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산채지가④ - 칠월식과
[기고]
김남용 / 본부도장
칠월식과 해제
칠월식과七月食瓜는 한자 문화권에서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사자성어입니다. 오직 채지가에서만 볼 수 있고 그러면서 비결어秘訣語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풀어 보면, ‘칠월七月에 오이[瓜]를 먹다.’인데, 본문 내용을 보면 오이는 참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칠월七月은 오이가 여무는 달을 의미한다기보다 일곱 달이라는 의미로 읽어야 문리가 제대로 통합니다.
그러면 ‘일곱 달에 참외를 먹다.’는 무엇을 상징하길래 후천개벽기의 여러 주제를 다루는 채지가의 한 소제목이 될까요? 그것은 가을개벽이 오는 소식을 온 세상에 알리는 천명을 받은 최수운 대신사가 그의 기도 대상인 우주의 주재자 상제님을 만나기까지 경과된 최종 단계의 극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7개월. 인간 삶의 질로 따진다면 가장 춥고 배고픈 시간, 누에가 배 속의 마지막 찌꺼기를 배출하고 섶에 올라 허공虛空에 발바닥 모세혈관의 핏빛과 같은 색깔의 고치를 만드는 절대 고독한 시간. 그 결과는 구도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의 절대 지존인 상제님과 대화의 물꼬를 활짝 트고, 그로부터 미래까지의 시공간 대변화를 밝히는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세상에 알리는 새 역사의 장을 열었습니다. 최수운 대신사는 『동경대전東經大全』에 이를 한 줄로 남겼습니다.
“용담수류사해원龍潭水流四海源”
용담龍潭의 샘이 흘러 온 세상의 근원이 되었다.
용담龍潭의 샘이 흘러 온 세상의 근원이 되었다.
무극대도의 생명력을 한마디로 피력한 것입니다. 이번 편은 그 용담 물의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본문 이해
삼복경염三伏庚炎 저문 날에 북창청풍北窓淸風 잠이 들어
첫 구절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글의 작자는 동학東學과 최수운崔水雲 대신사에 대하여 뼛속까지 정통할 뿐만 아니라, 동학을 역도易道의 관점에서 한번 소개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북창청풍北窓淸風이라는 말이 절묘하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나오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은 뒤에 전개되는 팔괘도의 논리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 말은 『정역正易』에서 발췌한 단어라는 개연성이 다분합니다.
첫 문장에서 북창청풍이라는 정역의 용어를 사용했지만 노골적으로 그 의미를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본래 뜻은 10건천十乾天이 정북방에 자리를 잡는 후천개벽의 시공간을 의미합니다. 충청도 목천木川 출신인 역학자 연담蓮潭 이운규李雲圭 선생이 논산군 양촌면 모촌리(띠울 마을)에 은거할 때, 문하門下에 있던 김일부金一夫 대성사에게 “그대는 유교의 전통을 계승할 자”라고 하면서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이라는 시구詩句를 연구하게 하였다고 전합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최수운에게는 “선도를 계승할 자”, 김광화金光華에게는 “불교의 전통을 계승할 자”라고 하며 가르침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 자료가 확실치는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김일부 선생은 19년에 걸친 각고의 정진으로 정역正易을 완성하게 됩니다. 그때가 1879년으로, 최수운 대신사가 1864년 대구에서 참형을 당하고 15년이나 경과한 때였습니다.
한편 채지가가 나온 시간대가 1924년 이전이라면(추정), 그 시기는 동학혁명이 실패로 돌아가고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 국권을 빼앗긴(1910) 후, 1919년 3.1만세운동으로 일제의 식민 초기 무단정치가 막을 내리고 문화정치文化政治가 시작된 때였습니다. 또한 최수운이 1908년 대신사大神師라는 호칭으로 추존되어 불리던 때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작자는 동학 신도의 위치에서, 새로운 ‘정역 시대’는 바로 최수운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하여 그 서두에 북창청풍이라는 한 수를 던지고 시작한 것입니다. 대단한 지성의 이 저자는 앞으로 계속 알아보겠지만 당대의 보천교 지식인임에 틀림없습니다.
