열립니다. 우주변화의 목적은 통일에 있으므로, 『우주변화의 원리』 책에서는 미토를 토화작용土化作用, 신상화를 상화작용相火作用, 유금을 금화교역작용金火交易作用이라 하여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금화교역작용을 통해 우주 통일운동의 완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음과 양이 만나 이루어진 대자연
천지만물은 음과 양으로 서로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해와 달,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룹니다. 그리고 “천지에 독음독양獨陰獨陽은 만사불성萬事不成이니라”(도전 6:34:2)고 하신 상제님 말씀처럼 각각의 사물도 음과 양이 하나로 어우러져 형성되어 있습니다. 『주역』에는 음과 양이 만나 만물을 이루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萬物之生(만물지생) 負陰而抱陽(부음이포양)
만물이 생김에 음을 (뒤에) 지고 양을 (앞에) 안는다. - 『주역』 「서문」
만물이 생김에 음을 (뒤에) 지고 양을 (앞에) 안는다. - 『주역』 「서문」
위의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만물은 음이 양을 감싸고 있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물의 기본 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극미세계의 원자와 극대세계의 태양계입니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전자가 감싸며 돌고 있습니다. 태양계는 중심에 있는 태양을 행성들이 돌고 있습니다. 극미세계부터 극대세계까지 ‘부음이포양負陰而抱陽’하는 것입니다.
만물의 겉과 속이 다른 이유
만물의 기본 구조는 음형陰形이 양신陽神을 싼 형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형성된 만물의 형태가 실제 변화할 때는 또다시 음양으로 나눠집니다. 대표적인 형태가 수水와 화火입니다. 수水는 만물이 통일된 형태로 씨앗에서 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씨앗은 껍질이 딱딱한 데 반해 속은 부드럽습니다. 그러므로 딱딱한 껍질은 음, 부드러운 속살은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화火는 불꽃과 불꽃심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불꽃은 온도가 높고 밝은 데 반해, 불꽃심은 온도가 낮고 어둡습니다. 그러므로 불꽃은 양, 불꽃심은 음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水는 내양외음內陽外陰, 화火는 내음외양內陰外陽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1) 수水를 음, 화火를 양이라고 하는 것은 겉의 속성만 표현한 것이다. 겉과 속의 속성을 모두 표현할 때는 1수水, 2화火라고 한다.
그렇다면 만물이 이처럼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모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주만물의 존재 목적이 양기陽氣(양신陽神·정精)를 보존하여 변화 운동을 영원히 지속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천도天道의 운행은 그 목적이 생성에 있는 것인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항상 양극陽極을 보호할 수 있는 음형陰形이 필요한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11쪽
양기를 보존하면서 변화 운동을 영원히 지속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양기가 아직 분열하지 않았다면 음형으로 포위하고, 이미 양기가 분열하고 있다면 음형으로 붙잡아 두는 것입니다. 양기가 충만한 말(午火)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우리(음형)에 가두거나, 고삐(음형)에 매어 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만물의 기본 형태가 수水와 화火의 음양 구조로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하도와 낙서의 표리부동
겉과 속이 다른 우주 만유의 실상을 밝힌 것이 1부터 10의 자연수로 구성된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입니다. 그런데 하도와 낙서의 숫자는 그 의미가 서로 다릅니다. 하도에서 1~5는 생수生數(명수命數), 6~10은 성수成數(형수形數)라고 합니다. 하도의 형태를 보면 겉에서 성수(6, 8, 7, 9)가 생수(1, 3, 2, 4)를 감싸고 있고, 속에서도 성수(10)가 생수(5)를 감싸고 있습니다. 음형이 양신을 감싼 형태로 ‘부음이포양’하는 만물의 기본 구조와 같습니다. 그래서 씨앗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하도를 천지창조의 설계도라고 합니다.
낙서에서 홀수(1, 3, 5, 7, 9)는 양수陽數, 짝수(2, 4, 6, 8, 10)는 음수陰數라고 합니다. 낙서는 사정방에 양수가 자리하고, 사간방에 음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양수가 분열을 주도하고, 음수가 분열을 제어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3목木(양)은 8목木(음), 9금金(양)은 4금金(음)을 기반으로 하여 분열하고 있습니다. 2화火(음)는 7화火(양), 6수水(음)는 1수水(양)를 감싸며 통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물 변화의 원리가 담긴 낙서를 천지변화의 운행도라고 합니다.
