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세상 | 매트릭스의 인식론

[칼럼]

4. 매트릭스의 상징성 분석


7. 니오베Niobe(나이오비)


모피어스의 옛 연인으로 이름 뜻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로네우스의 딸이며 인간으로 태어난 최초의 여성이다.

영화에서 니오베는 ‘로고스’호號의 함장이다. 3편에서 네오와 트리니티는 니오베가 내어 준 ‘로고스’호를 타고 기계도시의 중심 제로원으로 향한다. 1을 뜻하는 네오(One)과 3을 뜻하는 트리니티(trinity)가 말씀(로고스logos)의 배를 타고 인류 구원을 위해 기꺼이 최강의 적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씀의 배는 남조선배(증산도 도전 5:112)를 떠올리게 한다.

로고스logos는 하느님의 말씀을 뜻한다. 로고스는 동양의 ‘이理’, ‘도道’와 같은 뜻을 지니며, 빛(light)과 어원이 동일하다. 자연의 빛과 소리(말씀)는 신의 두 얼굴이다. 5천 년 전에 이루어진 힌두교 경전 베다Veda에 정통한 독일사람 베렌트Berendt는 ‘조물주가 하신 최초의 말씀은 빛이었다’라고 하였다.

상제님께서는 ‘말은 마음의 소리’(도전 3:97)라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의 소리인 말씀은 ‘천지의 뜻과 생각’을 실은 상념想念의 파동입니다...
일심으로 만물과 통정通情하시는 상제님께서는 천지 만물의 변화에 임하여 만사萬事를 조화造化로 다스리십니다... 그러므로 상제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생명의 성약聖藥이요, 천지 법도의 근원이며, 우주의 전 공간(九天)에 울려 퍼지는 새 역사 창조의 성음聖音입니다. - 증산도의 진리


나의 말은 약이라.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위안도 하며 말로써 병든 자를 일으키기도 하며 말로써 죄에 걸린 자를 끄르기도 하나니 이는 나의 말이 곧 약인 까닭이니라. …
나의 말을 잘 믿을지어다. 나의 말은 구천九天에 사무쳐 잠시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나니 부절符節과 같이 합하느니라. (도전 2:93)


8. 메로빈지언Merovingian


메로빈지언 : “내 말 잘 들어, 꼬마야, 네 선배들처럼 너도 날 없애진 못해.”


매트릭스 속에서 나온 변종 프로그램, 퇴폐적 향락을 추구하는 권력자. 프로그램 중간 거래상이자 중간계의 주인이라고 한다.

이름의 뜻
많은 사람들의 추측으로는 5번째 매트릭스 이전의 네오였으리라는 것이다. 매트릭스 소스로 가서 시온을 구하고 다음 매트릭스를 연 대가로 권력을 쥐게 됐을 것이라 한다. 그러니 타락한 구세주라 할 수 있다. 선천 종교 문화와 성자들의 한계를 보여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선천 종교가 인류 구원과 새 역사 창조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였기 때문에 상제님께서는 그 기운을 거두시는 공사를 보셨다(도전 10:40).

이에 대해서는 메로빈지언의 이름 뜻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메로빈지언은 ‘메로빙거 왕조(Merovingian dynasty) 사람’을 뜻한다. 메로빙거는 전통적으로 최초의 프랑스 왕가王家로 여겨지는 프랑크족 왕조(476~750)를 말하는데, 메로빙거 왕조의 시조가 예수라는 설이 있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후손들이 메로빙거 왕조를 세웠다는 전설-다빈치코드-은 작은 힌트인데, 오라클은 프랑스인을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며, 메로빈지언을 "우리들 중 가장 오래된 자 중 한 명"이라고 말한다.

메로빈지언도 네오처럼 한때 구세주(예수)와 같은 존재였고, 네오처럼 아키텍트 앞에서 선택의 갈림길(소스로의 귀환 vs 여자를 구함)에 섰으며, 그는 소스로 귀환하는 걸 선택했고, 지금은 매트릭스 안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인 페르세포네Persephone(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 분)는 한때 트리니티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세라프가 지켰던 자
세라프Seraph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는 자인데 한때 메로빈지언의 수하였다. 세라프가 지금 오라클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메로빈지언이 오라클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종합해 보면 세라프도 다섯 번째 매트릭스까지의 어딘가에서 네오 같은 구세주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네오들은 모두 매트릭스에 순종해 굴복하고 어쩌면 여섯 번째 네오를 예비하고 기다려 왔을지 모른다.

오라클의 눈을 요구한 이유
직관은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를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라클은 매트릭스에 존재하는 인간, 프로그램을 단순한 직관으로 파악한다. 딱히 머리를 쓰는 게 아니라, 그저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오라클은 그런 존재다.

메로빈지언이 오라클의 눈을 원했다. 오라클의 눈만 있다면 직관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스미스가 오라클을 복제하여 그녀의 눈을 차지하고 선글라스를 벗은 채 웃는 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매트릭스를 파악할 수 있는 직관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스미스는 매트릭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매트릭스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완성된 것이다.

오라클의 눈은 진리적인 해석으로는 신안神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도통의 열쇠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부러울 게 없는 메로빈지언이지만 오라클의 눈만은 얻고 싶었던 것이다.

9. 페르세포네Persephone


메로빈지언의 아내. 네오에게 키스를 받고, 키메이커Keymaker를 내주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름의 뜻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생성과 번식의 여신.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딸로, 명부冥府의 왕 하데스Hades가 유괴하여 아내로 삼았기 때문에 반년씩 지상과 명부를 드나들었다고 한다.

페르세포네 : “오래전,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전혀 달랐죠. 그 사람(메로빈지언)도 달랐어요. 당신 같았죠.”


이 대사에서 메로빈지언이 과거에 어떤 존재였는지를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

10. 세라프Seraph


세라프Seraph라는 이름은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보좌를 지키는, 여섯 날개가 돋친 천사를 뜻한다. 세라프는 성경의 구품 천사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제1계급 '치품천사熾品天使'를 의미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세라프는 네오를 오라클에게 인도해 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는 네오를 실험해 보기 위해 네오와 만나 무술 대결을 벌인다. 이 장면에서 그는 네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뛰어난 무예를 보여 준다.

네오의 눈에 보이는 세라프는 빛나는 코드의 조합이다. 한눈에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석가들은 메로빈지언에 대한 추측과 마찬가지로 세라프도 과거의 네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1. 키메이커The Keymaker


오라클 : “소스에 가야 하고 그러려면 키메이커가 필요해.”


매트릭스로 통하는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키메이커는 시온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리로디드>에서 네오 일행은 바로 이 키메이커를 메로빈지언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그는 매트릭스의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졌고, 만들 수 있다.

키메이커로 출연한 배우는 한국계 배우인 랜달 덕 김Randall Duk Kim이다. 랜달 덕 김은 하와이 출신 이민 2세로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8살 때 연극 <맥베드>에서 말콤 역을 맡아 배우로 데뷔한 이래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연극배우이다.

최근 키아누리브스의 영화 <존 윅John Wick>에서 존 윅을 치료하는 의사로 깜짝 출연, 매트릭스의 인연이 이 영화에도 작용했을 듯하다. 그는 <매트릭스> 시리즈에 대해 “우리 시대의 대서사 신화극”이라고 평가했다.

