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문화읽기 | 드라마 <킹덤>에서 본 진리코드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스토리 배경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드라마이다.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 미스터리 스릴러로 분류된다.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019년 1월 25일 시즌1이 공개되었다.

회당 제작비는 약 20억원(200만 달러)으로 시즌1 총6회분 120억원(1200만 달러)으로 추산된다. 2019년 기준, 미국 외 국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

본래 8부작으로 기획되어 있었으나, 내부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자 6부작으로 축소해 시즌제로 변경했으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 시즌1의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시즌2 초반까지 연출하고, 나머지 분량은 박인제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다. 시즌2는 2020년 공개로 확정됐다. 1년의 공백기 동안 후일담과 차기작 기대심리가 상승할지 주목해볼 일이다.

◈넷플릭스 <킹덤> 시즌1 내용정리
1. 왕이 두창에 걸려 와병 중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두창은 천연두, 시두)
2. 조선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조학주(류승룡) 대감은 세자(주지훈)가 보위에 오르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조학주는 임신 중인 자신의 딸, 중전이 아들을 낳으면 세자로 세우려 한다.
3. 중전이 아들을 낳기 전에 왕이 죽으면 안되므로, 왕을 살리기 위해 3년 전에 사임한 전임어의 이승희 의원을 한양으로 부른다.
4. 이승희 의원은 생사초라는 약초를 사용하여 왕을 살려낸다.
5. 왕은 생사초와 두창의 결합 후유증으로 최초의 좀비가 된다. 조학주는 왕의 실체를 숨기고 강녕전을 통제한다.
6. 세자는 아버지(왕)에게 변고가 생긴 것으로 확신한다. 병상일지에서 ‘백약이 무효하다, 이승희 의원’ 이라는 기록을 발견, 이승희 의원을 찾아 부산 동래로 내려간다.
7. 이승희 의원은 자신을 돕다가 왕에게 물려죽은 단이의 시체를 데리고 부산 지율헌에 도착한다. 지율헌에는 치료받는 많은 백성들이 있는데 굶어서 회복이 느리다.
8. 총잡이 출신 영신은 단이의 시체를 가져다 국을 끓여 사슴고기라고 속여 이들에게 먹인다. 좀비 바이러스(인육)을 먹은 사람들이 단체로 좀비로 변한다.
9. 지율헌에 도착한 세자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대청마루 밑에 숨겨진 것을 발견하고, 관아로 이송한다. 시체처리를 놓고 사또와 아전이 고민하는 와중에 해가 지자 시체들이 일어난다.
10. 세자는 백성을 데리고 도망친다. 다음날 해가 뜨고 좀비들이 다시 마루밑으로 기어들자, 시체를 태우고 백성들을 피신시킬 것을 명한다.
11. 세자 일행은 이승희 의원의 병상일지를 지율헌에서 발견한다. 조수 의녀 서비(배두나)는 치료가능하다는 스승의 말을 전한다.
12. 세자는 상주에 있는 스승 안현대감을 찾아가 사태를 수습하고자 한다.
13. 조학주가 군대를 보내 상주성 이남 지역을 봉쇄한다.
14. 경상 이남지역은 전부 감염되기 시작한다. 군사를 동원해 성을 지키고 좀비의 습격에 대비한다.
15. 의녀 서비는 언골에서 생사초를 발견한다. 거기서 생체실험의 흔적을 발견한다. 서비는 깨닫는다. “햇빛이 아니였어, 온도였어!” 같은 시각, 좀비들이 성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 시즌2로!


■완성도 높은 작품


영화에 관해 비평가 평점을 매기는 <로튼 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에서 비평가 지지율 80%를 받아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은희 작가는 2011년 <킹덤>을 처음 구상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수많은 백성이 이름모를 괴질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글귀를 보고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헐벗고 굶주린 시대, 역병의 근원 뒤에는 배고픔에 지친 괴물들이 있었다는 설정을 만들어냈다. ‘장르물의 대가’답게 탄탄한 서사와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인간의 욕구인 배고픔을 단순한 허기를 넘어서 인간의 야망과 욕심을 향한 갈망으로 표현했다.

