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선後天仙과 수부首婦 – 『증산도 수부관』

[이 책만은 꼭]
이해영 객원기자 / 서울관악도장


들어가며


이 책 『증산도 문화사상 연구 5, 증산도 수부관』은 지난 도기 152년(2022년) 꽃 피는 5월에 열린 ‘후천 선仙과 수부首婦’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모은 책이다. 본 학술대회는 새롭게 열리는 후천 세상과 선仙문화를 널리 알리는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가 개최하였다. 2022년 5월 17일(화)부터 20일(금)까지 온라인 위주로 진행된 학술대회는 첫째 날 [동서양의 신화와 여성], 둘째 날 [증산도의 수부론과 여성문화], 셋째 날 [후천 선仙 사상과 삼랑선三郞仙], 넷째 날 [증산도 『도전』 속 후천 신선 사상]을 주제로 세계 유수의 학자와 전문가 그리고 수행자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나눈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학술대회는 특히 증산도의 수부관首婦觀을 조명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 하나님’과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여성관’에 대한 파천황적인 인식을 되새기는 시간이 마련되었고, 한민족과 인류의 창세 역사가 굽이쳐 나온 2만 5천 년 전의 ‘마고여신’ 문화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 시간도 함께 이어지면서 매우 흥미로운 담론의 장이 펼쳐졌다. 『증산도 수부관』 책의 구성에는 노종상, 황경선, 유 철, 이주란, 원정근, 송귀희 등 6명의 논문 발표자가 공동 저자로 참여하였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태모 고 수부님을 중심으로 한 『증산도 수부관』의 내용과 증산도의 정음정양 여성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는 증산도 팔관법의 한 관법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지만, 이 글에서는 책의 논문에 관련된 부분 위주로 살펴볼 것이다. 이후, 다음 시간에는 ‘마고대성麻姑大成’님을 중심으로, 전 세계 여신 문화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저자들의 약력
노종상
고려대 대학원 비교문학과 졸업, 문학박사,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 과정. 1987. 5. 월간 『문학정신』에 중편 「욕계의 늪」 추천 당선, 소설가(필명, 노가원) 등단. 문학세계문학상, 세계문학상 외 수상. 현재 상생문화연구소 문예창작부 연구위원. 저서 : 『진표, 미륵 오시는 길을 닦다』, 『수부 고판례』 등.

황경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박사.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주요 논저 : 『천부경과 신교사상』, 『보천교 다시보다』(공저), 『우주의 교향곡, 천부경』(공저) 등.

유 철
경북대학교 철학박사. 경북대학교, 대구교육대학교, 대구한의과대학교에서 강의.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실장. 주요 논저 : 『근본으로 돌아가라 - 원시반본, 보은, 해원, 상생』, 『어머니 하느님』, 『강증산의 생애와 사상』(공저) 등.

이주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국학 석사학위 취득(글로벌한국학 전공). 현 배재대학교 박사 과정, 한빛 한국문화원 원장. 저서 : 『관용어로 배우는 한국어』 등.

원정근
고려대학교 철학박사. 현재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주요 논저 : 『도가철학의 사유방식 : 노자에서 노자지귀까지』, 『도와 제』, 『진묵대사와 조화문명』, 『충의의 화신 관우』 등.

송귀희
서울 가톨릭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임상 사회복지학 석사, 시카고 로욜라대학교 임상 사회사업학 박사, 한국 안디옥세계선교회 국제사역 목회학 석사, 미국 학회지 「정신건강과 사회적 행동」의 편집위원, 사단법인 대한사랑 해외학술자문위원. 현 미국 치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정교수. 30년 이상 아동 및 가정의 정신 건강 상담, 치유 경험. 『Process Evaluation Study of Multiple-Systems Collaborative Child Welfare Approach』 (다층시스템의 협업적 아동복지의 접근에 대한 과정 평가의 연구) 외 다수.


