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this real?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다가온다!

[기고]
“네오Neo, 진짜 현실 같은 꿈을 꿔 본 적이 있나? 만약 그런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면..?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


1999년에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한 장면이다. 인간들은 가상현실 프로그램인 매트릭스 속에서 평생 1999년의 현실을 살아간다. 영화에선 가상현실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이 많지 않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공간인 꿈의 세계에서 우리는 그곳이 현실 세계인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는 그 세계에서 보거나 듣기도 하고 물건을 만지기도 하며 걸어 다니거나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은 너무도 생생하다.

3차원의 입체적 경험, 가상현실


최근 영화나 꿈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바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통해서다. 가상현실이란 꿈과 같은 가상의 세계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또는 그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결국 꿈과 가상현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실제세계가 아닌 가상세계가 마치 현실상황인 것처럼 혼동하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가상현실은 우리가 기존의 TV나 컴퓨터 모니터 등을 통해 봤던 2차원의 평면화면이 아닌 3차원의 입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곳마다 장면이 달라져서 마치 실제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가상현실기기를 가지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하와이의 해변을 거닐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가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영화감독 크리스 밀크Chris Milk는 2015년 3월, ‘가상현실이 최고의 공감기계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TED강연을 했다. 그는 여기에서 <시드라 위의 구름>이라는 가상현실 영화를 소개했는데, 이 영화는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캠프의 12살 소녀 이야기를 촬영한 것이다. ‘시드라’라는 이름의 이 소녀와 가족은 시리아를 도망쳐 나와 사막을 통과해 요르단으로 갔고 1년 반 동안 캠프에 살고 있다. 밀크는 이 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러분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을 때 모든 방향, 360도 방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겁니다. 그 소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방에 앉아 있는 경험은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고, 창문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거기에 앉아 있는 경험입니다. 아래를 보면 그녀가 앉아 있는 땅에 여러분이 같이 앉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여러분은 그녀의 인간성을 더 깊게 느낄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녀에게 더 깊이 공감할 것입니다.” 그는 VR이 ‘궁극의 감정이입 도구’(Ultimate Empathy Machine)라고 표현하면서 더 많은 사용자들이 더욱 깊은 공감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라고 말한다.

〈아바타Avatar〉 이후 시들해진 3차원 입체영화를 대신할 ‘새로운 큰 것’을 찾던 할리우드가 작년 말 가상현실(VR) 헤드셋의 일반 판매를 겨냥해 이 헤드셋 구매자들이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체험 영화 제작을 발표했다. 할리우드 제작자 조엘 뉴턴Joel Newton 등이 설립한 VRC의 작업엔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같은 감독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6년 12월 21일 개봉예정인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VR〉은 동명의 영화 〈어쌔신 크리드〉와 함께 전 세계를 무대로 제작되는 가상현실 콘텐츠로, 새롭게 출시되는 AMD 라데온 프로 듀오 그래픽 카드와 AMD 리퀴드 VR 솔루션을 활용해 제작된다.