먼저 여기서 사용되는 용어들을 쭉 살펴볼까요? 선천先天, 춘분 도수春分度數, 천존天尊 시대, 목신사명木神司命, 성인聖人 시대, 황극皇極 운, 인존人尊 시대, 후천後天 운수, 말복末伏 운, 불로불사不老不死, 선경仙境, 상생相生, 상극相克 운 등등 모두 참동학 경전에서만 보이는 용어들입니다. 동학에는 선후천, 천존⋅지존⋅인존, 사명과 같은 이런 용어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복희선천伏羲先天 어느 땐고 춘분도수春分度數 되었구나
지금부터는 아주 잘 요약 정리된 팔괘八卦 강의를 듣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상제님 진리 체계가 세워진 시대에 태어나 결론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1920년대에는 아직 진리 뼈대가 문서로 발표되기 어려운 시절이므로 우주 원리에서도 고급 클래스에 속하는 팔괘 이치를 상제님의 진리에 접목하여 설명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여기서 팔괘 설명을 풀어서 다시 서술하는 것은 오히려 번거로운 일입니다만, 정리하면 복희팔괘伏羲八卦는 선천의 천도天道를 나타내는 괘로 우주 봄철의 천존天尊 시대를 표상합니다.
건남곤북乾南坤北 하올 적에 이동감서離東坎西 되었구나
건방乾方은 하늘, 즉 머리가 놓이는 방향인데, 복희괘에서는 건乾을 남방에 배치하였으니, 이는 사람이 태어날 때 머리를 아래로 하여 생生하는 이치와 같아서 생역生易이라고 합니다. 천존 시대는 곧 하늘이 중심되는 시대이니 하늘이 하늘 노릇(천천天天), 땅 노릇(천지天地), 사람 노릇(천인天人)을 하는 때입니다.
선천팔괘先天八卦 희역羲易인데 천지비괘天地否卦 되었더라
복희괘의 중심축인 건남곤북乾南坤北의 상象을 보면,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니 아주 당연한 것처럼 보이나, 건괘는 양효陽爻로만 되어 있으니 그 기운이 위로 올라가게 마련이요, 곤괘는 음효陰爻만 있으니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는, 즉 하늘과 땅이 서로 기운의 교감이 없어서 막혔다는 의미로 ‘천지비天地否’라고 합니다.
황극운皇極運이 열렸으니 구십九十이 중궁中宮일세
복희역은 좌상左上에서 하下로 1⋅2⋅3⋅4, 다시 태극선을 따라 방향을 바꾸어 우상右上에서 하下로 5⋅6⋅7⋅8의 전개를 보이며 총 8수까지 펼쳐지고 9와 10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서로 마주 보는 괘수卦數를 합하면 9가 되어 앞으로 구궁역으로 변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문왕팔괘文王八卦 화자운수火字運數 화신사명火神司命 여름하자夏字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는 우주의 여름철 화신火神이 사명하는 괘입니다. 여기서 아버지 건괘乾卦는 서북으로, 어머니 곤괘坤卦는 서남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대신 중남(☵坎)과 중녀(☲離)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입니다. 장자(진震)와 장녀(손巽)가 대를 잇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또한 마주 보는 괘가 음양이 조화롭지 못합니다. 복희괘와는 달리 전혀 짝이 맞지 않습니다. 쉽게 살펴보아도 중심축인 중남 중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음양이 어긋납니다. 아버지와 장녀, 어머니와 소남 등이 그렇습니다. 인륜이 깨어진 형국입니다.
축을 이루는 중녀와 중남은 화수미제火水未濟의 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과 불이 서로 사귀지 못하여 상하가 막힌 세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샛말로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같은 개념이지요. 대신 마주 보는 괘의 합이 10을 이루어 앞으로 10수의 세상이 나오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문왕팔괘는 낙서洛書를 그린 것이므로 5수가 중궁에 있고, 10수는 미래의 상으로 남아 결국 영웅호걸이 득세하는 상극 운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복희괘와 문왕괘가 우주의 봄여름을 대변하는 선천괘입니다.
선천운수 돌아가고 후천운수 돌아오네
우주는 잠시도 머물지 않고 쉴 새 없이 변화 운동을 계속합니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곧 한번은 음 운동, 한번은 양 운동을 반복한다는 뜻이지요. 복희괘와 문왕괘의 중심만 놓고 보더라도, 건괘乾卦(☰)는 가운데가 비기 시작하여 리괘離卦(☲)가 되고, 대신 곤괘坤卦(☷)는 가운데가 채워져 감괘坎卦(☵)가 됩니다. 더 진행되면 리괘離卦(☲)는 완전히 비어 곤괘坤卦(☷)가 되고, 감괘坎卦(☵)는 완전히 채워져 건괘乾卦(☰)가 됩니다. 선천에서 후천이 되는 것은 문왕괘가 복희괘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복희괘가 완전히 탈바꿈한 새로운 괘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주의 가을철 세상을 표상합니다. 질적으로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봄여름은 분열하는 세상, 가을은 수렴하는 세상이니까요. 복희괘와 문왕괘는 중심에서 밖으로 분열하는 상象이라면, 정역괘는 중심이 밖에 있고 안으로 욱여드는 상입니다.
