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칼럼 | 하늘의 은택恩澤을 기다리는 지혜(김재홍)
[철학산책]

약력: 충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 취득(중국철학 전공, 세부전공 : 주역과 정역). 충남대학교 역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역임, 목원대, 배재대, 청운대 외래교수 역임하였고, 현재 충남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STB상생방송에서 <주역 계사상·하편> 강의를 완강하였고 현재 <소통의 인문학 주역>을 강의, 방송 중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앙과 공부를 통해서 크고 작은 소망들을 간구한다. 하늘의 응답이란 물질적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응답의 결과를 두고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심지어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하늘의 은택이란 진리를 자각하게 해 주는 것이지 물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물질적인 은택을 간구하고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하늘의 은택은 무엇이며, 그 은택을 기다리는 지혜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과연 하늘의 은택은 무엇이며, 그 은택을 기다리는 지혜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수천수괘水天需卦
①위에는 수水(☵)로 물이 있고, 아래에 건乾(☰)으로 하늘이 있다. 물이 하늘 위로 올라와 있다. 물은 하늘의 은택을 상징한다. 하늘에 있는 물은 구름이며, 그 구름은 뒤에 비가 되어 땅으로 내릴 것이지만 지금은 하늘 위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구름이 비가 되어 땅으로 내릴 것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정성을 다하며 맞이하는 기다림이다.
②물은 어려움을 상징한다. 눈앞에 어려움을 두고서 순양(☰)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건의 양이 순수하고 강한 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반드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③강건한 건괘 앞에 험난한 대천大川을 상징하는 감괘가 가로막고 있는 모습으로 진취적인 의욕과 능력이 있는 자는 오히려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하늘의 은택은 강건한 덕을 가지며, 안으로 충실한 덕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편안하게 때(시時)를 기다리고 있지를 못한다. 건괘의 강건한 덕과 수괘의 성실한 덕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수괘의 도道를 온전히 행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은택을 기다리라는 수괘의 길은 건乾의 강건한 덕과 수水의 성실한 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괘需卦의 「괘사卦辭」에서 “수需는 믿음이 있으면 크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라고 한 것이다.
기다림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①음식물, 의복, 주택과 같은 물질의 기다림 ②사람의 기다림 ③시기의 기다림 등이다. 이 모두가 강건한 덕과 성실한 덕으로 잘 처신할 수 있다. 기다리는 것은 크게 말하면 천지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 만사가 모두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침에는 저녁을 기다리고 봄에는 가을을 기다리고 늙어서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저 멍하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강건한 행동과 성실한 마음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다린다. 인생은 항상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산다. 수괘를 주로 해서 역易을 보면 천지만물의 변화가 모두 수괘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수괘는 구름은 하늘에 있고 아직 비가 되어 땅에 내리지는 않는다. 비가 올 때까지 잠시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고 때가 아니면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즐겁게 관망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태연하게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수괘에서는 소인지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와 험난한 자리에서 하늘의 은택을 기다리는 지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①성현들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②수괘의 덕인 강건과 성실을 공경하고 삼가면서 ③때를 기다려서 중정지도中正之道로 나아간다면 소인지도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고, 하늘위에 있는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게 됨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를 통해서 사람들이 기다려서 얻는 하늘의 은택이란 물질적 은택이 아니라 이섭대천利涉大川(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천하를 이롭게 한다)의 방법과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지혜를 자각하게 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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