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로 배우는 우주변화의 원리 | 자연이 펼치는 카오스모스의 향연 - 상생相生과 상극相克

[한문화]

김덕기 / STB상생방송 작가

태고시대부터 인류는 ‘우주만유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탐구해왔습니다. 그 신비를 풀고자 본체론과 우주론으로 체계를 세워 연구하였습니다.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아르케arche)를 물·불·바람·흙과 제5원소를 포함하여 오원소五元素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동양에서는 목·화·토·금·수의 오행五行으로 이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오원소설은 점성학과 신학, 연금술 등에 영향을 끼쳤음에도 명맥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사원소(물·불·바람·흙)의 신성神性을 제거하여 살아있는 자연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대자연이 변화하는 근본 원리를 온전히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오행론은 동양문화 그 자체라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치며 지금까지 면면히 살아있습니다. 살아 숨 쉬는 우주만유가 신성을 가진 원소로 이루어져 자연법칙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데, 오행은 이를 원소와 신성, 원리로써 온전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양오행의 운동법칙이란 우주의 변화법칙變化法則이며, 만물의 생사법칙生死法則이며, 정신의 생성법칙生成法則이므로 우주의 모든 변화가 이 법칙 밖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 … 여기에 진리가 있으니 이것은 상대적相對的 진리가 아니고 절대적絶對的 진리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11쪽


서양철학의 우주론



우주만물의 근원이 되는 실재(아르케arche)를 탈레스는 물,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크세노파네스는 흙,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후에 엠페도클레스가 이를 묶어 물[水]·불[火]·바람[風]·흙[土]의 사원소四元素라고 함으로써 본체론의 뼈대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르케가 어떻게 현상계의 삼라만상으로 펼쳐지고 변화하는가’ 하는 우주론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 변화의 원인은 살아있는 신神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레스는 ‘물이 살아있는 신성한 존재이므로 생명을 갖고 내적으로 끊임없이 운동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한정자無限定者로부터 무수한 것들이 한정되어 산출되고, 산출된 것은 점차적으로 성장하면서 진화되어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살아있는 신성한 불이 법칙에 따라 변화하여 현상계의 다양한 사물들이 생성 변화한다’고 하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동의 원동자인 제1실체(순수형상)가 자신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창조 변화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플라티노스는 ‘우주만물이 원초적 근원인 일자一者로부터 넘쳐흘러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스피노자는 ‘오직 하나의 신神만이 실체이며, 우주만물은 무한한 신이 펼치는 생산하는 자연과 생산되는 자연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라이프니쯔는 ‘자신 안에 생성 변화하는 능동적인 힘을 가진 단자monad가 신이 정한 예정된 법칙에 따라 움직여서 서로 조화와 통일을 이루며 변화 운동한다’고 하였습니다.

- 변화의 원인은 인력과 척력
헤라클레이토스는 운동 변화를 대립물의 투쟁으로 여겨 ‘무엇이 존재하려면 존재 근거로서 반대되는 것, 즉 모순되는 것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사원소가 제5원소인 사랑[인력]과 미움[척력]의 힘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움직임으로써 다양한 사물들이 생성 변화한다’고 하였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정신(Nous)에 의해 무수히 많은 씨앗(스페르마타Spermata)이 질서 있고 조화롭게 결합하고 분리함으로써 현상계가 생성 변화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변화의 원인은 충돌
원자론자들은 ‘무한히 많은 원자가 무한 공간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애초부터 자동적으로 혹은 기계적으로 움직여서 충돌하거나 튕겨나가며, 이때 원자가 우연히 결합함으로써 개별적인 사물들이 창조된다’고 하였습니다.
(★ 참고 : 『서양 지성인과의 만남』, 문계석, 상생출판)