이 책의 주요 특징


학술대회의 큰 주제는 후천 무병장수 ‘선仙 문화’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돌아봐야 할 주제가 바로 ‘수부관首婦觀’이다. ‘수부首婦님’은 증산 상제님의 반려자로서, 도통맥과 종통맥을 전수받은 태모 고 수부님을 비롯해서, 정 수부님, 김 수부님까지 3수 원리로 세 분이 계신다. 이 책은 태모 고 수부님을 중심으로 해서 그 신성과 위격을 올바르게 조명해 보려 했기 때문에, 정 수부님과 김 수부님에 대한 언급은 적다.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수부’님에 대한 인식이 먼저이기 때문에, 후속된 연구 결과를 기대해 보려 한다. 당장 ‘수부관’과 관련한 연구서나 논문이 부족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 책과 같은 선행 작업은 그 존재로서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총 6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동일 저자(노종상)의 2편의 논문과 영어로 된 논문을 번역한 논문까지 포함된 것이며, 논문을 쓴 저자는 총 5명이다. 실제 학술대회에는 시간이 짧아 많은 부분을 언급하지 못했지만, 논문 내용은 충실한 편이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통독을 권해 보고 싶다.

이 글에서는 태모 고 수부님에 대한 행적과 사상 그리고 치유 과정에서 드러난 선仙 문화를 다룬 노종상과 이주란의 논문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고, 다른 논문은 개략적인 부분만 소개하겠다.

책 깊게 보기 1


먼저 노종상의 논문 『고수부의 생애와 사상』, 『증산도의 수부관』의 내용을 바탕으로 태모 고 수부님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하면 이렇다.

수부首婦 고판례高判禮(1880~1935)는 근대 전환기인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종교 지도자이다. 그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신앙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으로 와서 초월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는 ‘수부’라고 불렸고, 불리는 인물이다. ‘수부’란 증산 상제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사전적 의미로 ‘수首’는 머리, 시초始初, 앞, 임금, 우두머리, 칼자루, 비롯하다, 근거하다, 절하다, 곧다, 머리를 향하다 등의 뜻이고, ‘부婦’는 여자, 며느리, 아내, 주부 등의 뜻이다. ‘수부’라는 용어 자체는 머리가 되는 여자, 뭇 여성의 우두머리(Head woman), 칼자루를 쥔 여성, 심판하는 여성(의 우두머리) 등 다양한 의미가 된다. 『도전道典』에 의하면 수부란 “선천 세상에 맺히고 쌓인 여자의 원寃과 한恨을 풀어 정음정양의 새 천지를 여시기 위해 세우신 뭇 여성의 머리요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도전』 6:2:6)이다. - 책 13쪽


태모님의 존휘尊諱가 판判 자, 례禮 자이다. ‘판判’ 자가 판단한다는 의미이고, 례禮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 중 여름⋅남쪽의 덕성이기 때문에, 천지의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때인,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에 선천 여름을 판단한다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제님이나 태모님의 삶 자체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되어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가능한 추론이라고 본다.

먼저 저자는 기본적인 용어 정리를 하고 난 뒤, 인간으로서 고 수부님의 생애와 기본이 되는 사상의 핵심을 논의한다. 사상의 핵심은 신도 사상과 해원 사상, 그리고 진법 사상이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논의는 기본적으로 증산도甑山道 『도전道典』과 종도사님의 연구 업적에 의지했음을 밝히고 있다.

간략한 태모 고 수부님의 생애


이후 논문은 태모님의 생애를 탄강 과정과 탄강지의 의미, 불교와 동학에 영향을 받은 유소 시절의 환경 등을 기술하고 있으며, 이모의 권유로 신씨申氏와 혼인하고 사별하는 과정, 그리고 상제님을 만나 종통대권을 전수받은 일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어서 상제님 어천과 태모님의 수련 및 대도통 사건을 다룬 뒤, 천지 어머니로서 크게 세 살림, 구체적으로 다섯 살림을 꾸리신 일에 대해서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첫째 정읍 대흥리 도장 시기, 둘째 김제군 조종리 도장, 중간의 왕심리 도장, 그리고 태모님을 정점으로 하는 조종리 교단과 용화동 동화교 통합교단의 성립과 전개 과정을 담고 있다.

이후 도운 세 살림의 파란곡절을 뒤로하고, 일종의 은거 생활처럼 들어가신 전라북도 옥구군 오성산 도장에서의 태모님 행적을 전한다. 이 오성산 도장은 금강 하류 지역으로 불원간 닥칠 후천개벽의 시발처라고 알려진 군산 인근이다. 이곳에서 태모님은 인간으로서 마지막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천하 창생을 구원하기 위해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멈추지 않으셨다.