구세주 네오를 소스로 안내해 조물주를 만나러 들어가는 문의 키를 쥐어 주는 존재가 한국인 2세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네오가 날아다니고 별 재주를 피워도, 오라클이 신비한 예언을 해도 이 키메이커가 없으면 소스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상제님께서 역사 전개의 틀로 정해 놓으신 남조선南朝鮮 도수가 떠오른다. 남조선이란, 지리적으로 살펴볼 때 간 도수가 펼쳐지는 간방艮方 조선의 남쪽 땅을 말한다. 또한 “시속에 남조선南朝鮮 사람이라 이르나니, 이는 남은 조선 사람이란 말이라.”(도전 6:60)라고 하신 말씀처럼 동서 종교나 이념에 찌들지 않은 순수 조선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천 가을개벽기의 시운을 맞이한 인류에게 상제님께서는 남조선 도수의 실현과 더불어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섭리와 관련된 인류 구원의 공사를 보셨다. 이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열쇠’에 대해 말씀하신 것으로, 내 몸에 있는 우주의 신성과 생명을 되찾고 하느님의 마음, 천지의 조화로운 마음을 회복하여 하늘땅과 하나 된 태일太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생명과 구원의 문을 여는 그 열쇠가 바로 상제님이 전수해 주신 ‘태을주太乙呪’이며, 이것이 곧 인류를 구원할 의통 전수 공사인 것이다.

남조선 도수의 깊은 의미는 동방 한민족의 광명 역사를 회복하여 상제 문화의 종주권을 드러내는 데서 올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남조선 도수는 환국, 배달, 조선 이래 9천 년 역사의 국통을 바로잡고, 남북 분단 이후 세계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끌러 내는 후천 가을대개벽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 증산도의 진리


천하의 억조창생이 너희들의 가르침을 받들고 너희들에게 의지하게 되리니 통일천하가 그 가운데 있고 천지대도가 그 가운데서 행하여지며 만세의 영락(榮樂)이 그 가운데서 이루어지느니라. (도전 7:50)


12. 아키텍트Architect


매트릭스의 창조자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이며 이름의 뜻은 건축가, 건축기사 또는 설계자, 기획자, 창조자이다.

오라클 : 그(아키텍트)는 선택을 인정 안 해. 선택은 방정식의 변수 같은 거지. 매번 변수를 대입해 답을 찾는 것. 방정식의 해독, 그게 그의 임무야. 내 임무는 그걸 헝크는 거고.
아키텍트 : “최초의 매트릭스는 완전했지. 완벽하고 탁월했어.”


매트릭스의 설계자인 아키텍트는 매트릭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마치 인류 역사의 시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1만 년 전 탄생한 인류 최초의 국가, 환국桓國은 광명의 나라였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의 광명과 하나 된 자신을 ‘환桓’이라 불렀다. 환국 시대의 인간은 삼신상제님의 신성을 그대로 발현하여 천지의 광명으로 빛나는 존재들이었다.

영화의 선악 구도를 떠나서 의미 부여를 해 보면 아버지 격의 창조자 아키텍트가 건설한 최초의 세계가 완전했다는 것이다. 이는 광명의 나라 환국의 초대 통치자 안파견 환인의 뜻으로 『환단고기』에 기록되어 있는 “하늘을 받들어 아버지의 도를 확립시킨다”(繼天立父之名也,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는 문구와 결을 같이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매트릭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오가 아키텍트(창조자)를 만나 소스source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원시반본의 코드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원시반본原始返本이란 인간과 만물이 시원의 근본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생명의 근원, 생명의 뿌리로 돌아가는 가을의 통일 정신이다. 원시반본이라는 가을철 천지 법도에 따라, 우주생명이 선천문명의 법을 현실 역사 위에 하나로 통일시켜 나간다.

이때는 원시반본原始返本하는 시대라. 혈통줄이 바로잡히는 때니 환부역조換父易祖하는 자와 환골換骨하는 자는 다 죽으리라. (2:26)


13.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호의 의미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호는 2069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MARK III No.11'이라는 레이블이 붙어 있다. 이것은 마가복음 3장 11절인 “더러운 귀신들도 어느 때든지 예수를 보면 그 앞에 엎드려 부르짖어 이르되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 하니”(개역개정판)를 의미하며, 기독교의 ‘하나님의 아들’ 곧 예수는 네오와 연결된다. 다시 한 번 성자로서의 예수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매트릭스는 그 성자들을 내려보내신 아버지의 성부 시대가 온다는 것을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모피어스의 함선인 느부갓네살호라는 이름은 구약 다니엘서에 나오는 BCE 5세기경 바빌론의 왕 이름이다. 예루살렘을 멸망시키고 이스라엘 민족을 포로로 잡아온 왕이며, 그가 왕비를 위해 만든 공중정원’(Hanging Garden)이 유명한데 세계 7대 불가사의이다. 왕이 잠자다가 희한한 꿈을 꾸는데 깨어나서 꿈에 대한 해석을 전혀 못하고, 그 꿈의 내용을 찾는 내용이 성경에 나오는데 이러한 내용도 매트릭스와 연결된다.

느부갓네살 호의 선원들 이름이 가진 의미
스위치Switch : 디지털 신호가 0과 1 사이에서 선택하는 일련의 스위치라는 걸 드러낸다.

에이팍Apoc : 묵시록Apocalypse에서 온 이름으로, 디스토피아적 지구를 의미한다.

도저Dozer와 탱크Tank : 도저Dozer(앤서니 레이 파커Anthony Ray Parker 분)와 탱크Tank(마커스 총Marcus Chong 분) 형제는 매트릭스에서 탈출한 자가 아니라 시온에서 태어난 사람들인데(그들의 몸엔 바이오포트가 없다), 불도저와 탱크라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환기시킨다.

링크Link : 느부갓네살호에서 매트릭스를 연결시켜 주는 2대 오퍼레이터로, 결합시키는 사람이다. 컴퓨터에서도 ‘연결’의 의미로 쓰인다.

우주 만물은 수로 구성돼 있다
요원들에게 쫓기던 네오는 스미스 요원에게 총을 맞고 죽는다. 매트릭스에서 죽으면 실제 세상의 몸도 죽는다. 그런데 트리니티는 오라클의 예언을 얘기한다.

“오라클은 내가 사랑에 빠지는 남자가 바로 ‘그’라고 말했었어. 당신은 죽을 수 없어.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사랑해.”라며 키스를 하고 네오는 부활한다.

다분히 서양식 사랑의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진부하게 얘기할지 모르지만, 의미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트리니티는 3수를 상징하고, 네오는 1수를 상징한다. 1을 상징하는 네오는 101호 방에서 진실을 찾아 헤맸고, 3을 상징하는 트리니티는 이름 자체도 삼위일체이고, 방 번호도 303호이다. 그런데 네오는 이 303호실에서 스미스의 총에 죽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303호에서 부활한다. 부활한 네오는 깨달음을 얻고 주변의 모든 사물이 숫자와 암호 코드로 된 것을 보게 된다. 매트릭스의 한계를 초월해 도통의 첫 단계인 초통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1과 3, 101호와 303호의 관계 속에서 일기一氣(일신一神)와 삼신三神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3편에서 네오와 트리니티가 기계도시 제로원으로 향하고 있다. 인간으로 얻은 에너지를 모아 두는 거대한 발전소를 앞에 두고 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보이지? 세 개의 파이프... 전기 배선이야. 저걸 따라가”


네오(1)와 트리니티(3)가 말씀의 배(로고스호)를 타고 제로원(0과 1) 도시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3개의 관을 따라 최후의 항해를 하고 있다. 3개의 관은 인간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제로원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네오는 중간계(지하철)에 갇혔을 때도 이 관을 꿈속에서 미리 본다.

