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공사 - 세운, 상생의 세계를 향한 대장정

[팔관법으로 톺아보는 『개벽실제상황』]

천지 부모님의 인류 구원 프로젝트, 천지공사


우리는 지난 시간에, 우주 여름철에서 가을철로 넘어가는 대개벽기를 맞아 우리 인간과 신명을 구원해 내기 위한 증산 상제님의 새 역사 판짜기, 천지공사天地公事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천지공사는 문자 그대로 하늘[天]과 땅[地]의 공[公]적인 일[事],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정의를 내려 보자면, 우주의 주재자요 조화주 하나님이신 상제님께서 신의 세계(신도神道)를 통일하여 천지인 삼계를 새롭게 개벽하고 가을의 통일 문명을 기획하신 의식儀式(ritual)과 새 역사의 이정표里程標라고 할 수 있다.


천지공사의 두 갈래



상제님의 천지공사는 그 성격으로 보아 크게 ‘#세운世運 공사#’와 ‘도운道運 공사’로 나눌 수 있다.

세운은 문자적으로 ‘세상 세世’, ‘운수, 운명, 움직일 운運’ 자로 ‘인간 세상의 운로’라는 뜻이다. 세운 공사는 지구촌 인간 역사가 둥글어 가는 틀, 인류 역사의 새 질서를 정해 놓으신 것이다. 이는 세계 질서, 국제정치 질서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이 세운 공사의 틀을 알면 이 세상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는지, 이 세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개벽 상황으로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다.

도운 공사는 내적으로 상제님의 대행자가 출세하여 상제님 도를 이 땅에 뿌리내리고, 가을 우주 개벽의 실제 상황을 극복하여 상제님의 조화낙원 세계를 건설하기까지 개척의 전 과정을 짜 놓으신 것이다.

그런데 이 세운과 도운은 별개의 구도가 아니다. 현실 역사에서 수레의 두 바퀴처럼 발전해 가며, 천지 이치에 따라 크게 세 번 변해서 선천 세상이 끝매듭을 짓게 된다. 이를 삼변성도三變成道라 한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원한 맺혀 죽은 신명들을 해원시키기 위해 ‘만고원신萬古寃神’들을 세운에, 그리고 천하를 바로잡아 건지려는 큰 뜻을 품었으나 시세가 불리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만고역신萬古逆神’들을 도운에 붙여 역사하게 하셨다.


인류사 전개의 바탕이 된 단주丹朱의 해원


왜 단주 해원이 세운 공사의 중심이 되는가?
세운 공사로 정해 놓으신 세계사의 운로는 ‘단주丹朱’의 해원을 바탕으로 하는 ‘오선위기五仙圍碁’ 도수로 열려 나가게 된다.

‘오선위기’란 문자적으로는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둔다.’라는 뜻으로 전북 순창 회문산에 있는 혈穴 자리 이름이다. 상제님께서는 이 혈 자리의 기운을 취하시어 세계 역사가 나아갈 방향을 공사로 정해 놓으셨다.

그런데 천상 신명계에서 이 세계 정세를 잡아 돌리는 중심 역할을 받은 신명이 ‘단주丹朱’이다. 단주는 어떤 인물이며, 그의 깊은 원한은 무엇인가? 왜 그의 해원이 새 우주를 여는 천지공사에서 이렇듯 큰 의미를 갖는 것일까?

단주는 지금으로부터 4,300여 년 전 요堯임금의 아들이다. 상제님께서는 단주가 인류 역사상 ‘원한 기록의 시초’라고 하시며 수천 년 동안 인류사에 누적되어 세상을 진멸지경에 이르게 한 모든 신명의 원한을 풀어 주기 위해서는 그 원의 뿌리인 단주의 원한부터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제 원한의 역사의 뿌리인 당요唐堯의 아들 단주丹朱가 품은 깊은 원寃을 끄르면 그로부터 수천 년 동안 쌓여 내려온 모든 원한의 마디와 고가 풀릴지라. 대저 당요가 그 아들 단주를 불초不肖하다 하여 천하를 맡기지 않고 그의 두 딸과 천하를 순舜에게 전하여 주니 단주의 깊은 원을 그 누가 만분의 하나라도 풀어 주리오. 마침내 순이 창오蒼梧에서 죽고 두 왕비는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었느니라. 그러므로 단주 해원을 첫머리로 하여 천지 대세를 해원의 노정으로 나아가게 하노라. 이제 사람도 이름 없는 사람이 기세氣勢를 얻고, 땅도 이름 없는 땅에 길운吉運이 돌아오느니라. (도전道典 2:24:4~10)

요순 시대 왜곡과 실상
단주의 원한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우리는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알려진 요순 시대의 실상과 함께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고대사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알아야 한다.

