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칼럼 | 홍익인간으로 상생의 새 세상을 개척開拓하자

[칼럼]
이준석 / 서울동대문도장

대관령 삼양목장을 방문하면 푸른 초원과 파란하늘, 그리고 풍력발전소의 풍차를 만나게 된다. 광활한 풍경과 이국적인 정취에 누구나 가슴이 트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도 한동안 여운으로 남았던 것은 목장입구에 서 있던 ‘개척정신開拓精神’이라는 글귀였다. 삼양목장을 설립한 전중윤 명예회장은 소고기라면에 소를 듬뿍 넣자는 취지로 소를 키우는 목장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개척의 과정은 어렵고 힘든 인고忍苦의 과정이지만 감동이라는 결과물을 안겨준다. 우리 한민족의 역사 정신은 바로 이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한민족은 1903년에 하와이 이민을 시작한 이후 전세계 175개국에 가장 넓게 퍼져 사는 민족이다. 이것은 중국 화교나 유대인들보다 많은 수치라고 한다. 전 외무부 장관이었던 분은 지난 40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 안 가본 곳이 없는데, 전쟁이 한창이던 밀림 속에서도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민족의 남다른 생활력, 적응력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이러한 정체성을 제대로 알려면 민족의 뿌리가 성립되는 과정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6천년 전 환웅천황께서는 문명개척단 3천명을 거느리고 백두산 신시神市를 개척하셨다. 환국의 마지막 7대 지위리환인께서 환웅을 동방의 백두산으로 보내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현토록 명하실 때, ‘그대는 노고를 아끼지 말고[勿惜厥勞] 무리 3천명을 이끌고 가서, 새 시대를 열어 가르침을 세우고[開天立敎] 세상을 신교의 진리로써 다스리고 깨우쳐서[在世理化] 이를 만세 자손의 큰 규범으로 삼을 지어다’라는 말씀을 내려주셨다『( 환단고기』「 삼성기」). 신시에서 배달국을 열었기 때문에 배달국의 역년을 신시개천神市開天이라 한다. 2015년 을미년은 신시개천5912년이 된다. 여기서 개천開天은 성인을 보내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환웅천황이 신시를 열고 하늘의 뜻을 이어 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한날이 원래의 개천절이었던 것이다. 환웅께서 무리 3천을 이끌고 동방땅 끝자락까지 오셔서 배달을 건국한 것은 새 역사를 열려는 개척정신의 결과로 이룩된것이다. 배달국을 계승한 단군왕검께서는 한민족의 최전성기를 여셨다. 6세 달문단군 때에는 동방의 모든 왕들을 소집하여 환국 오훈五訓과 신시 오사五事를 전수하셨는데. 이때 맹세하고 폐백을 바친 나라가 대국大國은 2곳, 소국小國은 20곳, 읍락이 3,624곳이었다. 우리 한민족은 하늘의 뜻과 이상을 지상에 실현하는 근본사상인 제세이화, 홍익인간을 바탕으로 나라를 열고, 주변국에 전파하는 개척의 사명을 지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이념으로 그대로 수용되어 있다. 환인께서 환웅에게 내려주신 제세이화, 홍익인간은 새 역사 개척의 정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적인 철학 이념에서 동적이고 실천적인 역사의 사명으로 살아 있게 된다.

멕시코의 아즈텍 전설에서는 우리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케찰코아틀Quetzalcoatl(날개 달린 뱀 또는 용)이 바다를 건너 와서 ‘서로 화목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고 한다. 역사적 사실을 논하기 이전에 바다를 건너 서로 화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대목은 새 역사 개척이라는 동질한 사명감을 느끼게 해준다. 북방기마민족인 선비(북위·연), 거란(요), 여진(금,청)은 만주에서, 몽골(원)은 몽골고원에서 각각 발흥하여 당나라 이후 천여년 동안 중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배했다. 이들 북방민족 간에는 혈통에 기인한 문화·관습·정서적 유대가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여진·선비·몽고·흉노 등은 본래 ‘아我의동족’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북방 기마민족은 중국을 넘어 전세계를 지배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다. 역사 초창기부터 우리 민족의 혈통 속에 내재內在되어 있던 개척정신의 유전자가 발휘된 것이다. 한민족의 기원과 관련하여 한국인의 70~80%는 북방계이고 나머지 20~30%는 남방계이며 기타 유럽인 등이 섞여있다는 연구가 있다(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

또 한국인의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아인이라는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

우리는 재세이화, 홍익인간 철학을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새 역사개척의 과정과 정신을 제대로 알아야 할 때이다. 지금은 선천 상극의 역사를 마감하고 후천 상생의 새 시대를 여는 우주의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우주시대를 여는 사명이 바로 우리 한민족에게 있다. 안운산 태상종도사님께서는 ‘우리는 개척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는 말씀을 늘 내려 주셨다. 후천 5만년 조화선경 시대를 열어야 하는 일꾼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정신은 개척정신이다. 개척의 과정은 역逆하는 과정이다. 운명에 순順하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맞서 싸우며 만난萬難을 극복하고 기필코 새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자세다. 먼 옛날 한민족은 인류의 창세 역사와 시원문명을 열었다. 이제 깊이 잠들어 있는 북방 유전자, 이 개척의 북방 에너지를 크게 일깨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