영화 부산행에 이어 양질의 한국산 좀비물로 꼽히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190여개 나라에서 동시 오픈되었는데, 해외에서도 “〈왕좌의 게임〉과 <워킹데드>를 섞어놓은 재미”라는 호평이 있어 시즌제 드라마로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다른 좀비물과 다르게, 좀비에게도 연민을 느끼게 하는 점이 작가의 실력을 짐작하게 해준는 대목이다. 특히 은유와 풍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좀비물은 원래 특성상 사회비판적 요소가 담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 한국의 정치사회적 이슈까지 담아냈다는 점에서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창


“전하께서 두창으로 쓰러지신 지 벌써 열흘째인데, 그동안 전하를 알현한 사람은 영의정 조학주 대감과 조 대감의 따님이신 계비마마, 단 두분 뿐입니다. 이러니 전하께서 붕어하셨다는 참담한 괴소문이 도는 것 아닙니까?”


왕으로부터
두창으로 쓰러진 임금, 그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대 설정은 조선시대 17세기 정도이다. 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양난을 겪고 조선백성이 가장 도탄에 빠진 시기였다. 피폐해진 삶과 굶주림, 흉년이 겹친 상황에서 실제로 역병이 돌았다.

천연두가 병자호란을 끝냈다
최근 발간된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이란 책에는 병자호란을 끝낸 건 천연두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기록을 살피면 흥미로운 지점을 만나게 된다. 남한산성으로 임금과 신하들을 몰아넣었으니 청태종 홍타이지는 느긋하게 시간만 흘려보내면 그만이었다. ‘고사(枯死) 작전’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청의 승리는 뻔했다. 그런데 전쟁은 갑자기 협상국면으로 바뀐다.

그들은 왜 협상에 나선 것일까? 청이 태도를 바꾼 건 천연두 때문이었다. 당시 조선엔 천연두가 유행했다. 조선에 주둔하던 청군 진영에서도 천연두 환자가 발생했다. 홍타이지는 천연두에 극도의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천연두에 쫓겨 종전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천연두에 내성이 없던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300년 동안 끊임없이 천연두의 공포에 시달렸다. 천연두가 번질 때마다 황족과 대신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병이 물러가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청태종은 여러 부인들 중 하이란주를 몹시 사랑했는데, 하이란주가 낳은 아들이 천연두로 죽었다(나중에 청태종을 이은 아들 순치제도 천연두로 24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천연두와의 이런 질긴 악연을 가진 청의 군대가 조선에서 천연두를 만난 것이다.

극중 설정 17세기는 이렇게 천연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시기였다.

그렇다면 왜 왕이 두창이 걸리는 데서부터 드라마를 시작했을까?

시두는 예로부터 세계사를 주도하는 왕과 황제들의 목숨을 여러 차례 앗아갔다. 하늘의 꽃, 천화라 불리는 시두는 새로운 제국의 건설과 역사의 주인이 바뀌는 분기점이 되었다. 그렇게 한 나라의 운명을 뒤집어 놓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시두는 제국의 존망을 가름하는 심판의 여신이었다.

홍역의 유행
최근 세계적으로 홍역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홍역 퇴치선언을 했다. 사라진 감염병 아니냐며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홍역을 앓다가 죽은 아이가 많았다. 그래서 ‘홍역을 치렀다’, ‘홍역은 평생에 안 걸리면 무덤에서라도 앓는다’는 속담이 생겼다. 그 정도로 발생빈도가 높고 위험하다는 뜻이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3월까지 홍역으로 261명이 숨졌고, 어린이 감염 가능성이 260만명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전염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천자국에 시두가 들어온다
두창은 큰마마, 홍역은 작은마마라고 불린다. 홍역의 유행은 작은마마라는 별명처럼 동생이 먼저 찾아온 셈이다. 그것은 형님(큰마마)이 곧 올 것을 보여주는 전조이리라. 시두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2년 5월 12일 시두를 법정전염병으로 다시 지정하였다.