인력과 척력은 음양의 양면성


첫째, 신성한 물이나 불, 또는 무한한 신으로부터 만물이 생겨나서 변화한다는 주장은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어떤 법칙으로 만물을 생성해서 서로 조화와 통일을 이루게 하는지 설명하지 못하였습니다. 생명을 가진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얘기했지만, 어떻게 아이가 생겨서 태어나는지 구체적인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둘째, 헤라클레이토스는 ‘무엇이 존재하려면 존재 근거로서 반대되는 것, 즉 모순되는 것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음의 반대물인 양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운동 변화를 대립물의 투쟁으로 여겼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음과 양이 대립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것인지 설명이 없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사원소들이 제5원소인 사랑[인력引力]과 미움[척력斥力]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움직임으로써 다양한 사물들이 생성 변화한다’고 하였습니다. 인력은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음의 수렴하는 성질과 같고, 척력은 두 물체가 서로 밀어내는 힘으로 양의 분열하는 성질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척력과 인력은 변화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만물을 변화시키는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제5원소가 무엇인지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지 설명한 것입니다.
★1)


셋째, 원자론자들은 모든 변화는 원자가 기계적으로 충돌하여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하는 과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원인인 신神을 제거하고 인력과 척력을 충돌로 대체했을 뿐 결합과 분리에 의해 만물이 생성 변화한다는 것은 위의 주장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뉴튼은 사물이 충돌할 때 ‘모든 작용력에 대하여 항상 방향이 반대이고 크기가 같은 반작용 힘이 따른다’는 작용반작용作用反作用의 법칙을 정립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양의 성질인 작용력이 가해지면 동시에 음의 성질인 반작용력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사물(태극)이 품고 있는 음양의 동시성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양철학과 과학에서는 지금도 인력과 척력에 의한 결합과 분리에서 변화의 원리를 찾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만유인력(gravitation)
★2)
과 암흑에너지(dark energy)
★3)
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엔트로피 세계관에서는 ‘거시세계의 역동적인 생성 변화란 단순히 각각의 에너지가 새로운 형태로 끊임없이 변형되는 물질과 에너지 흐름의 결과’라고 하였지만 어떻게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변형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였습니다.★4)

★1) 아리스토텔레스는 제5원소를 변화의 원인으로 여겨 완전한 물질인 에테르Ether라고 하였다.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제5원소를 공허空虛 또는 아카샤Akasha라고 하였다.
★2)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음陰의 성질에 배속할 수 있다.
★3) 우주를 가속팽창시키기 위해 전 우주에 걸쳐서 분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의 에너지로 양陽의 성질에 배속할 수 있다.


우주변화의 원리 상생相生·상극相克


변變이란 것은 만물이 화化하였다가 다시 내용을 충실시키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요, 화化라는 것은 일정한 형태에서 다시 분열무화分裂無化되어 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화化하는 과정에서는 생장을 촉진시키고 변하는 과정에서는 성숙이 매듭을 맺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본체면에서 보면 변화요, 작용면에서 보면 생성인 것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319쪽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 운동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질적, 양적으로 다른 것으로 전환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물이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변화는 ①원소가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것을 포함하여 ②결합하고 있던 원소들이 분리되거나, 분리되고 있던 원소들이 결합하여 상태가 전환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서양철학은 변화의 첫 번째 의미를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동양철학에서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克의 법칙으로 우주의 변화를 온전히 밝히고 있습니다.

오행론이라고 하는 것은 그 하나의 행行이 우주를 구성하는 실체가 아니라 오행의 상생·상극관계에 의해서 이 우주가 구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 오늘날 한의학이 죽지 않는 이유는 금목수화토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금목수화토의 상생·상극원리를 복잡하게 얽어냈기 때문에 현대의학이 아무리 들어와도 죽지 않을 이런 구조를 성립했다는 겁니다. 희랍인의 4원소설은 근세 화학 원소설로 다 깨져요.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오행론은 그런 걸로 깨질 수가 없어요. -도올 김용옥의 『한의학 개론』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물질 또는 에너지를 서양에서는 오원소설로, 동양에서는 오행론으로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행(오원소)이 실제 변화할 때는 서로 화합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마치 다섯 명으로 구성된 가족이 서로 화합하거나 견제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상생과 상극이라고 합니다. 상생相生은 서로 생한다는 뜻으로 소음(금)에서 태음(수)으로 음의 상태가 촉진되거나, 소양(목)에서 태양(화)으로 양의 상태가 촉진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수렴하는 음의 상태에서 분열하는 양의 상태로 전환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해당합니다(음생양陰生陽·양생음陽生陰). 상극相克은 서로 극한다, 제어한다는 뜻으로 어떤 상태가 촉진되지 못하도록 제어하거나, 다른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정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음극양陰克陽·양극음陽克陰). 상생과 상극의 법칙은 천지창조의 설계도인 하도河圖와 천지변화의 운행도인 낙서洛書에 담겨 있습니다.


