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무극대도 | 가을 오도熬道 진리의 상징 - 주역 쉰 번째, 화풍정괘 ䷱
[기고]
한태일(인천구월도장, 교무도군자)
발이 셋 달린 솥(鼎)
위에는 이허중(☲) 불괘가 있고, 아래는 손하절(☴) 바람괘가 있는 것이 화풍정괘火風鼎卦(䷱)입니다. 솥을 뜻하는 정鼎은 발이 셋, 귀가 둘 달린 쇠솥을 본뜬 글자입니다. 정괘鼎卦는 타오르는 불을 뜻하는 리괘離卦(☲)와 불이 잘 타게 불어 주는 바람인 손괘巽卦(☴)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왜 위에 ‘불[火]’이 있고 아래에 ‘바람[風]’이 있는 ‘화풍火風’이 솥을 뜻하는 ‘정鼎’이 되는 것일까요?
옛 성인이 정괘의 괘상을 보고 솥을 만들었습니다. 즉 정괘(䷱)의 초육은 솥의 ‘발’, 구이·구삼·구사는 솥 안에 든 ‘음식물’, 육오는 솥의 ‘귀’, 상구는 솥의 ‘고리’입니다.
이렇게 정괘의 형상을 본떠 만든 세 발 달린 솥 밑에다 나무를 땔감으로 이허중離虛中(☲)의 불[火]을 지펴 손하절巽下絶(☲)의 바람[風]을 잘 조절하여 솥[鼎]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정괘鼎卦의 정鼎은 밥 해 먹는 단순한 솥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고대 동양에서 하늘에 천제를 올리거나 종묘 등에서 제기祭器로 사용하였습니다. 발이 세 개 달린 청동제의 솥鼎은 국가의 위의威儀를 상징하여 신성시하던 기물로 국통國統을 이어 주던 천자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정괘와 관련하여 ‘구정九鼎’이 있었습니다. 구정의 기원은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가 9년 홍수를 치수하여 다스린 후 토질과 물산에 따라 전국을 구주九州로 나누어 관리하였는데, 각 주에서 구리를 바쳐 세 발 달린 9개 정鼎을 만들도록 했던 9개의 솥이었습니다. 구정九鼎은 곧 구주九州이므로 천하를 상징하였습니다. 구정은 정교하게 한 면에 각 주州의 지도를 그리고, 다른 면에는 괴수를 그려 통치자의 위엄을 과시하였습니다. 구정은 하夏나라, 은殷나라를 거쳐 주周나라로 승계되어 오다가 진秦나라에게 멸망당했을 때 분실되어 시황제始皇帝 때부터는 옥새玉璽를 천자의 상징으로 삼아 후대에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참고로 ‘삼족정립三足鼎立’ 또는 ‘정립鼎立(triangular position)’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는 솥발이 셋이기 때문에 세 사람이나 세 세력이 서로 대립하지만 힘의 균형이 안정적인 관계를 나타날 때 씁니다(예: 삼국의 정립). 또 정鼎 자에는 솥 이외에도 ‘점괘占卦’라는 뜻이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음식을 익혀 먹던 조리 도구가 아니라 하느님(상제님)에게 바칠 음식을 담았던 특별한 솥으로, 제사나 신神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하늘이나 신의 뜻이 담긴 점괘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시루의 진리, 오도熬道
그리고 상제님의 진리로 볼 때 도호 증산甑山에서 ‘증甑(시루, 솥)’이란 “설익고 미완성된 선천의 모든 문명을 총체적으로 익히고 성숙시켜 만사지萬事知 문화를 연다는 도적 비의秘意가 담겨 있다”(도전 1:10:8 측주)고 종도사님께서 밝혀주셨습니다. 이처럼 미성숙한 선천 문화를 당신님의 시루로 찌고 익혀서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어서 ‘볶을 오熬’ 자를 써서 상제님의 진리를 ‘오도熬道’ 진리라고 합니다.