“천자국(天子國)이라야 이(시두) 신명이 들어오느니라.
내 세상이 되기 전에 손님이 먼저 오느니라.
앞으로 시두(時痘)가 없다가 때가 되면 대발할 참이니 만일 시두가 대발하거든 병겁이 날 줄 알아라. 그 때가 되면 잘난 놈은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너희들은 마음을 순전히 하여 나의 때를 기다리라.” (道典 7:63)


증산 상제님 말씀에 의하면, 조선이 천자국이기 때문에 시두가 들어온다는 말씀이다. 시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다. 천지의 추살기운, 서릿발 기운을 몰고오는 길 안내자이다.

전문가들은 인류 시원문명과 함께 발생한 ‘인류사 최초의 전염병’을 시두라고 추정한다. 시두 대발은 지난 선천역사의 끝과 새 역사의 시작을 암시한다. 상제님 말씀에 의하면, 원시반본 섭리에 따라 앞으로 시두가 조선에서 대발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조선이 본래의 천자국 위상을 회복하여 새 문명의 종주국으로 우뚝 서게 된다.


◈하늘의 형벌(天刑), 시두
시두는 20세기에만 전세계 5억명의 인명을 앗아간 무서운 질병이다. 시두 바이러스는 가장 크고 복잡한 유전자 배열을 가지는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일단 시두에 걸리면 아주 무섭게 앓다가 흉측한 몰골로 죽는다. 다행히 낫는다면 곰보가 된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고열과 피부발진 증상 뿐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폐와 주요 장기에 침투해 신체조직을 파괴하므로 환자는 결국 내장기관의 체액에 빠져죽는 것이다. 면역력이 없는 경우 치사율은 20~40%에 달한다. 시두는 공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전염력이 매우 높다. 시두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대면하면,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폐포에 침투한다.

약이 없는 전염병
불행히도 시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현재까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1977년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환자를 끝으로 지구촌에는 더 이상 시두가 발병하지 않았다.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는 제33차 총회에서 “지구상에서 천연두라는 질병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979년부터 예방접종을 중단하고, 1993년 11월 25일에는 제1종 법정전염병 목록에서 삭제했다.

부활하는 시두(천연두)
“이 뒤에 시두가 없다가…” 라는 천지의 조화주 하나님이신 상제님의 공사 말씀이 그대로 현실역사에 실현된 것이다. 그야말로 시두는 지난날 한때 맹위를 떨쳤으나 이제는 사라진 병, 정복된 병으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상제님께서 “시두가 없다가 때가 되면 대발한다”고 하셨다. 상제님의 말씀을 입증이라도 하듯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시두’(천연두)라는 이름이 다시 전세계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배고픔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밝힌 핵심 키워드는 배고픔이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한다. <킹덤>은 ‘배고픔’에 관한 이야기라고.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배고픔이라는 본능을 하나의 욕구나 허기를 넘어서 인간의 야망과 욕심을 향한 갈망으로 표현했다.

드라마 속 두 개의 배고픔
<킹덤>은 이 ‘배고픔’을 세자인 이창이 마주하게 한다. 세자는 영의정 ‘조학주’와 그의 세력들에 의해 역모죄 누명을 쓰고, 조학주가 감추고 있는 왕의 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조선의 끝 동래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난과 굶주림으로 무너져가는 백성들을 목격한다.

자신의 사리사욕과 권력만을 탐하는 위정자들로 인해 궁 밖의 민초들은 하루하루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다. 전란 후 피폐해진 조선을 배경으로, ‘킹덤’의 이야기는 백성의 ‘배고픔’으로 인해 빚어지는 엄청난 역병의 확산을 통해 권력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야욕의 배고픔까지 나아간다.
드라마 속에 두 개의 배고픔이 있는 것이다.

실제기록_경신 대기근
양란이 끝난 17세기라는 점, 얼음이 평년보다 일찍 얼고, 드라마 속 인물이 대사를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오는 등 이상저온 현상이 관측된다는 점, 흉년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아 ‘경신 대기근’ 당시의 모습을 참고하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있다.

특히 경신 대기근 당시 이상저온 현상으로 흉작이 이어지자 배고픈 부모가 자식을 잡아먹기에 이르렀다는 기록을 고려하면 이 분석에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이 시기엔 조선에 온갖 질병이 돌기도 했다.