요순 시대는 인류 역사의 맥이 헝클어지게 된 운명적인 사건들이 일어난 비극의 시대였다. 『사기』, 『서경』 등 중국의 역사서에 따르면 요임금은 선왕 소호少昊 지摯가 부덕한 까닭에 선양을 받아 등극하여[선양방벌禪讓放伐] 선정을 베풀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선왕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등극을 반대한 제후와 무고한 백성들을 무참히 살육하여 천하를 피로 물들였다. 그 결과 원한 맺힌 이들의 저주로 9년 홍수(단기 50년, BCE 2284년)가 일어났다. 이 9년 홍수를 제어하는 데에는 동방의 종주국인 단군조선檀君朝鮮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단주가 깊은 원한을 품은 이유
이후 요임금은 자신의 제위를 물려줄 적임자로 자기 아들 단주가 아닌 순舜을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4,700년 전 동방족의 치우천황蚩尤天皇(배달국의 14세 자오지 환웅님)과 서방 한족의 황제헌원黃帝軒轅이 탁록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이후 요임금 대에 이르기까지 근 4백 년 동안 동방족과 서방 한족은 갈등 관계에 있었다.

요임금은 무력으로 동방족에 맞서려 했으나, 그 아들 단주는 평화주의자로 대동大同 세계를 건설하려는 강렬한 열망을 품고 동・서방족 간의 묵은 갈등을 끝막으려 했고, 이런 견해 차이가 충돌하였다. 요임금은 끝내 자신과 이념이 맞지 않은 아들 단주 대신 순에게 천하를 넘겨주었고, 자신의 두 딸까지 순에게 준 요는 단주에게는 바둑판을 만들어 주며 소일하게 하였다.

대동 세계를 만들려는 큰 뜻을 지녔지만, 제위를 물려받지 못한 단주는 깊은 원한을 맺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다투기 좋아하고 배 타고 놀기만 한 불초자’라는 누명을 단주에게 씌우고 수천 년 인류사에서 세인의 조소를 받게 하였다.

순의 몰락과 소상강의 비극
요임금 일가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역사는 요가 순에게 왕위를 선양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진실이 아니다.

천하를 무력으로 얻은 요의 덕이 날로 쇠하여 분란이 그치지 않자, 동방 조선의 단군왕검檀君王儉께서는 당시 요의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던 순에게 땅을 나누어 다스리도록 명하였다. 이에 순은 군대를 이끌고 요를 공격하여, 망국의 위기에 처한 요는 순에게 왕위를 넘기고 그에 의지하여 목숨을 보전하였다.

『죽서기년』에 의하면 이때 순은 요를 구금하고 단주를 언偃이라는 지역에 가두어 부자지간에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요의 두 딸인 아황蛾皇과 여영女英도 이때 순에게 시집을 갔을 것이다. 결국 #순은 동이족의 유력한 실력자로서 단군조선의 국력을 배경으로 왕위에 오른 것#이다. 기존 역사서에 전하는 요순선양이란 서방 한족의 무력함을 감추기 위해 이러한 비극적 투쟁을 미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순은 초기에는 『서경』의 “동순망질東巡望秩 사근동후肆覲東后, 동쪽으로 순행하여 산천에 제를 지내고 마침내 동방의 천자를 알현하였다.”라는 기록처럼 종주국 단군조선에 대해 신하의 예를 갖추고 동방족의 예악 문물을 장려하였다. 하지만 후에 요의 부추김을 받으면서 태도가 달라져 무거운 형벌 제도를 만들고, 변방에 귀양지를 두어 자신의 정책에 반발하는 모든 세력을 박해하였다. 이런 강압적 통치 방식은 그의 권력 기반을 허물어 버렸다. 이에 단군조선의 부루 태자에게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을 전수받아 9년 홍수를 성공적으로 다스린 하夏나라의 우禹에게 민심이 옮아갔고, 우는 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재위 50년이 되던 해 순은 남방의 창오蒼梧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당시 남방에는 단주를 지지하던 삼묘족의 반란이 있었고, 이를 진압하던 과정에서 전사하였다. 처남과 매부가 싸우고 처남을 지지하는 세력이 매부를 죽이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순의 두 왕비는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다가 끝내 소상강瀟湘江에 투신해 자결하는데, 그때 흘린 눈물이 아로새겨져서 검붉은 얼룩이 새겨진 반죽斑竹이 자라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소상반죽瀟湘斑竹에 얽힌 이야기이다.

