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건강칼럼 | 오장육부를 다스리면 건강을 찾는다 - 현대인의 심장心臟

[건강]

- 심장 건강을 해치는 과로 및 수면 습관


한재환 / 숨쉬는한의원 천안점 대표원장

심장은 신명이 기거하는 집


『황제내경』에 심장은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 하였다. 군주란 무엇인가? 나라의 중심에서 나라의 모든 일을 통제하고 주관하는 주인이다. 인간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의학적인 척도가 심장의 박동인 것처럼, 심장은 인체의 모든 장기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내경에 심장은 신명출언神明出焉이라 하였다. 서양의학적으로 보면 심장이란 장기는 스스로 움직이며 온몸의 피를 순환시키는 펌프에 불과하지만 동양철학 및 한의학에는 신명神明이란 개념이 존재하며 이 신명의 개념을 빼놓고는 심장이란 장기에 대해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신명이란 무엇일까? 증산 상제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지금도 네 양쪽 어깨에 신명이 없으면 기운 없어서 말도 못 혀. 눈에 동자가 있어야 보이듯이 살아 있어도 신명 없이는 못 댕기고, 신명이 안 가르치면 말도 나오지 않는 것이여. (증산도 道典 2:61:3~4)


즉 사람이 서 있고 동작하고 사물을 보거나 말을 하는 것 모두 신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생각하고 내 몸을 통제하는 인간의 정신이 단순히 뇌세포 활동의 결과물이 아닌, 육체와 하나가 되어 육체를 조종하고 사물과 교감하며 정신 활동을 하는 ‘보이지 않는 나’가 실재한다는 것을 밝혀 주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신명이 기거하는 집과 같은 장기가 심장이라 말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혈액 순환 펌프’이면서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명의 집’으로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모습을 지닌 것이 심장이다. 그러면 현대인들의 심장은 과연 안녕한가? 『동의보감』에서는 심장과 신명을 설명하면서 이런 비유를 들고 있다.

대개 마음은 물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있으면 맑아져서 그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을 영명靈明이라고 한다. 안정하여 원기元氣를 든든히 하면 모든 병이 생기지 않아 오래 살 수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 신神)


동의보감에 따르면 심장을 건강하게 하고 나아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은 마음을 수양하여 맑은 물처럼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마치 더운 사막에서 갈증을 참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최고가 아니면 도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점점 순간의 쾌락을 추구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심장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심장과 내 몸의 건강을 지킬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과로


정보의 독점이 사라지고 전통적인 관료제가 무너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업무 처리에 있어 개인의 역량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과로로 연결된다. 또한 직업의 특성상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모두 심장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과로의 기준을 단기과로, 만성과로, 급성과로의 3가지로 나누고 있다. 과로의 기준을 정하여 과로로 인정되는 경우 12주 내에 심장질환이 발생하였다면 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즉 과로가 심장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법적으로도 인정되는 것이다.

업무량이 많은 것도 과로이며, 업무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과로이다. 업무와 관련되어 극도의 긴장이나 공포, 놀람 등의 정신적 충격이 발생하는 것, 폭염이나 한랭 등 작업 환경의 문제도 과로에 속한다.

이런 모든 상황은 뇌가 우리 몸이 마치 위협에 빠진 것과 같은 판단을 하게 하고, 이로 인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 이 호르몬은 심장에 작용하여 심장 박동 수를 급격히 증가시켜 온몸에 혈액공급을 빠르게 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의 근육은 단기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한 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였거나, 에너지의 소모가 반복되는 경우 심장 박동의 리듬에 문제가 생긴다.

심장은 스스로 전류를 만들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데 이는 엄마 배 속에서 오장五臟이 형성될 때부터 시작하여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영원히 쉬지 않고 빛을 내는 태양처럼 항상 박동해야 하는 심장의 리듬이 깨지면 여러 가지 증상의 원인이 된다.

가벼운 증상으로 두근거림이나 심장 부위의 덜컹거림으로 나타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고, 나아가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심장의 무수축, 심실빈맥, 심실세동과 같은 악성 증상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곧바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과로는 피하기가 쉽지 않다. 혹자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과로의 경험이 자기 발전을 위해 필수인 것처럼 가르치기도 한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체질적으로 심장이 약하거나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과로를 하게 된다면 심장에 당연히 부담을 주게 된다. 과로를 하게 되더라도 이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과로가 심장에 부담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경우, 특히 과로 이후 두근거림이나 가슴 답답함, 숨이 끝까지 쉬어지지 않는 증상, 괜히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불안한 느낌이 지속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그때그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수면