『환단고기』에서는 삼신(조화신, 교화신, 치화신)이 인간 몸속에 들어와 성명정性命精이 되었다고 한다. 삼신으로부터 받은 인간 생명의 가장 소중한 성명정이 3수인데, 영화에서는 인간으로부터 얻은 에너지가 3개의 관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1수는 신神의 수다. 1은 수의 전체이자 모든 수를 ‘창조’하는 수이다. 3은 양과 음의 결합(1+2)으로 이루어져 ‘만물의 화생’을 상징한다. 이처럼 매트릭스는 정교한 1수와 3수의 천부경 체계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부활한 네오, 상수철학의 부활


일기자一氣者는 내유삼신야內有三神也오 … 삼신자三神者는 외포일기야外包一氣也라 -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환단고기』에 의하면, 삼신은 우주에 충만한 ‘하나의 조화 기운’, 곧 일기一氣를 발동시켜 만물을 태어나게 한다. 일기는 만유 생명이 되는 본체이며, 곧 일신一神이기도 하다. 삼신이 일기를 타고 조화를 부림으로써 만물의 생성 변화가 비로소 일어나는 것이고, ‘또한 일기가 스스로 운동하고 만물을 창조하여 조화·교화·치화의 세 가지 창조 원리를 지닌 신이 되는 것’이다.

일기와 삼신의 관계를 『환단고기』 「소도경전본훈」에서는 “회삼귀일會三歸一”(셋을 모아 하나로 돌아간다)과 “집일함삼執一含三”(하나를 잡으면 셋을 포함한다)이라는 간결한 논리로 표현하였다. ‘회삼귀일’은 삼신의 이치를 제대로 깨치면 우주를 움직이는 하나의 조화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고, ‘집일함삼’은 일기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이 이루어지면 삼신의 세 가지 조화의 손길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신과 삼신의 관계, 일기와 삼신의 관계는 인류의 원형문화인 신교神敎가 신에 대해 밝힌 가장 근원적인 깨달음이다. 매트릭스에는 의도했든 아니든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는 내용이 있는 것이다.

[#‘수학을 모르는 자는 학문을 하지 말라.’ - 플라톤Platon
‘수는 만물의 본질이며 존재 원리다.’ - 피타고라스Pythagoras
“우리의 인생과 우주의 신비는 알 수 없는 암호이며 이 암호의 해독이 이루어지는 순간만큼 인간은 자기를 발견한다.” - 철학자 야스퍼스Karl Jaspers


태호 복희씨는 일찍이 천하天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그려진 무늬에서 하늘과 땅의 생명의 율동상을 깨닫고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것이 하도河圖이다. 하늘의 계시로 ‘자연 속에 숨겨진 질서’[象]를 읽고, 이를 ‘천지의 기본수’인 1에서 10까지의 수로 체계화하여 인류 역사에 바쳤다.

종도사님께서는 ‘자연과 하나 되어 생명의 본성으로 돌아가 인간과 만물 속에 깃든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수로써 깨닫게 해 주는 하도·낙서의 순수 수학’이 천지자연을 유연하게 표현하는 소프트 수학, 즉 상수철학象數哲學’이라고 하셨다. 이제 원시로 반본하는 가을 대개벽기를 맞이하여, 인류 문명의 모태이며 대자연의 순수 수학인 ‘하도·낙서의 천지 상수론’이 새롭게 부활한다. 네오의 각성은 이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우주관 ː 사법계관四法界觀


네오가 깨달음을 얻고 점점 그 경지가 높아져 가는 과정이 사법계관에서 사사무애로 나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개벽이다』 상권의 내용을 참고해 정리해 보면 이렇다.

석가부처가 49년 동안 속세에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전한 불교 세계관의 핵심인 화엄사상의 사법계관四法界觀에는 불교의 우주와 인생에 대한 가르침의 정수가 정리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진리를 법法(Dharma)이라 한다. 법계法界란 진리의 세계이며, 법계관이라 하면 현실의 우주 세계와 그 실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져 들어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도리道理를 말한다.

사법계관四法界觀은 먼저,
1.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우주는 어떠한 세계인가를 알아보고 - 사법계관事法界觀
2. 다음으로 이 세계를 변화시켜 가는 생명의 근본 원리를 살펴본다 - 이법계관理法界觀
이 단계가 끝나면 이번에는,
3. 앞에서 살펴본 이 현상 세계와 영원한 우주생명의 근본 정신과의 상호 관계를 깬다 - 이사무애법계관理事無碍法界觀
그리고 마지막으로,
4. 극단의 모순과 부조리가 뒤엉켜 있는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와, 현상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인간 문제의 뿌리를 보고, 근본적인 세계 구원의 길을 구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사사무애법계관事事無碍法界觀

이런 법계관을 영화와 신도 세계에 빗대어 보면 이렇게 배정할 수 있다.

■사법계관事法界觀 ː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를 보는 도리이다. 인간이 살아가며 울고 웃는 이 차등의 현상[事] 세계(지상의 상대 세계인 천상 신명 세계 포함)가 진리의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이 현상 세계가 진리 자체이다. 영화에서 비유를 해 보면 사법계관은 매트릭스 밖의 현실 세계로 비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법계관理法界觀 ː 이것은 ‘나와 우주’가 생겨난 생명 창조의 근본 정신[理]을 보는 것이다. 무한한 우주와 유한한 생명인 우리 인간, 풀벌레, 짐승 등 일체의 사사물물事事物物은 우주생명이 통일되어 있는 본체세계[空]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주가 생겨난 중도中道의 본체 정신을 말한다.
네오가 이 세상이 진짜가 아니고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다는 이면 세계 얘기를 한 것이 이법계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사무애법계관理事無碍法界觀 ː 생명 창조의 본체와, 여기서 생겨나 변화해 가는 현실 세계의 상호 관계를 동시에 보는 것이다. 무애無碍란 글자 그대로 서로 모순과 차등이 없다는 말이다. 무수한 사건이 전개되는 천지만물의 현상[事]과 생명의 본체[理, 空]와의 관계는, 더 높고 낮은 관계도 아니요 둘도 아니라는 것이다. 양자는 현상이 곧 본체요 본체의 창조 과정이 드러난 것이 곧 현실 우주라는 상호 평등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

가상 현실인 매트릭스에서만 발휘되는 네오의 능력이 현실 세계에서도 발휘되기 시작한 장면이 2편 리로디드 끝 부분에 나온다. 매트릭스에 접속 없이도 센티널(파괴 기계)을 의식만으로 부숴 버렸다. 이 장면이 네오가 현상계와 이법계에 모순과 차등 없이 능력을 발휘하는 이사무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네오는 부활 이후 매트릭스 내의 코드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3편에서 기계세계의 왕 ‘데우스 엑스마키나’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두 눈을 잃게 된다. 네오는 눈먼 메시아가 되었지만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도 매트릭스처럼 빛으로 돼 있는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게 된다. 동양의 수행론으로는 제3의 눈, 신안神眼이 열린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사무애법계관事事無碍法界觀 ː 생명의 근본 원리와 현상의 세계는 상호 일체이며 또 차별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현실 세계의 문제로 되돌아왔다. 진리를 깨우치는 것 그리고 생명의 참구원은 모두 영원한 현실 문제, 즉 인사를 끌러 내야 하는 것이다.