임진왜란 & 정유재란 (1592~1598년)
병자호란 (1619년, 1637년)
경술년(1670년) 신해년(1671년) 경신 대기근


경신 대기근(庚辛大飢饉)은 조선 현종 재위기간인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에 있었던 대기근이다. 한국역사상 전대미문의 기아사태였으며, 임진왜란 때부터 살아온 늙은이들이 ‘전쟁 때도 이것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경신 대기근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조선 팔도 전체의 흉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당시 조선 인구의 1200~1400만명 중 약 9~15만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가엾은 우리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아, 허물은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재앙은 백성들에게 내린단 말인가.” -조선 현종, 《조선왕조실록》〈현종실록〉18권 및 〈현종개수실록〉22권, 1670년 5월 2일 두 번째 기사


이때 사람들은 농사기구인 소를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도살했으며 심한 경우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는 처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득권층의 부당한 대우로 배고프고 헐벗은 시대를 살게 된 이들을 괴물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김은희 작가


백성들만이 아닌 그들을 억압하는 권력자들 또한 똑같은 허기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킹덤의 배고픔은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나 권력의 허기를 표현하는 것같다. 인간 누구나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허기인 것같다.” 라는 류승룡의 말처럼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권세가들의 욕망과 욕심은 언제나 그들을 배고프게 한다.

해원조씨
좀비가 되어 ‘식욕’만 남은 왕, 이 한마디에 권력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극소수의 권세가를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던 정치형태인 세도정치의 모습이 보인다. ‘해원 조씨’라는 가상의 가문이 그 중심이며 작중 등장인물의 입에서도 ‘이씨 위에 조씨’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런데 이 해원 조씨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탐관오리인 고부군수 조병갑을 떠올리게 한다. 한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해원이란 말도 원한을 푼다는 의미로 넣었다면, 아마도 증산도 진리이념을 차용한 것처럼 보인다.

기아로 사람이 인육을 먹을 지경인데, 다른 곳에서는 음식이 먹다가 버려지는 큰 잔치가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좀비들이 양반을 덮칠 때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때 양반들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천것들이 양반들을 공격한다!”

“좀비가 되면 왕부터 양반, 상인, 천민, 백정할 것 없이 모두 이성을 잃고 식욕만 남는데, 똑같이 좀비가 되어 어찌 보면 평등하고 평화로워진 여러 계급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김은희 작가의 이 인터뷰는 섬짓한 디스토피아적인 생각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좀비영화의 숨겨진 본질이기도 한 것 같다. 실제로 잘된 좀비물은 세계관의 변화와 사회비판과 풍자에 많은 가치를 둔다.

◈배고픔에 대한 도전성구
상제님께서는 창생을 생각하시는 지극한 심정을 보여주셨다. 하루는 어느 개울가를 지나시는데 한 아비와 딸이 드러누워 있다. 딸이 일어나 물새우를 잡아 아비의 입에 넣어 주니 아비가 도로 꺼내어 딸의 입에 넣어준다. (道典 1:70)

흔히들 부모님들은 자식걱정에 애간장이 녹는다고 한다. 아버지 하나님으로서 인간자식들이 배고파하는 걸 보면서 “내 창자라도 내어 먹이고 싶구나”(2:126)라는 말씀으로 안타까워하셨다.

아표신
아표신은 굶어죽은 사람의 신명이다. 이들을 천상으로 올려보내 맡기신 일이 앞세상에 굶어죽는 폐단을 없애신 것이다. 본인들이 굶어죽었으니 얼마나 한이 될까. 먹고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지 않는가. 인류의 먹고 살거리를 창조하는 일에 이들을 역사하게 하신 상제님 천지공사는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절묘하다.

내가 천지공사를 맡아봄으로부터 모든 연사(年事)를 맡아 일체의 아표신(餓莩神)을 천상으로 올려 보냈나니 앞세상에는 굶어 죽는 폐단이 없으리라.
후천 백성살이가 선천 제왕보다 나으리라. (7:87)


천지의 열매인 사람, 그 사람이 먹는 것은 천지가 안다고 하셨다(11:415). 그러니 구정물에 흘린 밥티 하나도 그 사람을 먹이기 위해 여물었으니 조심하라고 하신 것이다. 천지 어머니의 놀라운 말씀이다.