하도는 북방을 기준으로 볼 때 좌측 방향으로 돌면서 수생목水生木 → 목생화木生火 → 화생토火生土 → 토생금土生金 → 금생수金生水의 순서로 상생하고 있습니다(좌선상생左旋相生). 씨앗(水)을 심으면, 뿌리와 줄기(木)로 자라나서, 가지와 잎(火)이 무성해지고, 꽃(土)이 피어, 열매(金)를 맺은 후, 씨앗(水)만 남는 것이 상생의 현상입니다.

낙서는 북방을 기준으로 볼 때 우측 방향으로 돌면서 수극화水克火 → 화극금火克金 → 금극목金克木 → 목극토木克土 → 토극수土克水의 순서로 상극하고 있습니다(우선상극右旋相克). 씨앗(水)이 생기면 가지와 잎이 말라 죽고, 가지와 잎(火)이 무성하면 열매가 실하지 못하고, 열매(金)를 맺으면 뿌리와 줄기가 시들고, 줄기(木)가 계속 자라면 꽃이 피기 힘들고, 꽃(土)이 너무 많으면 씨앗이 부실해져서 쭉정이가 생기는 것이 상극의 현상입니다. 즉 목화토금수라는 우주 가족이 상생으로 서로를 생하거나, 상극으로 서로를 견제하면서 우주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 상생·상극 법칙 외에도 상모相母와 상모相侮, 형충파해刑沖破害 등을 통해 변화를 세분화해서 설명하고 있다.


토土는 우주변화의 궁극 원인


앞서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는 다양한 사물이나 현상의 변화 원인이자 원리인 아르케arche를(불교와 힌두교에서는 타트바tattva라고 함) 살아있는 신성한 물이나 불, 무한정자無限定者, 순수형상, 근원의 일자一者, 신神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아봤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완전한 물질인 제5원소(에테르Ether)라 하여 사원소와 차원이 다른 별개의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에 반해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제5원소를 공허空虛 또는 아카샤Akasha라고 하여 사원소를 낳고 변화를 일으키는 궁극의 원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제5원소는 하도와 낙서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앙의 토土가 그것으로, 사방의 목화금수木火金水(사원소)를 낳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원소설과 달리 오행론에서는 토土(제5원소)가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만물이 음양으로 구성된 것처럼 토도 음토陰土(10土)와 양토陽土(5土)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토와 양토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하도를 보면 남방의 화와 서방의 금이 끊어져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분열작용을 하는 화 기운과 통일작용을 하는 금 기운이 만나 화극금火克金하며 금화상쟁金火相爭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 토가 개입하여 화생토火生土·토생금土生金으로 다리를 놓아서 변화가 지속되게 해줍니다. 다시 말해서 10토(음토陰土)가 들어와서 목화의 분열기운을 금수의 통일기운으로 전환시켜줍니다. 즉 10토가 매개함으로써 상생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1)
가지와 잎(火)이 벌어진 후에 바로 열매(金)를 맺는 것이 아니라 꽃(土)이 피어서 변화를 이어주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꽃 화花는 풀 초艹 자와 될 화化 자가 합해진 글자로 ‘변화를 일으키는 풀’이라는 뜻). 불(火)이 나면 재(土)가 되어 그 속에서 금속(金)이 만들어지는 것도 매한가지입니다.

