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 파나마 페이퍼스 파문 / 일본, 에콰도르 강진

[지구촌개벽뉴스]

전 세계 ‘파나마 페이퍼스’ 파문 전, 현직 정상들 ‘페이퍼 컴퍼니’로 재산은닉과 세금회피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가 세계의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 문서를 분석하고 공개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또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한 자료를 말하기도 한다. 독일 일간 신문 쥐트도이체차이퉁SuddeutscheZeitung은 ‘모색 폰세카’의 내부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1977년에서 2015년까지의 방대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신문은 곧바로 이 자료를 ICIJ에 건넸고 ICIJ는 이에 ‘파나마 페이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ICIJ의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의 인터넷언론 뉴스타파, 영국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호주 ABC, 일본 아사히신문 등 전 세계 100여 개 언론사가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1년간 이뤄졌으며 그 결과는 2016년 4월 3일 공개됐다.

특히 이 자료들에는 각국 전·현직 지도자들과 정치인, 유명 인사들의 조세 회피 의혹이 담겨 있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유령회사)를 세워 돈의 출처와 주인을 숨겨 재산을 빼돌린 것이다. 연루된 이들 중 143명은 정치인과 그들의 친인척, 측근이었다. 국제정치인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처남,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의 아버지 등이 ‘파나마 페이퍼’에 연루됐다. 이외에도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아르헨티나 대통령,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Sigmundur Davíð Gunnlaugsson 아이슬란드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Petro Poroshenko 우크라이나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Hamad bin Khalifa Al Thani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Ayad Allawi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Ali Abu al-Ragheb 전 요르단 총리 등도 포함됐다. 배우와 스포츠 스타 등 세계 유명인도 이름이 올랐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는 아버지와 함께 파나마에 유령회사를 세웠다. 홍콩의 유명 배우 청룽成龍은 6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 명단도 195명이 나왔다. 공개된 명단 중 외신이 가장 주목한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가디언은 “20억 달러(2조 3,000억 원)의 역외 거래가 푸틴에게 흘러갔다.”고 전했다. 거금은 푸틴의 ‘사금고’로 지목되는 로시야은행, 러시아 국영 VTB은행이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에 세운 자회사와 로시야은행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유령회사 ‘샌들우드 콘티넨털’을 거쳐 러시아의 리조트기업 ‘오존’으로 흘러들었다. ‘샌들우드 콘티넨털’이 러시아 국영은행에서 8억 달러(9,200억 원)를 빌렸다는 기록도 나왔다.

중화권 매체 ‘명경망明鏡網’은 이 문건에 등장하는 중국 인사가 약 2만 명이라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모색 폰세카’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라면서, 이 회사의 34개 지점 중 가장 많은 9개가 중국에 있고 지난해에만 1만 곳의 중국계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이끄는 전·현직 상무위원들이 자식이나 손자, 손녀 등을 동원해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이 문건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6일 뉴욕타임스(NYT),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류윈산劉雲山(중국 서열 5위) 상무위원의 며느리 자리칭賈麗靑이 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울트라타임투자회사의 이사 겸 주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장가오리張高麗(중국 서열 7위) 상무위원의 사위 리성포李聖潑는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3개 회사의 주주로 나타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덩자구이鄧家貴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3개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6명의 전임 상무위원의 자녀 및 친인척 이름들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했다. 이번에 밝혀진 중국 지도층 친인척들의 역외기업 설립은 대부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집권기(2004~2012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가디언은 “중국 권력층의 고질적 해외 재산 도피 관행이 드러났다.”며 “시진핑 주석 취임(2013년) 이후 중국은 공직 부패 척결을 강조했지만, 고위 정치인들은 여전히 친인척을 통해 편법으로 부를 쌓아오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홍색 귀족(red nobility)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자기 배만 불렸다.’고 비판했다. ‘홍색 귀족’은 공산당을 뜻하는 홍색과 특권층을 뜻하는 귀족의 조어로, 중국 공산당의 전·현직 최고위층 자손을 비꼬는 말이다.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의 영향으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2016년 4월 5일 국민의 압박으로 전격 사임하기까지 했다. 각국은 명단에 오른 인사들의 재산과 금융거래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하여 향후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불의 고리에서 최근 발생한 지진