인존시대人尊時代 되었으니 주역周易이 정역正易된다
기왕 팔괘를 논하는 자리이니 괘를 그릴 때 세 개의 효를 사용하는 것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뜻한다고 합니다. 하늘과 땅은 얼마나 크고 넓습니까? 인간은 너무나 미미한 존재이잖아요? 그런데 우주를 구성하는 세 요소에 인간이 들어가는 것은 다만 인간의 마음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복희팔괘가 인간이 처음 생겨나는 것을 나타낸다면, 문왕팔괘는 사춘기 청춘처럼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반항하고 처절한 자기 부정의 시간대를 보내는 거죠. 인존 시대는 천지에서 힘들여 공을 들이는 목적이 인간을 길러 내는 데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천태괘地天泰卦 되었으니 금신사명金神司命 하실 적에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것이 얼핏 모순 같아도, 하늘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땅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니 두 기운이 서로 교류하고 만물이 화합하여 태평하다는 의미에서 ‘지천태地天泰’라고 합니다. 아주 이상적인 괘이지요. ‘금신사명金神司命’은 참동학에서 서신사명西神司命이라고도 합니다. 하늘과 땅이 성공하는 천지성공天地成功 시대요, 뭇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는데 이를 한마디로 개벽開闢이라고 하였습니다.
신유금풍申酉金風 찬바람에 만물성숙萬物成熟 되었구나
말인즉슨 가을 서리에 만물이 성숙된다는 표현이지만, 그 찬바람이 어떤 차원에서 읽혀져야 하는지 전혀 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그냥 평범한 수필의 한 구절 같습니다. 서양의 소위 예언가들은 대파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파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 글의 저자는 이렇게 한 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처리합니다.
곤남건북坤南乾北 하올 적에 간동태서艮東兌西 되었구나
천지의 방위 변화는 특별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가 반드시 동북방東北方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곧 동북방이 다음에는 동방東方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복희팔괘도의 동북방 진震은 문왕팔괘도에서 정동방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또한 문왕팔괘도의 동북방 간艮은 정역팔괘도에서 동방으로 이동해 있습니다. 주역에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동이東夷(震)에서 제帝가 나온다는 말씀이잖아요. 한민족이 간방艮方, 동북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치가 있는 겁니다.
그것을 진변위간震變爲艮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꽃핀 곳에서 열매 맺는다는 속담의 고급스러운 표현입니다. 제帝는 단순히 제국의 통치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동양에서의 제帝는 원래 온 우주의 통치자 상제님을 의미했고 지상에서는 천자天子가 상제님을 대신하여 통치를 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동북아 끝자락인 현재의 위치에 온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간방艮方이 종만물終萬物 시만물始萬物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주의 절대자 상제님도 우리나라 땅에 오시고, 선천 역사를 마무리하고 후천을 여는 역사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간방艮方이 후천에는 지구의 동방東方이 되는 것은 이치상 그렇게 되는 거지요. 정역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상춘常春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곤남건북坤南乾北은 우주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남북에 자리를 잡는다는 말씀입니다. 아버지는 상제上帝님, 어머니는 태모太母님입니다. 천지부모가 제자리를 잡는 것이지요. 팔괘도는 단순히 방위를 나타내는 문서가 아니라 하늘과 땅, 인간과 신명 세계의 모든 질서가 개벽되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칠화二七火가 중궁中宮되니 오십토五十土가 용사用事하네
정역은 창문을 통해 방안을 보는 것과 같은, 밖에서 안으로 욱여들어 가는 형세로 읽어야 하는데 2⋅7화火의 불이 한가운데로 들어가 있습니다. 일찍이 탄허 스님(1913~1983)은 이를 두고 지구 안으로 불이 들어가 빙하를 녹이게 되므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전 세계 해안의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긴다고 풀이하였습니다. 이치대로 보면 땅과 해면의 비율이 변화하는데, 예를 들어 지금 육지와 바다의 비율이 3:2라면 빙하가 다 녹은 후에는 그 숫자가 2:3으로 바뀐다고 하지요. 이것은 지地에 대한 해석입니다.
여기에 언급된 ‘2⋅7화火’를 사람 차원에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역 연구의 대가 이정호 선생은 ‘황극인皇極人’이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황극인은 복희팔괘도에 나타난 천지에서 생生한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 황극의 정신을 타고난 인물입니다. 역사에서는 ‘황皇’을 문명 시대를 연 초기의 빛나는 성인聖人으로 표현하므로 그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습니다만, 그런 존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한 줄의 의미가 엄청나지요? 오십토五十土는 바로 건곤을 상징하며, 상제님과 태모님을 표현하는 거지요. 그것은 황극(2⋅7화火)이 무극(5⋅10토土, 상제님과 태모님)을 제자리에 앉혀 드리는 역할을 완수하면서 이루어집니다. 이것을 정역에서는 ‘존공尊空’이라는 좀 어려운 단어를 썼습니다.