■좀비


조선에서 가장 처음으로 좀비가 된 사람은 조선의 왕이지만 전염력은 없었다. 처음으로 전염성을 가진 좀비가 된 사람은 지율헌의 병자들이었다. 왕(1차 감염자)에게 물려죽은 단이의 인육을 먹은 지율헌의 병자들은 전염성을 띈 좀비(2차 감염자)가 되었고, 이때부터 조선 전역에 좀비역병(3차 감염자)이 퍼져나간다.

생사역 좀비들
좀비들은 역병환자라 불리고, 넷플릭스 소개글에는 생사역으로 불린다. ‘생사역’이란 동래 지율헌에서부터 서서히 조선을 장악해나가는 역병환자들을 일컫는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이라 하여 ‘생사역’이라 불리는 이 끔찍한 역병환자들은, 낮이면 어둡고 습한 곳에 죽은 듯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살아나 사람들을 덮친다. 기괴한 움직임과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이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맹렬히 추격하며 스릴을 증폭시킨다. 특히 맹렬하게 달리는 ‘생사역’의 독보적인 속도감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내용은 <킹덤> 좀비 오디션 모집 공고문의 연기자 조건이다.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 좀비를 완성하기 위해 비보이 댄서들이 투입되어 기괴하게 꺽이는 동작으로 신선함을 준 이후, 킹덤에서는 더 좀비적인 움직임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상당히 빠른 전염속도를 지녔다. 물리면 10초 내외로 좀비가 돼 버린다.

선천역사 원한의 상징
지금 이 천지간에는 원한이 가득하다. 선천 억음존양의 부조리 속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며 고통스럽게 살다간 여성, 태어나기도 전에 뱃속에서 찢기고 짓눌려 죽어간 낙태아, 그리고 약육강식과 우승열패의 구도 속에서 억울하게 죽은 수많은 원신寃神과 역신逆神의 원한이 천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상극의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리느니라”(2:17) 하신 상제님 말씀처럼, 상극의 궁극 경계인 여름철 말에 상생의 가을질서가 열리려 할 때, 원한이라는 폭탄이 가공할 위력으로 ‘일시에’ 폭발한다.

전세계적으로 끝없이 새롭게 제작되고, 기존체계를 무너뜨리는 가공할 재난과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는 좀비영화는 선천 인간역사의 원한의 결과물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그 모든 원한과 보복이 종국적으로 괴질병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셨다.

선천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천하의 병을 빚어내어 괴질이 되느니라.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換節期가 되면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큰 병세病勢를 불러일으키느니라. … 선천의 모든 악업이 추운秋運 아래에서 큰 병을 일으키고 천하의 큰 난리를 빚어내는 것이니 큰 난리가 있은 뒤에 큰 병이 일어나서 전 세계를 휩쓸게 되면 피할 방도가 없고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가 없느니라. (7:38)


■인당


오프닝_인당혈
<킹덤>의 오프닝은 이승희 의원이 왕의 인당에 침을 놓는 장면이다.

병상일지에는 ‘생사초를 짓이긴 뒤 침에 묻혀 전하의 인당혈에 꽂자 한 시진이 지난 후 전하께서 되살아나셨다’고 기록했다.

본래 생사초는 이름 그대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시즌2에서는 의녀 서비의 활약으로 이 엄청난 역병 좀비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풀이다. 왕은 두창의 영향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부활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승희 의원은 왜 인당에 침을 놓았을까?

인당과 해인海印
우리의 속사람인 영체는 평상시에 겉사람인 육체와 하나로 합치되어 있지만, 잠을 잘 때나 수술시 마취된 상태에서는 육체를 이탈하여 몸밖으로 빠져나간다. 속사람은, 은백색 광채를 발하는 생명선으로 겉사람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끈을 혼줄 또는 영사靈絲라 부른다. 이 혼줄은 양 눈썹 사이 인당印堂이란 곳에서 나오며, 영체의 머리 뒤 연수延髓 쪽에 연결되어 있다. 이 혼줄이 끊어지는 것이 죽음이라는 사건이다.