다양해진 가상현실 적용분야


가상현실 기술은 주로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사용되었으나 이제는 게임을 넘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고급 프로그래밍, 훈련, 의료 등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탱크나 항공기 조종, 안전을 위한 대처, 수술 실습, 스포츠 등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관련 산업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미디어 업계도 본격적으로 VR저널리즘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저널리즘과 미디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미디어가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드론(무인비행기) 등 첨단기술과 결합한 ‘테크Tech(기술) 저널리즘’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작년 11월 100만 명이 넘는 독자에게 보급형 VR시청기기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와 함께 난민촌 아이의 현실을 다룬 ‘쫓겨난 이들’(The Displaced) 등 VR 기사를 연이어 내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과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일본 NHK 등 주요 신문방송사도 뉴욕타임스의 뒤를 이어 VR 뉴스를 내놓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 뉴스는 독자를 뉴스의 현장 속으로 데려가서 생생한 체험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360도 카메라로 사건, 사고 현장을 촬영한 뒤 VR기기를 쓰고 영상을 보면 전후좌우, 상하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 방향의 영상이 나타난다. 가상현실기술은 몇 문장의 기사나 평면적인 TV영상만으로는 부족한 사건, 사고 현장을 집 안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AMD의 로이 테일러Roy Taylor 부사장은, “가상현실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활용되고 있다. AMD는 전략적으로 가상현실 분야의 기술적 리더십을 확장해 왔으며,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강력한 파트너십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어쌔신 크리드 VR〉 제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AMD는 세계적인 영화 및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사들을 위한 강력한 연산 및 기능을 갖춘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VR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한 재미난 영화 홍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런던 빅토리아역 구내에 비행기의 일부를 흉내낸 세트에 바람을 일으키는 팬fan을 설치하고, VR 헤드셋을 쓰고 발을 묶은 사람을 도르래로 들어 올리면 영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로그네이션Rogue Nation〉 명장면 안으로 빠져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임덕래)가 지난 3월 31일 국제회의장 기가홀 및 가상현실 체험존에서 세계적인 가상현실(VR) 영상 페스티벌인 ‘칼리도스코프 국제 VR 영상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이날 페스티벌은 가상현실의 대중화 및 전세계적의 VR 개발자들과 커뮤니티 형성을 취지로 개최되었고 전 세계 10곳의 주요 도시들을 순회한다. 스타워즈 시리즈 등 유명 영화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필 티펫Phil Tippett 감독이 제작한 〈매드갓Mad God〉등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31개의 우수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심리치료센터에 설치된 VRT 시스템은 비행공포증 환자를 진짜 비행기 내부와 흡사한 의자에 앉혀 비행기 진동과 엔진소리를 들려준다. 미국 조지아 에모리 대학에는 고소공포증 치료를 위한 VRT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조지아 공대에도 천둥공포증을 치료하는 VRT 시스템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VR기술은 현재도 공황장애나 고소공포증 등과 같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2016은 가상현실 원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가상현실이 미래의 플랫폼”이라며 “오큘러스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오큘러스Oculus는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3월 20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를 들여 인수한 VR 개발업체다.

IT기업들이 잇따라 새로운 VR 디바이스를 내놓으며 경쟁을 펼치는 등 올해는 그야말로 가상현실 원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연초에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국제가전박람회(CES)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화두는 단연 ‘VR’이었다. CES 2016 VR 전시장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48개 기업들이 부스를 꾸렸고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글로벌 산업 분석기업 CCS 인사이트(CCS Insight)에 따르면 VR 디바이스 시장은 오는 2018년 40억 달러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CS 인사이트는 VR 디바이스가 올해만 250만 개 이상의 제품이 출하되고 오는 2017년에는 1200만 개의 VR 디바이스가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18년에는 그 두 배인 2400만 개의 VR 디바이스가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


하지만 VR산업엔 꾸준히 제기되는 한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어떤 부분은 시간과 노력이 더해지며 자연스레 해결되지만 어떤 부분은 영원한 미제未濟로 남아 있기도 하다. VR의 한계로 자주 언급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격과 화면반응 속도, 몰입도 등 기본적 기기 성능 부분
둘째, 현실 적응력 저하와 가상현실상 범죄 발생 우려 등 윤리적 부분
셋째, 기기 착용 시 생길 수 있는 어지럼증과 구토 등 생리적 부분

이 가운데 기기 성능 부분은 기술 발달과 함께 대폭 개선됐다. 헤드셋 역시 작고 가벼워졌다. 컴퓨터와의 연결선이 필요 없어지며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윤리적 문제와 생리적 부작용은 여전히 난제다. 특히 생리적 문제는, 오랜 VR 이용경험을 지닌 미군美軍에서 제기되고 인정한 부분이어서 업계가 무시하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VR은 대중적 관심을 얻지 못했던 시기에도 우리 생활권에서 꾸준히 그 자리를 넓혀 왔다. 이제껏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온 대다수 기술이 그랬듯 VR 시장 역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을 동시에 품고 있다.

미래의 가상현실 문화는 어느 쪽으로 더 기울게 될까? 성패는 VR에 관심 있는 이들의 폭넓은 참여와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가상현실 기기의 원리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상현실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 등장하게 된 시기는 1989년이다. 인공 현실(Artificial Reality)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용어는 이미 1970년대 중반에 비디오플레이스(Videoplace) 개념을 창안한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미론 크뤼거Myron W. Krueger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 후 1989년에 미국 VPL Research 사의 사장이었던 재론 레니어Jaron Lanier에 의해 1989년에 가상현실이란 용어로 다시 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