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인생문답
[이 책만은 꼭]
이해영 객원기자 / 서울관악도장
그리고 소설가 황순원이 그의 선배이고, 김수환 추기경과는 일본 조치 대학 동문이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 이후 7년간 서울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재직했는데, 이곳에서 인촌 김성수 선생 밑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Q16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직장이 행복의 터전이 될 수 있을까요? 참조).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한 뒤 지금까지도 줄곧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성차를 담은 책과 서정적 문체에 철학적 사색이 깃든 에세이집을 여러 권 펴냈다.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이며, 103세의 나이에도 한 해 200회 이상의 강연과 방송 출연, 신문 칼럼을 집필하는 ‘영원한 현역’이다.
『김형석의 인생문답人生問答』, 이 책은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질문 31가지에 대해 답하는 형식의 글이다. 20~60대 일반인 100명에게 궁금한 점을 받아 공통된 질문을 추리고, 노철학자의 답변을 녹취해 육성을 최대한 살려 기록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갖는 근본 질문인 ‘사람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비롯한 31가지 수수께끼에 100년을 살아온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어떤 답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살아 봤더니 이렇던데, 여러분도 그렇게 한번 살아 보면 어떨까요?”라고 다정한 위로의 어투로 권할 뿐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통해서 독자들은 더 좋은 자신만의 결론을 찾을 수 있다. 함께 읽고 생각을 같이하는 동안 최선의 인생관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른한 가지 문답 중 현시점에서 우리가 먼저 곱씹어 봐야 할 문답을 다섯 가지만 뽑아 보았다. 이외 궁금한 부분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사색해 보길 바란다.
다들 행복을 원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행복인지는 잘 모릅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싶을수록 행복은 더 멀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언제 행복할까요?
답변
행복은 목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인간답게 살았을 때,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했을 때 주어지는 느낌, 그때 갖게 되는 정신적 보람, 아마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요. …… 행복은 인간답게 사는 노력, 과정, 그 성취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찾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을 놓칠 수가 있어요. 욕심이니까요.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 맡아서 내 인격을 갖추게 되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오니까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 권리는 있다. 불행해질 사람은 없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 정신적 가치는 나누어 가지게 되어 있어요. 삶의 가치를 높일수록 인생이 귀하고 영광스러워지는 겁니다.
요즘은 영상 시대라고 해요.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들이 차고 넘치죠. 그래서인지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릴 때는 물론이고, 나이 들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답변
독서는 성인이 돼서 시작해서는 잘 안됩니다. 어릴 때부터 습관을 키워 줘야 하는데, 우리 학교 교육에서 아쉬운 점이에요. …… 미국은 나중에 법학이나 의학 공부를 하더라도 대학 들어가서 최소 1년 반은 인문학을 공부하거든요. 그 공부라는 게 다 독서고요. 독서는 정신적 양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독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굶어 죽지는 않아요. 그러나 정신적 양식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없어요.
“만약에 태양이 없어서 햇빛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달빛이나 별빛 밑에 살아야 하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 인류 역사에서 문화의 태양이 없어진다면 우리가 얼마나 어둡게 살겠는가?”
나이 들어서 책 읽는 사람은 존중을 받고, 나이 들었다고 해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사그라들고 말아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독서가 나의 행복의 원천이 되고 우리 사회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21 건강의 비결이 궁금해요.
질문
교수님은 어렸을 때 생사를 걱정할 정도로 몸이 약하셨다고 들었는데,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사시는 비결이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나이 들면 몸이 늙는 것도 서럽지만 감정이 무뎌지는 것도 슬픈 일인 거 같아요. 젊을 때는 호기심도 많고 감정도 풍부하지만 나이 들수록 가슴 뛰는 일도 줄어들고 무슨 일이든 심드렁해져요. 정신적으로 계속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답변
100세가 넘으니 나이 생각이 없어져요. 내 나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이제부터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아가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부분 하루 일과를 궁금해하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몸을 조금씩 움직여 풀어 줍니다. 아침 식사는 늘 똑같아요. 점심은 생선이나 고기 위주로 영양가 있게 먹어요. 저녁은 점심보다 적게 먹고요. 나처럼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해요. 나이 드니까 저절로 소식하게 되더군요. 잠은 밤 10시 30분에서 11시쯤 자요. 낮잠은 잠깐씩 잘 자요. 차로 이동할 때면 무조건 잡니다. 시간을 버는 습관이자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비결이에요.
