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멍(The Hole in the Universe)』 (2001), 리뷰 2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지난 호에는 『우주의 구멍』 책에서 놀라운 ‘무無’의 개념 및 수행론과 연결되는 측면, 무극⋅태극 개념과의 비교, 무의 이중성, 그리고 에테르의 역사를 총정리해 보았다. 이번 호에는 우주 상수와 제5원소, 대칭 깨짐과 3양2음, 불교와 물리학의 비교, 양자 요동과 옴唵 등의 주제로 책의 6~10장의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과학 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저자 K. C. 콜(K. C. COLE)은 이 책 전체에 걸쳐 우주 안에서 인간의 의미와 영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론 부분인 10장에서 그 내용이 더 노출된다.
위 글이 있는 ‘나를 위한 무’ 챕터chapter에서는 제목처럼 무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한다. 무를 무극, 무극상제님, 삼신 망량님으로 대체하면 그대로 진리에 대응된다. 이번 가을개벽기에 하늘의 주인이시며 우주 질서의 통치자이신 아버지 무극상제님께서 친히 강세하시어 인간 농사를 짓는 가을 천지의 뜻과 목적을 이루시는 것이다.
천지일월天地日月은 만유 생명의 뿌리요 진리의 바탕이다. 그러나 인간人間이 없으면 천지일월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천지일월의 손발이 되어 그 뜻과 이상을 완성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빅뱅Big Bang의 순간 우주는 엄청난 에너지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 에너지는 빈 공간에서 물질을 만들어 낼 만큼 컸다. 쌍생성雙生成(pair production)이라 불리는 현상인데, 물질은 언제나 반물질反物質과 함께 동시에 태어난다. 마치 은행에서 100만 원을 대출하고 –100만 원이 들어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우주에는 끊임없이 100만 원의 돈과 –100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이 만들어졌다가 이 둘이 만나 동시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에너지의 밀도는 낮아지고, 결국 쌍생성할 수 있는 에너지 이하가 되면 우주에는 오직 빛만 가득하고 물질은 없는 세상이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상에는 물질과 우리가 존재한다. 이상하게도 쌍생성으로 만들어진 물질, 반물질의 양이 미세하게 다르다.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 정도 많이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보다 너무 크거나 작다면 우리 우주는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없다. 완벽한 대칭이었다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된다.
세상의 물질은 이 알 수 없는 비대칭에서 생겨났다고 과학은 말한다. 적절한 크기의 삐딱함이 세상을 만든 것이다. 이것을 자발적 대칭 깨짐, 대칭 붕괴對稱崩壞(Symmetry Breaking)라고 부른다. 대칭 붕괴의 다른 표현이 모든 존재다. 대칭성 깨어짐이 없었다면 물질과 반물질이 계속 충돌해 빛을 내며 사라짐으로써 현재와 같은 우주와 지구, 인간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대칭의 자발 붕괴가 우주의 선후천 지축의 개벽 운동에서 3양2음의 질서와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지축地軸이 기울어져 있어서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지축의 대칭 깨침이 생명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주역, 정역과 현대 과학이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라 생각된다.
저자는 ‘깨진 대칭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같은 논리로 지축의 기울기와 3양2음三陽二陰은 좋은 일이다. 인간과 만물이 우주 봄철에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극도 생명 탄생에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필요극必要克이라고 한다.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 고통 없이 낳지 않는다.
책에서 10장의 최종 챕터는 ‘놀라운 자연’이다. 여기에서 불완전성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표현했다. 우주 안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그 불완전성 때문에 가능하다는 역설 같은 문장이다.
이것은 우리가 동방신선학교에서 하는 수행 단계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처음 신神으로 태어날 때를 재현하는 허신전 수행을 하거나,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우리 몸에서 재현하는 수행이 그렇다. 잡념이 완전히 사라져 주문과 하나 된 정정의 상태에 들어갔을 때 이 책의 표현대로 우리는 ‘완전성, 완전한 대칭, 무’ 즉 무극과 일체됨을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7장은 빅뱅과 양자 요동, 대칭 깨짐으로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 용어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핵심만 간추려 정리해 보면 이렇다.