*2)
*2) 『월간개벽』 2020년 4월호 참고
하도·낙서에 나타난 금화교역
앞서 수水는 내양외음, 화火는 내음외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음과 양의 위치가 서로 바뀐 것으로 음양교역陰陽交易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음양교역은 각각의 사물뿐만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사계절에서 선천 봄·여름은 양기가 분열하는 양의 계절이고, 후천 가을·겨울은 양기를 통일하는 음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선천에는 음형이 양기를 잡아당기면서 분열을 제어하고, 후천에는 음형이 양기를 포위하면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대자연의 변화가 선천에는 화火, 후천에는 수水의 형태와 같은 양상을 띠면서 음양교역을 하는 것입니다.
선후천의 음양교역은 하도와 낙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낙서를 다시 살펴보면 북방은 수水, 동방은 목木으로 하도와 같습니다. 그러나 남방과 서방에서는 화火와 금金의 위치가 바뀌어 있습니다. 이를 금화교역金火交易이라고 합니다.
*3)
*3) 금화교역은 음양교역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氣東北而固守(기동북이고수) 理西南而交通(이서남이교통)
기氣는 동북에서 굳게 지키고 이理는 서남에서 통하니라 - 『정역』 「금화이송」
기氣는 동북에서 굳게 지키고 이理는 서남에서 통하니라 - 『정역』 「금화이송」
우주는 왜 남방과 서방에서 금화교역을 하는 것일까요? 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주의 목적이 양기를 통일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기를 통일하는 것이 분열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주는 가장 분열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남방에 금金을 배치하여 강렬한 화기火氣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주도면밀함은 하도와 낙서를 겹쳐 놓았을 때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도와 낙서를 음양의 관계로 본다면 하도는 통일의 형상으로 음, 낙서는 분열의 형상으로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만물의 기본 구조는 음형이 양신을 감싼 형태이므로, 하도가 낙서를 감싸는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하도와 낙서를 겹쳐 놓은 상태에서 남방을 보면 겉에서 분열하고 있는 화火를 속에서 금金이 잡아당기면서 제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방을 보면 겉에 있는 금金이 속에 있는 화火를 감싸서 통일하고 있습니다. 남방에서는 금金이 과도하게 분열하는 화火를 제어하기에 급급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방에 이르면 금金이 세력을 얻어서 화火를 완전히 포위하여 통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방에서 금화교역이 준비되면, 서방에서 금화교역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4)
*4) 봄에 새싹이 씨앗을 뚫고 탄생하는 것도 광의의 금화교역이라고 할 수 있다.
▶금화교역은 본래 낙서洛書에서 그 상象이 나타났던 것이다. …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낙서에 4·9금金이 남방에 와 있고 2·7화火가 서방에 가 있는 것은 금金이 불[火]을 싸기 위하여 위位를 바꿔서 있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50쪽
금화교역으로 열리는 알찬 열매
식물의 뿌리와 줄기는 목木입니다. 가지와 잎은 화火이고, 꽃은 토土입니다. 그리고 열매는 금金이며, 씨앗은 수水입니다. 목의 계절인 봄에는 볍씨에서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자라납니다. 화의 계절인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집니다. 토의 계절인 한여름에는 꽃이 핍니다. 그리고 금의 계절인 가을에 열매를 맺어, 수의 계절인 겨울에 볍씨를 저장합니다.
이를 금화교역작용을 통해 다시 살펴보면, 여름에는 내부에서 금金기운이 작용하여 가지와 잎의 분열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5)
가을에는 금화가 교역하여 금이 내부의 화를 포위함으로써 열매가 열립니다. 그러므로 금화교역은 금金(음형)이 화火(양신)를 통일하여 열매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금화교역작용을 완성한 형태가 가을의 열매입니다.이를 십이지의 변화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벼는 오군화午君火에서 잎이 무성하게 분열합니다. 미습토未濕土에 이르러 꽃이 피면, 토화작용에 의해 분열운동에서 통일운동으로 전환됩니다. 이어서 신상화申相火가 들어와 꽃이 떨어지고 상화막(작은 열매)이 형성되면, 그 속에 상화의 열기를 수렴하기 시작합니다. 유조금酉燥金이 되면 껍질(金) 속에 양기(火)가 통일되어 알찬 열매가 열립니다. 그리고 술한수戌寒水가 견렴작용을 응고작용으로 전환시키면, 해풍목亥風木과 자군화子君火에 이르러 씨앗 속에서 씨 핵核이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금화교역의 일차적인 목적은 열매를 맺는 것이지만, 궁극 목적은 씨 핵을 형성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물의 양기가 통일되어 있는 씨앗을 태극이라고 하며, 그중에서도 술戌은 공태극空太極, 해자亥子는 수태극水太極이라고 합니다.