요와 순 가족의 비극은 모두 단주의 원한에서 비롯되었다. 단주는 대동 세계 실현의 꿈이 산산이 깨져 버리자, 순을 향한 복수심을 영혼에 깊이 새기고 있었고, 이 원한은 생명을 파괴하는 무서운 독기로 작용하였다.

단주 해원 도수의 의미
단주의 원한은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단주의 소망과 역량은 요순堯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것이었다. 요순이 중국과 오랑캐를 구별하여 중원의 통일과 단합을 꿈꾸었다면, 단주는 정치적 교화를 통해 중원뿐만 아니라 온 천하가 한집안 식구가 되는 대동 세계를 만들어, 원한 맺힌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하려고 염원하였다.

그러나 단주의 대동 세계 건설의 염원이 무참히 짓밟힌 데서 오는 원한이 맺히고 맺힘으로써 오늘날 동서 인류사에서 원한의 역사가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단주 해원丹朱解寃’이야말로 후천의 새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요순 시대에 단주가 세상을 다스렸다면 시골 구석구석까지 바른 다스림과 교화가 두루 미치고 요복要服과 황복荒服의 구별이 없고 오랑캐의 이름도 없어지며, 만리가 지척같이 되어 천하가 한 집안이 되었을 것이니 요와 순의 도는 오히려 좁은 것이니라. 단주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깊은 한을 품어 순이 창오에서 죽고 두 왕비가 소상강에 빠져 죽는 참상이 일어났나니 이로부터 천하의 크고 작은 모든 원한이 쌓여서 마침내 큰 화를 빚어내어 세상을 진멸할 지경에 이르렀느니라. 그러므로 먼저 단주의 깊은 원한을 풀어 주어야 그 뒤로 쌓여 내려온 만고의 원한이 다 매듭 풀리듯 하느니라. 이제 단주를 자미원紫微垣에 위位케 하여 다가오는 선경 세계에서 세운世運을 통할統轄하게 하느니라. (도전道典 4:31)


대동大同으로 천하를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제왕의 꿈을 접은 채 아버지 요임금이 만들어 준 바둑을 두며 4천 년 동안 한을 삭여 온 단주! 이런 그에게 상제님은 세계 정세가 나아갈 오선위기 천지 도수를 붙이시고, 그의 덕성을 틔워 후천의 새 역사 창업에 주도적으로 참여케 하셨다. 이로써 단주는 제 뜻대로 세계 운명을 잡아 돌리며 지상에서 못 이룬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단주 해원 도수의 뜻 세 가지
오선위기 도수의 밑바탕이 된 단주 해원 도수의 깊은 뜻은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상제님께서는 동서방족을 통일하여 대동 세계를 건설하고자 했던 단주의 큰 포부와 역량을 후천 상생의 통일 세계를 여는 데 취하셨다.
2. ‘천륜으로 우주 일가’라고 하신 말씀대로 상제님께서 천륜이 손상된 단주의 원한을 해소하게 하며 왜곡된 단군조선 뿌리 역사의 진실을 찾아 주셨다.
3. 바둑의 원조인 단주의 한을 풀어 주면서 ‘요순 선양’과 ‘요순 태평’ 속에 가려진 원한 맺힌 선천 역사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 주셨다.