1973년에 물리학자 트리언이 양자 진공의 커다란 요동이 우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진공 속에서는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 때문에 이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트리언은 커다란 요동이 생겨서 진공의 평형을 흔들고, 거기에서 모든 것이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트리언의 생각이 옳다면 우주의 모든 것의 합이 0이 되어야 한다. 이상하게도 우주의 근본적인 성질을 모두 더하면 0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혜성이든 구름이든 고양이든 수천억 개의 음과 양으로 대전帶電(Electrification 또는 Charging)된 입자들로 되어 있는데,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완벽하게 상쇄되므로 총합은 거의 0에 가깝다.
진공에서 입자를 만드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물리학자들은 이 에너지가 중력 퍼텐셜 에너지(Gravitational Potential Energy)에서 온다고 한다. 책에서 복잡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최대한 간단히 정리하면 무거운 바위를 땅에서 들어 올리면 들어 올릴 때 사용한 에너지는 높이에 저장된다. 바위를 놓으면 바위는 바닥을 치면서 에너지를 되찾는다. 이 에너지를 ‘음’으로 셈한다. 우주 안의 물질과 에너지는 ‘양’이라고 하고 이를 상쇄할 만한 ‘음’의 물질과 에너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음’과 ‘양’의 에너지를 모두 더하면 0이 된다. 이러한 설명들은 태극의 음양과 무극에 대한 동양 철학과 잘 부합된다.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0이라는 말이다. 과학은 이렇게 무에서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진공 속의 요동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부풀었다. 빛보다 빨리 달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공간 자체는 빛보다 빨리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초기 우주가 뻥튀기처럼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우주의 ‘인플레이션’inflation(급팽창 우주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최초의 물질 덩어리가 생겨났을까.
현대 과학은 진공 속의 양자 요동量子搖動(Quantum fluctuation)이 우주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 양자 요동이 부풀어 오르며 그대로 요동의 형상대로 물질과 우주 시공간, 그리고 은하, 별자리, 우리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종도사님께서는 대우주를 낳은 무궁한 생명의 빛을 머금은 소리가 ‘옴唵’이라고 하셨다. 현대 과학이 완전한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에 접근해 올 정도로 정교해진 것을 인정해 본다면 우주를 탄생시킨 양자 요동은 바로 ‘옴’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9장 ‘마음속의 무’ 부분의 내용이다. 종도사님께서는 ‘우리 머리의 송과체松果體는 우주의 삼신상제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차원 관문’이라고 하셨는데, 무극제이신 10무극 상제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머리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 머릿속의 구멍’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볼 때 두뇌가 빔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역할에 대한 것인데, 이 구멍(무)이 근원의 무를 향한 창문, 윈도window라는 것이다. 송과체를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다분히 수행적인 언어이다.
또한 지각되지 않는 무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은 고투를 하고 있는데, 우주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마음이지만 오히려 우주가 마음의 그 제한 안에서 알려진다고 했다. 우주의 무의 세계는 마음에 의해서 알려지는 것이지 다른 게 아닌 것이다. 이를 수행론에 비춰 보면 개개인 수행자의 마음이 비어 있을수록 무극의 세계에 더 접근한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파트에서는 참선하는 수행자와 물리학자의 탐구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 둘의 관심은 마음의 빔과 물리적 진공의 빔이 겹치는 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과 불교, 두 그룹 모두 양자 진공(삼라만상을 만들며 흘러가는 물리학의 무)의 성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무에 대한 탐구를 명상과 수행의 영역으로 가져가고 있다. 현대 과학은 지금까지 관찰 대상에 대한 객관성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의 과학 이론들은 모두 관찰자 자신의 마음과 의도가 그 관찰에 참여하고 영향을 준다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아가 ‘인간의 마음이 궁극의 과학 장비’라고 말한다. 무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최대 가치의 장비가 인간 마음이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는 우주가 다른 시대로 진입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표현이 책의 곳곳에 많이 등장한다.