*5) 이 때문에 여름에는 대기가 덥고 지하수는 차갑다. 반대로 겨울에는 대기가 차갑고 지하수는 따뜻하다.
▶우주의 변화란 것은 토화작용으로써 본체가 되고 상화작용으로써 객체를 이루고 금화교역작용에 의하여 완성된다. - 『우주변화의 원리』 214쪽
▶우주의 목적은 태극의 형성에 있다. 그런즉 그것을 형성하기 위하여서는 화火를 다시 금수金水 속에 포위하는 일이 필요하므로 상화相火로 하여금 그 준비를 하게 한 것뿐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49쪽
▶토화土化작용의 궁극의 목적은 무극의 상을 이루어서 공空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28쪽
▶우주의 목적은 태극의 형성에 있다. 그런즉 그것을 형성하기 위하여서는 화火를 다시 금수金水 속에 포위하는 일이 필요하므로 상화相火로 하여금 그 준비를 하게 한 것뿐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49쪽
▶토화土化작용의 궁극의 목적은 무극의 상을 이루어서 공空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28쪽
후천 가을의 인간 열매
식물이 금화교역을 완성한 것이 열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서 금화교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람의 형태에서 먼저 금화교역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머리는 딱딱한 뼈(음)가 부드러운 뇌(양)를 감싸고 있으며, 갈비뼈(음)는 내장(양)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금)가 심장(화)을 감싸서 열을 식히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사람의 정신작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목화木火의 과도한 분열기운을 받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하면 정신분열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금수金水의 통일기운이 작용하면 정신이 통일되어 맑아지고 명료해집니다. 금화교역작용으로 정신 통일이 이루어져 청명한 가을 하늘의 밝은 달과 같이 맑은 상태를 ‘도통道通’이라고 합니다. 수화水火가 조화로운 상태를 이루게 되므로 ‘총명도통聰明道通’이라고도 합니다. 육기 변화에서는 묘유양명조금卯酉陽明燥金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월日月의 광명이 열매인 유금酉金에서 성취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총명聰明의 완성은 상화相火의 왕성旺盛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02쪽
▶감수坎水가 잘 상승하면 귀가 밝고(총聰) 리화離火가 적당하게 발하면 눈이 밝(명明)게 되는 것인 바 …… 인간 정신이 이성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모든 정욕은 없어질 것이며 따라서 육체 내에서는 토화작용을 잘하게 될 것인즉 신수腎水는 순조롭게 상승할 것이고 심기心氣(火)는 불평 없이 통일될 것이므로 상화相火의 거울[鏡]은 총聰을 명明으로 전환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55~356쪽
▶감수坎水가 잘 상승하면 귀가 밝고(총聰) 리화離火가 적당하게 발하면 눈이 밝(명明)게 되는 것인 바 …… 인간 정신이 이성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모든 정욕은 없어질 것이며 따라서 육체 내에서는 토화작용을 잘하게 될 것인즉 신수腎水는 순조롭게 상승할 것이고 심기心氣(火)는 불평 없이 통일될 것이므로 상화相火의 거울[鏡]은 총聰을 명明으로 전환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355~356쪽
그런데 우주의 조화주 하나님이신 증산甑山 상제님께서는 후천 가을이 되면 모든 인간이 도통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상제님께서는 미토未土의 조화작용(토화작용)으로 선천 봄여름의 분열운동을 후천 가을의 통일운동으로 돌려놓으셨습니다. 상제님께서 동방의 이 땅에 강세하셔서 천지공사를 집행하신 이후 인류문명을 시루[증甑]에 넣고 찌는 신상화申相火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신상화의 시대는 우주 만유가 진양지기眞陽之氣를 보충하기 위해 수행하는 때입니다. 이때 인류는 일심으로 정기를 수렴하고 세상을 위해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금화교역작용을 통해 후천 가을이 열리면 성숙한 인간 열매가 되어 가을 하늘의 무극대도를 성취하게 됩니다.