낙서에서는 하도와 반대로 북방의 수와 동방의 목이 끊어져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때 5토(양토陽土)가 매개해서 금수의 통일기운을 목화의 분열기운으로 전환시켜주어 변화가 지속되게 해줍니다. 그런데 10토가 상극을 상생으로 매개해주는 것과 달리, 5토는 수와 목의 상생을 목극토木克土·토극수土克水의 상극으로 매개해주고 있습니다.
★2)
즉 5토가 매개함으로써 상극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1) 이는 화의 산포력이 금의 수렴력으로 전환될 때 잘못하면 폭발할 수 있으므로 토가 화의 힘을 빼주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뜨겁게 달군 유리(火)를 바로 물(金水)에 넣으면 깨져버리지만, 공기(土) 중에서 식혀서 물에 넣으면 깨지지 않는다(화생토火生土·토생금土生金).
★2) 이는 수의 응고력이 목의 직향력으로 전환될 때 잘못하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토가 수의 힘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저수지(水)에서 물을 흘려보낼 때 둑이 터지면 사방팔방으로 물이 흘러가 버린다. 그래서 흙으로 둑(土)을 쌓아서 수로(木)를 따라 흘러가게 한다(토극수土克水).


생生하는 것도 전반부에서는 양陽을 생하였지만 후반부에서는 음陰을 생하는 것인즉 음양의 투쟁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中央에 토土가 있어서 이것을 조화하는 것이니 이 시점에서 무극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인간은 통일(神明)이 생기며 만물은 원숙하게 되는 것이다.
-『우주변화의 원리』107~108쪽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토는 상생과 상극이 일어날 수 있게 하여 우주만유가 실제 변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제5원소인 토土는 만물을 변화시키는 원동자原動者로서 우주만유가 변화하는 근본 원인이며, 토가 일으키는 상생과 상극은 우주변화의 근본 원리입니다. 엠페도클레스가 제5원소라고 주장한 사랑과 미움은 제5원소가 일으키는 상생과 상극작용을 뜻합니다. 그러나 사랑(상생)과 미움(상극)은 인력과 척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상전이相轉移 현상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즉 상생·상극의 법칙을 통해 물리物理·화학化學 작용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 우주변화의 실상입니다.

하도·낙서에 나타난 천지개벽天地開闢


우주는 시공연속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時間은 시時와 시時에 끊어진 사이(間)가 있다는 뜻이고, 공간空間은 공空과 공空에 끊어진 사이(間)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앞의 시時와 공空을 음에 배속한다면, 뒤의 시와 공은 양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음의 시공에서 양의 시공이 열리는 것을 개開라고 하며, 양의 시공에서 음의 시공이 열리는 것을 벽闢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음양운동을 양개음벽陽開陰闢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변화는 하늘(天)에, 공간의 변화는 땅(地)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개음벽은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천개지벽天開地闢이라고 합니다.

음양이 새로 열리고, 하늘땅이 새로 열리는 개벽이 일어날 때는 시공간이 끊어져 변화가 멈추게 됩니다. 그러나 우주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음과 양을 이어주는 존재인 중中(토土)이 개입하여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를 우주변화의 법칙으로 드러낸 것이 낙서와 하도입니다. 낙서는 북방의 수와 동방의 목이 끊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시공의 간間으로 음에서 양으로 전환되는 양개陽開에 해당합니다. 이때 끊어진 시공간을 이어주어 양개陽開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5토입니다(십간의 무토戊土, 십이지지의 축토丑土). 하도는 남방의 화와 서방의 금이 끊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시공의 간間으로 양에서 음으로 전환되는 음벽陰闢에 해당합니다. 이때 끊어진 시공간을 이어주어 음벽陰闢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10토입니다(십간의 기토己土, 십이지지의 미토未土).