예전에는 해가 지면 사방이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사람들이 밤에 활동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조명 기구라고 해야 촛불이나 기름에 불을 붙이는 등기구가 있었으나 빛의 양이나 경제성이 밤의 어둠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당연히 밤은 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전구의 발명과 전기의 보급 및 대중화 이후 인류의 생활 패턴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밤에도 낮처럼 환해진 거리에서 사람들은 마음껏 활보하고 감성이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이런 ‘밤 문화’가 절정에 달하고 사람들이 즐거움이나 업무, 사교, 유흥 등의 목적으로 기꺼이 잠을 포기하게 되면서, 수면과 건강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수면과 심장 건강에 대해서는 서양의학에서도 과거부터 많은 연구가 있었다. 보통 수면의 절대 시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는데 대체적인 결과는 너무 오래 자거나 짧게 자는 것이 심장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추천하는 수면 시간으로는 6~8시간이 많았다. 언뜻 보기엔 오래 자면 심장에 좋을 것이라 생각이 되지만 수면이 과도한 경우에도 수면 도중 자주 깨는 수면 ‘분절현상’에 의해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수면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과 모두 연관이 있다. 다만 예전에는 억지로 잠을 자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한의학에서는 주로 오장육부의 문제로 인한 불면증, 꿈 등 수면의 질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황제내경』에서는 자연의 순환 이치에 따른 인간의 생활 수면 습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황제내경에 제시된 우주의 시간 운행 원리인 오운五運과 육기六氣를 인체에 적용시켜 보면 수면과 심장 건강의 상관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현재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어 시간을 정하지만 동양철학에서는 땅의 시간 단위를 태양의 운행 원리에 따라 12시간으로 나누고, 각 시간에 동물을 상징하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이름을 붙였다. 이를 지지地支라고 한다. 지지는 하늘의 시간 단위인 천간天干과 합쳐 천간지지라 하여 역법曆法이나 사주팔자 등에서 시간의 기본 단위로 쓰이고 있다.

황제내경에서는 12시간에서 각 시간대별로 음양의 기운이 교차하면서 사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고 이를 태음습토太陰濕土, 궐음풍목厥陰風木, 소음군화少陰君火, 태양한수太陽寒水, 양명조금陽明燥金, 소양상화少陽相火의 이름을 붙여 육기六氣라고 하였다. 이를 인체에 적용시켰을 때 심장은 소음少陰이면서 군화君火에 해당한다. 하루 중 소음군화에 해당되는 시간은 자시子時와 오시午時이다. 현대 시간을 따지면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여 자시는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오시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이다.

육기의 원리에 의해 심장에 해당하는 자시와 오시에 심장을 쉬게 해 준다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즉 수면의 절대 시간도 중요하지만 언제 잠에 드는지도 중요하다. 업무나 학업, 혹은 술자리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새벽 2~3시가 되어야 잠이 드는 이들이 많다. 한두 번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생활 패턴이 장기화될 경우 만성 피로 및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1시 30분에 바로 잠에 들지 않더라도 가급적 1시 30분 전에는 잠에 드는 것이 좋으며, 늦더라도 2시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일이 있어 늦게 잠이 드는 경우 다음 날 점심 12시~1시경에 낮잠을 잠깐 자는 것이 심장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심장 건강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심장은 신神이 머무는 곳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심장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주로 정신적인 증상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건망증이다. 건망증은 노인성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주로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체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날 수 있으며, 몸이 정상 상태로 회복되면 건망증도 호전된다. 이는 심장과 비脾의 기운이 약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심장과 비脾의 기운을 보補하는 약으로 치료한다.

또한 심장 건강 이상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증상이 두근거림과 불안증이다. 체질적으로 심장이 약한 이들은 조그만 일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마음이 쉽게 들지만, 평소 증상이 없던 이들이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후 불안증 및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한의학적으로 심장의 기혈이 약해져 발생하는 증상으로 역시 심장을 보補하는 약으로 치료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심장 박동의 항상성을 심장 건강의 지표로 삼는다. 심장 박동의 리듬이 깨지면 심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심장 정지,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병의 경중에 따라 부정맥의 범주에 포함되는 조기수축을 시작으로 악화되면 심부전 및 협심증, 결국 심장마비로 진행된다. 심장병의 악화는 보통 단기간에 진행되지는 않지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평소 증상이 있는 경우 항상 주의해야 한다.

심장 건강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생활 습관 및 식습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심장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음식은 단연 술이다. 과음은 위장과 심장에 많은 부담을 준다. 과음한 다음 날 괜히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커피도 심장 건강에 좋지 않다. 카페인은 기본적으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심근의 혈류를 방해한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서 먹는 인삼도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 심장 건강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인삼은 흉부에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열이 있는 체질인 경우 심장에 부담을 주어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심장에 좋은 음식은 조미료가 적은 음식, 과일 채소, 견과류, 생선 등이다. 약재 중에는 연잎, 오미자, 맥문동 등이 있다. 연잎은 심장을 안정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오미자와 맥문동은 심장의 음陰을 보補하며 열을 내려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