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화이트홀, 둘의 연결고리 웜홀Worm hole
[기고]
박규상 / 교무종감, 진주도장
아직은 이론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웜홀은 방대한 시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웜홀은 두 시공간이나 동일 시공간의 두 곳을 잇는 시공간의 좁은 통로를 의미한다. 웜홀을 지나 성간星間 여행(인터스텔라 여행)이나 은하 간 여행을 할 때,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우주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 웜홀은 우주의 두 지점 사이를 시공간을 초월해 터널을 이용해 거리를 좁히는 구멍이다. 1935년에 아이슈타인과 그의 제자 네이선 로젠은 두 개의 블랙홀 해를 마치 샴쌍둥이처럼 이어 붙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둘 중 하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면 다른 블랙홀을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웜홀 또는 ‘아인슈타인- 로젠 다리’로 불리는 이 해는 여러 우주사이를 왕래하는 통로로 알려졌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모든 것을 방출하는 블랙홀은 화이트홀이라 불린다. 웜홀(벌레구멍)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먹은 구멍을 뚫고 가면 표면에서 기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름 지어진 것이다. 이때,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화이트홀의 존재가 증명된 바 없고,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온몸이 으스러지기 때문에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믿었지만 그 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웜홀을 이용하면 우주공간을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63년 수학자 로이 커는 “회전하는 블랙홀은 점으로 수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전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원심력이 수축을 막아주기 때문에 점이 아니라 회전하는 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다. 이런 고리 안으로 떨어지면 다른 우주로 진입할 수 있다.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겠지만 강도가 무한대는 아니다.
로이 커의 이론 이후 몸이 으스러지지 않고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 가설이 맞는다면 이 우주에는 다른 우주로 가는 통로가 곳곳에 나 있는 셈이다. 칼텍의 킵손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음에너지가 매우 많으면 블랙홀이 안정되어 웜홀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내었다. 음에너지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질로서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우주공간에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 화이트홀이 발견된 바가 없고 그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스티븐 호킹은 타임머신은 없다고 확신하였다) 웜홀은 타임머신으로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제공하기에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웜홀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만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우리가 작은 크기의 웜홀을 발견할 수 있으면 크기를 크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국異國적인 물질이 필요하다. 물리학자 에릭 데리지스는 “일반 물리법칙은 물질은 양의 에너지 밀도와 양의 압력을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국적인 물질은 부정적인 에너지와 음의 압력을 가진다. 이 부정적인 에너지 밀도가 웜홀을 바깥쪽으로 벌려 사람이나 우주선이 통과할 정도로 크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국적인 물질을 입수할 준비가 아직 안됐다. 이것은 이론상의 물질이며,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하고 있다. 웜홀을 만들려면 엄청난 음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국적인 물질의 제어방법만 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했다.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인 ‘웜홀’이 실험실에서 실제로 재연됐다. 지난 9월 4일, 알바르 산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교수팀은 사람이나 우주선과 같은 물체를 이동시킬 수는 없지만, 자기장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기 웜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주의 지름길이라고 불리는 웜홀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장소를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선에 탑승한 주인공이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로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웜홀의 존재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해 이론적으로만 예측할 뿐 자연에서 발견된 적은 없으며 실험실에서조차 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투명망토 소재’로 알려진 메타물질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자기 웜홀을 재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표면이 메타물질로 이뤄진 지름 9cm의 구를 만들고 가운데에는 강한 자성을 내는 원통을 둬 통로를 설치했다. 이 장치의 한쪽 입구에 자성 물질을 놓자 반대쪽에서 자기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성 물질은 N극과 S극의 양극을 모두 가지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웜홀은 한 극만 있는 ‘자기 홀극’의 역할을 했다. 자기 웜홀은 자기적으로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자성 물질 입장에서는 자기장이 한쪽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쪽에서 나타난 셈이 된다. 산체스 교수는 “자기장을 조절할 순 있어도 중력을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기 웜홀이 우주의 웜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같이 자기장을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해상도를 높이거나 투명망토, 투명음향장치 등의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8월 20일자에 실렸다. (감수 김영현 / 종감, 본부도장)
우주공간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웜홀(Worm hole)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종이의 끝과 끝에 A와 B를 찍어 가장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웜홀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인터스텔라〉뿐만 아니라 2014년을 뒤흔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마지막 회에서도 주인공이 웜홀을 통해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처럼 SF(공상과학영화, Science Fiction)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웜홀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웜홀, 과연 무엇인가?