어렸을 때 남달리 건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신체적 과로나 무리는 하지 않았어요. 안 했다기보다는 할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강연을 많이 다녀도 2주일 전에는 미리 준비를 다 해 놓죠. 무슨 일이든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급박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일을 할 때는 두세 시간 단위로 일의 주제를 바꿉니다. 그러면 지치지 않고 새 기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미리미리 조금씩, 이게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하는 비결이에요. 50대부터 관리하면 80대까지 건강하게 가는 것 같더라고요. 건강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 않아요. 50세가 넘으면 운동을 하는 게 좋아요. 생활 자체가 운동을 동반하는 습관이어야 해요.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일이 건강의 비결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노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합니다.
정신적으로 늙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공부를 해야 합니다. 뭐든지 배워야 해요. 일과 공부를 안 하면 몸도 마음도 빨리 늙습니다. 나는 지금도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인간적인 성숙엔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100세까지 사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더군요. 첫째. 욕심이 없어요. 과도한 욕심이 있는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오래 못 사는 것 같아요. 둘째, 남에게 욕을 하지 않아요. 감정 조절을 잘해 화를 안 내요.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인 셈이죠. 감정은 풍부하게 유지하되, 나이 들수록 감정 조절은 잘해야 해요. 그리고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과 아무 목적도 없이 사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죠. 그런 배경을 인정한다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잘못은 아닐 겁니다.
간절히 바라는 바가 있을 때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바라는 마음속 욕망을 그대로 신께 갈구하는 게 맞는 걸까요? 그런 이기적 기도도 신께서 들어주실까요? 올바른 기도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요.
답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느껴서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할 때가 있어요. 내가 나를 완성시킬 수 없고, 역사가 역사를 완성시킬 수 없다고 봤을 때에는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 줘야 가능하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은총의 질서라는 걸 느끼게 돼요. 그 은총의 질서라고 하는 것이 성령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도드릴 수 있는 사람은 신앙이 있는 거고, 신앙이 없으면 기도를 드릴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아요. 대부분 자기 복을 구하는 기도만 올려요. 그 기도가 날 위한 기도가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한, 나라를 위한, 사회를 위한 기도가 될 때 아마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실 거예요.(김태길 교수의 신앙 고백을 인용하며)”
생각해 보면 “항상 기도하라.”는 것은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뜻일 거예요. 블레 바스카라는 신학자가 “인생의 고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기도드리는 사람이고, 인생의 고아는 기도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더 많이 누리고 싶은 것이 우리들 마음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이 되면 세속에서 탐했던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때가 되면 그 모든 것들이 헛되게 느껴질까요? 모든 것이 헛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 곁에 남아 삶을 의미 있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답변
나이 들면 새로 생기는 게 많을까요, 잃는 게 많을까요? 귀찮은 건 많이 생기고, 소중한 건 자꾸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 나이 들어서도 그대로 남는 것이 있다면 소유에 대한 욕망이에요. 재물에 대한 욕심은 60, 70세가 돼도 줄어들지 않아요. 명예욕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다가 80세가 가까워지면서 그 왕성했던 소유욕도 줄어들기 시작해요. 소유해 보니까 별것 아니더라는 생각도 들고요. 소유해 보겠다는 욕심조차도 없어지고 말아요. 하루의 일몰이 쓸쓸하듯, 인생의 노년도 쓸쓸해져요.
내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결론이 뭐냐 하면,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남는 게 없어요. 오히려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부끄러움밖에 남을 것이 없어요. 그런데 이웃과 더불어 사랑을 나눈 사람,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사람, 거짓이 많은 세상에서 진실을 가지고 함께 산 사람, 정의가 무너진 사회 속에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에도 남는 것이 있어요.
내가 가진 것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른 사람이 나한테 준 것이지, 내가 만든 건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는 내 목숨까지도 부모님이 주셨어요. 내가 오늘날 이만큼 지식을 가지고 사는 것도 많은 선배들과 또 스승을 통해서 받아들인 거예요. 결국 내 즐거움, 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만들어 차지하는 게 아니고 남이 만들어서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보답하기 위해서,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는 그렇게 살아 보려고 내 친구들과 함께 노력했는데, 여러분도 사랑하는 이웃들과 더불어 그런 뜻을 가지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목차는 질문이면서 사색해 봐야 할 목록이다.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의문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에, 독자는 질문을 보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스스로 답을 내고, 그에 맞게 인생을 가꾸어 가면 될 것이다.