* 곤륜산의 제3맥이 동방으로 쭉 뻗어 백두산에 맺히고 ~ (중략) ~ 금강산을 ~ (중략 ) ~ 증산께서 오시어 천지의 문호인 모악산 아래에서 결실의 추수진리(熬道)를 열어 주시나니 그 도(道)는 ‘모든 진리를 완성’시키는 열매가 되리라. (도전 1:10:7~9)
천하에서 제일 큰 그릇, 시루
* 세상에 시루만큼 큰 그릇이 없나니, 황하수의 물을 길어다가 부어 보아라. 아무리 부어도 시루에 물을 못 채울 것이로다. 시루는 황하수를 다 먹어도 오히려 차지 않으니 천하의 그릇 중에 제일 큰 것은 시루니라. (2:38:4~5)
오도 진리인 상제님의 ‘시루 진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역周易 48번째 정괘井卦와 49번째 혁괘革卦 그리고 50번째 정괘鼎卦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본지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2020년 8월 호부터 이번 호까지 3회 연속으로 연재 중이다.)
서괘전에 “정井괘는 오래되면 혁신이 불가피하므로 ➪ 혁革괘로 받아 물건을 혁신시키는데 ➪ 세상에 솥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정鼎괘로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변화의 귀결점이 바로 솥괘(鼎卦)’에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솥괘(鼎卦)가 주역 64괘 중에서 그 순서가 ‘50번째’ 괘라는 것도 신기합니다. 50수數는 첫째로 ‘10토土(무극)와 5토土(황극)를 곱한 수’로 무형의 천지도수를 모사재천하시는 상제님(10토, 무극제)과 이를 현실에서 성사재인하시는 인사의 지도자(5토, 황극제)와의 합덕을 상징합니다.
둘째로 주역에서 ‘50’을 ‘대연지수大衍之數’라 하는데, 이는 ‘크게 펼친다’는 의미로 삼라만상을 생성, 조화하는 역易의 모체가 되는 수數라고 하여 점을 칠 때 쓰는 시초蓍草도 50개(策)입니다(실제 점칠 때는 태극수太極數 1을 제외하고 49개 시초를 씁니다).
상제님 진리에서도 5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상제님께서 무신년 겨울에 덕수궁 앞 광장에서 보신 무신납월의 대공사는 “중앙 오십토(中央五十土) 바둑판”(5:336:3) 공사였으며 또한 “포교오십년공부종필布敎五十年工夫終筆”(5:414:1)이라 하시어 “천지일원수 100수를 음양으로 나누어 상제님은 이 중 후반 50수를 진법 신앙 문화를 창출하는 포교 공부의 역사 도수로 인사의 주인에게 붙이셨습니다”(5:414:1 측주)
만사를 새롭게 바꾸는 솥
또한 잡괘전을 보면 ‘솥鼎괘’는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鼎取新也)’이며, 혁革괘는 옛것을 버리는 것(革去故也)이라 하였습니다. 이처럼 혁은 낡은 것을 제거하는 것이고, 들어갔다 나오면 새로운 것으로 변하는 것이 솥이므로 ‘솥은 만사를 새롭게 바꾸는 것’입니다. 도솔천의 천주로서 미륵불로 오신 상제님께서 병든 천지인天地人을 시루에다 넣고 푹 쪄서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인류 시대를 열어 주십니다.
* 옛일을 이음도 아니요, 세운(世運)에 매여 있는 일도 아니요, 오직 내가 처음 짓는 일이니라. (2:42:5)
모든 성자와 인류의 궁극의 꿈과 이상인 선경세계도 오직 ‘상제님의 시루 진리’에 의해서 이 땅에 펼쳐집니다.
결론적으로 가을의 새 우주를 여시는 십천十天 상제님의 무극대도는 선천의 어떤 진리와 문화로도 견줄 수 없는 천상천하의 유일 진리인 것입니다.
* 나의 도는 고불문금불문(古不聞今不聞)이요 고불비금불비(古不比今不比)니라
옛적에도 듣지 못했고 이제 또한 들을 수 없으며 옛적의 그 어떤 도(道)와도 견줄 수 없고 이제도 또한 견줄 만한 것이 없느니라. (2:41:4)
옛적에도 듣지 못했고 이제 또한 들을 수 없으며 옛적의 그 어떤 도(道)와도 견줄 수 없고 이제도 또한 견줄 만한 것이 없느니라. (2:41:4)
그리고 당신님의 형상 또한 도호인 시루(甑山)에 부응하여 ‘시루 위’에 건립하게 하셨습니다.