석존이 염원한 최상의 이상적 인간상은 세상의 모든 일을 사사무애[萬事如意]하게 끌러 낼 수 있는 경계에까지 다다른 인간의 모습이다. 석존의 가르침은 이것을 궁극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사무애란 미완성된 인간과 천지(일월의 자연계)까지 대통일의 새 진리로써 성숙시켜 구원할 수 있는 최상의 도통의 경계를 말한다. 이것은 오직 천·지·인 삼계의 완전한 도통의 경지, 즉 상통천문上通天文·하찰지리下察地理·중통인의中通人義의 경계에서 현상계의 모든 우주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우주 통치자의 대권능으로써만 가능하다.

석가모니는, 지상에 인간으로 강세하여 성숙된 인간의 길을 걸으시고 사사무애의 경지에 이르시어 인류 구원의 도를 열어주시는 분을 미래의 완성 인간인 미륵존불彌勒尊佛로 말씀하였다.

네오 : 어떻게 접속하지 않고 내가 역에 갔죠? 센티넬은 어떻게 처치했고?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오라클 : THE ONE의 능력은 현실을 초월해. 그 근원에까지 다다를 만큼..
네오 : 근원?
오라클 : 소스. 센티넬을 처치할 때 느꼈겠지만 자넨 못 받아들였어.


오라클은 네오가 도통의 여러 단계를 거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최종적으로 인간 세계와 기계, 매트릭스의 3가지 세계, 모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네오와 트리니티가 로고스호를 타고 기계도시 제로원으로 가던 중 엄청난 기계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다. 이때 파괴 기계인 센티넬sentinel이 네오 쪽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있는데 놀랍게도 센티넬이 네오와 한 몸이 되어 흡수된다. 분명히 현실 세계인데 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기계와 인간이 하나가 된다.

마치 현실 세계도 매트릭스인 것처럼 능력이 발현되는 것이다. 이 장면이 바로 사사무애, 즉 모든 법계를 깨닫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인사의 능력을 쓴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된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살펴볼 때 네오는 이사무애에서 사사무애로 나아가는 단계에 멈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사 문제를 완전히 바로잡았다고 볼 수 없는 미완성의 경지로 표현됐다.

오라클 : 두 세계의 미래가 둘의 손에 달렸어.


인간 세계와 기계 세계의 멸망과 평화가 네오와 스미스에게 달렸다는 뜻이지만, 마치 인간 세계와 신도 세계의 심판과 구원이 ‘사람 둘’에게 달렸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5. 매트릭스의 인식론


인과론과 목적론


스미스 :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실은 자유롭지 못해서야. 이유나 목적은 부정할 수가 없지. 우린 목적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목적이 우릴 창조했고, 우릴 연결하고, 우릴 끌어 주고, 인도하고 조종한다. 목적이 우릴 정의하고 결속시킨다. 우린 너 때문에 존재해. 목적!”


스미스의 대사는 강렬하게 네오와 관객에게 목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네오의 다른 얼굴이면서 상극으로 결국 네오를 완성시키는 스미스는 누구보다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천지라 하는 것은 목적이 있어서 둥글어 가는 것이다. 그냥 주이부시周而復始해서 둥글어 가는 게 아니다. 천지도 목적이 있다. 일 년 지구년은 초목농사를 짓기 위해서 둥글어 가는 것이고, 우주년은 사람농사를 짓기 위해 둥글어 간다. - 도기 135(2005)년 7월 3일 증산도대학교 태상종도사님 도훈


정반대로 타락한 프로그램인 메로빈지언은 인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메로빈지언 : “이 세상에 불변하는 진리는 단 하나밖에 없어. 인과관계! 작용과 반작용, 원인과 결과.”
모피어스 : “모든 건 선택에서 시작돼.”
메로빈지언 : “틀렸어. 선택이란 강자와 약자 사이에 만들어진 망상에 불과해... 인과관계, 우리는 영원히 그 노예일 뿐이야. 유일한 길은 ‘이유’를 이해하는 거지... 이유야말로 유일한 힘의 원천이지.”


인과율因果律은 어떠한 결과는 반드시 그 결과 이전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고, 목적률目的律은 우주의 만상은 어떠한 목적 밑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칸트가) 자연계를 기계관(인과율因課律)으로 보고 정신계를 목적관(목적률目的律)으로 본 점은 실로 대철학자의 관록을 여실히 나타냈다고 할 것이다.

우주의 변화 현상을 대별하면, 자연계는 다만 인과적 법칙에 의하여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반면 정신계는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기후의 영향을 받는 것도 절대적 요건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건 자기 의지, 즉 정신의 작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생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나 동물은 육체와 정신의 2대 형상(二大 形象)으로서 생生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은 형상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과율과 목적률이 병행되는 것이고 자연계는 형체만의 존재이기 때문에 인과율만이 적용되는 것이다. - 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인간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서 그 일심으로 인과율의 고리를 넘어서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종도사님께서는 ‘일심이 천지를 빚어낸 조화옹 상제님의 성령이 임하여 계시는 마음자리’라고 하셨다. 일심의 힘은 곧 도력道力이며, 시공과 인과를 초월한 우주의 정력定力이라고 하신 것이다.

오행 법칙에서 찾아보면 목木 화火 금金 수水는 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힌 것들이므로 자유가 없다. 다시 말하면 자기 욕망은 자기가 지닌 바의 극기심克己心 때문에 자유를 지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토土만은 욕망도 없고 편벽되지도 않는 중화성中和性을 가진 것이므로 자유로운 것이다.

우주의 운동이란 것은 이러한 편벽偏僻된 것들(木火金水)을 통솔統率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구사하면서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한 것이니 그것이 바로 토土인 것이다.
- 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인과율과 목적률은 우주와 인간, 그리고 자유 의지의 이야기로 진행되곤 한다. 영화에서는 자유 의지와 네오의 선택에 대해서 달라지는 상황을 어느 정도 그려 주고 있다. 그런데 『우주변화의 원리』 책에서는 토심土心을 가진 자가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토심은 하나님의 마음이고, 토화작용土化作用을 이루는 수행법이 바로 태을주 수행이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선택의 문제에 관한 또 다른 의미의 대화가 나온다.

오라클 : “너는 이미 선택했어. 선택한 이유를 이해해야지.”
네오 : “싫어요. 난 못 해요! 안 해요!”
오라클 : “해야 돼.”
네오 : “왜요?”
오라클 : “네가 ‘그’니까.”


