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AI, AI가 뇌 영상 분석하여 자살 위험, 치매 미리 가려내

[지구촌개벽뉴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활동 영역을 점점 넓히고 있다. 이번에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AI의 기계학습으로 뇌 영상을 분석해 자살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이다. AI가 사전에 자살 위험군群을 가려낼 수 있다면 그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게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CMU(Carnegie Mellon University) 심리학과의 마르셀 유스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9월 3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인공지능으로 뇌 영상을 분석해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90% 이상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은 최근 자살을 기도했거나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힌 청년 17명(18세~30세)과 자살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는 같은 연령대의 청년 17명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긍정적 의미를 담은 단어 10개와 부정적 단어 10개, 그리고 자살이나 죽음을 연관시키는 단어 10개를 각각 보여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장치로 뇌를 촬영했다. 단어를 보고 감정이 동요하면 뇌의 해당 부위에 혈액이 몰리는데 이때 fMRI에서는 해당 부위가 밝게 영상에 표시된다. AI는 fMRI 영상들을 학습해 자살 의향을 가진 사람들의 영상 특징을 스스로 파악해 냈다. 자살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보면 뇌에서 부끄러움에 반응하는 부위가 일반 사람보다 강하게 작동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곤경’이라는 단어를 보면 슬픔과 연관된 부위가 작동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죽음·잔혹·곤경·태평·행복·칭찬 등 여섯 단어를 제시했을 때 뇌 5군데에서 자살 위험군과 일반인의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AI는 이 여섯 단어와 다섯 군데 뇌 영역의 반응을 조합한 30가지 경우를 토대로 자살 의향이 있는 사람을 가려냈다. 이렇게 해서 인공지능은 자살 위험군을 91% 정확도로 구분했다. 또 자살 위험군 중에서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94% 정확도로 가려냈다.

AI로 자살 위험군을 가려내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3월 테네시주州의 환자 200만 명에 대한 전자의료 기록을 AI에게 학습시켜 자살을 2년 앞서 80%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대병원 연구진은 인공지능으로 환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연구에서 77%의 진단 정확도를 나타냈다. SNS 기업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영상, 음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자살 위험군을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치매 치료와 예방에도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 9월 18일 엔가젯Engadget(다국적 기술 전문 블로그이자 팟캐스트 사이트)에서는 치매를 유발하는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을 소개했다. 미국 코넬대 과학논문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 바리아 대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 38명과 정상인 29명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인공지능에게 제공하고 학습하도록 했다. 인공지능은 MRI 영상을 67개 영역으로 나누어 비교했고 차이점과 연관성을 찾아냈다. 훈련을 마친 후 148명의 MRI 영상을 분석하도록 했다. 이 중 48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것이었고 48개는 경도 인지 기능 장애 환자의 것이었다. 그 결과 86%의 정확도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MRI 영상을 찾아냈다. 더 중요한 것은 84%의 정확도로 경도 인지기능장애 환자의 것을 구분했다는 점이다. 경도 인지기능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3~10년 내로 알츠하이머로 진행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단계는 알츠하이머를 가장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AI는 MRI 영상만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10년 전에 이를 예측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뇌연구원 최영식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을 개발해도 초기 단계의 환자를 찾기가 어려워 시험할 수 없었다”면서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정확도가 높아지면 임상시험 대상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잘 활용하면 사람을 살려낼 수도 있다. AI가 몰고 오는 거대한 혁명은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