* 온 우주의 구원의 부처이신 미륵천주께서 동방의 이 땅에 강세해 주실 것을 지극정성으로 기원하니 이로부터 ‘밑 없는 시루를 걸어 놓고 그 위에 불상을 세우라.’는 계시를 받고 4년에 걸쳐 금산사에 미륵전을 완공하니라. (1:7:16~17)
그럼 정괘의 의미가 함축된 괘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鼎(정)은 元吉亨(원길형)하니라
정은 크게 길하고 형통하니라.
정은 크게 길하고 형통하니라.
정鼎은 솥에서 밥을 지어 다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좋고 형통한 것이겠지만 괘사가 의도하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정鼎괘 앞에 있는 세 개의 괘, 즉 하느님을 상징[七星]하는 ‘정井괘’, 병든 선천 세상을 뜯어고치는 ‘혁革괘’ 그리고 만물을 새로이 개벽하는 ‘정鼎괘’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이 세 개의 괘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는 것은 그토록 인류가 소망해 온 바람이 포교오십년공부가 종필되는 50번째 ‘시루[甑=鼎]’로 상징되는 하느님의 ‘오도熬道 진리’에 의해 이 땅에 조화선경이 건설되니 당연히 길하고 형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상제님께 제사를 올리니
다음은 괘사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단전을 살펴보겠습니다.
彖曰(단왈) 鼎(정)은 象也(상야)니 以木巽火(이목손화) 亨飪也(팽임야)니
단전에 이르길 “정鼎은 (솥의) 형상이니 나무로써 불을 지펴서 밥을 삶으니
聖人(성인)이 亨(팽)하야 以享上帝(이향상제)하고
而大亨(이대팽)하야 以養聖賢(이양성현)하니라
성인이 삶아서 상제님께 제사 올리고 크게 삶아서 성현을 기르니라.
巽而耳目(손이이목)이 聰明(총명)하며 柔進而上行(유진이상행)하고
得中而應乎剛(득중이응호강)이라
공손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며 유柔가 나아가 위로 행하고 중中을 얻어 강剛에 응함이라.
是以元亨(시이원형)하니라
이로써 크게 형통하다.“고 하였다.
단전에 이르길 “정鼎은 (솥의) 형상이니 나무로써 불을 지펴서 밥을 삶으니
聖人(성인)이 亨(팽)하야 以享上帝(이향상제)하고
而大亨(이대팽)하야 以養聖賢(이양성현)하니라
성인이 삶아서 상제님께 제사 올리고 크게 삶아서 성현을 기르니라.
巽而耳目(손이이목)이 聰明(총명)하며 柔進而上行(유진이상행)하고
得中而應乎剛(득중이응호강)이라
공손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며 유柔가 나아가 위로 행하고 중中을 얻어 강剛에 응함이라.
是以元亨(시이원형)하니라
이로써 크게 형통하다.“고 하였다.
주역은 64괘는 여섯 개 효로 된 괘상卦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괘상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계사전에도 “역易에는 성인의 도가 네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역으로써 그릇을 만들려고 하는 자는 그 형상을 숭상한다(易有 聖人之道四焉 以制器者 尙其象)”고 하였으며, “역易은 곧 상象이니 상象이라는 것은 형상이다(易者 象也니 象也者는 像也)”라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솥鼎 또한 주역에서 말한 대로 성인이 정괘의 괘상을 보고 솥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즉 정괘(䷱)의 초육은 솥의 ‘발’, 구이·구삼·구사는 솥 안에 든 ‘음식물’, 육오는 솥의 ‘귀’, 상구는 솥의 ‘고리’입니다(鼎 象也).
이렇게 성인이 정괘의 괘상대로 솥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손하절(☴)의 나무로 불(☲)을 지펴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以木巽火 亨飪也). 그리고 성인이 하늘에 천제를 지낼 때 음식을 솥에 익혀서 상제님께 제물로 올렸으며(聖人 亨 以享上帝), 또한 설익은 것은 쪄서 익혀 먹게 가르치듯 몽매한 창생들을 문명文明하게 가르치는 성현들을 길러냈습니다(而大亨 以養聖賢).
