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에 무역 보복 악화되는 한일 관계에 중·러의 ‘독도 도발’ 더해져

[지구촌개벽뉴스]

과거사 문제로 시작된 일본의 무역 보복···
중국과 러시아의 독도 도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북아 안보 시계 제로 속으로



일본의 무역 보복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원재료), 리지스트(디스플레이 감광액 재료), 에칭 가스(고순도 플루오린화수소) 등 세 가지 품목에 대해 대한민국을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한국에 대한 보복이 아닌, 기존의 수출 구조 재정비에 따른 조정일 뿐’이며,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8월 2일,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27개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에 대해 수출 포괄 허가를 받아온 일본 기업의 1,110여 개 품목이 개별 허가 방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 지정된 2004년 이후 3년에 한 번씩 포괄적 수출 허가를 받아 왔다. 앞으로는 매 수출 건마다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개별 수입 심사를 거쳐야 한다. 수출 유효기간 역시 3개월로 줄어든다. 절차가 번거로워질 뿐 아니라 일본 정부 입맛에 따라 수출을 불허하거나 지연시키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번에 (수출) 운용 방식을 수정한 것은 우대 조치를 철회해 아세안·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같이 취급하는 것으로 금수禁輸 조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일 갈등의 배경


그들의 설명과 달리 이번 조치는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확정 판결 이후, 법원은 최근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판결 이후 일본은 거세게 반발했다. 강제징용의 개인 청구권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는데, 한국 대법원이 국제법과 같은 협정을 뒤집었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정부 간에 타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한국의 새로운 정부에서 파기된 것 역시 일본 측이 주장하는 대對한국 신뢰 상실의 한 요인이다.

일본의 조치 이후 한국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과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 강화 등의 조치를 시사하며 반격의 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정부 일각에서 한·미·일의 안보 협력 체제의 한 축인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 :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파기 주장까지 쏟아졌다. 이미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피해를 보는 일본 기업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거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 영토 문제 등으로 갈등하면서도 서로 ‘정경政經 분리 원칙’만큼은 레드라인으로 삼고 지켜 왔다. 이제 이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1945년 해방, 1965년 국교 정상화에 비견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한일 간의 불협화음은 중국과 러시아를 움직였다. 7월 23일 오전, 한일 양국 간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는 무렵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들이 함께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 :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침범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어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가 2차례에 걸쳐 우리의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러시아 조기경보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맞서 한국은 공군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시켜 20발의 섬광탄 투하와 360발의 경고 사격을 실시하게 했다. 외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경고사격이 이뤄진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KADIZ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넘어가자 일본도 10여 대의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우리나라의 동해상에서 한·중·일·러 4개국의 군용기 30여 대가 3시간 동안 뒤엉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러의 도발에 여러 가지 의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긴밀한 군사 협력을 과시함으로써 일종의 무력시위를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미·일 공조 체제 중에서 최근 무역 분쟁으로 가장 약해진 고리인 한일 간의 틈새를 더 벌여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독도 상공에서 행한 우리 군의 경고 사격에 대해 “일본 영토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러의 의도가 일정 부분 성공한 셈이다. 독도 영공 침범은 시작이고 앞으로 동해상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의한 추가 도발이 있을 거라 예측되는 이유다.

도발의 수위를 높이는 북한


이러한 동북아 정세에 북한은 더욱 고무된 것일까. 북한은 지난 7월 25일 함경남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Iskander’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이후 7월 31일에 함경남도 원산 갈마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고 8월 2일에도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신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8월 6일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전술 유도탄’을 2회 발사했고, 이어 8월 10일에도 함흥 일대에서 미상의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 이제 북한은 노골적으로 유엔 결의를 위반하여 한국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아래, 대통령 재선 준비로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강경책을 쓸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협력 체제가 삐걱거리는 이때를 그들의 핵 무력을 강화하는 호기로 판단한 듯하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0여 년간 동북아에는 전쟁 없는 평화의 시기가 도래했다. ‘유례없는 긴 평화 시기’를 보장한 것은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일 삼각 협력 체제였다. 그러나 한일 간의 갈등은 이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힘의 균형자 노릇을 포기하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 미국을 넘어 G1의 자리에 올라서고자 하는 중국의 패권 추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대국주의, 일본 아베 정권의 지속적인 우경화, 북한의 도발 등 지금 동북아시아의 안보는 시계 제로 상태다. 과연 오선위기의 절정에서 상씨름판으로 향해 가는 우리나라와 동북아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