네오의 결정에 조언을 주며 오라클을 이런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필자는 이 대사를 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상제님 진리의 일꾼들은 이미 선택을 했다. 천상에서 천지일을 하겠다고 선택해 맹세하고 내려왔지만,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느린 신앙의 발걸음으로 천지신명과 조상님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느냐. 선택한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왜 천지사업을 하겠다고 선택했던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내가 ‘그’니까.” 내가 그 일을 하기로 천지 맹세를 한 사람임을 깨닫고 각성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환단고기』 「염표문念標文」에도 인간의 선택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나온다. 「염표문」이란 단군조선 11세 도해道奚 단군이 우리가 언제나 마음에 새겨서 잊어서는 안 될 삼신 조물주 하나님의 본성과 역할에 대해서 아주 간명하게 정의해 내려 주신 글이다. 우리 마음속에 늘 새겨 두어야 할 진리에 대한 큰 정의이다.

人(인)은 以知能爲大(이지능위대)하니 其道也擇圓(기도야택원)이요 其事也協一(기사야협일)이니라

사람은 ‘이지능위대以知能爲大’, 지혜와 능력으로써 위대하다. 그리고 인간의 도라는 것은 바로 ‘택원擇圓’, 천지의 원만한 그 정신을 내가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자아 중심으로, 개별 인간인 내 생각대로 살다가 없어질 것이냐 하는 데 있다. 또 ‘기사야협일其事也協一’, 인간이 진정으로 주장해야 할 인사적 성공의 유일한 길은 협일이다. 다시 말해, 다 함께 하나가 되어서 바로 9천 년 역사 문화의 중심 주제를 크게 열매 맺는 일인 것이다


빨간약과 파란약 - 깨어날 것인가, 안주할 것인가


모피어스 : 알고 싶나? 그게 무엇인지. 매트릭스는 어디든 있지. 우리 주위에도 있어. 지금 이 방 안에도 있고 창밖을 내다봐도 있고 TV 안에도 있지. 느낄 수 있을 거야. 출근할 때도. 교회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마찬가지이고. 그것은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라는 거지.
앤더슨 : 무슨 진실이요?
모피어스 : 자네가 노예라는 진실이지, 네오. 감옥.. 네 마음의 감옥...
불행하게도 그 어떤 누구도 매트릭스가 무엇인지 말해 줄 순 없네. 직접 봐야 하지. 이것이 자네의 마지막 기회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지. 이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끝나고 침대에서 깨어나 믿고 싶은 걸 믿으면 되지.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는다. 나는 토끼 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 주겠지..


빨간색과 파란색의 알약은 두 가지 세계에 대한 선택을 말한다.

빨간 약은 가짜 현실 세계(인큐베이터=다시 태어난 인간에게 욕계의 자양분을 공급해 주며 길들여서 성체로 만드는 장치)에서 깨어나게 하는 약이고, 파란 약은 매트릭스 내에서의 삶에 눌러앉아 그냥 이대로 만족하며 살겠다는 선택이 된다. 그대는 파란 약을 먹을 것인가, 빨간 약을 먹을 것인가? 빨간 약은 결단[離欲]과 알아차림(Sati=自覺)이다. 파란 약은 욕망과 무명이다.

애니 매트릭스의 ‘세계신기록World Record’ 편은 이에 대해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댄 데이비스는 세계 최고의 100m 달리기 선수이다. 본래 8.99초로 신기록을 세웠지만 요원들의 조작에 의해 도핑 양성을 받아 새롭게 기록에 도전한다. 이미 예선에서 9.8초의 벽을 넘었고 결승에서 모든 인간이 달리지 못했던 기록을 깨려고 한다.

만약 한계를 넘어 달리는 모습을 매트릭스 내의 모든 사람이 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 대해 의심하고 깨어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요원들은 그것을 막고 댄 데이비스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골인 지점 앞에서 뒤에 달리던 선수들이 요원들로 바뀐다. 그를 붙잡으려 필사적이다. 그런데 댄 데이비스는 거친 호흡에 근육이 파열되면서도 한계를 넘어선다. 그리고 마침내 그 눈앞에 결승점이 시스템 코드 숫자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네오처럼 인공자궁에서 깨어난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깨어난 것이다. 기록은 8.72. 8초 72로 골인한다. 그러나 기계들은 그를 다시 인공자궁에 잡아 가두고 기억을 지운다.

기억이 지워진 채 근육이 파열되어 거의 불구가 된 댄 데이비스는 휠체어에 앉아 간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다시 일어난다. “자유”를 외치며 다시 뛰기라도 할 듯이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때 간호사는 요원으로 바뀌며 외친다. “Sit down!” 그만 저항하고 매트릭스에 갇혀 순순히 말을 들으라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고 주저앉는다. 다시 한 번 “Sit down!” 요원의 이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매트릭스에 갇혀 있다. 여기서 매트릭스의 정의는 묵은 하늘, 즉 기울어진 상극의 질서를 가진 선천우주를 뜻하리라.

묵은 하늘이 사람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도다. (도전 5:411)


묵은 하늘이 “Sit down!”을 외치며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들과 깨어나려는 사람들을 주저앉히려 하고 있다.

지금은 닫힌 우주에서 열린 우주로 나아가는 때다. 선천 봄여름의 가르침은 가을개벽을 맞이한 오늘의 인류에게 결코 궁극의 해답을 줄 수 없다.

선천은 삼계가 닫혀 있는 시대니라. (중략) 이제는 세계 통일 시대를 맞아 신도神道를 개방하여 각국 신명들을 서로 넘나들게 하여 각기 문화를 교류케 하노라. (4:6:1, 3)


상제님의 말씀처럼 선천은 닫힌 우주요 후천은 열린 우주이다. 이것이 지금 이 세상의 종교, 철학, 과학 등을 통해 인간이 열병을 앓아 가면서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인생과 자연의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관건이다. 지금 우리는 닫힌 우주의 극점인 여름철 말에 와 있다. 인류는 어떻게 닫힌 우주를 끝맺고 열린 우주의 새 문화를 건설할 것인가?

나의 도는 ‘상생의 대도’이니라. …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2:18:1, 3)


천지의 여름과 가을이 바뀔 때는 나의 생명의 근본을 찾아야, 역사의 뿌리와 진리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산다.
오라클은 네오에게 말한다. “소스source로 가야 한다.”

知天下之勢者(지천하지세자)는 有天下之生氣(유천하지생기)하고
暗天下之勢者(양천하지세자)는 有天下之死氣(유천하지사기)니라
천하대세를 아는 자에게는
천하의 살 기운(生氣)이 붙어 있고
천하대세에 어두운 자에게는
천하의 죽을 기운(死氣)밖에 없느니라. (도전 2:137)


인식론


매트릭스에서 탈출한 네오가 몸을 회복하고 처음으로 매트릭스 로딩 프로그램 컨스트럭트에 접속한다. 네오는 이미 진짜 세상을 봤고, 다시 돌아온 매트릭스가 낯설다.

네오 : (소파를 만지며) 진짜가 아닌가요?
모피어스 : 진짜가 뭔데? 정의를 어떻게 내려? 촉각이나 후각, 미각, 시각을 뜻하는 거라면 ‘진짜’란 두뇌가 해석하는 전자 신호에 불과해.