이 구절을 상제님의 대도로 해석하면 “상제님의 시루 진리는 선천의 모든 것을 통일하고 성숙케 해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인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분열되고 닫혀 있는 선천의 미성숙한 문화를 크게 거두어 한마음 통일 문화권을 여시려는 상제님의 꿈과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생존의 비밀 책 150쪽) 이러한 상제님의 오도 진리를 세상에 펼치기 위해 바로 정괘 괘사에서 성인이라고 언급한 일월의 대사부께서 창생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 나의 일은 판밖에 있나니 뒤에 큰스승이 나와 천하창생을 가르치리라. (6:65:11)
그리고 상제님의 무극대도로 도성덕립한 후에는 일만 이천 도통군자로 대변되는 성현聖賢들이 지구촌에서 창생들을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 세계 창생이 모여 내 도를 공부하리니 너희는 잘 닦아 그들을 가르치라. (7:92:4)
정괘는 아래엔 공손한 덕을 가진 손괘(風,☴)와 위는 눈(目)을 나타내는 리괘(火,☲)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괘에 통달하면 내면으로는 공손한 마음가짐과 바깥으로는 밝은 눈과 밝은 귀로 세상일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巽而耳目 聰明). 그리고 중풍손괘重風巽卦의 유순한 육사가 오효에 올라가 외괘에서 중을 얻고, 내괘의 강건한 구이와 잘 응하고 있습니다(柔進而上行 得中而應乎剛).
이렇게 강유가 조화를 이루어 크게 형통하게 된다는 뜻입니다(是以元亨).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鼎
다음은 대상전입니다.
象曰(상왈) 木上有火(목상유화) 鼎(정)이니 君子(군자) 以(이)하야
正位(정위)하야 凝命(응명)하나니라
대상전에 이르길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鼎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자리를 바르게 하여 천명天命을 이루는 것이니라.
正位(정위)하야 凝命(응명)하나니라
대상전에 이르길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鼎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자리를 바르게 하여 천명天命을 이루는 것이니라.
손하절(☴) 나무 위에 이허중(☲) 불로 솥에 음식을 익히는 모습이 정괘의 괘상입니다(木上有火 鼎). 군자는 이 정괘의 괘상을 보고 바르게 처신하라고 하였습니다.
정괘의 육효로 설명하면 세 번째 양陽자리에 양효陽爻가 온 구삼효九三爻 이외에는 다섯 효 모두 제자리가 아닙니다. 정괘에서 구삼은 솥 안에 있는 쌀로, 밥을 제대로 지으려면 솥이 제대로 걸려 있어야 하고 물의 양과 불의 세기도 알맞아야 합니다. 만약 솥의 발이 기울거나 물의 양과 화력 조절을 잘못하면 밥이 설거나 타게 마련입니다.
정치를 하는 위정자 또한 이와 같습니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덕치를 펼쳐야 백성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것이죠(君子 以正位). 그런 정치라야 하늘의 뜻에 부응하는 진정한 왕도王道정치인 것입니다(凝命). 상제님께서도 “천하를 공평하게 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신명의 감화를 받고 모든 일에 성공이 있다.”(8:93:6)고 하셨으며 결국에는 “태을주로 천명을 이루느니라.”(8:101: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初六(초육)은 鼎(정)이 顚趾(전지)나 利出否(이출비)하니
得妾(득첩)이면 以其子无咎(이기자무구)리라
초육은 솥의 발꿈치가 엎어지나 비색한 것을 내놓으니 이로우며 첩을 얻으면 그 아들로써 허물이 없을 것이니라.
象曰(상왈) 鼎顚趾(정전지)나 未悖也(미패야)오
利出否(이출비)는 以從貴也(이종귀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솥의 발꿈치가 엎어지나 거스르지 않는 것이오
비색한 것을 내놓음이 이롭다는 것은 귀한 데로 따르는 것이라.
得妾(득첩)이면 以其子无咎(이기자무구)리라
초육은 솥의 발꿈치가 엎어지나 비색한 것을 내놓으니 이로우며 첩을 얻으면 그 아들로써 허물이 없을 것이니라.