우주가 137억 년이 되었건 더 짧거나 길었건 간에 우주 역사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의 결과를 읽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말인데, 결과를 읽으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우주 역사에서 특별한 시기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지금이 우주의 이법이 바뀌는 가을개벽기인 것을 느끼고 얘기하는 것 같은 표현이다. 그리고 그 격변을 일으키는 힘은 무無라고 말한다.
이 말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우주론의 표준모형은 현재 ΛCDM이다. Λ(람다)는 우주상수宇宙常數(cosmological constant)를, CDM은 차가운 암흑 물질(cold dark matter)을 가리킨다. 우주론 표준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의 대부분이, ‘우주상수’와 ‘차가운 암흑 물질’이라는 것이다.
우주 공간은 가속적인 팽창을 하고 있고, 현대 우주론은 그걸 설명하기 위해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를 도입했는데 암흑 에너지 후보 중의 하나가 우주상수, 즉 진공 에너지라고 보고 있다. 팽창과 수축의 힘이 줄다리기를 하는데 현재는 팽창의 암흑 에너지가 승리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이 두 힘의 줄다리기에 변화가 있는 특별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8장의 ‘무의 미래’ 챕터에서도 우주는 또 다른 시대를 준비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우주를 탄생시킨 절대적인 힘, 또는 그런 존재가 다시 한번 그 힘을 쓰려 하는 때가 아닌지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그 존재는 무라는 것이고, 그 힘은 무의 힘일 것이다.
이 말을 이어받아서 증산도의 개벽 사상은 천지 이법이 바뀌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셔서 선천 상극相克의 운수를 후천 상생相生으로 바꿔 주신다. 그 존재는 우주의 무극대운無極大運을 여신 무극상제無極上帝님이시고, 그 힘은 삼계대권三界大權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이 진리와 일대일로 완전히 대응될 순 없지만, 이 책은 진리적 영감을 훨씬 더 풍부하게 불러일으키는 글들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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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는 『우주의 구멍』 책에서 놀라운 ‘무無’의 개념 및 수행론과 연결되는 측면, 무극⋅태극 개념과의 비교, 무의 이중성, 그리고 에테르의 역사를 총정리해 보았다. 이번 호에는 우주 상수와 제5원소, 대칭 깨짐과 3양2음, 불교와 물리학의 비교, 양자 요동과 옴唵 등의 주제로 책의 6~10장의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과학 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저자 K. C. 콜(K. C. COLE)은 이 책 전체에 걸쳐 우주 안에서 인간의 의미와 영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론 부분인 10장에서 그 내용이 더 노출된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여기에 있어서 그것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 우리가 왜 이 우주에 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논리나 자연법칙의 문제가 아니다. 이 우주가 생명에 호의적인 유일한 우주이고,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우주인 것이다. 이것이 옳다면, 유의 본질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인지 능력이 우리가 사는 우주의 종류를 결정한다. ……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인간 원리라고 즐겨 부른다. - 책 306쪽
위 글이 있는 ‘나를 위한 무’ 챕터chapter에서는 제목처럼 무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한다. 무를 무극, 무극상제님, 삼신 망량님으로 대체하면 그대로 진리에 대응된다. 이번 가을개벽기에 하늘의 주인이시며 우주 질서의 통치자이신 아버지 무극상제님께서 친히 강세하시어 인간 농사를 짓는 가을 천지의 뜻과 목적을 이루시는 것이다.