도통천지보은(道通天地報恩) (도전 6:128:6)
이 뒤에 일제히 그 닦은 바를 따라서 도통이 한 번에 열리리라. (도전 6:135:6)
이 뒤에 일제히 그 닦은 바를 따라서 도통이 한 번에 열리리라. (도전 6:135:6)
금화교역으로 열리는 후천 가을
선천 봄·여름은 양의 분열운동을 하는 때이고, 후천 가을·겨울은 음의 수렴운동을 하는 때입니다. 선천 양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양개陽開라고 하고, 후천 음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음벽陰闢이라고 합니다. 하늘과 땅이 양과 음을 대표하므로 음개양벽을 천개지벽天開地闢(천지개벽)이라고 합니다. 앞서 선천은 화火의 양상(내음외양)을 띠고, 후천은 수水의 양상(내양외음)을 띤다고 하였습니다. 선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음과 양의 위치가 바뀌는 음양교역(금화교역)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금화교역작용은 선후천개벽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화교역작용이 일어날 때는 경천동지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봄에 씨앗 속에 있던 양기가 밖으로 터져 나올 때는 그 폭발력으로 껍질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집니다. 가을에 양기를 다시 수렴하기 위해선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의 열매와 씨앗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식물은 숙살지기肅殺之氣를 받아 죽게 됩니다. 하도와 낙서에는 선후천개벽이 일어날 때 대변화가 일어나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낙서는 목木과 수水가 끊어져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이 열리는 양개의 과정에서 변화가 단절되는 것입니다. 하도는 화火와 금金이 끊어져 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이 열리는 음벽의 과정에서 변화가 단절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선천개벽과 후천개벽이 일어날 때 대변국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음과 양을 이어주어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 존재를 삼원론에서는 중中(양중·음중)이라고 하고, 오행론에서는 토土(축토·미토)라고 합니다. 특히 음과 양은 서로 성질이 다르므로 음극양陰克陽, 양극음陽克陰의 상극작용을 합니다.
*6)
그래서 후천 가을개벽기에는 10미토未土가 화극금火克金의 상극작용을 화생토火生土·토생금土生金의 상생작용으로 전환시킴으로써 후천 가을의 열매문화가 열립니다. *6) 음과 양이 극즉반極卽反하면 음극생양陰極生陽, 양극생음陽極生陰하는 상생작용을 한다.
육기의 삼양삼음으로 본 금화교역작용
육기에서 발생하는 음양교역작용은 삼양삼음三陽三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봄철에 상화·금·수가 속에서 음형을 생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겉에서 삼양(소양·양명·태양)의 양신이 분열합니다. 여름철에 속에서 삼음(궐음·소음·태음)이 음형을 생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겉에서 목·화·토의 양신이 분열합니다. 그리고 가을철에는 겉에서 상화·금·수가 음형을 형성하여 속의 삼양(양신)을 통일합니다. 겨울철에는 겉에서 삼음이 음형을 형성하여 속의 목·화·토(양신)를 통일합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봄·여름철에는 내음외양, 가을·겨울철에는 내양외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봄·여름철의 변화운동은 수水의 구조를 띠고 있고, 가을·겨울철의 변화운동은 화火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7)
*7) 『월간개벽』 2020년 7월호 참고
육기의 삼양삼음을 다시 살펴보면 축토와 미토에서 음과 양의 위치가 전환되고 있습니다. 축토와 미토에서 음양교역(금화교역)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음양교역을 통해 축토에서는 만물이 분열하기 시작하고, 미토에서는 만물이 통일하기 시작합니다. 앞서 음양교역의 과정에서 천지개벽이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선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축토丑土가 개입하여 양의 분열시대가 열리고, 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미토未土가 개입하여 음의 통일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오운육기로 본 금화교역작용
하늘의 생명기운을 오운五運이라고 하며, 땅의 생명기운을 육기六氣라고 합니다. 천생지성天生地成이라는 말처럼 하늘의 오운과 땅의 육기가 만나 만물이 생성됩니다. 오운과 육기가 만나서 만물을 형성하는 이치는 사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천지를 본받아 부생모육父生母育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 아기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난자는 정자를 감싸서 수정란을 형성합니다. 음이 양을 싸는 것으로 만물의 기본 형상인 씨앗의 구조와 같습니다. 하늘땅의 변화도 이와 같습니다. 하늘에서 오운이 내려오면 땅은 이를 육기로 감싸서 만물을 형성하게 됩니다. 천부지모天地父母라는 말처럼 하늘 아버지의 오운과 땅 어머니의 육기가 교합하여 만물을 낳고 기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운이 양신陽神을 시생하고 육기가 음형陰形을 형성하면, 음형이 양신을 감싸 안으면서 만물이 생성됩니다.