어머니 하느님이신 태모님도 상제님과 같이 천지공사를 행하셨다. 이는 그 자체로 태모님의 위격이 아버지 하나님과 동등함을 알게 해 준다. 후천의 정음정양正陰正陽⋅남녀동권男女同權이라는 말은 단지 구호나 염원이 아니라, 천지부모님의 행적으로 이미 이루어진 현실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만유 생명의 어머니로서 창생의 모든 죄업을 대속하셨던 태모 고 수부님은 1935년 11월 1일(음력 10월 6일) 축丑시에 증산 상제님의 마중을 받으며 천상으로 떠나셨다. 태모님 성수 56세였다. 『도전道典』은 이렇게 고 수부님의 생애 전반을 말하고 있다.

태모님께서는 천지신명과 억조창생의 어머니로서 10년 동안의 천지공사를 통해 창생들의 모든 죄를 대속하시어 후천 오만년 선경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 주시고 한恨 많은 세월을 뒤로하신 채 천상으로 떠나시니라. (『도전』 11:416:8~9)


태모님의 사상思想 엿보기


이 논문에서는 태모님의 사상을 신도 사상神道思想, 해원 사상解冤思想, 진법 사상眞法思想으로 나눠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뭇 종교의 뿌리인 신교神敎의 근대적 출현을 증산 상제님과 태모 고 수부님의 지상 강세로 보았다. 동학의 창도주 최수운 대신사에게 천명과 신교를 내리고, 다시 거두어들였던 이는 천상의 상제님이다. 그런데 이 상제님께서 직접 인간으로 강세하신 사건을 신교의 정점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지상으로 강세하신 상제님의 반려자로서 증산 상제님과 함께, 또는 상제님의 이름으로 천지공사를 행한 태모 고 수부님의 강세와 실존 역시 신교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고 보았다.

신도 사상神道思想 태모 고 수부님은 신의 조화와 권능을 다 쓰시는 생명의 어머니로, 직접 행하신 천지공사는 신도神道를 통해 이루어졌다. 고 수부님은 신도로써 행하자니 노고스러울 때가 많다고 토로하기도 하였고(도전道典 11:267:2), 신도로 경계하여 사람을 가르친다고 밝혀 주기도 하였다(도전道典 11:171:2).

태모님의 동정어묵動靜語默이 모두 신도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래서 단견短見을 갖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무속의 일, 무당의 일로 치부하는 오해를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 올바른 관점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신도의 세계를 체험하거나 그 일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간은 반드시 수행修行을 해야 한다.

이는 양생養生 차원을 넘어서 무병장수, 신선 문화로 나아가야 하는 필연적 당위성과 연관되어 있다. 모든 이들이 수행을 해서 신선이 되는 세상, 인류가 바라 마지않는 그 후천의 선 세상으로 가는 길, 이를 제시해 주고 계신 것이다. 태모 고 수부님 행적의 행간을 살펴보면, 엄청난 수행을 했하셨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여기에서 수부님과 후천 선仙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해원 사상解寃思想 저자는 태모님이 ‘수부’이기 때문에, 가장 특징적인 사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원 사상’이라고 말한다. 상제님께서 선천 억음존양抑陰尊陽의 건곤을 바로잡아 음양동덕의 후천 세계를 개벽하는 우주 주재자라고 할 때, 고 수부님에게는 ‘선천 억음존양의 건곤을 바로잡아 음양동덕의 후천 세계를 개벽하는 우주 주재’의 절반의 사명이 있다는 것이다. 수부님은 선천 세상에서 맺히고 맺힌 모든 여자의 깊은 원寃과 한恨을 풀어,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새 천지를 열기 위해 세운 뭇 여성의 머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부님은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인 태모님이기도 하다. 한 개인이든 인류라는 공동체이든 ‘역사적 축적물’로 쌓인 원과 한을 그대로 두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해원解寃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인간의 역사는 해원은커녕 원한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증산 상제님은 “이때는 해원 시대”(도전道典 2:24:1)라고 선언하였다.

