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칼럼 | 보은과 생명 성숙의 길

[칼럼]
이 훈 / 교무녹사장, 포천신읍도장

증산도의 진리 성전인 『도전道典』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형어천지形於天地하여 생인生人하나니 만물지중萬物之中에 유인唯人이 최귀야最貴也니라.

하늘과 땅을 형상하여 사람이 생겨났나니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니라.”(2편 23장)

증산 상제님의 이 말씀대로, 사람은 누구나 큰 부모이신 천지부모로부터 지극한 정성을 안고 태어난 소중한 생명이다. 하늘과 땅의 원주인이신 상제님의 은혜와 정성이 담겨진 생명이기도 하며 더불어 각자의 부모님과 조상님의 정성이 더해져 더욱더 존귀한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생명이다.

이렇듯 헤아릴 수 없는 정성어린 은혜로 인해 ‘나’라는 생명이 존재하며 또한 존귀한 존재가 되어 살아갈 수 있기에, 그런 의미에서 은혜는 생명의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뿌리의 은혜를 근본으로 해서 태어난 생명이다. 상제님께서는 은혜의 절대성과 보은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일반지덕一飯之德을 필보必報하라.’는 말이 있으나
나는 ‘반반지은半飯之恩도 필보하라.’ 하노라.
‘배은망덕만사신背恩忘德萬死身’이니라 (도전 2편 28장)

뿌리로부터 받은 은혜를 저버리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생명이 되기에 상제님께서는 “배은망덕만사신背恩忘德萬死身”이라 말씀하시며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망각하는 자는 만 번 죽어 마땅하다는 경책을 하고 계신 것이다.

이처럼 인간으로서 늘 자각하고 새겨야 할 근원 뿌리의 은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거기에는 나를 낳아준 부모님과 조상님뿐만 아니라 천지 만물의 큰 부모이자 원주인이신 상제님과 태모님의 은혜로부터, 민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대대손손 혈통을 전수하며 천지의 꿈과 이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나라를 열어주신 9천 년 한민족사의 국조 환인천제 환웅천황 단군임검님들의 은혜, 그리고 모든 생명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상제님의 가르침을 전수해주시는 진리의 큰 스승님의 은혜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존재와 생명의 원천이 되는 이러한 뿌리의 큰 은혜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상제님께서는 천지부모로부터 받은 은혜 속에는 인간 삶에 부여된 절대 목적이 있음을 일러주셨다.

“천지생인天地生人하여 용인用人하나니 불참어천지용인지시不參於天地用人之時면 하가왈인생호何可曰人生乎아”
천지가 사람을 낳아 사람을 쓰나니 천지에서 사람을 쓰는 이 때에 참예하지 못하면 어찌 그것을 인생이라 할 수 있겠느냐! (도전 2편 23장)

이는 가을개벽기를 맞아 사람을 건지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은 진정한 인간의 삶이 되지 못함을 깨우치는 말씀이다. 개벽기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겐 인생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천지의 자녀들을 크게 건지는 삶을 살라는, 천지부모로부터 부여받은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바로 그 삶을 사는 사람만이 진정 존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계시며, 태상종도사님께서는 상제님께서 인정해 주시는 존귀한 인간에 대해 “인간은 천지의 열매요 우주의 결실” 이라고도 정리해 주신 바 있다.

이처럼 천지의 열매인 인간*주)은 열매 속의 씨앗처럼 누구나 소중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 마음속에는 천지의 꿈과 이상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와 축복이 함께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 참마음에 눈을 뜨는 것은 결코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식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 조금씩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은혜를 느껴가며 부모님의 마음에 눈을 떠가듯이, 천지의 자녀가 되어 사람을 살려내는 삶을 실천하며 그 과정 속에서 천지부모로부터 받은 은혜를 깨닫고 느끼기 시작할 때 비로소 내 몸에 깃든 참마음에 조금씩 눈을 떠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은 뿌리와 하나가 되게 해주는 너무나 소중한 마음이다. 뿌리의 마음과 통정이 되면 그 속에서 축복과 은혜를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 또다시 사람을 살려내어 보은코자 하므로 이전보다 더 큰 마음으로 뿌리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은의 의미에는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히 자신의 뿌리와 하나가 되게 해주는 인간 성숙의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은혜를 받음과 보은을 실천하는 순환을 통해 인간의 생명이 상제님의 생명과 이어져 영원한 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하는 것은, 하느님을 대신하여 가장 큰 축복과 은혜를 베푸는 거룩하고 성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