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간과 십이지 연구

[이 책만은 꼭]
이해영 객원기자 / 서울관악도장


*상제님께서 십이지지十二地支 물형부物形符를 가르쳐 말씀하시기를 “이는 태고太古 시대의 도술道術이니 선경 세계를 건설할 때에 크게 쓸 것이니라. 익히 공부하여 두라.” 하시
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2:143:1~2)



들어가며



올해는 갑진년甲辰年이다. 왜 갑진년일까? 갑진은 갑甲이라는 천간과 진辰이라는 지지가 만나서 한 해의 운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이는 음陰과 양陽 그리고 오행五行에서 나온 천지 운행 법칙을 정리한 간지론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자명하게도 하늘과 땅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열매를 맺고 소멸하고 다시 이런 흐름을 반복하며 살게 된다. 유한함을 지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순환 무궁한 천지를 인식하는 체계, 이를 천간天干지지地支, 줄여서 간지干支라고 할 수 있다.

천간은 10천간이라 하여 흔히 아는 ‘#갑을甲乙⋅병정丙丁⋅무기戊己⋅경신庚辛⋅임계壬癸#’이고, 지지는 12지지라 하여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이다. 이 10천간과 12지지를 조합하면 총 60가지가 나온다.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기 때문이다. 이를 흔히 육갑六甲이라고 한다.

『환단고기桓檀古記』 「삼성기三聖紀」 하下편에 이 천간 지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나온다. 환국 시대 말 환웅천황이 환인천제의 명으로 문명 개척단 3,000명을 거느리고 동방 태백산太白山으로 떠나자, 반고씨도 환인천제께 자신도 떠나서 나라를 세울 것임을 간청하여 지금의 중국 삼위산三危山(중국 간쑤성甘肅省 돈황시敦煌市 남쪽)으로 떠났다. 이때 공공共工, 유수有燧, 유묘有苗, 유소有巢의 무리와 10천간天干 12지지地支의 신장들을 거느리고 삼위산 납림拉林 동굴에 이르러 정착했다고 나와 있으니, 간지는 이미 환국 시대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천간 지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간지서당』의 저자 박장금은 다음과 같이 ‘간지干支’에 대해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배운 대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대는 근대로 뉴턴Newton 역학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해 왔습니다. 3차원의 공간을 절대적인 것으로 설정하고, 시간 또한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인 시간 진행으로 보는 방식이죠. 이것은 보이는 것을 중시하면서 우리가 감각하는 경험을 현실 그 자체로 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는 양자역학적인 접근입니다. 제가 과학자가 아니라서 조심스러움을 무릅쓰고 거칠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를 모두 포괄하는 접근입니다. 이런 접근이 동양의 세계관과 통하는데, 동양에서 모든 것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개념이 ‘기氣’입니다.

간지, 천간과 지지는 기를 10개와 12개로 클로즈업한 것으로,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세상과 접속할 수 있는 입구이자 출구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기는 하늘과 땅으로 구분되는데, 천간은 하늘의 기를 10개로 분화한 것이고, 지지는 땅의 기를 12개로 분화한 것입니다. 기를 이렇게 세분화한 것은 다양한 힘들의 어울림과 맞섬으로 다양한 리듬과 템포를 느끼기 위함입니다.

근대 시공간에서는 목표가 명확하고 시작과 끝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합니다. 다양한 리듬과 템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속도 경쟁만 하고 있는 것이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것입니다. 아무튼 인간은 감각적 한계로 인해 만물의 연결성을 보기가 어려운데, 간지를 통과하면 연결된 세계와 접속이 가능해집니다. 마치 스마트폰이 무선 기지국 안테나와 접속하여 우리를 디지털 세상과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죠! 간지를 통과하는 순간, 나라는 개체성을 벗어나 자연적인 리듬과 템포를 느낄 수 있는 우주적 존재로 도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간 생략)

천간과 지지의 리듬은 매일매일 변화하는데, 매달, 매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간지의 변화를 감지하다 보니, 매일매일 하루에 해당하는 천간과 지지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에 머물지 않고 그다음 스텝으로 가도록 마음을 비우고, 나쁜 일이 있으면 내가 어떤 고집을 부렸는지 아니면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점검하면서 새롭게 다가올 기운을 수용하게 됩니다. (출처 : 북드라망 출판사 인터뷰 https://bookdramang.com/3202)


매우 의미 있는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간지에 대한 학술적이면서 좀 더 체계적인 책이 나왔다. 한의학자이자 한문과 역사에 조예가 깊은 대전대 한의과대학 윤창열 명예교수의 해당 관련 논문 6편을 모은 『십간과 십이지 연구』이다. 내용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깊이가 있는데, 한자에 음이 달려 있지 않게 출판되어 가독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전문가나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좋지만, 대중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각 논문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지은이 윤창열尹暢烈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醫哲學』, 『醫易學』, 『新編中國醫學史』, 『북한의 고려의학연구』, 『韓中醫學各家學說』, 『중국역사유적 의학유적탐방기』, 『懸吐注解素問入式運氣論奧』 등이 있다.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도학실장을 역임하였으며, STB 상생방송에서 한동석 선생이 지은 『우주 변화의 원리』를 63강으로 완강하였다. 현재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명예교수이다.