불교에서는 유식설의 체계로 의식과 비非의식의 작용을 전한다. 정신 활동의 영역을 여덟 가지로 구분하여 8식으로 말한다. 여기에는 인체의 감각을 통하여 받아들이는 안식眼識(시각), 이식耳識(청각), 비식鼻識(후각), 설식舌識(미각), 신식身識(촉각)이라는 다섯 가지 식識과, 제6식인 의식意識, 제7식인 말나식末那識(manasvijnana), 그리고 제8식인 아뢰야식阿賴耶識(alaya-vijnana)이 있다.

제7식 말나식은 자아를 중심으로 ‘대상을 분별하는 식’으로, 의식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 그리고 ‘저장하는 식’이라는 뜻으로 장식藏識이라고도 부르는 제8식 아뢰야식은 인간의 생각과 행위의 저장고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겪은 윤회의 과정과 이생에서 체험하고 경험한 모든 ‘기억의 종자’들이 저장된다. 뿐만 아니라 태초 이래 인류의 모든 정신세계가 그 하부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아뢰야식은 직접 인지되지 않는 비의식의 세계(非意識界)이다. 이 8식에서 인과와 윤회의 사슬을 끊고 완전히 정화된 부처의식, 우주의 광명 의식이 제9식인 무구식無垢識 곧 아마라식阿摩羅識이다.

먼저 오감을 통해 다섯 가지 식이 정보를 감지하면, 아뢰야식에서 과거 경험 속에 축적된 비의식이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아뢰야식과 서로 의존하며 공존하는 말나식(잠재의식)을 뿌리(意根)로 하여 제6식인 의식이 판단하고 사유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유식학에서는 심心을 아뢰야식, 의意를 말나식, 그리고 ‘의意를 뿌리로 하는 식識’을 제6식인 의식으로 말한다.

사이퍼 : 나는 이 스테이크가 진짜가 아니란 걸 알아요.
이것을 입안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나의 뇌에 맛있다는 신호를 보내 주죠.
9년을 지내 오면서 내가 깨달은 건데.. ‘모르는 게 약이다!’


사이퍼는 네오와 모피어스를 배신하고 다시 매트릭스에 돌아가서 진실은 잊고 돈 많고 권력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사이퍼는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선천세상의 인간을 상징한다. 그런 그의 대사는 뇌과학적 측면의 전기 신호만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현대 과학의 한계와 사후 세계에 대한 무지, 인간이 태어난 목적에 대한 무관심 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내용이다.

유식설로 보면, 매트릭스는 다섯 가지의 식을 가상 세계로 구현하여 인간 정신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이들은 아마도 제6식 의식이 깨어나거나 대상을 분별하는 제7식으로 인해 자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아키텍트가 아무리 매트릭스를 잘 만들려고 해도 못했던 것이 이런 인간의 심층 의식 때문이고 오라클은 그에 대해 접근한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네오는 제9식인 우주 광명 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존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물을 인식하는 것에 대해 다른 측면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네오는 오라클을 만나러 가서 대기하는 방에서 다른 ‘그’의 후보들을 만나게 된다.

동자승 : (이미 휘거나 부러진 숟가락을 앞에 두고 있다) 휘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 대신 진실만을 인식해요.
네오 : 무슨 진실?
동자승 : 숟가락이 없다는 진실
네오 : 숟가락이 없다고?
동자승 : 그러면 숟가락이 아닌 나 자신이 휘는 거죠.


“숟가락은 없다. 그 진실을 알면 나 자신이 휜다.”

양자역학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이런 세계관에 대해 더 접근하도록 만들고 있다.

관찰에 의해 존재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존재 가능한 상태들이 중첩되어 있다가 관측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는 난해한 주장인데, 관측으로 인해 숟가락이든 달이든 태양이든 그 상태가 정해진다는 얘기이다.

■우리 우주는 현실인가 가상인가


최근 우리가 사는 우주가 가상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철학자나 과학자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주장은 이러하다.

“이 세계가 가상 현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와 다른 문명이 인공적인 의식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축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문명은 수천 억, 수천 조에 달하는 가상 세계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기도 할 것이다. 시뮬레이션 내부의 존재는 자신이 시뮬레이션 내부에 있다고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가상 세계 시뮬레이션을 개발하는 능력을 손에 넣는 실제 우주의 거주자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그러한 수십 억 시뮬레이션 속의 거주자들 중의 하나다.”
- 옥스퍼드대 철학 교수 닉 보스트롬


이것은 불교에서 구도자의 모델과 같은 선재동자가 미륵불을 만났을 때 이야기와 비슷하다.

『화엄경』 「입법계품立法界品」에는 선재동자의 장대한 순례 여정이 그려지고 있다. 선재는 수많은 선지식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으며 남행하여 마침내 미륵불과 감격적으로 상봉한다. 미륵님은 진리를 찾아 수만 리 길을 걸어온 선재를 찬탄하고 한 소식 묻는 선재동자를 아무 말 없이 비로자나 누각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도법 세계의 경지를 깨닫게 하시는 구절이 나온다.

선재가 누각의 문을 열고 뒤로 미륵부처님께서 문을 닫으시니 그 안에는 실로 깜짝 놀랄 정도의 무한히 펼쳐져 있는 광활한 대우주의 법계가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오늘날 발견하고 있는 가상 세계 우주론이나 평행우주론도 크게 보면 미륵불이신 상제님께서 통치하시는 대우주의 법계에 수용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하늘도 수수천 리이고, 수많은 나라가 있어. 이런 평지에서 사는 것하고 똑같다. (증산도 道典 5:280)


20세기 초엽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린 5차 솔베이 회의(Conseil Solvay)에는 세계 과학의 천재들 29명이 모였다. 여기서 벌어진 보어Niels Bohr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토론은 보어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것이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를 필두로 한 코펜하겐 학파가 내놓은 코펜하겐 해석이다. 사람이 보기 전에는 그것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는 이런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던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 놀라운 건 보어가 이 질문마저 논파해 버린다. 이것이 그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맞다.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그 자리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당신이 달을 보았기 때문에 달이 그 자리에 창조된 것이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이것이 과학인가? 종교인가? 생각에 의해 우주가 구성된다는 강력한 유심론에 가깝다. 동양의 우주론과 수행 문화에서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진리 주제였지만 서양에서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이론적 배경이 되어 SECRET류의 문화로 대유행을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위그너라는 물리학자는 양자역학은 마치 지능을 가진 생명체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지적인 생명체가 우주를 어떤 시각으로 관찰하느냐에 따라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이미 『환단고기』 문화에서는 천지인 사상으로 하늘 땅 인간을 동일한 가치의 존재로 보았고 상제님께서는 이제는 대우주의 시대정신이 인간이 하늘땅을 바로잡는 인존시대임을 선언하셨다.

“너희들도 잘 수련하면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리라.” 하시니라. (증산도 道典 3:312:10)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질문 방식에 따라 도출된 자연이다.”
- 하이젠베르크Heisenberg

“관찰자라는 낡은 말은 지워 없애 버리고 그 자리에 ‘참여자’라는 새로운 말을 집어넣어야 한다. 좀 이상한 의미지만, 우주는 참여하는 우주다.” - 존 휠러John Wheeler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책에서 카프라Fritjof Capra는 이렇게 말한다.