비운否運이 태운泰運되니 무극운無極運이 열렸구나
선천에서 정역팔괘도로 변화되는 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복희팔괘도에서 중심축이 천지비天地否괘요, 문왕팔괘도의 화수미제火水未濟도 그 연장선인데, 정역팔괘도는 하늘과 땅이 위치를 바꾸어 지천태地天泰가 됩니다. 땅기운은 아래로 하늘기운은 위로 올라가 서로 교통하면서 조화가 이루어지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독일의 학자 리하르트 빌헬름Richard Wilhelm은 지천태를 ‘평화의 괘’라고 번역했습니다. 이 지극한 조화를 한마디로 무극운이라고 하였습니다. 최수운은 ‘어화 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 닥친 줄을 너희 어찌 알까 보냐.’라며 완전히 다른 새 세계의 도래를 천명했습니다.
쇠병사장衰病死葬 없어지니 불로불사不老不死 선경仙境일세
지금까지 팔괘도를 알든 모르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왔다면, 이 구절은 그만 숨을 탁 막히게 하는 급소처럼 느껴집니다. 이 글의 작자는 도대체 어디까지 깨달음의 영역을 더듬었던 것일까요. 포胞⋅태胎⋅양養⋅생生⋅욕浴⋅대帶⋅관冠⋅왕旺⋅쇠衰⋅병病⋅사死⋅장葬의 12포태법胞胎法은 순환적 시간의 논리를 표현하는 도구와 같은 것인데, 정역 세계가 열리면 쇠병사장衰病死葬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운명運命이라고 표현하였지 않습니까? 그것이 이제는 진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간 수명의 연장을 화두로 삼아 과학계에서는 노화老化에 대하여 텔로미어telomere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연구하는 정도인데, 여기서는 아예 병사病死가 없다고 합니다. 당시에 정역팔괘만 보고 이런 해석을 붙이는 것은 놀라울 뿐입니다.
유불선儒佛仙이 합석合席하니 삼인일석三人一夕 닦을세라
이미 게임이 끝난 것입니다. 쇠병사장이 사라진 세계를 논한 진리 체계가 어디 있었나요? 사람들이 동학은 유불선儒佛仙을 합한 진리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쇠병사장이 없는 새로운 진리 패러다임(무극대도)에 유불선은 그냥 해체되고 녹아들 뿐이지, 어떻게 기존의 배타적 영역을 지키던 유불선이 서로 융합할 수 있을까요. 삼인일석三人一夕은, 유불선으로 대표되는 삼인(한자에 모두 인人 변이 있음)이 모두 새로 닦아야 한다[修]는 의미입니다. 상제님으로부터 도道를 받을 때, 최수운 대신사는 “유도儒道 불도佛道 누천년累千年에 운運이 역시 다했던가.”라고 탄식했습니다. 그는 본질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유불선은 이제 더 이상 생명력이 없고, 상제님이 오셔서 유불선의 진액을 거두어 모아 새로 무극대도를 여신다는 것을 선포했습니다.
천지절후天地節候 개정改正할 때 오장육부五臟六腑 환장換腸이라
최수운 대신사가 무극대도를 받을 때 가장 충격적인 것은 12제국의 괴질怪疾 운수를 언급한 것입니다. 그 차원이 어느 정도냐 하면 ‘다시 개벽’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정역을 그려 놓고 쇠병사장이 없어진다고 하였는데, 전 세계 괴질 운수가 닥친다고 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기서는 천지의 절후가 개정改正되면서 사람이 모두 환장換腸한다고 합니다. 대우주의 질서가 뒤바뀌니 먼저 소우주인 인간들의 오장육부 창자가 뒤틀리지 않겠습니까? 우주의 가을철이 도래하면 누구도 이 환장換腸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미치겠다.’는 말이 있지요? 그 말은 미未(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이르면[致] 모두 창자가 뒤집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민간에서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참동학 증산도의 『도전道典』에서는 이에 대해 ‘환장 도수換腸度數’라고 조목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때를 당하면 이를 극복한 일꾼들만이 괴질 운수의 역사 현장에서 서신사명西神司命 깃발을 들고 광제廣濟를 나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원醫員 도수, 신선神仙 도수 등으로 연결됩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수토복통水土腹痛 앓을 적에 임사호천臨死呼天 급急하더라
너무도 구체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의 근본 장기인 수水 장부과 토土 장부를 언급합니다. 앞으로 시두時痘(천연두天然痘)가 대발한다는 상제님 말씀이 있는데, 그것은 수기水氣를 말려서 온몸에 빨간 꽃이 피고 가려움으로 고통받으며 죽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토 장부는 비위脾胃를 말하지요. 개벽의 시기에는 비위가 상해 먹을 것을 두고도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한가하게 치사율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걸리면 죽는다고 경고합니다.