천지일월天地日月은 만유 생명의 뿌리요 진리의 바탕이다. 그러나 인간人間이 없으면 천지일월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천지일월의 손발이 되어 그 뜻과 이상을 완성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대칭 깨짐과 3양2음
우주가 탄생할 때 물질과 반물질의 양은 정확히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가 탄생한 지 1,000,000분의 1초 뒤에는 이미 균형이 불안해졌다. 구스의 말에 따르면, 1,000,000분의 1초 후에 300,000,000 대 299,999,999의 비율로 쿼크가 많아졌다. 어찌 보면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우주 만물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컸다. - 228쪽
빅뱅Big Bang의 순간 우주는 엄청난 에너지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 에너지는 빈 공간에서 물질을 만들어 낼 만큼 컸다. 쌍생성雙生成(pair production)이라 불리는 현상인데, 물질은 언제나 반물질反物質과 함께 동시에 태어난다. 마치 은행에서 100만 원을 대출하고 –100만 원이 들어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우주에는 끊임없이 100만 원의 돈과 –100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이 만들어졌다가 이 둘이 만나 동시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에너지의 밀도는 낮아지고, 결국 쌍생성할 수 있는 에너지 이하가 되면 우주에는 오직 빛만 가득하고 물질은 없는 세상이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상에는 물질과 우리가 존재한다. 이상하게도 쌍생성으로 만들어진 물질, 반물질의 양이 미세하게 다르다.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 정도 많이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보다 너무 크거나 작다면 우리 우주는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없다. 완벽한 대칭이었다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된다.
세상의 물질은 이 알 수 없는 비대칭에서 생겨났다고 과학은 말한다. 적절한 크기의 삐딱함이 세상을 만든 것이다. 이것을 자발적 대칭 깨짐, 대칭 붕괴對稱崩壞(Symmetry Breaking)라고 부른다. 대칭 붕괴의 다른 표현이 모든 존재다. 대칭성 깨어짐이 없었다면 물질과 반물질이 계속 충돌해 빛을 내며 사라짐으로써 현재와 같은 우주와 지구, 인간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대칭의 자발 붕괴가 우주의 선후천 지축의 개벽 운동에서 3양2음의 질서와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지구는 지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지축 경사와 타원형 궤도가 우주의 봄여름철 동안 지구상에 ‘3양2음三陽二陰의 질서’와 ‘윤도수閏度數’를 만들어 낸 근본 원인이다. 이것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가능케 하고 문명의 발달을 가속시키는 추진 동력인 동시에 이 세상의 온갖 분열과 갈등을 양산하는 상극相克 기운의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 이제 가을철 성숙의 새 운수를 맞아 기울어진 지축이 정남북으로 바로 서고, 타원형 공전궤도가 정원 궤도로 탈바꿈한다. - 『개벽실제상황』
한마디로 지축地軸이 기울어져 있어서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지축의 대칭 깨침이 생명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주역, 정역과 현대 과학이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라 생각된다.
무는 흔적이 없다. 무는 아무 차이도 만들지 않는다. - 308쪽
우리 우주는 조각난 무이고 깨진 대칭이다. 이것은 좋은 일이다.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이 완벽하면, 모든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소멸되어 남는 물질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모든 물질 입자가 대칭이면 원자가 있을 수 없고, 우리도 있을 수 없다. 입자를 미는 모든 힘이 대칭이면(전자기력이 중력과 같으면) 별도 없고 별빛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완벽한 대칭이라면, 과거도 미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이 깨진 대칭의 산물이다. …… 그러나 여기에는 우아함으로부터의 추락이 있다. 무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성을 부수고 더럽히는 일이다. - 309쪽
우리 우주에는 꼭 있어야 하는 비대칭이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다. 시간을 앞으로 또는 뒤로 보내도 아무 차이가 없다면,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생겨날 수 없다. - 315쪽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불완전성의 이유는 무엇일까? - 319쪽
저자는 ‘깨진 대칭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같은 논리로 지축의 기울기와 3양2음三陽二陰은 좋은 일이다. 인간과 만물이 우주 봄철에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극도 생명 탄생에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필요극必要克이라고 한다.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 고통 없이 낳지 않는다.
책에서 10장의 최종 챕터는 ‘놀라운 자연’이다. 여기에서 불완전성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표현했다. 우주 안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그 불완전성 때문에 가능하다는 역설 같은 문장이다.