세운 공사를 보는 두 가지 틀 - 오선위기 도수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천지의 판을 짜러 회문산回文山에 들어가노라. 현하대세를 오선위기五仙圍碁의 기령氣靈으로 돌리나니 두 신선은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다만 손님 대접만 맡았나니 연사年事에 큰 흠이 없어 손님 받는 예禮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은 다한 것이니라. 바둑을 마치고 판이 헤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아가리니 옛날 한 고조漢高祖는 마상馬上에서 득천하得天下하였으나 우리는 좌상坐上에서 득천하하리라.” 하시니라. (도전道典 5:6)


증산 상제님은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형국인 오선위기 도수를 통해 인류 원한 역사의 뿌리인 단주를 해원함과 동시에 상극의 선천 운을 끝맺고 상생의 후천 대운이 열릴 수 있는 기틀을 새롭게 짜셨다. 오선위기 도수란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형국으로 미래의 새로운 정치 질서를 열어 가는 도수를 말한다.

여기서 바둑판은 조선을 말하고, 다섯 신선은 바둑판의 주인인 조선과 바둑 게임에 참여하는 주변의 네 강대국을 말한다. 증산 상제님은 바둑판을 중심으로 4대 강국이 패권 다툼을 벌이며 세계 정세를 형성하도록 판을 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천 역사에 누적되어 온 모든 상극의 시비가 가려지고, 원한의 문제가 끌러지며 낡은 질서가 대혁신된다. 현실적으로는 선천의 왕정 기운과 제국주의 침략 기운이 뿌리 뽑히고 패권주의, 종교 갈등,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불평등 구조 등 모든 문제가 온전히 끌러지면서 동북 간방 한반도가 ‘지구촌 새 역사 창조의 구심점’이 된다.


세운 공사를 보는 두 가지 틀 - 씨름판 도수



*하루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현하대세가 씨름판과 같으니 애기판과 총각판이 지난 뒤에 상씨름으로 판을 마치리라.” 하시고 종이에 태극 형상의 선을 그리시며 “이것이 삼팔선이니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씨름판대는 조선의 삼팔선에 두고 세계 상씨름판을 붙이리라. 만국재판소를 조선에 두노니 씨름판에 소가 나가면 판을 걷게 되리라. 세속에 가구假九라는 노름판이 있어서 열다섯 수數가 차면 판몰이를 하는 것이 곧 후천에 이루어질 비밀을 세간에 누설漏泄한 것이니 내가 천지공사에 이것을 취하여 쓰노라.” 하시니라. (도전道典 5:7)


오선위기 도수는 세 차례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애기판과 총각판과 상씨름판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애기판, 총각판, 상씨름판은 전통 씨름의 경기 진행 방식으로 뒤로 갈수록 강도가 더 강해지고, 결승전의 의미가 있다.

정리하자면 오선위기로 바둑을 크게 세 번을 두는데, 이 세 번을 두는 변국變局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최후에는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인류는 해원 시대의 긴 노정에서 #애기판인 러일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총각판인 중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쳤다. 이제 마지막 한판의 바둑, 최후의 전쟁, 마지막 전쟁인 상씨름판만을 남겨 놓고 있다.

최후의 승부가 가려지고 판을 끝막는 끝내기 씨름, 그것이 바로 상씨름이다. ‘상씨름’은 상투를 튼 어른들끼리의 싸움을 말한다. 또한 ‘상上’은 ‘더 이상이 없는’, ‘궁극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남한과 북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상씨름은 세계 해원 전쟁으로 선천 상극 시대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인류 최후의 신천지 개벽 전쟁#이다. 인류 역사와 문명의 틀을 뒤바꾸어 선천의 구천지 상극 질서를 후천의 신천지 상생 질서로 전환하는, 인류사의 새 장을 열기 위한 끝내기 승부이다.