이재전전利在田田 찾아가니 ~ 십오진주十五眞主 아니신가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요. 태상종도사님은 하늘이 전부 다 죽이는 이치는 없다(天無盡殺之理)고 하셨습니다. 상제님께서는 이렇게 급박할 적에도 사람 씨종자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안타까워하셨지요. 그 상황을 한 그림에 담은 비결어가 바로 이재전전利在田田이고, 그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이 십오진주十五眞主입니다.
이재전전은 조선 시대 비결祕訣 말이고, 십오진주는 그 역사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노름꾼들의 언어에 녹아 있으니까요. 문서로 찾기 어렵습니다. 판돈이 걸린 일이라면 남녀노소 물론하고 눈빛이 다르잖아요. 그런 만큼 아주 많은 민중들이 이미 알고 있지요. 화투판 언어를 학교나 방송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전 국민이 그냥 알고 있듯이, 그것은 누가 인위적으로 없앨 수도 없고 차돌처럼 역사를 통하여 살아남아 비결어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노름판 용어에서 출발한 십오진주를 다른 비결어와 서로 교차 점검을 해서 모순이 없어야 됩니다. 그렇지 않겠어요? 예를 들어 이재전전과 관계되는 비결에는 삼대적덕지가三代積德之家라는 말도 있어요. 서로 모아서 그림을 맞추면 한 편의 살아 움직이는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칠월식과에서는 십오진주를 최수운 대신사에 맞추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십오진주와 이재전전은 원래 궁합 비결인데, 이재전전은 최수운 대신사와 어울리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전전田田을 최수운 및 동학東學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겁니다. 많은 동학 지식인들이 조선 비결의 결론인 이재전전과 동학의 관련성을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동학이 역사적으로 조선 말의 시간대에 해당하니까 필경 그 실마리가 있으리라고 본 거죠. 그러나 마침내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이재전전 찾지 말고~” 이런 동학 가사도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참동학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15진주眞主는 병겁에 빠진 인류를 현장에서 살려 내는 구원의 실질적 절대 존재입니다. 서양 언어로 메시아Messiah와 같은 존재입니다. 무극대도를 선포한 최수운 대신사는 득도 과정에서 12제국 괴질 운수를 언급하였는데 아직 구원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여보첨지 불러와서 참외 한 개 맛을 보세 ~ 오동梧桐은 낙금정落金鼎이라
여보첨지는 세상일을 걱정하며(여보) 그 솔루션을 다 알고 있는 사람(다 첨僉, 알 지知)입니다. 참외는 무극대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남천南天은 생맥이 붙은 곳, 산山은 궁을, 오동梧桐은 봉황이 깃드는 곳이니 십오진주가 계시는 곳, 금정金鼎은 쇠솥이니 십오진주가 새 인물들로 틀을 짜는 창업의 조직체 등등 구체적인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큰 틀만 보고 지나가려 합니다. 작자는 허투루 단어를 선택하지 않고 표현하고 싶은 상징이 무척 많습니다.
화색花色은 토기금정土氣金精이요, 과체瓜體는 수기월정水氣月精이라
후천개벽을 넘어가려면 수토복통의 환장병을 이기고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 약이 바로 무극대도 참외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참외는 꽃이 진노랑색[토기土氣]입니다. 토생금土生金으로 가을의 정精을 머금고 있다는 뜻입니다. 참외의 먹는 부분은 수기水氣 자체이며, 달[음陰]의 정기를 머금고 있어서 시원하다는 뜻입니다.
갑인종어甲因終於 진월辰月이요 기신장어己身長於 미월未月이라
오이씨[갑인甲因]는 진월辰月(=3월)까지 뿌리고, 몸체[기신己身]는 미월未月(=6월)까지 커 나가니, 7월이면 오이를 맛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참외의 생육 과정을 확인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는 최수운 대신사가 무극대도를 천명하기까지의 과정을 비유한 것이니까요. 수운은 젊어서 전국을 누비며 장사를 익힙니다. 어차피 그의 신분 자체가 재가녀再嫁女 소생이므로 과거를 통해 벼슬길에 진출할 길이 막혀 있었지만, 항상 마음에 품은 뜻은 진리를 찾고 구도하는 것이었으며 그는 결코 이러한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약 11년간 조선 곳곳을 누비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1854(#갑인甲寅#)년 처자가 있는 울산으로 돌아옵니다. 전국 유랑의 그 시간대는 진리에 대한 갈증으로 방황한 시간이었으나 목마름은 채워 주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누에가 고치로 집을 짓듯 자신을 가두고 내면세계와의 소통에 들어갑니다. 다음 해 을묘乙卯년에는 금강산 유점사에서 찾아온 스님에게 천서天書를 받는 일(을묘천서乙卯天書 사건)이 일어나고, #병진丙辰#(1856)년에는 양산 천성산 내원암과 적멸굴에서 득도를 위한 공부에 집중합니다.