선천개벽과 후천개벽


하루는 음양을 포함하고 있는 태극太極과 같습니다. 태극이 음양으로 나눠지듯이 하루도 음양으로 나눠집니다. 해가 떠올라 만물이 분열하는 오전午前은 양의 시간대이며, 해가 져서 만물이 수렴하는 오후午後는 음의 시간대입니다. 양의 시간대는 먼저 열리는 시공간이라고 하여 선천先天·선지先地라고 하며, 음의 시간대는 뒤에 열리는 시공간이라고 하여 후천後天·후지後地라고 합니다.

하루를 다시 살펴보면, 자시子時(일년에서는 동지冬至)에 음의 시간대에서 양의 시간대로 전환되며, 오시午時(일년에서는 하지夏至)에 양의 시간대에서 음의 시간대로 전환됩니다.
양의 시간대가 열리는 것은 선천이 열리는 것이므로 선천개벽先天開闢이라고 합니다. 음의 시간대가 열리는 것은 후천이 열리는 것이므로 후천개벽後天開闢이라고 합니다. 이때 일어나는 음양의 대충돌로 인해 우주의 변화가 정지될 수 있으므로 토가 매개하여 변화가 지속될 수 있게 해줍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5양토陽土가 개입하여 상극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해주고, 후천개벽이 일어날 때는 10음토陰土가 개입하여 상생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즉 선천은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사물의 변화를 맡고, 후천은 상생의 이치가 천지만물의 변화를 맡는 것입니다.

선천은 상극相克의 운運이라.
(도전 2:17)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善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도전 2:18)


그런데 토가 매개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변화는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앞의 선천개벽과 후천개벽을 매개하는 토의 역할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리고 분열하는 양의 작용이 촉진되거나, 통일하는 음의 작용이 촉진되는 것도 변화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목에서 화로 분열작용이 심화할 때와 금에서 수로 통일작용이 심화할 때도 토(5양토)가 개입합니다(12지지의 진토辰土·술토戌土).

하루에서 오전(양)은 아침·점심, 오후(음)는 저녁·밤으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일년에서 양의 시간대인 상반기는 봄·여름, 음의 시간대인 하반기는 가을·겨울로 나눠집니다. 그래서 선천의 봄이 열리는 것을 선천 봄개벽, 여름이 열리는 것을 여름개벽, 후천의 가을이 열리는 것을 후천 가을개벽, 겨울이 열리는 것을 겨울개벽이라고 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각각의 개벽이 일어날 때 토가 개입하여 새로운 시공간을 열어주는데, 목의 시공간이 열리도록 하는 역할을 목신사명木神司命이라고 합니다. 화의 시공간이 열리도록 하는 역할은 화신사명火神司命이라고 하며, 금의 시공간이 열리도록 하는 역할은 금신사명金神司命(또는 서신사명西神司命)이라고 합니다. 수의 시공간이 열리도록 하는 역할은 수신사명水神司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앙에서 사시와 사방을 거느려서 통제하는 토의 역할은 토신사명土神司命, 또는 중방사명中方司命이라고 합니다.

★선천에는 지축이 기울어져서 자시와 오시에 시간대가 전환되며, 후천에는 지축이 바로서므로 축시와 미시에 시간대가 전환된다


카오스 이론은 토의 조화작용


현대과학에서는 토가 펼치는 우주변화의 현상을 ‘카오스 이론(Chaos theory, 혼돈 이론)’으로 정립하였습니다.
★1)
카오스 이론은 복잡하고 불규칙적이어서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양상을 다루는 과학 이론입니다. 외관상 무작위로 일어나는 듯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어떤 결정론적인 법칙이 운동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날씨(일기日氣)는 대표적인 카오스 현상입니다. 그런데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카오스로부터 나오는 생명력이 질서의 창조, 곧 자기조직화를 이룬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1) 현대과학의 최첨단 이론인 복잡계 이론, 나비효과, 프랙털 현상, 불확정성 원리 등은 토의 조화작용(토화작용土化作用)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물질이 전혀 별개의 것으로 불연속적인 변화를 하는 과정을 ‘상전이相轉移’라고 합니다. 얼음의 상에서 물의 상으로, 다시 수증기의 상으로 전혀 다른 상태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이 서서히 열을 받아서 100도에 접근하면 수증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를 미세한 분자 차원에서 관찰하면 100도에 가까워졌을 때의 물 분자는 물이면서 수증기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물 상태에서 열이 가해지면 굳건히 손을 잡고 있던 분자들이 흔들리면서 수증기 상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때 분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과정을 미동微動이라고 합니다. ‘얼음 → 물 → 수증기’의 변화는 고체, 액체, 기체의 불연속적인 변화이지만 그 중간에는 애매한 상태인 ‘미동微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물(음)이기도 하고 수증기(양)이기도 한 상태는 중中(토土)에 해당합니다. 즉 미동은 토의 상태로 여기에서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는 것입니다.