우주의 시계를 훨씬 더 뒤로 돌리면 돌릴수록 모든 것을 낳는 완벽한 대칭인 그 무엇(또는 무)의 재현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로스는 이 패러다임을 “아름다움이 오고, 쓰레기는 간다.”고 즐겨 말한다. 우리가 이 일을 게속 추구하면 모든 대칭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완전성(그리고 무)이 회복되는 것이다. - 314쪽
이것은 우리가 동방신선학교에서 하는 수행 단계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처음 신神으로 태어날 때를 재현하는 허신전 수행을 하거나,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우리 몸에서 재현하는 수행이 그렇다. 잡념이 완전히 사라져 주문과 하나 된 정정의 상태에 들어갔을 때 이 책의 표현대로 우리는 ‘완전성, 완전한 대칭, 무’ 즉 무극과 일체됨을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시간이 완벽한 대칭이라면, 과거도 미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이 깨진 대칭의 산물이다.
양자 요동과 창조의 소리 옴
7장은 빅뱅과 양자 요동, 대칭 깨짐으로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 용어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핵심만 간추려 정리해 보면 이렇다.
1973년에 물리학자 트리언이 양자 진공의 커다란 요동이 우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진공 속에서는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 때문에 이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트리언은 커다란 요동이 생겨서 진공의 평형을 흔들고, 거기에서 모든 것이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트리언의 생각이 옳다면 우주의 모든 것의 합이 0이 되어야 한다. 이상하게도 우주의 근본적인 성질을 모두 더하면 0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혜성이든 구름이든 고양이든 수천억 개의 음과 양으로 대전帶電(Electrification 또는 Charging)된 입자들로 되어 있는데,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완벽하게 상쇄되므로 총합은 거의 0에 가깝다.
진공에서 입자를 만드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물리학자들은 이 에너지가 중력 퍼텐셜 에너지(Gravitational Potential Energy)에서 온다고 한다. 책에서 복잡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최대한 간단히 정리하면 무거운 바위를 땅에서 들어 올리면 들어 올릴 때 사용한 에너지는 높이에 저장된다. 바위를 놓으면 바위는 바닥을 치면서 에너지를 되찾는다. 이 에너지를 ‘음’으로 셈한다. 우주 안의 물질과 에너지는 ‘양’이라고 하고 이를 상쇄할 만한 ‘음’의 물질과 에너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음’과 ‘양’의 에너지를 모두 더하면 0이 된다. 이러한 설명들은 태극의 음양과 무극에 대한 동양 철학과 잘 부합된다.
우주 전체를 다 더하면 무無가 된다. …… 우주가 아무리 거창해 보여도 다 더하면 무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217쪽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0이라는 말이다. 과학은 이렇게 무에서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진공 속의 요동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부풀었다. 빛보다 빨리 달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공간 자체는 빛보다 빨리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초기 우주가 뻥튀기처럼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우주의 ‘인플레이션’inflation(급팽창 우주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최초의 물질 덩어리가 생겨났을까.