象曰(상왈) 鼎顚趾(정전지)나 未悖也(미패야)오
利出否(이출비)는 以從貴也(이종귀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솥의 발꿈치가 엎어지나 거스르지 않는 것이오
비색한 것을 내놓음이 이롭다는 것은 귀한 데로 따르는 것이라.
정괘의 초육은 솥의 발에 해당하며 발꿈치가 엎어졌다는 것은 솥의 발이 바로 서지 못한 것이며 이는 솥의 발이 세 개라야 하는데 초육은 첫 번째 음효(2)라서 두 개이므로 솥이 엎어진 것으로 해석하거나, 혹은 솥을 씻기 위해 인위적으로 뒤집어 놓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鼎 顚趾). 솥 안에 있던 비색한 것이 밖으로 나와 이롭다는 것은 솥을 사용하려고 안에 들어 있던 이물질을 청소하는 것이죠(利出否). 그런 다음 쌀을 넣고(得妾) 익히면 맛있는 밥이 된다(以其子无咎)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상전에서는 솥의 발이 엎어졌으나 솥이 부서진 것은 아니고(未悖也) 솥 안에 있는 불순물을 씻으려 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초육은 어린 여자로 자기와 응하는 구사 양효에게 추파를 던져 구사의 첩이 되어 자식을 낳아 부귀를 누리고자 합니다(以從貴也).
상제님의 진리로 보면 초육은 선천 묵은 하늘 아래 겹겹이 쌓여 온 원한의 겁살을 상제님의 시루에 넣고 푹 쪄서 겁기를 벗겨 내서 바야흐로 후천 상생의 생기로 바뀌려는 때입니다.
참고로 역학자들은 후천이 도래한 시점을 일제의 압제로부터 벗어난 8·15 해방으로 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주역 하경의 첫 번째 괘인 택산함괘(澤山咸卦, ䷞)가 바로 후천의 시발을 알린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광복 후 미군(兌方)의 한반도(艮方) 진주를 태소녀(兌少女, 미국)가 간소남(艮少男, 한국)에게 시집을 온 간태합덕艮兌合德으로 풀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야산李也山(1889~1958)선생은 1948년(戊子年)을 후천원년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상제님께서 이미 1908년 무신년 겨울에 서울 덕수궁 앞 광장에서 대공사로 척결하셨습니다.
*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물으시기를 “공우야 쌀이 솥을 따르느냐, 솥이 쌀을 따르느냐?” 하시니 공우가 “쌀이 솥을 따르지요.” 하고 아뢰거늘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도다. 쌀은 미국이고 솥은 조선이니 밥을 하려면 쌀이 솥으로 올 것 아니냐.” 하시고 “장차 일본이 나가고 서양이 들어온 연후에 지천태(地天泰) 운이 열리느니라.” 하시니라. (5:336:4~6)
소상전의 ‘미패未悖’라는 말은 후천으로 접어드는 미시未時에는 인륜 도덕이 땅에 떨어진 패륜悖倫 시대라는 말로 상제님의 말씀처럼 “금수대도술禽獸大道術”과 일맥상통하며, 그리고 ‘이출비利出否’는 천지가 꽉 막힌 선천 말기의 비괘否卦 시대에는 산이 겹쳐 있는 중산(重山, 즉 出)이라는 한반도에서 가을의 결실진리(利: 가을의 벼 이삭을 거둬들임)가 나온다는 것이며, ‘이종귀以從貴’는 상제님의 시루 진리를 따른다면 후천 오만 년 동안 복록을 누린다는 공자의 비사체秘辭體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을 추수진리를 인사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득첩得妾(여자 성씨를 가진 인사 지도자를 얻음)’하여 ‘이기자무구以其子无咎(천하사를 집행할 도통군자 등 자식, 곧 일꾼들을 낳으니 허물을 질 일이 없다)’한다는 것입니다.
천하를 석권하는 시루 진리
九二(구이)는 鼎有實(정유실)이나 我仇(아구) 有疾(유질)하니
不我能卽(불아능즉)이면 吉(길)하라
구이는 솥에 실물이 들어 있으나 나의 원수가 병이 들어 있으니
내가 능히 나아가지 아니하면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鼎有實(정유실)이나 愼所之也(신소지야)니
我仇有疾(아구유질)은 終无尤也(종무우야)리라
소상전에 이르길 구이는 솥에 실물이 들어 있으나 갈 바를 삼가는 것이니
내 원수가 병이 들었다는 것은 마침내 허물이 없어지리라.