아직은 이론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웜홀은 방대한 시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웜홀은 두 시공간이나 동일 시공간의 두 곳을 잇는 시공간의 좁은 통로를 의미한다. 웜홀을 지나 성간星間 여행(인터스텔라 여행)이나 은하 간 여행을 할 때,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우주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 웜홀은 우주의 두 지점 사이를 시공간을 초월해 터널을 이용해 거리를 좁히는 구멍이다. 1935년에 아이슈타인과 그의 제자 네이선 로젠은 두 개의 블랙홀 해를 마치 샴쌍둥이처럼 이어 붙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둘 중 하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면 다른 블랙홀을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웜홀 또는 ‘아인슈타인- 로젠 다리’로 불리는 이 해는 여러 우주사이를 왕래하는 통로로 알려졌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모든 것을 방출하는 블랙홀은 화이트홀이라 불린다. 웜홀(벌레구멍)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먹은 구멍을 뚫고 가면 표면에서 기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름 지어진 것이다. 이때,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화이트홀의 존재가 증명된 바 없고,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웜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아인슈타인 자신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온몸이 으스러지기 때문에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믿었지만 그 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웜홀을 이용하면 우주공간을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63년 수학자 로이 커는 “회전하는 블랙홀은 점으로 수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전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원심력이 수축을 막아주기 때문에 점이 아니라 회전하는 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다. 이런 고리 안으로 떨어지면 다른 우주로 진입할 수 있다.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겠지만 강도가 무한대는 아니다.
로이 커의 이론 이후 몸이 으스러지지 않고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 가설이 맞는다면 이 우주에는 다른 우주로 가는 통로가 곳곳에 나 있는 셈이다. 칼텍의 킵손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음에너지가 매우 많으면 블랙홀이 안정되어 웜홀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내었다. 음에너지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질로서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우주공간에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 화이트홀이 발견된 바가 없고 그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스티븐 호킹은 타임머신은 없다고 확신하였다) 웜홀은 타임머신으로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제공하기에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웜홀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만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웜홀의 문제점, 크기 조절 가능한가?
우리가 작은 크기의 웜홀을 발견할 수 있으면 크기를 크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국異國적인 물질이 필요하다. 물리학자 에릭 데리지스는 “일반 물리법칙은 물질은 양의 에너지 밀도와 양의 압력을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국적인 물질은 부정적인 에너지와 음의 압력을 가진다. 이 부정적인 에너지 밀도가 웜홀을 바깥쪽으로 벌려 사람이나 우주선이 통과할 정도로 크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국적인 물질을 입수할 준비가 아직 안됐다. 이것은 이론상의 물질이며,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하고 있다. 웜홀을 만들려면 엄청난 음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국적인 물질의 제어방법만 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했다.
웜홀을 만들어내다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인 ‘웜홀’이 실험실에서 실제로 재연됐다. 지난 9월 4일, 알바르 산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교수팀은 사람이나 우주선과 같은 물체를 이동시킬 수는 없지만, 자기장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기 웜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주의 지름길이라고 불리는 웜홀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장소를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선에 탑승한 주인공이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로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웜홀의 존재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해 이론적으로만 예측할 뿐 자연에서 발견된 적은 없으며 실험실에서조차 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투명망토 소재’로 알려진 메타물질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자기 웜홀을 재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표면이 메타물질로 이뤄진 지름 9cm의 구를 만들고 가운데에는 강한 자성을 내는 원통을 둬 통로를 설치했다. 이 장치의 한쪽 입구에 자성 물질을 놓자 반대쪽에서 자기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성 물질은 N극과 S극의 양극을 모두 가지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웜홀은 한 극만 있는 ‘자기 홀극’의 역할을 했다. 자기 웜홀은 자기적으로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자성 물질 입장에서는 자기장이 한쪽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쪽에서 나타난 셈이 된다. 산체스 교수는 “자기장을 조절할 순 있어도 중력을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기 웜홀이 우주의 웜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같이 자기장을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해상도를 높이거나 투명망토, 투명음향장치 등의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8월 20일자에 실렸다. (감수 김영현 / 종감, 본부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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