장별 주요 내용


십간과 십이지에 대한 글자의 의미와 이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들어가 있어서 동양 사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비슷해서 중복되는 내용도 있다. 이 책의 전체 구조는 1장은 총론 격, 2장과 3장은 십간, 4장과 5장이 12지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마지막 6장에서는 수리數理를 통해서 다시 한번 10간과 12지의 개념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제1장 간지干支의 기원과 역사
총론 격인 장이다. 십간과 십이지의 역사적 의미와 일반 사람은 생소할 수 있는 고갑자古甲子인 세양歲陽세음歲陰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다. 간지가 언제 누구에 의해 창시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배달 시기 이전에 명칭이 있었고, 실생활에서는 하夏나라부터 사용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의 10간과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12지에는 하늘과 땅의 신비를 푸는 모든 비밀이 담겨 있는 진리의 축소판이라고 하였다. 10간의 10은 하늘의 완전함과 정신을 나타내고, 12지의 12는 땅에서 완성됨과 덕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저자는 『정역원의正易原義』를 통해서 간干을 줄기 간幹이라고 하고, 지를 가지 지枝라 하였다. 줄기[幹]는 체體가 되고 가지[枝]는 줄기에 붙어 옆으로 뻗어 나가 용用이 되는 천양지음天陽地陰의 모습이 있는데, 10간幹을 건乾의 본체, 12지枝를 곤坤의 작용으로 해석한 것을 탁견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간지干支라는 글자는 간지幹枝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음양오행에 대한 불멸의 고전인 한동석의 『우주宇宙 변화變化의 원리原理』를 인용하면서 간干은 수水의 작용, 지枝는 화火의 작용이라고 했다.
또한 간干은 일一과 십十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로 간干이 10개로 구성된 것을 나타내며, 지支는 십十과 우又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로 지支가 12개로 구성된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1, 2, 3, 4를 더하면 10이 되니 10은 목화금수, 동서남북, 춘하추동을 주재하는 완전수가 되고, 3과 4를 곱하면 12가 되니 12는 황도 12궁, 열두 달, 12개 방위, 12관절, 12장부, 12경맥 등을 나타내는 완성수가 된다고 한다.

제2장 간지의 의의 및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십간十干
10간과 12지를 처음 설명한 서적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율서律書」와 반고가 지은 『한서漢書』 「율력지律曆志」이지만 내용은 간략하다. 후한 시대 허신許愼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그 의의가 크다. 19세기 말 동방의 십청十淸 이사문李斯文(본명 이상룡李象龍, 1850~1899)이 『정역원의正易原義』를 지어 간지를 해설하였으나, 세상에 잘 알려지지는 않는다.

동방에서는 일찍부터 연월일시年月日時의 변화를 간지를 가지고 설명해 왔다. 특히 사주四柱를 세워 사람의 운명을 추산하였고, 의학에서는 오운육기五運六氣의 변화를 파악하여 그해의 기후 변화를 추측하였고 이를 생리, 병리, 진단, 치료에 응용해 왔다.

이 논문은 『설문해자』와 『정역원의』에 있는 십간에 대한 설명을 고찰하고 있다. 정리해 보면 갑甲은 씨앗에서 싹이 터서 올라오는 모습이고, 을乙은 어린싹이 구불구불 자라는 모습이고, 병丙은 양기가 상승하여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는 때이고, 정丁은 씩씩하게 자라고 크게 자라는 것이다.