태모 고 수부님은 10년 천지공사를 행하며, 모든 천하 창생을 해원시켜 후천 상생의 선경 세계로 인도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에 따른 실천적 삶을 살았던 온 인류의 어머니이다. 해원은 보은報恩⋅상생相生과 함께 후천 선경으로 가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고 빠른 지름길이다. 반드시 해원을 통해야만, 선천 상극의 세상을 지나 후천 상생의 세상으로 가게 되어 있다.

진법 사상眞法思想 진법 도운의 표상이 바로 태모 고 수부님이다. 이미 『관통貫通 증산도』에서 종도사님은 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법이란 상제님의 진리를 보고, 체험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일체의 구도 행위와 신앙 자세, 목적 그리고 방법과 도리를 말한다.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법에는 각 문화권에서 쓰고 있는 법의 의미가 전부 통합되어 있으며, 나아가 천지공사의 개벽 정신까지 포함한다. 우주의 주재자이신 상제님은 법을 통치 정신과 역사 정신을 일체로 하여 새 시대를 열어 가는 창조 정신의 의미로 쓰고 계신 것이다. (『관통 증산도 1』 19쪽)


상제님은 먼저 난법亂法을 지은 뒤에 진법眞法이 나오도록 질정質定해 놓으셨다. 난법은 과도기 과정으로, 진법을 드러내기까지 나타나는 도법의 성격을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용어이다. 진법은 상제님께서 대도를 총체적으로 드러내어 가을 대개벽기에 세계를 구원하고 지구촌 문화를 통일하는 도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류 문화를 개벽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과 실천 의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억음존양의 선천을 매듭짓고, 정음정양의 후천을 열기 위해서는 상제님과 고 수부님의 정음정양 공사가 필요했다.

이는 하나의 이치이고 진리이다. 즉 상제님에게 수부님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인 것이다. 상제님에게는 세 분의 수부님이 계셨다. 첫 번째 수부님은 정鄭 치治 자 순順 자 鄭治順(1880~1908) 수부님, 두 번째는 김金 말末 자 순順 자 金末順(1890~1911) 수부님, 그리고 태모 고 수부님이다. 이 세 분 중 수부 도수, 수부사명을 완성한 분이 태모 고 수부님이다. 물론 다른 수부님들도 우리가 잘은 모르지만, 해당되는 사명을 맡으신 분들이므로, 결코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수부 사명을 완성한 고 수부님, 태모님이 열어 주시는 법이 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단정 지어 말하자면, 상제님과 태모님을 함께 모시는 게 진법이다. 진법의 태동은 상제님께서 인간으로 강세하시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고, 진법 태동의 완성은 고 수부님을 만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제는 고 수부님의 존재 자체가 진법의 근거가 된다. 상제님으로부터 진법 도운의 종통맥을 전해 받은 인물이자 도통의 뿌리가 되는, 말 그대로 상제님 무극대도의 진법의 표상이 된 것이다.

책 깊게 보기 2


이어 살펴볼 논문은 이주란의 『태모 고수부의 치유 성적에 대한 고찰』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무병장수와 치유에 대한 생각과 관심은 더욱 간절해 졌다. 앞으로의 산업도 무병장수, 생명 연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인류의 어머니인 태모 고 수부님께서 생전에 행하셨던 치유治癒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깊다. 세상에서 자식이 아프다고 애원한다면, 가장 애달파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는 부모, 특히 어머니의 모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태모님께서 베풀어 주신 22년의 치유 역사는 천지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덕성을 보여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먼저 ‘태모님’이라는 어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증산도 술어는 하나하나 되새겨 봐야 그 의미를 좀 더 깊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부님은 상제님과 음양 짝이 되는 칭호임은 이미 앞에서 말하였다. ‘태모太母’는 말 그대로 클 태太 자와 어머니 모母 자로, 상제님께서 밝힌 ‘너희들의 어머니(도전道典 11:345:7)’라는 말씀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증산도 도생에게는 도道의 어머니가 될 것이고, 우주 차원에서는 천지신명과 인류 생명의 뿌리 자리에 계신 분이기에, 단순히 큰 사람, 대大가 아니라, 그 위격에 맞게 극존칭인 ‘클 태太’ 자를 써서 ‘태모太母님’이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우선 치유의 행위자가 태모님께서 직접 치유해 주신 경우성도들에게 의통醫通과 신통神通*1)을 열어주어 병을 다스리도록 한 경우로 나뉘어 있다. 이를 사례별로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당시 어떤 병들을 치유하였는지, 치유 과정에서 어떤 방법을 행하였는지(행법行法)에 대해 서술하면서, 특히 행법 가운데 주문呪文을 사용한 점에 주목해서 이를 분석하고 있다.
*1) ‘의통醫通’의 ‘의醫’ 자에는 살린다는 뜻도 있으니 살리는 일에 통했다, 병을 고쳐 살린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신통神通’은 신의 세계에 통한다는 뜻이다.