不我能卽(불아능즉)이면 吉(길)하라
구이는 솥에 실물이 들어 있으나 나의 원수가 병이 들어 있으니
내가 능히 나아가지 아니하면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鼎有實(정유실)이나 愼所之也(신소지야)니
我仇有疾(아구유질)은 終无尤也(종무우야)리라
소상전에 이르길 구이는 솥에 실물이 들어 있으나 갈 바를 삼가는 것이니
내 원수가 병이 들었다는 것은 마침내 허물이 없어지리라.
구이九二는 솥 안에 들어 있는 음식물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솥에 실물이 들어 있다(鼎有實)고 합니다. 구이는 내괘에서 중中을 얻어 건실하며 외괘의 육오와 음양 응應이 잘 맞아 음양합덕이 됩니다. 그런데 밑에 있는 음효인 초육이 자꾸 구이에게 병적일 정도로 치근덕거려 구이 입장에서는 원수가 되네요(我仇有疾). 그래도 내괘에서 강건한 심법으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구이가 초육에게 신경 쓰지 않고 구이와 천생연분인 육오를 찾아가면 길하다고 합니다(不我能卽吉).
소상전에서도 솥 안에 먹을 것이 좀 있다고 정신 줄을 놓아 육오에게 가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처신을 잘하라(愼所之也)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처신한다면 구이에게 반해서 상사병이 걸린 초육(我仇有疾)이 있더라도 육오와 인연을 맺어 끝내 허물이 없어져(終无尤也) 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제님의 진리로 보면 우리 천하사 일꾼들이 집행하고 있는 천지사업은 상제님의 천명天命인 천지공사를 대행代行하고 있으므로 ”우리들의 말과 행동은 곧 상제님의 말씀이며 행동”인 것입니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도 “너희들은 하늘을 이고 행세하고 있다”(2:112:9)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천하를 석권하는 하느님의 진리’를 가지고 있으며, 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증산도는 ‘천지의 열매’요, ‘우주의 결실’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 무서워할 것이 뭐가 있으며 또 두려워할 것은 뭐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자만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다가오는 추살 개벽기에 상제님의 진리만이 창생들을 살려내는 것은 명백하지만 오만한 마음과 게으름을 피워 단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도 놓쳐서는 결코 안 됩니다. 후천 오만 년의 인종씨를 결실해야 하는 우리 태을랑들은 “마음을 순결히 하여 천지공정에 수종하여야”(4:3:5)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파고 또 깊이 파야” 합니다.
물과 불이 조화를 이뤄야 일이 된다
九三(구삼)은 鼎耳(정이) 革(혁)하야 其行(기행)이 塞(색)하야
雉膏(치고)를 不食(불식)하나 方雨(방우)하야 虧悔(휴회) 終吉(종길)이리라
구삼은 솥귀가 고쳐서 그 행함이 막혀 꿩 기름을 먹지 못하나 바야흐로 비가 내려서 뉘우침
이 없어지고 마침내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鼎耳革(정이혁)은 失其義也(실기의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솥귀를 고침은 그 뜻을 잃기때문이라.
雉膏(치고)를 不食(불식)하나 方雨(방우)하야 虧悔(휴회) 終吉(종길)이리라
구삼은 솥귀가 고쳐서 그 행함이 막혀 꿩 기름을 먹지 못하나 바야흐로 비가 내려서 뉘우침
이 없어지고 마침내 길할 것이다.
象曰(상왈) 鼎耳革(정이혁)은 失其義也(실기의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솥귀를 고침은 그 뜻을 잃기때문이라.
구삼九三은 솥 안에 있는 음식물도 되지만 솥 가운데 불룩한 부분(耳)으로 솥을 잡는 손잡이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구삼효는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자리라서 불안하고 변화가 있어서 고친다(革)고 하였습니다.
또한 정괘와 혁괘는 서로 도전倒顚 관계에 있습니다. 화풍정괘(䷱)를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택화혁괘(䷰)가 되어 구삼에서 “鼎⇌革”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솥은 조화를 부리는 기물器物입니다. 솥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모든 것이 새로운 걸로 변해 버립니다. 솥에 쌀을 안쳐 불을 때면 맛있는 밥으로 변하듯이 말이죠.