우주를 만들어 낸 양자 요동이 부풀어 오를 때 불확정성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양자 요동의 불확정성으로 생긴 울퉁불퉁함이 우주와 함께 뻥튀기되어 휜 시공간이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거대한 은하단을 낳은 것이다. 다시 말해 초기의 꿈틀거림이 부풀어 올라 골조가 되었고 이 골조가 아직도 우주를 떠받치고 있다. - 222쪽
현대 과학은 진공 속의 양자 요동量子搖動(Quantum fluctuation)이 우주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 양자 요동이 부풀어 오르며 그대로 요동의 형상대로 물질과 우주 시공간, 그리고 은하, 별자리, 우리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종도사님께서는 대우주를 낳은 무궁한 생명의 빛을 머금은 소리가 ‘옴唵’이라고 하셨다. 현대 과학이 완전한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에 접근해 올 정도로 정교해진 것을 인정해 본다면 우주를 탄생시킨 양자 요동은 바로 ‘옴’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옴唵’과 ‘훔吽’은 대우주를 낳은 원음原音입니다. 마고 할머니가, 이 우주를 낳은 무궁한 빛 자체와 그 빛의 파장 그리고 빛의 파동을 인간 문명 언어 ‘옴’으로 가져오셨어요. 우리가 ‘옴~’ 하면 몸이 진동합니다. 옴은 이 대우주를 낳은 무궁한 생명의 빛을 머금은 소리이기 때문에 몸 안에서 상상도 못할 진동이 일어나고 전율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 2023. 3. 4 종도사님 말씀, 제주대학교 컨벤션센터
공空의 근원, 무극의 영원한 빛을 한 글자 소리로 가져온 것을 율려律呂 소리라고 한다. 최초의 한 글자를 옴唵이고 훔吽이라 한다. 그것을 노래로 만든 것이 시천주주侍天主呪다. - 2024. 7. 18 종도사님 도훈
공空의 근원, 무극의 영원한 빛을 한 글자 소리로 가져온 것을 율려律呂 소리라고 한다. 최초의 한 글자를 옴唵이고 훔吽이라 한다. 그것을 노래로 만든 것이 시천주주侍天主呪다. - 2024. 7. 18 종도사님 도훈
마음과 무
18세기 철학자 칸트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순수직관純粹直觀(Reine Anschauung)이다. …… 칸트가 말하려고 한 것은 시간과 공간은 지각이 작동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 마음은 물리학적, 수학적 우주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주는 결국 마음의 제한 안에서 알려진다. …… 우리 머릿속의 구멍은 다른 모든 무를 향한 창문이다. - 268쪽
책의 9장 ‘마음속의 무’ 부분의 내용이다. 종도사님께서는 ‘우리 머리의 송과체松果體는 우주의 삼신상제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차원 관문’이라고 하셨는데, 무극제이신 10무극 상제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머리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 머릿속의 구멍’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볼 때 두뇌가 빔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역할에 대한 것인데, 이 구멍(무)이 근원의 무를 향한 창문, 윈도window라는 것이다. 송과체를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다분히 수행적인 언어이다.
또한 지각되지 않는 무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은 고투를 하고 있는데, 우주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마음이지만 오히려 우주가 마음의 그 제한 안에서 알려진다고 했다. 우주의 무의 세계는 마음에 의해서 알려지는 것이지 다른 게 아닌 것이다. 이를 수행론에 비춰 보면 개개인 수행자의 마음이 비어 있을수록 무극의 세계에 더 접근한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불교의 참선만큼 무의 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참선에서 무를 이해하고 무에 도달하는 것은 영적인 평화와 깊은 이해를 위해 권장되고 고양된다. …… 불교의 공空은 양자 진공과 마찬가지로, 잠재력으로 넘친다. 이것은 모든 것을 담는 빈 그릇이다. 이것은 가능성과 잠재성으로 들끓는 공(Void)이다. 이것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 공과 꽉 참은 반대가 아니라, 더 큰 실체의 일부이다. 불교에서는 무無가 있어야 유有가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고 말한다. - 289쪽
이 파트에서는 참선하는 수행자와 물리학자의 탐구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 둘의 관심은 마음의 빔과 물리적 진공의 빔이 겹치는 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과 불교, 두 그룹 모두 양자 진공(삼라만상을 만들며 흘러가는 물리학의 무)의 성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불교와 양자 역학이 끝없이 되풀이해 말하듯이 실재는 서로 얽혀 있는 두 행위자, 즉 관찰자와 관찰 대상을 필요로 한다. 물리학의 주요 관심사는 관찰 대상이다. 여기에는 모호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 그것들을 정교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수학적 모델이 필요하다. …… 그러나 선은 관찰자를 중심에 놓는다. 모든 실험은 그것이 얼마나 정교하건,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해서 인간의 마음에서 끝난다. 인간의 마음은 궁극의 과학 장비이다. 여기에는 모순이 없다. - 291쪽
저자는 무에 대한 탐구를 명상과 수행의 영역으로 가져가고 있다. 현대 과학은 지금까지 관찰 대상에 대한 객관성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의 과학 이론들은 모두 관찰자 자신의 마음과 의도가 그 관찰에 참여하고 영향을 준다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아가 ‘인간의 마음이 궁극의 과학 장비’라고 말한다. 무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최대 가치의 장비가 인간 마음이라고 말한 것이다.