당시 태모님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두통에서부터 중병에 속하는 두창痘瘡*2)에 이르기까지 치유의 은혜를 내려 주셨으며, 완전히 죽은 자까지 살려 내기도 하였다. 특히 죽었던 사람을 살릴 때는, 방법을 알려 주시고 주문을 사용하였다는 점에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 두창痘瘡(=시두時痘=천연두天然痘=마마媽媽)은 1970년대 말에 지구상에서 사라져 인류에 의해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조치가 불확실하여 천연두가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간접적인 위험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간 여러 차례의 질병 팬데믹 사태 등을 겪으면서 법정 전염병으로 재지정된 바 있다.


태모님께서 치유하는 방법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약재에 의한 치유는 별로 없다. 주로 사용하시는 방법은 말씀의 권능과 함께 직접 손으로 환부를 어루만져 주는 것과 같은 도공道功, 그리고 주문呪文 수행이 있다. 또한 옛날 우리 한국의 어머니들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조상에게 빌었고, 지금도 증산도 도생들이 조석으로 모시는 청수淸水*3)로 치유한 사례도 있다.
*3) 청수淸水는 상제님, 태모님, 조상님께 올리는 성스러운 물을 의미한다. 정안수, 정화수 등등 부르는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소박한 형태인 맑은 물 한 그릇에 정성과 기원을 담아 모시는 것이 봉청수奉淸水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치유에 주로 사용한 주문은 시천주侍天主 주문(해원주解寃呪, 도전道典 11:290:5 측주)이었다. 이는 천주님, 즉 상제님을 모시는 신앙만으로도 병마를 물리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구축병마주驅逐病魔呪 태을주太乙呪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주문이 사용되었다. 이 주문에 대해서 여성 영적 지도자로 주문에 관한 권위자인 스와미 시바난다 라다Swami Sivananda Radha는 이렇게 말했다고 논문에서 적고 있다.

주문을 읽게 되면, 영적인 힘을 끌어 들이면서 자기 자신을 그 힘의 통로로 이용하게 되고, 그 힘은 우리 자신을 통해 병자에게 전달되면서 치유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때 자신의 의지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주문의 힘에 완전히 자신을 맡기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였다. - 219쪽


정리하면 태모님은 오직 말씀의 권능으로 직접 치유하기도 하고, 의통과 신통을 전수한 대리인을 통해 병을 다스리기도 하였다. 또 병자와 병자의 가족에게 치성, 기도, 주문 수행, 그 밖의 신이한 행법을 통해 고통을 없애고 목숨을 건져 주었다. 이를 저자는 질병, 행법, 주문이라는 세 가지 코드로 분석하였고, 그 메시지를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1) 태모 고 수부님의 치유 역사는 선仙의 대성모大聖母로서 인간에게 베푼 자애와 자비의 실천이다.
(2) 치유의 방법은 신도神道에 바탕을 두었다.
(3) 시천주侍天主 시대를 표방하고 있다.
(4) 태모 고 수부님의 치유 역사에는 주문 읽는 횟수나, 수행 기간 등에서 3수(삼신三神)와 7수(칠성七星) 등 선仙 문화 코드가 담겨 있다.
(5) 태모님의 치유 행법은 치유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무가지보無價之寶(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배)다.


그 외 소개 논문들의 주요 내용


‘단군신화’로 본 증산도의 수부론 (황경선)


이 논문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사화檀君史話의 신화적 이야기에서 천지인 합일로 선仙을 찾은 뒤, 아버지 하느님 상제님과 어머니 태모 고 수부님의 융합에서 선仙을 찾고 있다.