▶운運은 항상 만물의 본질(생명과 정신)을 이루고자 하며 기氣는 언제나 그 본질의 조성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149쪽
▶운運이라는 것은 우주나 인간에 있어서 작용하는 운동주체이고 기氣라는 것은 그 운동을 통일하는 주재主宰인 것이다. …… 다시 말하면 운運이란 것은 생명의 운동주체이고 기氣란 것은 형질의 통일주체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52~253쪽
▶운運이라는 것은 우주나 인간에 있어서 작용하는 운동주체이고 기氣라는 것은 그 운동을 통일하는 주재主宰인 것이다. …… 다시 말하면 운運이란 것은 생명의 운동주체이고 기氣란 것은 형질의 통일주체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52~253쪽
오운과 육기가 만물을 생성하는 과정은 오운도와 육기도를 함께 겹쳐 놓고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오운과 육기가 음양교역을 하면서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므로 오육교역도五六交易圖라고 합니다. 오육교역도는 만물의 기본 구조가 음형이 양신을 감싸는 씨앗의 구조이므로, 육기가 오운을 싸는 형태로 배치합니다. 이때 만물의 자율적인 운동인 오운은 갑기토운에서 시작하므로, 갑기토甲己土를 목기木氣가 생하는 동북방에 배치합니다. 육기는 땅의 작용으로 지축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축이 정립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축미토丑未土(축미태음습토)를 세로축에 배치합니다.
이제 오육교역도를 살펴보면 동남방의 외부에서는 사해목巳亥木·자오화子午火·축미토丑未土가 작용하고 있고, 내부에서는 을경금乙庚金과 병신수丙辛水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음외양의 형상으로 분열하는 양신을 음형이 제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북방의 외부에서는 인신상화寅申相火·묘유금卯酉金·진술수辰戌水가 작용하고, 내부에서는 정임목丁壬木과 무계화戊癸火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양외음의 형상으로 음형이 양신을 통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늘땅이 음형과 양신의 위치를 바꾸면서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는 것을 오운육기(운기)의 금화교역작용이라고 합니다.
▶금수운金水運이 동動할 때는 목화지기木火之氣로서 나타나고 목화운木火運이 정靜할 때는 금수지기金水之氣로써 포위한다. - 『우주변화의 원리』 255쪽
오운의 운運은 ‘운동運動한다’는 뜻으로 생명력을 가진 만물이 ‘자율적으로 율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육기의 기氣에는 ‘기운(气)이 팔방에서 집중된다(米)’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운은 양신의 분열운동이고, 육기는 음형의 통일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물이 분열운동을 할 때는 양신이 주동하고, 통일운동을 할 때는 음형이 주정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음양의 동정운동을 논하는 것은 운기의 체용體用에 따른 분류입니다. 양의 분열운동은 운運이 체가 되고, 기氣가 용이 되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음의 통일운동은 기氣가 체가 되고, 운運이 용이 되어 완성됩니다.
▶동남에서는 운이 주동적主動的 작용을 하고 서북에서는 기가 주재적主宰的 작용을 하는 것이니 이것을 운기運氣의 교호交互작용이라고 한다. …… 운과 기는 이와 같이 동할 때에는 운이 주동하고 정할 때는 기가 주재하면서 만물을 생성하는 바 그것은 바로 운은 기를 생하고 기는 운을 생하려는 교호작용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을 바꿔서 말하면 운은 형形을 생하기 위함이요, 기는 정신을 생하기 위해서 그러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 『우주변화의 원리』 255쪽
봄에 씨앗이 터질 때는 갑목이 갑토로 작용합니다. 갑토가 토극수를 하여 음형(수水, 껍질)을 깨뜨리면 양신(갑목)이 탈출하여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한여름에 미토의 토화작용으로 꽃이 피면 벼가 성장을 멈춥니다. 신상화의 작용으로 작은 열매(상화막, 음형)가 형성되면 양신을 가두어 통일하기 시작합니다. 양의 분열운동은 운運이 주체가 되어 주동하고(운체기용運體氣用), 음의 통일운동은 기氣가 주체가 되어 주재하는 것입니다(기체운용氣體運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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