솥이 이런 조화를 부릴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화水火작용 때문입니다. 밥을 하는데 구삼까지는 불을 때서 쌀을 익혔으나(革) 더 이상 불을 때면 새까맣게 타 버리기에(其行塞) 이제 뜸만 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맛있는 밥이 되려면 수화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합니다. 불이 세면 밥이 타 버리고 물이 많으면 진밥이 되어 먹기가 불편하죠. 쌀을 안칠 때 물의 양이 적당하고 불을 지필 때도 세기 조절을 잘해야 맛있는 밥이 됩니다(方雨虧悔終吉).
상제님 진리의 눈으로 보면, 선후천이 바뀌는 구삼의 시기는 바야흐로 난법 해원시대의 극기입니다. 추살 기운이 조여들어 옴에 하루라도 빨리 도성덕립道成德立이 되기를 갈구하건만 우리 일꾼들 마음같이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인사(人事)는 기회(機會)가 있고 천리(天理)는 도수(度數)가 있느니라.”(4:29:2)는 상제님의 말씀처럼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풋나락은 못 먹는 법”(7:3:4)입니다. 천지개벽이란 “천지에서 위해야 날이 닥치고 시간이 되어야”(7:3:3) 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크고 좋은 솥(시루)이 있다 해도 맛있는 밥과 떡을 짓기 위해서는 숙련된 요리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황하수로도 못 채울 만큼 큰 시루는 이미 상제님께서 우리 일꾼들 손에 쥐여 주었으니, 이제 우리들은 그 시루에다 떡만 찌면 됩니다. 그리고 맛있게 떡 찌는 법을 알려 주시는 분이 바로 ‘수화水火 기운으로 오신 일월日月의 대사부’이십니다.
용봉도수의 주인이신 두 분 지도자의 가르침에 따라 일만 이천 도통군자를 위시한 천지의 녹지사들이 모여들어 후천 가을 조화선경세계를 건설하게 됩니다.
파라, 파라, 깊이 파라.
九四(구사)는 鼎(정)이 折足(절족)하야 覆公餗(복공속)하니
其形(기형)이 渥(악)이라 凶(흉)토다
구사는 솥 다리가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음이라 흉하도다.
象曰(상왈) 覆公餗(복공속)하니 信如何也(신여하야)오
소상전에 이르길 공의 밥을 엎음은 신의가 어떠하리오.
其形(기형)이 渥(악)이라 凶(흉)토다
구사는 솥 다리가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음이라 흉하도다.
象曰(상왈) 覆公餗(복공속)하니 信如何也(신여하야)오
소상전에 이르길 공의 밥을 엎음은 신의가 어떠하리오.
구사는 내직 신하에 해당하며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온 불안한 자리로 솥 안에 있는 음식물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솥 다리가 부러져서 육오 제후(公)의 밥을 엎어 버려(鼎 折足 覆公餗) 구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습니다(其形 渥 凶).
공자는 구사효를 중히 여겨 계사전에서 보충 설명을 하였습니다. 공자가 말씀하시길 “덕은 엷으면서 지위는 높으며, 아는 것은 적은데 꾀함은 크며, 힘은 적은데 맡은 일이 무거우면 완수할 자가 적으니, 역易에 말하길 ‘솥 다리가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음이라 흉하다’라고 함은 그 소임을 이기지 못함을 말함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천하사 진리로 해석하면 구사는 선천(내괘)에서 후천(외괘)으로 넘어오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선후천 교역기를 맞아 광구천하의 의통성업을 하는 천하사 일꾼들은 상제님께서 시루로 지어준 떡과 밥을 먹고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 내 밥을 먹는 자라야 내 일을 하여 주느니라. (8:21:1)
그런데 천하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믿음입니다. 평생 불변심의 믿음이 밑거름이 되어야만 상제님 신앙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천명인 후천 선경세계도 이룩할 수 있습니다.