무戊는 자란 것이 무성해진 것이고, 기己는 성장을 멈추고 수렴을 준비하는 때이며, 경庚은 양도에서 음도로 바뀌어 열매를 맺는 때이고, 신辛은 열매가 성숙되고 새로운 생기生機가 잠복되는 (씨앗의) 때이다, 임壬에서 음양이 만나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계癸는 새봄을 맞이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이 십간의 순서는 초목의 한살이에서 뜻을 취했는데, 이는 1년의 변화 속에서 마디마디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초목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4장에서도 비슷한 구조로 12지지를 고찰하고 있으므로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

제3장 십간의 음양, 오행, 상충相沖, 장부배합臟腑配合

십간을 음양으로 배합해 보면, 홀수와 짝수 개념으로 갑甲⋅병丙⋅무⋅戊경⋅庚⋅임壬이 양陽이 되고, 을乙⋅정丁⋅기己⋅신辛⋅계癸가 음陰이 된다. 생성生成으로 음양을 나누면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가 양陽이 되고, 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가 음陰이 된다.

저자는 ‘음양陰陽’이라는 말은 음이 양을 낳는다는 말이라고 하였다. 즉 음이 근원적인 창조의 주체가 된다는 말로 10무극 음陰이 1태극 양陽을 생生*하고 음인 여자가 아기를 낳는 주체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생겨난 이후에는 양이 선도하고 음이 추종한다. 따라서 음양은 근원적인 창조의 질서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양음陽陰은 생겨난 이후 변화의 질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10무극 음陰이 1태극 양陽을 생生 - 주렴계의 태극도설에서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라 하였는데, 최근 구강九江에 있는 고가故家의 전본傳本에 ‘무극이생태극無極而生太極’이라 되어 있어 무극이 체體가 되고 태극이 용用이 되어 무극이 태극을 생한다고 하였다.


천간과 방위에 숫자를 배합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그리고 오행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부부오행夫婦五行이 있다. 이는 변화 오행, 화기化氣 오행, 상합相合오행이라고 한다. 이는 음양 짝이 되는 상대방의 기운을 받아서 변화된 것으로, 인간으로 말한다면 시집, 장가를 간 뒤에 배우자의 영향으로 자신이 성질이 바뀌게 된 것이며 후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론은 오기경천화오운설五氣經天化五運設, 대화작용설, 생우정월건인설生于正月建寅設, 우롱이변설遇龍而變設, 남혼여가생자설男婚女嫁生子設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철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설명인 대화작용설對化作用設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한동석은 『우주 변화의 원리』에서 갑기화토甲己化土, 을경화금乙庚化金, 병신화수丙辛化水, 정임화목丁壬化木, 무계화화戊癸化火의 작용을 하면서 만물을 화생化生(생화生化)시키고 기갑변토己甲變土, 경을변금庚乙變金, 신병변수辛丙變水, 임정변목壬丁變木, 계무변화癸戊變火의 작용을 하면서 만물을 변성變成시킨다고 하였다.

이는 『내경內經』 「천원기대론天元紀大論」에서 “물생物生을 위지화謂之化오 물극物極을 위지변謂之變이라.”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갑에서 무까지의 전반기의 양의 과정을 화化라 하고, 기에서 계까지의 후반기의 음의 과정을 변變이라 한 것이다.

한동석은 대화작용이란 나의 짝이 되는 상대방의 기운을 받아 자신의 본질적인 오행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오행이 이와 같은 순서로 생기며 변화하는 것은 주로 자기의 소우주에서 형기상감形氣相感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한동석의 의견에 저자의 의견이 함께 첨부되어 있는데, 요약하면 갑을목甲乙木, 병정화丙丁火, 무기토戊己土, 경신금庚辛金, 임계수壬癸水는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하는 자연의 질서를 나타내고 있고, 갑기토甲己土, 을경금乙庚金, 병신수丙辛水, 정임목丁壬木, 무계화戊癸火는 위의 변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신의 성질을 변화시킨 것인데 그 요인이 자신의 짝이 되는 맞은편 천간의 대화를 받아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제4장 설문해자와 정역원의에서 설명하는 십이지十二支
이 장은 『설문해자』와 함께 『정역원의』를 통해서 십이지지의 개념, 자의字意 등에 대해 설명하는데, 허신이 지은 부분과 함께 청나라 때 설문해자에 대한 자세한 주석을 단 설문사대가說文四大家인 단옥재段玉裁(1735~1815), 계복桂馥(1736~1805), 왕균王筠(1784~1854), 주준성朱駿聲(1788~1858)의 주석을 달았다. 이를 통해서 12지의 종합적인 의미를 고찰해 볼 수 있다.