‘갑인종어甲因終於 진월辰月’은 바로 최수운이 무극대도를 잉태하고 키워 나가는 일련의 수행 과정을 말 맞춤(punning)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업을 위해 용광업을 경영하다 완전히 실패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신장어#己#身長於 미월#未#月’은 #기미#년에 쫄딱 망한 수운이 온 가족을 이끌고 비바람을 막을 거처를 찾아 고향 경주 용담에 돌아온 사건을 은유한 것입니다.
굵고 단 걸 따서 보니 시가금時價金이 십오十五로다 ~
수운은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날 것이니 ······ 이 세상 무극대도 전지무궁 아닐런가.”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십오十五는 원래 노름판에서 싹쓸이를 대신하는 말입니다. 십오를 쥐면 좌중의 판돈을 모두 쓸어 담는 것이지요. 무극대도를 설명하는 데 있어 격이 좀 낮아서 그렇지, 대중들의 가슴에 각인시키는 데는 십오라는 단어가 적격適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구유토人口有土는 앉을 좌坐의 고어 표현이구요, 삼인일석三人一夕은 닦는다[수修]는 뜻입니다. 참외를, 앉아서 겉을 닦고 이리저리 깎아서 먹으면 너무도 달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좌坐, 수修 등의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한 것은 지난 갑오년 혁명으로 동학이 덮어쓴 이미지(죽창, 붉은 어깨띠 거병, 혁명, 시정 개혁 등)를 벗어 보려는 의도된 몸부림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때 삼례 벌판에서 수십만 동학군이 모여 일본군의 경복궁 습격에 분노하고, 서울 진격을 논의하며 뜨겁게 달구던 열기는 여기서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십오라는 단어를 써서 할 말은 다 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보여보 첨지 쓰구나 달구나
참외는 달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꼭지 부분은 너무나 써서 약(과체瓜蒂)으로 사용될 정도이지요. 무극대도를 맛보고 사람들이 쓰네, 다네 말들이 많습니다.
여보여보如保如保 하였으니 적자지여보赤子之如保로다 ~
지금도 여보 당신이라는 말을 쓰죠? 이는 여보적자如保赤子라는 말에서 왔다고 합니다. 적자赤子는 핏덩이 어린 아기를 말하고, 여보적자는 ‘핏덩이 아이를 보호하듯’이라는 말입니다(이와 연결되는 말이, ‘아이 낳고 기르는 법을 배우고서 시집가는 법은 없다.’입니다). 핏덩이 아기는 항상 품에 안고 잘 보호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와 같이 무극대도는 항상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정성을 다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연결되는 개념으로 말하자면 아이 낳는 법을 배우고 시집가는 법이 없듯이 그건 누구도 당국하면 다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나보고 첨지僉知(: 다 안다)라고 하는데, ‘만사지첨지萬事知僉知’라고 언급함으로써 무극대도는 만사지萬事知 공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쓰구나 하였으니 ~ 달구나 하였으니 ~
동학東學이 창도되고 나서도 최수운은 바로 포교 할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수행을 하며 상제님과 문답을 한 것이 7~8개월이나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그사이 상제님으로부터 대도를 받은 것을 글로 써서 세상에 알리라는 천명을 받들어 글짓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첫 입도자는 그의 장조카였는데, 어느 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자기 집 처마로 들어서는 삼촌(수운)이 비 한 방울 옷에 묻지 않은 것(조화 체험)을 보고 제자 되기를 청합니다. 유불선의 성자들이 자기 고향에서는 핍박을 받는 예가 많았으나 동학은 고향에서 근친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특별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후 인근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문에 들어와 교단이 이루어지는데, 쓰네~ 다네~는 모두 각양각색의 도유道儒를 표현한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이해가 신유辛酉(1861)년이라, 신辛은 ‘쓸 신’, 유酉는 ‘닭 유’라서 포덕의 해가 간지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한 것입니다. 깊은 사색의 산물이라고 보여집니다.