즉, 단군사화에서 한민족 보편적 하느님 신앙의 토대 위에서 환인, 환웅, 단군의 남성성과 부성, 통치자로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면, 환웅의 짝으로 여성성의 지모신地母神을 대표하는 웅녀 혹은 웅족熊族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의 남성 원리와 땅의 여성 원리, 몸과 영의 조화가 짓는 새로움의 창조가 선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수부님은 인간으로 강세하여 후천 선의 세상이 열리도록 기반을 마련한 상제님의 뜻을 이어받아 선의 씨앗을 뿌리고 가꾼 인물인 것이다. 이때 강조된 새로움의 상징이 바로 태을주太乙呪이다. 증산 상제님이 완성하고 수부님이 보증한 태을주는 환인과 환웅이 참인간인 선의 길을 베풀고, ‘웅녀’가 닦은 신교 수행의 계승이며 결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단군사화의 서사가 보여 주는, 천지 융합과 천지부모의 조화로 창조된 새로운 한민족이 무궁한 역사와 더불어 간직한 선 문화라고 설명한다(환웅이 천天, 웅씨녀는 지地 그리고 수행 문화가 인人에 해당). 그래서 증산도의 선은 다가오는 새로운 것이면서, 또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으며, 그 결실을 거두는 일은 일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결론 맺고 있다(상제님은 천天, 태모님은 지地 그리고 수행 문화로 길러지는 일꾼은 인人에 해당).

증산도 수부관과 여성주의 (유 철)


이 논문에서 저자는 증산도 수부관은 남성 중심의 역사, 상극의 질서를 낳은 억압의 역사를 끝맺고, 여성 중심의 역사,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루는 역사, 상생의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인류 시원 역사에 존재했던 모계 중심의 조화와 평화의 사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되는 정음정양의 새로운 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음과 양이 서로 화합하며 조화를 이루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후천 선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연에 관한 동양철학적 범주인 음양 사상에 비추어 여성의 문제를 다룬 이 글에서 증산도 정음정양에 기초한 남녀동권의 본래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여성주의(그 바탕에는 여성억압이 내포되어 있다)는 증산 상제님의 천지공사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는 수부관을 통해 그 근본적 문제가 해명될 수 있다고 한다.
상제님의 반려자이자, 상호 음양 조화를 이루는 ‘수부’는 남녀동권 사상의 전제이자 결론이며, 후천의 새로운 여성성을 정립하기 위해 반드시 논의되고 해명되어야 할 중요한 조건인 셈이라고 한다. 특히 증산도 수부관은 음양의 질서를 바탕으로 여성 해방의 역사를 새롭게 전개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지천태와 맷돌 (원정근)


분량이 가장 짧지만, 주제는 흥미롭다. 지천태地天泰䷊는 『주역周易』의 64괘 중 11번째 괘의 이름이다. 태泰는 태평하다는 뜻으로 독일의 중교학자이자 선교사인 리하르트 빌헬름은 이를 “평화의 괘”라고 불렀다. 곤坤(땅, 여성, 음)이 위에 있고, 건乾(하늘, 남성, 양)이 아래에 놓인 모양이다. 지천태괘는 양과 음이 서로를 향해 올라가고 내려가 소통함으로써, ‘크고 평화로운[태평泰平]’ 삶과 세상이 열리게 됨을 상징한다. 음과 여성성이 바탕이 될 때 진정한 조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지천태괘가 품은 화평과 안정은 아직 어디에도 없지만, 언제고 도래 또는 실현되어야 할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남자가 여자를 억누르던 억음존양의 ‘천지비天地否䷋’의 시대가 물러가고, 여성이 주도권을 지니고 남자와 감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정음정양의 지천태 운수가 도래함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천지비는 하늘이 위에, 땅은 아래에 있어, 천지의 기운이 부조화를 이루는 상극 관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후천의 정음정양과 음양동덕陰陽同德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제시된 것이 천지 굿이다. 천지 굿은 상제님이 삼계대권을 태모 고 수부님에게 넘겨주면서 천지에 굿 의식을 집행한 데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인과 사회의 차원을 넘어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된, ‘천지 해원굿’이자 ‘천지 개벽굿’이자 ‘천지 해방굿’이라고 한다. 자연과 인간과 문명 속에 내재한 상극의 기운을 털어 버리고, 상생의 기운을 다시금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적 살림 굿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맷돌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서양에서 맷돌은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 또는 숙명적인 것으로 인식된다고 하며, 형벌⋅부활⋅순교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한 몸의 양식을 공급하는 특성을 지닌 생명의 상징이다. 우리에게도 맷돌은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 도구이다. 두부를 만들 때 콩 물을 내기 위해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이 맷돌이 돌아가는 원리로 ‘천지비’의 선천 상극 세상에서 ‘지천태’의 후천 상생 세상이 새롭게 도래할 것을 예고한다고 한다. 여기에 맷돌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맷돌은 음양의 두 짝이 맞물려 있어야 하는데, 아랫돌을 숫맷돌이라 하고 가운데에 수쇠라는 쇠꼬챙이가 있고, 윗돌을 암맷돌이라고 하여, 수쇠가 들어갈 수 있는 암쇠 구멍이 있다. 아래는 양을 상징하고 위는 음을 상징하는 지천태의 모습이다. 또한 맷돌은 음양의 결합으로 남녀의 성적 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녀가 갈등과 대립을 빚지 않고 따로 또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증산도 수부 사상의 핵심 과제라고 저자는 결론지어 말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한’ 치유과정에 대한 임상실천 사례연구 (송귀희)