이번 가을개벽기에 끊어진 혼줄을 이어주는 구원의 신물이 해인이라는 도장이다. 그리고 그 도장 맞는 자리를 예로부터 인당이라고 불러왔던 것이다.

가을철에 서리 오고 찬바람 불면 만유 생명체가 다 말라서 죽어버리듯이 이번에 인人개벽을 당하면 그렇게 된다. 상제님 말씀이 “오다죽고 가다죽고 서서죽고 밥먹다가도 죽는다.”라고 하셨다. 아파서 죽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넘어간다.

이번 개벽상황에서 상제님 일꾼들이 그 사람들 이마 위에 인印을 쳐서 살린다. 그게 바로 해인海印이다. 여기 양 눈썹 사이, 미간眉間을 인당이라고 한다. 인당은 도장 인印 자, 집 당堂 자, 도장 맞는 집이다. 개벽할 때 도장을 쳐서 산다 해서 그 이름이 인당이다. 여기 인당에다가 의통인, 해인을 쳐서 살도록, 사람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다. 누가 달리 만들어 내놓은 것이 아니다.
-道紀 140년 4월 14일, 의통군령 24호, 광주상무도장 태상종도사님 도훈


드라마에서는 침을 도장으로, 생사초를 인주처럼 쓰고 있다. 이승희 의원은 왕에게는 실패했지만 분명히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온도


조학주 대감은 군대를 보내 상주성을 경계로 그 이남 지역을 봉쇄한다. 이 장면은 팬데믹 수준의 전염병에 군대를 동원해 대처하는 WHO를 떠올리게 한다. 경상 이남지역은 전체가 감염된다. 모든 군사를 동원해 성을 지키고 밤새 좀비의 습격에 대비하지만 좀비는 나타나지 않는다. 분명 좀비는 낮에는 햇빛을 피해 마루밑이나 바위밑에 숨어서 활동을 하지 않았었다.

의녀 서비가 사태 해결을 위해 언골에서 생사초를 발견하는데,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대낮에 나타난 좀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저들이 어찌 낮에...!! 햇빛이 아니였어, 온도였어!"

때는 늦가을, 겨울이 오고 있었다. 밤새 성을 지키고 안심하고 있는데 서리 같은 아침 안개와 함께 마침내 좀비들이 성을 향해 돌진한다.

가을추살의 병기운_서신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월드워Z>에서처럼 성벽타는 좀비를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안개 속을 맹렬히 달려오는 좀비의 섬뜩한 장면은 마치 우주의 가을철에 들어오는 서신을 생각나게 한다. 인간씨종자를 거두기 위해 준비된 서신은 추살의 병기운을 몰고 온다.

인간이라는 우주의 생명나무는 봄여름 철까지만 사는 천지의 명수命數를 받아갖고 왔습니다. ‘추지기는 신야’이기 때문에 추살의 병 기운을 몰고오는 신을 서신西神이라 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줄을 거두는 추살의 우주 조화성령 기운입니다. 태을주를 많이 읽으면 ‘서릿발 기운, 하얀 구름처럼 우주의 저쪽 하늘에 꽉 차 있는 저게 서신이구나. 저것이 들어와서 앞으로 인간 씨종자만 남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道紀 146. 3. 27(일) 태전 개벽문화콘서트 종도사님 도훈


드라마 내용과 일치하는 시대인 경신대기근(1670~71)은 소빙하기로 인한 17세기의 범세계적 기상이변의 연장선에 있었다. 환경, 특히 기후는 그 핵심이 온도의 문제이다. 인류는 기후의 변화에 따라 역사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2019년 1,2월에는 미국과 호주의 체감온도가 100도 차이가 났다. 말 그대로 ‘살인추위’와 ‘살인더위’가 지구촌 북반구와 남반구를 동시에 덮쳤다. 이런 극심한 기후변화의 원인은 지금이 대자연의 이법과 인류문명의 틀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가을개벽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는 천지성공시대라. 서신이 명命을 맡아 만유를 지배하여 뭇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른바 개벽이라. (4:21:1~2)