“신비적 견식이란 단지 관찰에 의해서만 결코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기의 존재 전부를 쏟아 넣는 전적인 참여에 의해서만 얻어진다.”

카프라는 참여자의 개념은 동양적 세계관에 있어서는 결정적인 것이며, 동양의 신비가들은 나아가 깊은 명상 속에서 관찰자와 관찰되는 대상의 구별이 완전히 무너지고 주체와 객체가 통일되고 차별이 없는 전체에로 용해되는 단계까지 도달한다고 이야기한다.


6.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신도세계


매트릭스는 인간 정신 관리 프로그램이었다. 오라클이 한 다음 말에서 진리적 의미를 부여하면 매트릭스를 신도 세계로 볼 수 있는 힌트가 있다.

오라클 : 봐, 새들이 보이지? 새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있지. 나무와 바람, 일출과 일몰을 관장하는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은 사방에 존재해. 자기 할 일을 하는 것들은 보이지 않아. 있는 줄도 모르지.


바람과 일출, 일몰, 비 등 자연 현상을 주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은, 이들을 주관하는 신神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천지 안에 있는 자연의 모든 현상과 변화의 이치를 다스리는 신이 있다. 바람을 다스리는 신이 있어요. 뇌성벽력을 일으키는 신이 있어. 비구름을 몰고 다니시는 신이 있다. 자연신이 있다.
- 147년 4월 2일, 증산도대학교 2일차, 종도사님 도훈


우리 민족은 조상신은 물론 민족의 시조신과 비, 바람, 천둥을 다스리는 자연신들까지 모셨다.

정신감옥


영화 초반 네오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책 속에 숨긴 디스크를 건넨다. 그때 책의 표지가 보이는데 프랑스 작가 장 보드리야르가 1981년에 쓴 『시뮬라시옹』(원제는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이다. 책의 뜻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이란 뜻이다. 시물라시옹은 가상의 이미지 자체가 실체 자체를 대체하는 사태를 가리키는 말로 확대된다.

모피어스 : “자네가 노예라는 진실이지, 네오. 감옥.. 네 마음의 감옥.”


이 대사는 매트릭스에 대해 가장 잘 보여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매트릭스란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 공간,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내가 한계라고 느끼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공간인 것이다.

왜 모피어스는 사람들이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그 가상공간을 ‘감옥’이라 하지 않고, ‘네 마음의 감옥’이라 했을까. 사람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가짜’ 공간을 진짜라 믿으며 살아온 것뿐이다. 그들이 원해서 그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모피어스는 ‘마음의 감옥’이라고 표현한 걸까. 역사학자 토인비가 남긴 명언이 있다.

“어떤 민족을 멸망시키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를 말살하라는 것이 식민주의자들의 철학이다.”
- 토인비Toynbee


이것을 어느 제국주의 국가보다도 철저하게 실천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들은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조선의 민족혼을 뿌리 뽑기 위해 온갖 잔악한 만행을 저질렀다.

1910년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병합한 직후,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으로 부임한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는 불온서적을 수색한다며 군경을 동원, 마치 군사 작전을 하듯 전국 각지에서 20만 권의 사서를 강탈, 소각하였다. 그리고 1916년부터 3년 동안 조선사를 편찬한다는 명목으로 또 한 차례 사적을 거둬들여 그 가운데 희귀한 비장사서들은 일본으로 가져가 깊이 감춰 두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일본이 결국 파괴하려고 한 것은 정신이었다.

[#“의병은 반드시 화가 돼. 조선인들 민족성이 그래. 자, 그럼 지금부터 무얼 해야 할까. 정신, 조선의 정신을 훼손해야지. 민족성을 말살해야 한다고. 난 그런 일을 할 거야.” -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 미스터 션샤인에서 #

해방 후 파괴된 역사 문화를 회복할 틈도 없이 6.25를 거치고 분단되어 경제성장에 전력을 다하며 한국인은 자신의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 빈 공간을 외래사상, 과학을 빙자한 실증사학,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본이 심어 놓은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이 차지했다. 그렇게 한국인은 식민사학이라는 매트릭스에 갇히게 되었다.

묵은 하늘


모피어스 : 매트릭스는 시스템이야, 네오.
그 시스템이 우리의 적이지. 그 속을 둘러보면 뭐가 보이는가? 사업가, 교사, 변호사, 목수, 우리가 구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지. 하지만 그들도 시스템의 일부니까 우리의 적이야. 이들 대부분은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돼 있어. 그들 대부분은 너무나도 이 시스템에 잘 길들여져서 시스템을 보호하려고 하지.


벼룩 이야기가 떠오른다. 훨씬 높이 뛸 수 있는 벼룩을 뚜껑이 닫힌 작은 통에 오랫동안 넣어 두면, 통 안에서 내보내 줘도 통 높이 이상은 뛸 수 없다. 매트릭스를 아주 간략하게 본다면 벼룩 이야기로 비유할 수도 있겠다.

작은 통 속의 세상 = 네오가 살던 가상 공간
통 밖의 세상 = 진짜 세계


즉 사람들을 가둔 건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나는 이런 세계에 살고 있고.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야.”라는 사람들 내면의 그 마음, 그 믿음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매트릭스는 무엇일까. 내 가능성에 한계를 두는 것, 그게 나의 매트릭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매트릭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필자는 최종적으로 이렇게 정의를 내려 보고자 한다.

“매트릭스는 묵은 하늘이다. 묵은 하늘! 닫힌 우주!”

묵은 하늘이 사람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도다. (도전 5:411:1)


■매트릭스와 유사한 다른 영화


매트릭스와 결을 같이하는 영화들은 이와 비슷한 메시지들을 던진다.

▶영화 13층에서는 주인공이 이 세계의 금지된 끝에 다다라 온 세상이 숫자로 코딩된 것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상 세계, 즉 매트릭스가 수천 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모든 매트릭스의 원조인 진짜 세계로 나오는데 성공한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짐 캐리는 바다와 하늘과 섬으로 구성된 거대한 TV쇼 스튜디오에 갇혀 살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시청률과 돈을 위해 그를 노예로 만든 방송 관계자들의 모든 예상과 방해를 넘어서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진실을 보게 된다.

7. 매트릭스의 엔딩, 소녀 사띠Sati


필자는 매트릭스 영화의 최종 결론은 어린 소녀 사띠(Sati)라고 본다.

네오가 사띠를 만난 것은 처음으로 현실 세계에서 초능력을 발휘하고 혼절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갇힌 지하철역에서다. 사띠의 아버지는 라마 칸드라Lama Kandra이다. 매트릭스의 발전소 동력 재생 기술관이라고 소개한다. 프로그램이지만 자신의 딸 사띠를 너무도 사랑하고 귀한 존재로 여긴다.

“존재 목적이 없는 프로그램은 모두 삭제당해요.”
”프로그램이 어떻게 사랑을 아냐구요? 사랑은 단어예요. 중요한 건 의미예요.”