이 논문은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사례 연구를 담고 있다. 이미 전에 나온 논문(영문으로 쓴 것을 번역하였다)에 새롭게 증산도의 보은⋅해원⋅상생의 내용이 들어가면서 좀 더 완결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원한과 해원의 문제와 실제 저자의 임상 실천 사례가 들어 있다.

이 논문은 원한怨恨과 원한寃恨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한恨은 주체적 정신의 억압적인 상태로,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라(한풀이).’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한 가해자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반면 원怨은 명백한 가해가 있으며, 상호 주관적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가 있다. 또 원寃은 명백한 가해자로서의 타인의 힘과 차별적인 사회 제도, 환경, 관습 등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고, 원寃은 원한怨恨의 전 단계이다. 원한寃恨이 응어리지면, 원한怨恨, 살기, 척隻으로 더욱 자라난다고 한다.

이 원한은 해원의 총체적 해결 프로젝트를 필요로 한다. 상생으로 나아가려면 해원의 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엿보인다. 억음존양의 건곤 질서에서, 정음정양의 곤건 질서로 성스러운 변화의 길이 열린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한恨 치유 과정의 4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 : 발효(삭히기), 2단계 : 되돌아보기(넋두리), 3단계 : 풀어내기(한풀이), 4단계 : 자기중심적인 몰이해에서 벗어나기(마음 비우기)’이다. 이를 위해 한인 이민자 가족의 치유 과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저자는 정역正易과 증산도 근본 사상인 보은, 해원, 상생의 도를 실천 통합하는 ‘한’ 변형 치료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상호 유익한 동양과 서양의 학문적 교류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恨의 깊은 괴로움은 결코 헛되지 않다. 왜냐하면 한의 도道는 인간을 변화시켜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열매는 가장 과감한 가지치기에서, 가장 순수한 금은 가장 맹렬한 불에서 나온다. 가장 깊은 물을 통과하면서.”

나가며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있어서,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 주는 달이다. 증산 상제님은 집안의 주인을 부인婦人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지어미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누구의 딸로서 말이다. 선천 5만 년 억음존양의 상극지운相克之運이 끝나고 정음정양 상생의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마땅히 상제님의 반려자이자 천하창생 생명의 어머니 태모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이 논문집은 수부님, 태모 고 수부님의 삶과 의미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날씨도 좋고, 시원한 바람으로 머리를 씻으며 이 책에 나온 논문을 조금씩 읽어 보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상제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음미하며, 태모 고 수부님과 두 분 수부님의 크신 은덕을 되새겨 보려 한다.

부인 수도는 내 도의 근간
부인은 한 집안의 주인이니라. 음식 만들어 바라지하고, 자식 낳아 대代 이어 주고, 손님 오면 접대하고, 조상 받들어 제사 모시니 가정 만사 부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만고의 음덕陰德이 부인에게 있나니 부인을 잘 대접하라. 나 또한 경홀치 않느니라. 부인 수도婦人修道는 내 도의 근간根幹이요 대본大本이니 이후에 부인들 가운데서 도통자가 많이 나리라. (도전道典 2편 5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