서신은 가을을 여는 신으로서 ‘자연서신’과 ‘주재서신’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춘생추살, 봄에는 인간과 만물을 낳지만 가을이 되면 천지의 숙살기운이 괴병으로 들어와 일체의 선악과 시비를 가리고 인간생명을 거둔다. 이 추살기운을 자연서신이라 한다. 자연서신이 들어오는 서곡, 길 안내자가 시두이다. 이 자연서신을 주재하시며 우주1년 인간농사를 추수하는 시명時命을 집행하기 위해 인간 역사에 강세하시는 통치자 하나님, 그분을 주재서신이라고 한다.

나는 서신이니라. (6:39:1)


동남풍이 불면
공교롭게도 영화 <부산행>에서는 부산이 유일한 좀비 안전지대였는데, 드라마 <킹덤>에서는 거꾸로 부산(동래)이 좀비 확산의 시발점이다.
도전 성구에 “동남풍이 불면 살 수 없는 병이 오느니라.”(6:60) 하신 상제님 말씀이 있는데, 한반도의 동남쪽 동래에서 시작된 역병이 한양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 내용과 연결된다.

■맺는글


보수적인 한국에서 통할 것 같지 않았던, 한국형 좀비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전혀 예상못한 점이 흥미를 끌었다.

갓 모자와 상투문화
<킹덤>을 본 많은 외국인들이 조선시대 사람들의 모자, 특히 ‘갓Gat’에 매료됐다는 점이다. SNS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Fancy Hats’ ‘awesome hats!’ 등의 표현이 많다.

“당신은 넷플릭스에서 킹덤을 꼭 봐야 한다. 좀비와 정말 팬시한 모자 때문이다.”
“킹덤을 통해 조선의 역사와 모자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졌다.”
“시즌2에선 조선의 모자를 더 많이 보고 싶다.”
“넷플릭스 킹덤은 좀비와 모자에 대한 드라마다.”
“모든 사람이 끝내주는 모자를 쓰고 있다.”
“넷플릭스 킹덤 정말 끝내주는데 최고는 좀비보다 모자!”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외국인 반응


개항기에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분을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를 ‘모자의 나라’ ‘모자의 발명국’ ‘모자의 왕국’으로 부르며 극찬했다. 최근 아마존닷컴에는 ‘한국드라마 킹덤의 전통 모자’라는 상품명으로 조선시대 갓 여러 개가 등록됐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사극의 한 부분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칼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좀비에게 쫓겨 도망가는 상황에서도 멋진 디자인의 모자를 쓰고 있는 극중 인물들이 신기하게 보였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상투라는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선의 모자는 속에 상투를 전제로 하고 있다.

뾰족한 수란 상투의 덕을 이름이니 판밖에서 일을 지을 때 한번 크게 쓸 것이니라. (6:57)


뾰족한 수 상두쟁이, 상씨름꾼


<킹덤>은 괴질병의 상을 보여줬다. 실제 앞으로 오는 개벽기에 지구촌에 손쓸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닥친다. 이 땅에 상씨름이 넘어가면서 이름모를 괴질병겁이 들어오게 된다. 이 위급한 가을개벽상황에서 상투의 덕으로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데, 그 상투의 덕을 ‘뾰족한 수’라 하신 것이다.

상투는 한민족 고유문화이자 인류 원형문화로서, 북녘하늘의 칠성에 계신 상제님과 내 마음을 하나로 맞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성인 남자들은 장가를 들면 상투를 틀었다. 천지공사의 ‘상씨름’이란 말도 최고, 최후의 씨름이란 뜻으로 상투쟁이끼리 벌이는 마지막 힘겨루기를 말한다. 상제님께서는 “상씨름꾼 들어오라.”(6:71)라고 하시며 상두쟁이를 ‘상씨름꾼’이라고 하셨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히트를 친 킹덤은 모자를 통해 상투문화를 서양에 알리고 상두쟁이가 가을개벽의 상씨름꾼 문화를 열어나가고 있음을 서양에 자연스럽게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