이 천지 전쟁으로 이후 인류는 세계일가 통일정권을 개벽의 땅 한반도에 수립하여 후천 선경 세계의 대동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왜 세운은 전쟁 도수로 돌아가는가?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왜 상제님께서 오셨는데 전쟁과 같은 참혹한 일이 벌어지게 두느냐, 어떻게 전쟁으로 세상을 끝막게 하느냐고 말한다. 여기에는 천지 이법과 문명 및 역사의 전개 과정 속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선천 시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질서 속에서는 수모와 고통의 삶을 살다 간 여성들, 태어나기도 전에 배 속에서 찢기고 짓눌려 죽은 낙태아의 영혼들, 그리고 약육강식弱肉強食과 우승열패優勝劣敗의 구도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원신과 역신들의 원한이 살기로 누적되며 커지다가, 여름철 말 극기가 되면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되는 섭리가 작용한다.

상제님께서는 이러한 비극을 해결하시기 위해 우선 인간과 신명들에게 해원解寃의 길을 열어 주셨다. 그 일차적 방법이 ‘난법 해원亂法解寃’이다. 원신寃神과 역신逆神들에게 각기 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다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 원한을 풀어 버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질서와 파괴를 초래하여 문명사적 차원에서 집단 광기, 종교 분쟁, 인종 학살, 전쟁 등 대량 파괴와 살육 행위로 드러난다.

또한 상극의 불기운이 한꺼번에 돌발적으로 터져 나와 전 우주가 진멸의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인류 역사를 오선위기 대결 구도 아래 해원의 질서로 묶어 놓으시고, 단계적으로 불기운을 해소하게 하셨다.

그래서 오선위기 도수는 한마디로 전쟁戰爭 도수이다. 선천 원한의 불기운을 해소하게 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어찌할 수 없이 오선위기 전쟁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애기판 전개 과정과 결과


러일전쟁
인류 역사는 그 변혁의 마디마다 중대한 고비가 있었다. 상제님이 천지공사를 보시던 20세기 초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각축을 벌이며 동양 여러 나라의 영토를 침탈하고 참혹하게 짓밟는 때였다. 아프리카 대륙, 인도, 동남아 그리고 중국을 지나 조선에까지 집요하게 침략의 손길을 뻗쳤다.

이에 상제님께서는 동양의 유일한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日本에게 잠시 ‘천하를 통일하는 기운과 일월의 대광명 기운’을 붙이시어, 서구 제국주의의 기운을 물리치는 ‘동양의 머슴’으로 삼으셨다. 다만 이들에게 ‘어질 인仁’ 자는 붙여 주지 않았다고 하셨다. 파괴와 살육으로 점철된 일본 제국, 그 영광의 끝이 어떠한지 짐작하게 해 주신 말씀이다.

조선에 들어와 갑오동학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일본은 이어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조선의 강제 점령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항不凍港 확보에 사활을 건 러시아와 전쟁에 전 국력을 투입한다. 이 배경에는 러시아의 팽창을 두려워해 일본과 동맹을 맺은 영국이라는 지원 세력이 버티고 있었다. 절대적 국력에서 열세인 일본은 ‘신의 도움’을 받은 듯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이상한 1차 세계대전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동아시아 침략의 야욕을 접어야 했던 러시아는 유럽의 발칸반도로 눈을 돌렸다. 이곳에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범슬라브주의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범게르만주의가 충돌하면서, 1914년 6월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그런데 당시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그 누구도 이 전쟁을 의도하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전쟁으로 휩쓸려 들어갔다고 증언하고 있다. 많은 역사학자가 1차 세계대전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미스터리’와 ‘해프닝’의 연속 끝에 발발한 기묘한 전쟁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뜻밖의 복병, 인플루엔자
유럽을 중심으로 발발한 1차 대전의 전투에 관해 사람들은 여러 얘기를 많이 하지만, 전쟁 종식의 결정적 계기는 거의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자연 재앙이 인간 역사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여 학계의 시선을 끌고 있는 존 배리J. M. Barry는 2004년 출간한 『위력적인 인플루엔자(The Great Influenza)』에서 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긴 결정적 요인은 바로 전쟁 마지막 해인 1918년 창궐한 ‘인플루엔자’였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 치명적인 이 독감은 격전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 나갔다. 수많은 젊은이가 밀집해 있는 군부대 막사는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1918년의 대재앙’이라 하며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이 독감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에서 1억 명 정도가 생명을 잃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약 8백만 명, 2차 세계대전에서 약 1,500만 명의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볼 때 이 독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인플루엔자는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치명적인 데 반해 이때는 유독 젊은 군인들을 쫓아다니며 생명을 앗아 갔다고 한다. 더욱 기이한 것은 평화조약이 체결된 11월 11일을 기점으로 인플루엔자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애기판 씨름의 결과
유례없는 대전쟁인 1차 세계대전의 결과 패전한 전제 국가가 붕괴하고 공화국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전승국들이 패전국 독일에 가혹한 배상을 강요해서 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싹트게 되었다. 또한 상제님이 천상 조화정부에서 짜 놓으신 ‘세계일가 통일정권’이 지상에 발현되었다. 바로 ‘국제연맹國際聯盟(League of Nations)’인데,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의 불참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국제 분쟁 문제를 미결인 채로 남겨 놓았다.


