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시공간 뮤지엄 산, 건축가 안도 타다오 국내 개인전 〈청춘〉 뮤지엄 산

[지구촌개벽뉴스]
문화전시공간 뮤지엄 산

건축가 안도 타다오 국내 개인전 〈청춘〉



노출 콘크리트와 빛의 건축가
원본 드로잉⋅스케치⋅영상⋅모형 등 안도의 대표작 250점 선보여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



뮤지엄 산 본관 (출처 : 뮤지엄 산)


뮤지엄 산에서 열린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개인전


강원도 원주 구룡산에는 전원형 사립 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뮤지엄 산Museum SAN(Space Art Nature)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개관 10주년을 맞아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의 개인전 〈청춘〉이 열렸다. 〈청춘〉은 2017년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중국, 대만에 이어 국제적으로 이어지는 안도 타다오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자 자신이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첫 전시회이다. 전시회에는 30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몰려왔고 큰 호응에 힘입어 전시를 3개월이나 연장하였다. 뮤지엄 산 관계자는 “전시 연장은 한국이 처음으로 그에 대한 국내의 큰 관심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인생


무엇이 사람들을 〈청춘〉 전시회로 이끌었을까. 첫 번째는 안도가 꽃피운 인생의 향기 때문일 것이다. 안도의 삶은 한 편의 소설 같다. 그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쌍둥이의 형으로 태어났다. 일본 제1의 상업 도시 오사카라기보다는 오사카 외곽 출신의 ‘촌뜨기’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졸업이 안도 타다오의 최종 학력이다. 실제 그의 고백을 들어 보면 학교에 잘 다니지도 않았기에 학교에서 무엇을 크게 배웠다고 볼 수도 없다. 공업고등학교 시절에 프로복서로 데뷔해 2년 동안 권투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책을 보고 매료돼 뒤늦게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일본의 주요 사찰이나 신사⋅유적지 등을 방문하고, 공예가와 도시 설계자에게 도제徒弟 수업을 받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건축을 체득해 나갔다. 이후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루이스 칸Louis Kahn과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보며 견문을 넓혔다.

1969년 건축사무소를 열었으나 초기에는 아무도 일을 주지 않아 공공기관에 건축디자인을 제안했다가 퇴짜 맞기도 하고, 가상으로 설계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연립주택의 가운데 집을 헐고 콘크리트 박스형 주택으로 재건축한 ‘스미요시 주택’으로 1979년 일본 건축학회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엄 산 외에도, 제주도 본태박물관, 유민미술관, LG아트센터 서울 등을 설계했다.

<,안도의 건축과 도전>>
1995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받은 안도 타다오. 그의 건축 특징은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와 빛과 물, 자연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만든 공간이다. 오사카에 세운 ‘빛의 교회’(1987~1989)는 빛과 어둠의 두 가지 요소를 통해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예배당 정면에 있는 벽에는 십자가 모양의 가늘고 긴 구멍이 뚫려 있다. 이 틈새로 외부의 빛이 들어오니 마치 십자가 모양이 된다. 예배당 안의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빛의 십자가는 눈부시고 장엄하다.

1991년에 만들어진 일본 고베의 진언종 본복사 수어당, 일명 ‘물의 사원’은 사찰의 기존 통념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절에 오르면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벽과 먼저 만나게 된다. 둥글고 긴 벽을 돌아 나오면 연못이 있는데, 그 한가운데 지하 계단이 절의 입구다. 경배의 대상인 부처님이 기와지붕 대신 연못 아래에 있고 사람들은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콘크리트는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빛을 희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희망을 지탱해 주는 것이 바로 콘크리트죠. 이를 위해 만든 것이 바로 푸른 사과입니다.” - 안도 타다오


그가 언급한 ‘푸른 사과’는 뮤지엄 산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오브제objet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시 〈청춘(Youth)〉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야외 조각으로, 청사과처럼 푸르고 무르익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안도 타다오의 소망을 담고 있다. 뮤지엄 산은 이 조형물을 영구적으로 전시하기로 했다.

꿈에서 출발해 창작에 이르기까지


안도 타다오를 운명처럼 건축의 길로 이끌었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르 코르뷔지에가 학생과 도제를 거치던 시절의 초기 노트들에는 그의 후기 건설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건물들이 빠른 펜 놀림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책에서 건축가의 꿈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때때로 느끼는 바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에 소설이나 그림 같은 것을 하나씩 품고 있다. 다음과 같이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창조물과 경력이 어떤 모습일지 순간적인 직관으로 느낀다. 문제는 순간의 통찰을 하나의 작품으로 변환시킬 만큼 끈기와 인내를 키울 수 있느냐다. (생략)
르 코르뷔지에의 이 스케치들이 감동적인 것은 그가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직업을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렸고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꿈에서 출발해 창작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희생을 생각하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182쪽)


안도 타다오는 현재 여든이 넘었고 암에 걸려 담관, 담낭, 십이지장, 췌장, 비장을 제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희망과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꿈을 찾아 가는 건축가 안도의 인생과 작품이 모두 도전이다. 그리고 도전이 멈추지 않는 한 전시회의 제목처럼 영원한 ‘청춘靑春’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꿈이 안도의 가슴에 불을 당겼던 것처럼, 꿈을 좇는 많은 사람들이 안도와 뮤지엄 산에서 열정과 희망을 나눠 가길 바란다. (이강희 객원기자 / 본부도장)


한 번 뜻을 세우면 평생을 일관해야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뜻 있는 자는 한 번 뜻을 세우면 평생을 한결같이 일관하여
필경에는 성취한다는 말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말로는 쉽지마는 어찌 쉽게 행하리오.”
(증산도 도전道典 8: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