흔들리는 ‘불의 고리’ 일본에 이어 에콰도르에서도 강진


지난 4월 14일 밤 9시 26분경 일본 구마모토 현熊本縣에서 진도 6.5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지진이었다. 최초의 강진 이래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470회 넘게 구마모토 현과 그 주변을 덮쳤다. 첫 지진으로 약해진 산과 집과 도로에 여진으로 추가 충격이 오고, 그 위에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기울어가던 집이 마저 무너졌다. 지진 피해자는 18일 오전 0시 현재 사망 42명, 부상 2,000여 명이다. 또 단수斷水와 단전斷電으로 19만 명 이상이 피난 길에 올랐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이번 지진의 파괴력이 1995년 오사카, 고베 지역을 덮친 한신 대지진의 1.4배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진으로 이 지역 지각이 최대 97㎝ 남서쪽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피해자 숫자로만 따지자면 이번 지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이번 지진으로 충격에 빠져 있다. 구마모토 현이 속한 규슈九州 지역은 지난 100년간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거의 일어난 적이 없는 ‘지진 안전지대’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일본인들에게 세 가지 면에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첫째로 강진 후 16배 더 강한 지진이 왔다. 이번 지진은 일반적으로 본진本震 뒤에 여진이 뒤따르는 ‘본진-여진형’ 지진 패턴이 아니고 이례적으로 강도가 큰 지진이 온 다음 그보다 더 큰 지진이 뒤따르는 ‘전진前震-본진형’이라는 것이다. 16일 지진(7.3)은 이틀 전 지진과 비교해서 파괴력이 16배나 더 컸다. 지진의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파괴력 규모는 2배씩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로 한신 대지진보다 1.4배 센 지진이었다. 지진 발생 시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지진 규모는 한신이 7.2, 구마모토가 7.3으로 0.1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에 따른 파괴력은 구마모토 쪽이 1.4배나 더 강했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지진이 대도시에서 발생했을 경우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로 이번 지진 이후 전국적으로 지진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구마모토 지진 이후 지진 발생지는 북동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16일 오전 3시 55분에는 아소에서 규모 5.8 지진이, 오전 7시 11분에는 오이타에서 규모 5.3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이번 지진이 이른바 ‘광역화 지진’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넓은 지역에서 큰 지진이 따로 이어진 것은 근대 지진 관측 시작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2차 지진 발생 31시간 뒤 태평양 반대편 남미 에콰도르Ecuador에서도 강진이 발생했다. 4월 16일 저녁 6시 58분(현지 시각) 에콰도르 수도 키토Quito에서 서쪽으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으로 최소 233명(18일 0시 현재)이 숨졌다. 이번 지진은 1,000여 명이 넘게 숨졌던 1987년 규모 7.2의 지진 이후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다. 에콰도르 지진 7시간여 뒤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Tonga와 피지Fiji에서 각각 규모 5.8과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또 이에 앞서 16일 오후 8시쯤(현지 시각)에는 대만Taiwan 남동부 타이둥臺東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렇게 태평양 연안 지역에 강진이 잇따르자 환태평양 지진대를 일컫는 말인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90%,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의 80%가 이 일대에서 발생한다. 특히 올 들어 불의 고리의 동서남북 곳곳에서 지진이 잇따르는 양상이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에서는 이달 들어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동부 캄차카반도와 알류샨열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심각한(significant) 단계’로 분류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39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29건이 ‘불의 고리’에서 일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구촌 전역의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건수(26건) 및 불의 고리 지역 발생 건수(21건)를 넘어서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