생명체와 같이 외계와 늘 상호작용을 하는 구조를 개방계開放系라고 합니다.
★2)
개방계는 항상 미동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전이를 하면서 무질서 가운데서 새 질서를 발생시킵니다. 만약 외부에서 공급되는 물질과 에너지가 배출되지 못하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면 미동이 심해지면서 균형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평형에서 비평형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가 흩어지기 시작하는데, 불규칙적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197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프리고진Ilya Prigogine은 이런 현상을 산일구조散逸構造(dissipative structure, 카오스의 가장자리)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즉 ‘기존 질서에서 미동이 생겨 카오스(Chaos)가 발생하면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자기조직화를 이루어 새로운 질서(Cosmos)가 창발創發된다’는 것입니다.
★3)
이는 기존의 음양질서에 미동이 생겨 카오스 상태가 되었을 때 토가 개입하여 자기조직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새로운 음양질서로 자화自化시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구질서에서 신질서로 전환될 때는 혼돈이 발생하는데, 이때 토가 매개하여 상생·상극작용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질서가 창발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자연의 배후에서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벌어지는 결정론적인 법칙입니다.

★2) 개방계 중에서 카오스와 같이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질서를 보이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계를 복잡계複雜系(complexity system)라고 한다.
★3) 참고 : 『역사의 역습』, 김용운, 맥스미디어


상생·상극으로 본 식물의 일생


씨앗은 단단한 껍질(음)이 부드러운 배젖(양)을 감싸고 있습니다. 음형陰形이 양핵陽核을 보호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그러므로 오행에서 씨앗을 수水라고 하는 것은 껍질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봄이 되면 분열의 양 기운이 씨앗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씨앗 내부의 배젖이 동기감응同氣感應(에너지 파장인 기氣가 동종의 기氣를 만나 서로 감응을 일으킴)이 되어 분열작용이 활발해집니다. 이후 양핵이 껍질(음형)을 부수고 나오려 하는데, 껍질이 너무 단단하므로 이를 도와줄 힘이 필요합니다. 이때 씨앗을 흙(土)에 심으면 껍질을 부수는 것을 도와주게 됩니다. 토극수土克水를 하여 껍질(水)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토극수를 하여 음형陰形을 깨뜨리면 씨앗 속에 있던 양신陽神(양핵)이 뻗어 나오는데, 이를 수생목水生木이라고 합니다.

우주의 운행을 다만 생生하는 면에서만 보면 오행 법칙의 기본적 작용에 의하여 상생相生의 순서대로 운동하는 것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변화하는 면에서 보면, 즉 만물이 어떻게 생성되느냐 하는 면에서 보면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필요극必要克에 의하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행五行의 상극원리란 것은 생성生成작용의 이면裏面을 표시하는 것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111쪽


백조가 호수에 아름답게 떠있기 위해서는 물 밑에서 부단히 다리를 움직여야 합니다. 달걀 속의 병아리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단단한 껍질을 깨뜨려야 합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처럼 우주가 변화할 때는 언제나 상극이 먼저 작용해야 상생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음과 양이 동시에 공존해야 만물이 존재하듯이, 상생과 상극이 함께 작용해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상생과 상극을 단순히 선악론으로 파악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