불교의 공空은 양자 진공과 마찬가지로, 잠재력으로 넘친다. 이것은 모든 것을 담는 빈 그릇이다. 이것은 가능성과 잠재성으로 들끓는 공(Void)이다.
우주 개벽 시대임을 아는 듯한 저자
저자는 우주가 다른 시대로 진입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표현이 책의 곳곳에 많이 등장한다.
터록이 말했듯이, “우리는 우주가 물리학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막 우주라는 실험의 결과를 읽으려는 시점에 있다.” - 237쪽
사실 여러 가지 증거에 따르면, 우주는 또 다른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가오는 격변을 몰아가는 추진력은 무엇인가? 물론 무이다. - 238쪽
사실 여러 가지 증거에 따르면, 우주는 또 다른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가오는 격변을 몰아가는 추진력은 무엇인가? 물론 무이다. - 238쪽
우주가 137억 년이 되었건 더 짧거나 길었건 간에 우주 역사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의 결과를 읽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말인데, 결과를 읽으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우주 역사에서 특별한 시기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지금이 우주의 이법이 바뀌는 가을개벽기인 것을 느끼고 얘기하는 것 같은 표현이다. 그리고 그 격변을 일으키는 힘은 무無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매우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웃기는 반발력 에너지와 보통의 중력 에너지가 딱 균형을 이루려는 때이다. 곧 두 힘은 다시 균형을 잃을 것이다. 생명은 가속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아주 짧은 틈에서만 나타날 수 있을까? 이 수많은 우연의 일치를 조금 더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있을까? - 250쪽
이 말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우주론의 표준모형은 현재 ΛCDM이다. Λ(람다)는 우주상수宇宙常數(cosmological constant)를, CDM은 차가운 암흑 물질(cold dark matter)을 가리킨다. 우주론 표준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의 대부분이, ‘우주상수’와 ‘차가운 암흑 물질’이라는 것이다.
우주 공간은 가속적인 팽창을 하고 있고, 현대 우주론은 그걸 설명하기 위해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를 도입했는데 암흑 에너지 후보 중의 하나가 우주상수, 즉 진공 에너지라고 보고 있다. 팽창과 수축의 힘이 줄다리기를 하는데 현재는 팽창의 암흑 에너지가 승리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이 두 힘의 줄다리기에 변화가 있는 특별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 우주를 쓸어버릴 새로운 인플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그렇다. 가속하는 은하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거대한 무의 강물 속에 보잘것없는 뗏목이 곧 닥쳐올 폭포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주는 130억 년 전의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다. 무의 힘을 비롯해서 이제까지 왔던 것들이 다시 올 것이다. …… 어떤 힘이 야수를 깨우고 다시 재우는지 물리학자들이 더 잘 이해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 263쪽
8장의 ‘무의 미래’ 챕터에서도 우주는 또 다른 시대를 준비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온다. 우주를 탄생시킨 절대적인 힘, 또는 그런 존재가 다시 한번 그 힘을 쓰려 하는 때가 아닌지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그 존재는 무라는 것이고, 그 힘은 무의 힘일 것이다.
이 말을 이어받아서 증산도의 개벽 사상은 천지 이법이 바뀌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셔서 선천 상극相克의 운수를 후천 상생相生으로 바꿔 주신다. 그 존재는 우주의 무극대운無極大運을 여신 무극상제無極上帝님이시고, 그 힘은 삼계대권三界大權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이 진리와 일대일로 완전히 대응될 순 없지만, 이 책은 진리적 영감을 훨씬 더 풍부하게 불러일으키는 글들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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