또한 『정역원의正易原義』는 십청十淸 이사문李斯文이 지은 정역의 해설서이다. 이사문은 1885년 36세 때 김일부 선생 문하에 들어가 선후천변역지리先後天變易之理를 대각하였으며 1889년 40세 때 『정역원의』를 지었다. 『정역원의』는 기존의 설명에서 벗어나 12지지에 주역의 괘상과 숫자 및 오행을 배합하여 해설한 것으로, 창의적이고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제5장 십이지지의 음양 오행 육기 장부의 배합 및 상충相沖 상합相合

이 부분은 앞선 3장처럼 12지지를 음양오행 등에 배합하고 있다. 천간 지지는 고대에 하늘과 땅의 변화 질서를 통해 천문, 지리, 역법曆法, 물후物候(철이나 기후에 따라 변하는 만물의 상태), 의학, 음률音律, 철학 등의 이치를 탐구하는 부호이다. 이 부분은 아마 사주 명리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이라면 익숙한 지지육합地支六合(자축합子丑合, 인해합寅亥合, 묘술합卯戌合, 진유합辰酉合, 신사합申巳合, 오미합午未合)과 삼합三合(신자진申子辰, 사유축巳酉丑, 인오술寅午戌, 해묘미亥卯未)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또한 자子와 담膽, 축丑과 간肝, 인寅과 폐肺, 묘卯와 대장大腸, 진辰과 위胃, 사巳와 비脾, 오午와 심心, 미未와 소장小腸, 신申과 방광膀胱, 유酉와 신腎, 술戌과 심포心包, 해亥와 삼초三焦를 배합하는데, 이는 그 해당 시간에 그 장부와 경맥의 기능이 가장 왕성하고 활성화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제6장 수리數理를 통해 살펴본 십간과 십이지의 종합적 개념
동양에서 진리는 상象(징조, 조짐)으로 드러나고 상은 수數를 결정하기 때문에 수의 정직성, 명확성, 객관성을 통해 상을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만물의 이치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수는 사물의 이치와 법칙을 파악하는 근본이 된다고 하였다. 서양의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만물은 수數로 구성되어 있고 우주 만물의 본질은 수라고 하였으며 현대의 문명이 수와 수학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자연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저술된 책이라 하여, 수학이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고 문명을 발전시킨 중요한 도구라고 인식한다.



1에서 10까지의 자연수는 동서양에서 대단히 중시하였는데, 정리해 보면 이렇다.

1은 태극수太極數로 첫 출발을 의미하면서도, 분열되었던 생명이 통일됨을 나타낸다. 2는 음양 운동을 시작하는 음양수陰陽數이다. 3은 천지인 삼재三才의 수이면서 생장성의 변화를 나타내고, 4는 변화의 기본 틀을 구성하는 사상수四象數이다.

5는 오행수五行數로 하도에서 생수를 성수로 전환하는 조화와 중매 작용을 하고, 낙서에서는 팔 방위의 수를 주재하여 운행하고 변화시키는 황극수皇極數이고, 6은 천지인이 합일된 것을 상징하며 육기六氣의 수가 된다.

7은 천지인의 주재수主宰數이다. 생명의 근원인 생수 1과 성수 6의 합수이고, 일월日月과 오성五星의 합수이며, 양의 최초 작용수 3과 음의 최초 작용수 4를 합한 수이다. 8은 팔괘수八卦數로 음의 완성을 상징한다.

9는 최대 분열을 상징하는 구궁수九宮數이다. 그래서 하늘을 구천, 땅을 구주九州로 나누었다. 천부경의 원리에서 6+3(인간)=9가 되어 인간의 완성수가 되므로 사람에게 구규九竅가 있다.

10은 분열의 극수極數인 9를 지나서 이르는 수로 성숙과 통일을 준비하는 하도河圖의 수가 된다. 10은 다른 수와는 달리 가장 위대한 완전수가 되어 동서남북과 춘하추동을 주재하며 시간과 공간, 인간과 만물을 조화시키고 성숙하게 하는 수가 된다. 피타고라스는 10을 “우주를 하나로 묶는, 혹은 자연의 법칙을 정리하는 신적인 작용들의 종합”이라고 했다.

이제 천간과 지지에서 우주 변화의 본체인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조화의 본원인 무극은 10으로 드러나니 천간에서 기己, 지지에서 미未가 된다. 우주의 본체인 태극은 공空과 수水로 드러나니 천간에서 임壬과 계癸, 지지에서는 창조의 본체인 술戌, 운동의 본체인 해亥, 자子로 드러난다. 생장운동의 본체인 황극은 5와 7로 드러나니 천간에서는 갑甲, 무戊로 나타나고, 지지에서는 황극의 체인 축丑과 황극의 용인 오午 자리가 된다.

여기까지 보아도 쉽게 내용이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음양과 오행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여기에 천문(별자리)과 지리 그리고 명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인식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런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동석 선생의 「우주 변화의 원리」에 대한 선행 학습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