총각판 전개 과정과 결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1차 대전에서도 전승국의 편에 섰던 일본은 대륙 침략의 야욕을 더욱 불태우며 1931년 만주를 침공했다. 이른바 만주사변滿洲事變으로 만주 지역을 점령한 일본은 괴뢰국 만주국滿洲國을 세웠고 중국 본토에 대한 침략에 박차를 가했다. 이 만주국은 1945년 일본 패망 때까지 13년간 존속했다.

당시 일본은 중국을 침략하기에 앞서 1936년 독일과 방공防共협정을 맺었고, 중국은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직후 소련과 중소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그리하여 ‘중국과 소련’ 대 ‘일본과 독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마침내 독일은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였다. 이로써 세계는 본격적인 총각판 씨름의 포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과 달리 유럽 대륙에 국한된 지역 전쟁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로 확산한 대전쟁이었으며 각국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과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총력전, 전면전이었다.

일본은 왜 패망하였는가?

일본은 승승장구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침략해 들어갔다. 당시 누구도 일본이 패망하리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찍이 자신들에게 문화를 전해 준 ‘스승의 나라’ 조선을 침탈하고 갖은 패악을 저질러 온 일본은 또다시 그들에게 근대 문명의 길을 열어 준 미국을 침공하여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상제님께서는 ‘배은망덕만사신背恩忘德萬死身’이라고 크게 경계하신 바 있는데, 일본은 본래 선생국인 조선을 강제 점령하고, 대표적으로 서양 문명을 전해 준 미국을 침략하는 등 가을개벽기에 신도에서 결코 용서치 않는 ‘배사율背師律’을 거듭 범한 것이다. 결국 일본은 1945년 8월 장광長廣, 즉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탄 세례를 받고 한순간에 참혹히 패망하고 말았다.

이로써 총각판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실제적 분기점이 된 1936년(일독방공협정, 서안 사건 등)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총각판 전쟁은 막을 내렸다. 상제님은 일본의 불의와 패륜을 심판하시면서 총각판 씨름을 종결지으신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인공의 질병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초유의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인류에게 원자병原子病이라는 가공할 인공 괴질을 안겨다 주었다. 이제 무기는 그 자체로 두려운 파괴력을 가진 데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병을 촉발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중에 재래식 화학 무기를 대신할 생물학 무기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어 실전에 투입되게 하였다. 생물학 무기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핵무기와 생물학 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폐기하는 것이 상극 질서를 청산하는 상씨름판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애기판, 총각판 씨름이 인류에게 남긴 것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이 우주의 통치권자이신 증산 상제님이 동서양의 세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처방하신 하나의 법방이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서구 제국주의의 힘은 크게 약화되었다. 20세기 초엽 누란지세累卵之勢에 빠졌던 동양이 서구의 압제에서 벗어났고, 기울었던 동서양의 세력도 어느 정도 균형均衡이 잡혔다.

2차 세계대전을 종식한 핵폭탄의 두려운 파괴력은 인류에게 ‘다음 세계대전은 곧 인류의 멸망’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 이후 전면적인 세계 전쟁을 회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각국 지도자들은 세계대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연맹보다 더 강력한 세계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국제연합國際聯合(United Nations)’을 창설하였다. 이로써 인류는 지구촌 통일 문명 시대, 즉 세계일가世界一家 시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다.

다음 시간에는 앞으로 닥칠 상씨름의 전개 과정을 통하여 개벽 실제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