지은이 - 김형석 교수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란 실향민이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조치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숭실중학교에서 민족시인 윤동주와 같은 반이었다. 윤동주 시인을 회상하면서 “윤동주가 학창 시절 공부를 탁월하게 잘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에 대한 열정은 확실했다. 어린 시절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시인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거 같다(Q.6 내가 나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조)”.그리고 소설가 황순원이 그의 선배이고, 김수환 추기경과는 일본 조치 대학 동문이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 이후 7년간 서울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재직했는데, 이곳에서 인촌 김성수 선생 밑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Q16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직장이 행복의 터전이 될 수 있을까요? 참조).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한 뒤 지금까지도 줄곧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성차를 담은 책과 서정적 문체에 철학적 사색이 깃든 에세이집을 여러 권 펴냈다.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이며, 103세의 나이에도 한 해 200회 이상의 강연과 방송 출연, 신문 칼럼을 집필하는 ‘영원한 현역’이다.
이 책의 특징
『김형석의 인생문답人生問答』, 이 책은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질문 31가지에 대해 답하는 형식의 글이다. 20~60대 일반인 100명에게 궁금한 점을 받아 공통된 질문을 추리고, 노철학자의 답변을 녹취해 육성을 최대한 살려 기록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갖는 근본 질문인 ‘사람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비롯한 31가지 수수께끼에 100년을 살아온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어떤 답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살아 봤더니 이렇던데, 여러분도 그렇게 한번 살아 보면 어떨까요?”라고 다정한 위로의 어투로 권할 뿐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통해서 독자들은 더 좋은 자신만의 결론을 찾을 수 있다. 함께 읽고 생각을 같이하는 동안 최선의 인생관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려 뽑은 문답 다섯 가지
서른한 가지 문답 중 현시점에서 우리가 먼저 곱씹어 봐야 할 문답을 다섯 가지만 뽑아 보았다. 이외 궁금한 부분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사색해 보길 바란다.
Q4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질문다들 행복을 원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행복인지는 잘 모릅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싶을수록 행복은 더 멀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언제 행복할까요?
답변
행복은 목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인간답게 살았을 때,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했을 때 주어지는 느낌, 그때 갖게 되는 정신적 보람, 아마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요. …… 행복은 인간답게 사는 노력, 과정, 그 성취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찾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을 놓칠 수가 있어요. 욕심이니까요.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 맡아서 내 인격을 갖추게 되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오니까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 권리는 있다. 불행해질 사람은 없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 정신적 가치는 나누어 가지게 되어 있어요. 삶의 가치를 높일수록 인생이 귀하고 영광스러워지는 겁니다.
Q18 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질문요즘은 영상 시대라고 해요.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들이 차고 넘치죠. 그래서인지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릴 때는 물론이고, 나이 들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답변
독서는 성인이 돼서 시작해서는 잘 안됩니다. 어릴 때부터 습관을 키워 줘야 하는데, 우리 학교 교육에서 아쉬운 점이에요. …… 미국은 나중에 법학이나 의학 공부를 하더라도 대학 들어가서 최소 1년 반은 인문학을 공부하거든요. 그 공부라는 게 다 독서고요. 독서는 정신적 양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독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굶어 죽지는 않아요. 그러나 정신적 양식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없어요.
“만약에 태양이 없어서 햇빛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달빛이나 별빛 밑에 살아야 하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 인류 역사에서 문화의 태양이 없어진다면 우리가 얼마나 어둡게 살겠는가?”
나이 들어서 책 읽는 사람은 존중을 받고, 나이 들었다고 해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사그라들고 말아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독서가 나의 행복의 원천이 되고 우리 사회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21 건강의 비결이 궁금해요.
Q22 나이 들어도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질문교수님은 어렸을 때 생사를 걱정할 정도로 몸이 약하셨다고 들었는데,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사시는 비결이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나이 들면 몸이 늙는 것도 서럽지만 감정이 무뎌지는 것도 슬픈 일인 거 같아요. 젊을 때는 호기심도 많고 감정도 풍부하지만 나이 들수록 가슴 뛰는 일도 줄어들고 무슨 일이든 심드렁해져요. 정신적으로 계속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답변
100세가 넘으니 나이 생각이 없어져요. 내 나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이제부터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아가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부분 하루 일과를 궁금해하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몸을 조금씩 움직여 풀어 줍니다. 아침 식사는 늘 똑같아요. 점심은 생선이나 고기 위주로 영양가 있게 먹어요. 저녁은 점심보다 적게 먹고요. 나처럼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해요. 나이 드니까 저절로 소식하게 되더군요. 잠은 밤 10시 30분에서 11시쯤 자요. 낮잠은 잠깐씩 잘 자요. 차로 이동할 때면 무조건 잡니다. 시간을 버는 습관이자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비결이에요.