솔처자率妻子 환서지일還棲之日은 기미지시월己未之十月이요 ~ 유유무무有有無無 유무중有無中이라
수운이 울산에서 용광업을 하다가 완전히 망하여 고향에 식솔들을 거느리고 돌아온 것은 기미년 10월입니다. 이것은 비결어가 아닙니다. 수운의 행장을 기록한 『동경대전東經大全』 수덕문修德文의 일부분입니다.
좋을시구 좋을시구 시구시구 좋을시구
시구矢口는 그 옛날 화살[矢]이 과녁구멍[口]에 명중하는 것을 뜻하는 감탄사입니다. 얼(精神)시구, 조을(鳥乙=새가 봉황된 것=최고)시구, 첨지(모두 첨僉, 알 지知), 만사지萬事知 모두 같은 계열로 보아도 됩니다. 요샛말로 ‘딱이야~!’입니다.
좌궁우궁左弓右弓 궁을弓乙일세 궁을弓乙보고 입도入道하소
이제 마무리를 하면서 궁을弓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궁을은 정감록을 비롯한 조선 시대 비결서에 자주 등장합니다. 베일에 감추어진 비결다운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여기서 궁弓은 위에서 알아본 화살[矢]을 매기는 활입니다. 또한 궁궁은 고대 천자天子가 입는 예복에 수놓은 문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천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이 문양은, 예외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평민도 장례 행렬에 사용이 허락되었습니다. 그러니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문명 차원의 전승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최수운 대신사가 상제님을 만나서 부符를 내려 받았는데 그 형상이 궁궁弓弓이라 하며 동경대전에 기록하였습니다. 동학에 의하여 궁을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칠월식과의 작자는 그 궁을을 완전 다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넘고 보니 태산이요 건너가 보니 대강大江일세
그런데 살짝 궁을弓乙에 대한 힌트를 더 주고 있습니다. 궁弓은 산山, 을乙은 수水. 그래서 궁궁을을은 산산수수山山水水입니다. 본래 의미를 살펴보면, 무극대도의 4체體가 궁궁을을입니다.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학군 기록에서 나오는 궁을은 총알도 피해 가는 조화력의 근원입니다(채지가의 다음 편 남강철교는 바로 궁을과 대강大江의 비밀을 풀어 보는 시간입니다).
고대춘풍苦待春風 급急히 마라 때가 오면 절로 온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우리 간방艮方이 정역의 정동방 자리로 이동했노라고 천지가 보내 주는 전령傳令이 틀림없습니다. 만방에 꽃이 피고 우리 모두 그것을 보고 싶습니다. 작자는 최수운 대신사로부터 몽시夢示로 칠월식과 넉 자 글을 받고, 충실히 팔괘도의 역법 언어로 수운의 본래면목을 그려 냅니다. 교언영색의 수사학이나 특정 가치 체계에 기울어진 시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된 서술 방법이라고 사료됩니다. 온 인류에게, 상제님이 오시고 새 세상이 열린다는 무극대도!
그 비중에 비하면 그것을 알린 최수운 대신사의 삶은 얼마나 모순되게 평가가 되어 왔나요? 동학이 실패로 돌아가고 그 어떤 것도 이 글처럼 최수운을 온갖 진리 언어로 집중 조명한 글이 없었습니다. 작자는 선천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누비다가 (후천이 오는) 지금의 때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아~ 그 지난 시절에 마치 동굴 탐사를 하는 것처럼, 우리보다 더 많고 더 깊이 후천개벽의 실상에 대해 속속들이 불빛을 비추어 준 천재 작가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그는 춘풍을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참동학 남조선 배에 올라 노를 젓는 우리들의 바쁜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