네오를 만나 사랑에 대해 논하는 라마 칸드라와 그의 아내, 딸 사띠는 더 이상 프로그램으로 볼 수 없다. 자연계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는 자연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라마 칸드라의 이름 뜻은 티벳의 라마교를 뜻한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를 둔 사띠는 제2의 오라클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사띠라는 이름의 뜻은 빠알리어(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언어)로 기억, 새김, 챙김, 주시, 주의를 기울임 등으로, 보통 ‘마음 집중’ 또는 ‘마음 챙김’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알아차림(Sati=自覺)은 성경신의 진리 용어에서 경(깨어 있음)에 비유할 수 있다. 어린 소녀 사띠는 상제님께서 어린 소녀 호연이에게 수행 공부를 시켜서 말씀을 증언하고 선매숭자 도수를 전하게 하는 도전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선매숭자는 문자적으로는 후천선경으로 매개, 인도하는 근원이 되는 으뜸의 씨앗(仙媒崇子)이란 뜻이다. 후천은 수행을 통해 인간의 심법과 영성이 완전 개벽되고, 이를 바탕으로 의학·언어·예술·정치 등 인류 문화의 전 영역이 총체적으로 개혁된다. 상제님께서는 호연이 아홉 살 되던 해 125일간 수도를 시키시고, 후천인간 영성 개벽의 모델로 삼으셨다. 또한 ‘맥은 네가 잇는다.’ 하시며 상제님 진리의 증언 사명을 맡기셨다.

3편의 결말에서 스미스가 네오에게 자신을 복제하고 네오는 사라진 것 같았으나, 오히려 매트릭스를 가득 채운 모든 스미스를 네오가 삭제한다.
그리고 매트릭스는 디버깅Debugging(컴퓨터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하는 작업)되어 완전히 새롭게 열린다. 일곱 번째 매트릭스의 탄생이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평화를 찾은 매트릭스이다. 이때 사띠는 오라클을 찾아온다.

사띠 : 저것 좀 봐요! (어둠이 걷히고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른다)
오라클 : 세상에! 아름답구나! 네 솜씨니?
사띠 : 네오를 위해서예요.
오라클 : 잘했다. 그도 좋아할 거야.


이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사띠는 그냥 소녀가 아니란 것이다. 매트릭스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아버지 라마 칸드라가 매트릭스의 동력 관리 기술관이고, 사띠 자신은 적어도 매트릭스의 태양 관리 프로그램 이상일 것이란 것이다. 네오를 위해 찬란한 태양 정도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려, 이를테면 해는 머슴애고 달은 계집애인데 내가 바꿔 놨다. 그러니 달이 남자고 해가 여자란다.” 하시니 호연이 “어째서 계집애인데요?” 하고 여쭈거늘 “달이 계집애라서 밤이면 혼자 무섭다고 해서 바꿨단다. 해를 보면 계집애라 하도 이뻐서 눈이 안 시리냐, 달을 보면 맹랑하고 밝기만 하지! 그게 서로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하시니라. (道典 4:81)


이 성구는 일월의 정음정양 대개벽 공사로서 상제님께서 선천 문왕팔괘(八卦)의 남북에 자리한 이남감북離南坎北을 바로잡아 정역팔괘의 곤남건북坤南乾北이 되도록, 천지일월이 가을의 시간 도수인 1년 360일 정원궤도를 달리도록 신도神道 차원의 일월개벽 공사를 행하신 것이다.

태양을 움직이는 사띠는 상제님과 호연의 대화에서 해가 계집애가 되는 이 도수를 연상시킨다.

다른 의견으로는 7번째 매트릭스가 네오가 스미스를 물리친 것이 계기가 됐으나 실제로는 소녀 사띠에 의해 열린 것이라 주장한다. 매트릭스의 아버지 아키텍트의 초기 매트릭스 실패 후 매트릭스의 어머니 오라클이 관여한 매트릭스가 있었고 이제 사띠가 매개해서 새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본다.

실제로 네오는 3편에서 사띠를 만난 후에야 자신에 대한 확신과 모든 매트릭스에 갇힌 인류를 위한 선택을 한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시대는 비트산업(온라인, 디지털)이 아톰산업(오프라인, 아날로그)과 결합되는 새로운 시기라고 한다. 비트는 디지털 세계의 기본 단위이고 아톰은 현실 세계의 기본 단위라는 것인데 비트와 아톰의 컨버전스Convergence(통합,융합)를 매트릭스 영화는 아주 잘 그려 준다.

워쇼스키 자매 감독은 동서 종교 문화의 핵심 주제와 양자역학의 최신 물리학, 그리고 초연결시대의 상징이자 디지털 문명의 극치인 인공 지능, 가상 세계에 대한 기막힌 조합을 만들어 내 인류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지는 기념비적인 영화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8. 당신의 선택은?


영화 제작이 시작되면서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은 매트릭스의 주요 개념이 담긴 책들을 최소 한 번씩 이상 읽어야 했다. 감독은 특히 키아누 리브스에게 종교, 과학, 철학의 여러 개념을 담은 책들을 읽어 오게 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이런 어려운 개념들을 다 이해한 상태에서 영화 촬영을 했다고 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주인공인데도 대사가 별로 없다. 1편에서는 영화 시작 후 40분이 지나도록 80문장 정도의 대사밖에 없는데, 그 80문장 중에서 45문장이 질문이다. 평균 1분에 한 번씩 질문을 한다.

트리니티 : 난 알아. 네가 왜 여기 와 있는지, 네가 무엇을 하는지, 왜 혼자 사는지, 왜 매일 밤잠을 못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지.
넌 그를 찾고 있어. 나도 같은 것을 찾았기 때문에 잘 알지. 그가 나를 찾아냈을 때 그가 내게 말하더군. 내가 진정으로 찾고 있던 것은 그가 아니라고. 나는 해답을 찾고 있던 거라고.
그 질문이 바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거야. 그 질문이 너를 이리로 데리고 온 것이고. 나처럼 너도 그 질문이 뭔지 알고 있어.
네오 :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트리니티 : 해답은 저 밖에 있어 네오. 지금 너를 찾고 있어. 해답이 곧 너를 찾아올 거야. 니가 원한다면...


트리니티와의 이 대화는 우리가 증산도 진리를 만나는 과정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우주는 어떻게 둥글어 가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찾아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증산도를 만났다. 질문이 우리를 여기로 이끈 것이다.
선천 종교는 그 역할과 수명을 다하여 인간의 자기 완성과 구원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선천에 각기 독자적 역할을 해 온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포용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르침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종교, 정치, 경제, 언어, 문화와 제도의 숱한 장벽들을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공자, 석가, 야소, 노자를 다시 부르라.” 하시니 그들이 모두 대령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들어라. 너희들이 인간으로서는 상 대우를 받을 만하나 너희들의 도덕만 가지고는 천하사를 할 수가 없느니라.” (도전 10:40:24~25)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온갖 자연 현상을 비롯한 인생의 목적과 구원에 대한 해답이 인간을 낳아 기르는 천지의 큰 시간 주기인 우주1년 4계절의 순환 원리에 들어 있다.

빨간 약은 대세에 눈떠 살 기운을 받게 해 주고, 파란 약은 천하대세에 어두워 진리에 눈뜨지 못하고 죽을 기운을 내려 받게 할 것이다. 선후천 대개벽의 틈새에서 진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대여!

‘우주에 가을이 오고 있다!’

지금은 천지가 성공하는 때다! 진정 그대는 새롭게 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거부하고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