어렸을 때 남달리 건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신체적 과로나 무리는 하지 않았어요. 안 했다기보다는 할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강연을 많이 다녀도 2주일 전에는 미리 준비를 다 해 놓죠. 무슨 일이든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급박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일을 할 때는 두세 시간 단위로 일의 주제를 바꿉니다. 그러면 지치지 않고 새 기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미리미리 조금씩, 이게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하는 비결이에요. 50대부터 관리하면 80대까지 건강하게 가는 것 같더라고요. 건강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 않아요. 50세가 넘으면 운동을 하는 게 좋아요. 생활 자체가 운동을 동반하는 습관이어야 해요.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일이 건강의 비결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노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합니다.
정신적으로 늙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공부를 해야 합니다. 뭐든지 배워야 해요. 일과 공부를 안 하면 몸도 마음도 빨리 늙습니다. 나는 지금도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인간적인 성숙엔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100세까지 사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더군요. 첫째. 욕심이 없어요. 과도한 욕심이 있는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오래 못 사는 것 같아요. 둘째, 남에게 욕을 하지 않아요. 감정 조절을 잘해 화를 안 내요.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인 셈이죠. 감정은 풍부하게 유지하되, 나이 들수록 감정 조절은 잘해야 해요. 그리고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과 아무 목적도 없이 사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죠. 그런 배경을 인정한다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잘못은 아닐 겁니다.
Q26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질문간절히 바라는 바가 있을 때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바라는 마음속 욕망을 그대로 신께 갈구하는 게 맞는 걸까요? 그런 이기적 기도도 신께서 들어주실까요? 올바른 기도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요.
답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느껴서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할 때가 있어요. 내가 나를 완성시킬 수 없고, 역사가 역사를 완성시킬 수 없다고 봤을 때에는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 줘야 가능하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은총의 질서라는 걸 느끼게 돼요. 그 은총의 질서라고 하는 것이 성령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도드릴 수 있는 사람은 신앙이 있는 거고, 신앙이 없으면 기도를 드릴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아요. 대부분 자기 복을 구하는 기도만 올려요. 그 기도가 날 위한 기도가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한, 나라를 위한, 사회를 위한 기도가 될 때 아마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실 거예요.(김태길 교수의 신앙 고백을 인용하며)”
생각해 보면 “항상 기도하라.”는 것은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뜻일 거예요. 블레 바스카라는 신학자가 “인생의 고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기도드리는 사람이고, 인생의 고아는 기도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Q31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질문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더 많이 누리고 싶은 것이 우리들 마음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이 되면 세속에서 탐했던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때가 되면 그 모든 것들이 헛되게 느껴질까요? 모든 것이 헛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 곁에 남아 삶을 의미 있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답변
나이 들면 새로 생기는 게 많을까요, 잃는 게 많을까요? 귀찮은 건 많이 생기고, 소중한 건 자꾸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 나이 들어서도 그대로 남는 것이 있다면 소유에 대한 욕망이에요. 재물에 대한 욕심은 60, 70세가 돼도 줄어들지 않아요. 명예욕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다가 80세가 가까워지면서 그 왕성했던 소유욕도 줄어들기 시작해요. 소유해 보니까 별것 아니더라는 생각도 들고요. 소유해 보겠다는 욕심조차도 없어지고 말아요. 하루의 일몰이 쓸쓸하듯, 인생의 노년도 쓸쓸해져요.
내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결론이 뭐냐 하면,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남는 게 없어요. 오히려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부끄러움밖에 남을 것이 없어요. 그런데 이웃과 더불어 사랑을 나눈 사람,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사람, 거짓이 많은 세상에서 진실을 가지고 함께 산 사람, 정의가 무너진 사회 속에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에도 남는 것이 있어요.
내가 가진 것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른 사람이 나한테 준 것이지, 내가 만든 건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는 내 목숨까지도 부모님이 주셨어요. 내가 오늘날 이만큼 지식을 가지고 사는 것도 많은 선배들과 또 스승을 통해서 받아들인 거예요. 결국 내 즐거움, 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만들어 차지하는 게 아니고 남이 만들어서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보답하기 위해서,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는 그렇게 살아 보려고 내 친구들과 함께 노력했는데, 여러분도 사랑하는 이웃들과 더불어 그런 뜻을 가지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책의 목차이자 질문 사항
이 책의 목차는 질문이면서 사색해 봐야 할 목록이다.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의문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에, 독자는 질문을 보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스스로 답을 내고, 그에 맞게 인생을 가꾸어 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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