춘산채지가春山採芝歌④ ∥ 칠월식과七月食瓜 전문
삼복경염 북창청풍
三伏庚炎 저문 날에 北窓淸風 잠이 들어
한 꿈을 이루어 글귀 한 수 받았더니
칠월식과 자 해석 분부
七月食瓜 글 넉字라 解釋하라 吩咐하네
동방 선생
그 뉘신지 몰랐더니 우리 東方 先生일세
자세자세 외운 글귀 역역히도 생각나서
꿈을 깨서 기록하니 이러하고 저러하다
복희선천 춘분도수
伏羲先天 어느 땐고 春分度數 되었구나
하도용마 천존시대 천도
河圖龍馬 나설 적에 天尊時代 天道로다
건남곤북 이동감서
乾南坤北 하올 적에 離東坎西 되었구나
목신사명 본자 춘자
木神司命 하올 적에 근본本字 봄春字요
선천팔괘 희역 천지비괘
先天八卦 羲易인데 天地否卦 되었더라
황극운 구십 중궁
皇極運이 열렸으니 九十이 中宮일세
곤건정위 감리용사 성인 법
乾坤正位 坎離用使 聖人시대 法이로다
문왕팔괘 화자운수 화신사명 하자
文王八卦 火字運數 火神司命 여름夏字
이남감북 지팔괘 진동태서
離南坎北 地八卦는 震東兌西 되었구나
화수미제 오십토 거중
火水未濟 마련하니 五十土가 居中이라
희역 주역 음양난잡시대
羲易이 周易되니 陰陽亂雜時代로다
중의 십 실위 득위
中의 十이 失位하고 영웅호걸 得位로다
선천운수 돌아가고 후천운수 돌아오네
인존시대 주역 정역
人尊時代 되었으니 周易이 正易된다
지천태괘 금신사명
地天泰卦 되었으니 金神司命 하실 적에
추분도수
가을가을 노래하니 秋分度數 되었구나
신유금풍 만물성숙
申酉金風 찬바람에 萬物成熟 되었구나
초복중복 말복운
初伏中伏 다 지내고 末伏運이 이때로다
곤남건북 간동태서
坤南乾北 하올 적에 艮東兌西 되었구나
천지정위 산택통기
天地定位 하올 적에 山澤通氣 되었구나
이칠화 중궁 오십토 용사
二七火가 中宮되니 五十土가 用事하네
수생화 화생금 상극 상생
水生火가 火生金하니 相克이 相生된다
갑진 해 동 북
甲震이 亥가 되니 東이 北이 된단 말가
무기 용사 불천불역
戊己가 用事하니 不遷不易 할 것이요
비운 태운 무극운
否運이 泰運되니 無極運이 열렸구나
쇠병사장 불로불사 선경
衰病死葬 없어지니 不老不死 仙境일세
유불선 합석 삼인일석
儒佛仙이 合席하니 三人一夕 닦을세라
추분도수
여름도수 지나가고 秋分度數 닥쳤으니
천지절후 개정 오장육부 환장
天地節候 改正할 때 五臟六腑 換腸이라
수토복통 임사호천 급
水土腹痛 앓을 적에 臨死呼天 急하더라
구년홍수
九年洪水 몰아드니 몸돌릴 틈 없었구나
이재전전 일간고정
利在田田 찾아가니 一間高亭 높이 짓고
사정사유 오십토
四正四維 기둥 세워 五十土로 대공 받쳐
정전 십십교통
井田에 터를 닦아 十十交通 길을 내고
주인 십오진주
主人첨지 누구신고 十五眞主 아니신가
여보 첨지 불러와서 참외 한 개 맛을 보세
남 남천
이말 듣고 일어앉아 南에 南天 바라보니
석양 재산 오동 낙금정
夕陽은 在山하고 梧桐은 落金鼎이라
화색 토기금정 과체 수기월정
花色은 土氣金精이요 瓜體는 水氣月精이라
갑인종어 진월 기신장어 미월
甲因終於 辰月이요 己身長於 未月이라
시가금 십오
굵고 단 걸 따서 보니 時價金이 十五로다
인구유토 삼인일석
人口有土 앉아서 三人一夕 닦아내서
우로 깎고 좌로 깎고 맛을 보고 다 먹은 후
여보여보 첨지 쓰구나 달구나
첨지 허허 하는 말이 이내 말씀 들어보소
여보여보 적자지여보
如保如保 하였으니 赤子之如保로다
만사지첨지
첨지첨지 하였으니 萬事知僉知로다
립 십자
쓰구나 하였으니 설立 밑에 열十字요
서중유일
달구나 하였으니 西中有一 아니련가
솔처자 환서지일 기미지시월
率妻子 還棲之日은 己未之十月이오
승기운 도수지절 경신 사월 초오일
乘其運 道受之節에 庚申 四月 初五日은
현현묘묘 현묘리 유유무무 유무중
玄玄妙妙 玄妙里 有有無無 有無中이라
좋을시구 좋을시구 시구시구 좋을시구
좌궁우궁 궁을 궁을 입도
左弓右弓 弓乙일세 弓乙보고 入道하소
반구재수
反求再修 알았거든 궁을보고 도통하소
대강
넘고 보니 태산이오 건너가 보니 大江일세
산산수수 일로통개
山山水水 다 지내고 一路通開 길이 있네
탄탄대로
쉬지 않고 가다 보니 坦坦大路 여기 있네
고대춘풍 급
苦待春風 急히 마라 때가 되면 절로 온다
홀연춘풍 취거야 만목개화 일시
忽然春風 吹去夜에 萬木開花 一時로다
부재래지
시호시호 이내시호 不再來之 시호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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