* 너희들이 믿음을 주어야 나의 믿음을 받으리라. (8:39:1)
믿음이란 초석이 부실하여 기둥이 부러지면 신앙 지체가 무너지고 맙니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는 도심주道心柱를 단단히 받쳐 놓아야 천지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상제님께서는 129,600년 만에 차려진 무량대운의 밥상을 엎어 버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경책의 말씀을 내려 주셨습니다.
* 세계 대운이 조선으로 몰아 들어오니 만의 하나라도 때를 놓치지 말라. (2:36:1)
* 파라, 파라, 깊이 파라. 얕게 파면 다 죽는다. 잘못하다가는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란 말이니라. (6:74:3)
그리고 “욕심이 앞서면 정성이 사무치지 못한다.”(8:112:3)고 하셨습니다. 괜한 욕심만 앞서서 하지도 못할 일을 한다고 해서도 안 됩니다. 그것 또한 밥을 엎어 버리는 꼴입니다.
* 대인을 배우는 자는 마땅히 마음을 정대히 하여 그칠 곳을 알아야 할 것이요 한 가지라도 분수 밖의 생각을 가져 실없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8:74:8~9)
六五(육오)는 鼎黃耳金鉉(정황이금현)이니 利貞(이정)하니라
육오는 솥에 누런 솥귀와 솥 쇠고리이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象曰(상왈) 鼎黃耳(정황이)는 中以爲實也(중이위실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솥에 누런 솥귀는 가운데 함으로써 실實을 함이라.
육오는 솥에 누런 솥귀와 솥 쇠고리이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象曰(상왈) 鼎黃耳(정황이)는 中以爲實也(중이위실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솥에 누런 솥귀는 가운데 함으로써 실實을 함이라.
육오는 정괘의 주효主爻로써 외괘에서 중中을 얻고 중은 오방색으로는 황색이며 솥에서는 귀에 해당하므로 누런 솥귀(鼎黃耳)가 되며 육오가 변하면 건괘(☰)가 되어 금金이므로 쇠고리가 됩니다(金鉉). 그리고 육오는 밥 짓는 과정으로 보면 타지도 설지도 않는 참 먹기 좋은 때입니다(利貞). 또한 알맞게 뜸이 들어서 바닥에 깔려 있던 쌀이 밥으로 변하면서 꽉 차서 솥 안이 실實해졌습니다.
상제님 진리로 보면 육오는 시루 진리로 선천의 설익고 미완성된 문명과 문화를 익히고 성숙시켜 후천의 만사지萬事知 문화가 열리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즉 육오는 십무극(十無極) 상제님의 시루 대도로 “후천 중생으로 하여금 선(善)으로 먹고살 도수를 짜 놓았다”(2:18:8)는 것을 온 천지에 선언하고 있습니다.
솥에 옥고리이니 크게 길하다
上九(상구)는 鼎玉鉉(정옥현)이니 大吉(대길)하야 无不利(무불리)니라
상구는 솥에 옥고리이니 크게 길해서 이롭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象曰(상왈) 玉鉉在上(옥현재상)은 剛柔(강유) 節也(절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옥고리가 위에 있다 함은 강과 유가 조절을 했기 때문이라.
상구는 솥에 옥고리이니 크게 길해서 이롭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象曰(상왈) 玉鉉在上(옥현재상)은 剛柔(강유) 節也(절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옥고리가 위에 있다 함은 강과 유가 조절을 했기 때문이라.
상구는 정괘의 상효上爻로 솥에서 가장 위에 있는 솥 귀고리에 해당되며,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옥으로 된 옥고리입니다. 솥은 공용물로서 밥을 해서 다 같이 먹습니다. 상구에서는 밥이 다 되어서 함께 나눠 먹으니 크게 길한 일이며 이보다 더 이로울 게 없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수화水火라는 음양 기운이 조화가 잘 되어, 즉 물의 양과 불의 세기가 맞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꾼들도 천하사에 임할 때 강건함과 유순함을 상황에 맞게 잘 써야 의통성업 완수라는 월계관을 쓸 수 있습니다.
* 마음은 성인(聖人)의 바탕으로 닦고 일은 영웅(英雄)의 도략을 취하라. 개벽의 운수는 크게 개혁하고 크게 건설하는 것이니 성(聖)과 웅(雄)이 하나가 되어야 하느니라. (2:5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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