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의 자기계발] 인체의 신비 | 내 안의? 뇌안의? 적절한 균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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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뇌과학이 의학뿐만 아니라 마케팅, 경영학 등 전방위적으로 적용되는 시대다. 이제 과학은 인간의 의식과 영성을 들여다보려 한다. 간혹 “인간의 영적 체험은 뇌의 착각”이란 성급한 연구가 발표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NO!”, 영적체험을 할 때 신경의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뇌가 그런 체험을 유발하는 것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연구가 거듭될수록 인간은 원래 영적 존재이며 이런 체험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를 통해 이 주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여건이 허락된다면 유튜브YouTube나 TED에서 <뇌과학자의 뇌졸중체험기, Jill B. Taylor>라는 영상을 먼저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한 뇌과학자가 뇌졸중을 직접 겪으며 일어난 체험을 강의한 내용인데, 매우 의미있고 감동을 주는 영상이다. 경지 높은 구도자에게 들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과학자로부터 듣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랄 것이다. 뇌졸중으로 왼쪽 뇌의 기능을 잃은 질Jill 박사는 8년의 재활과정에서 겪었던 체험들을 신경과학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좌우뇌와 뇌량의 역할


뇌연구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의문 중 하나는 “왜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있는가?”하는 의문이다. 좌뇌와 우뇌가 기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좌우뇌는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와 감정에 참여해 교류가 이뤄진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두 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굵고 넓은 신경회로를 뇌량Corpus Callosum이라고 한다.

뇌의 중앙부에 교량처럼 연결된 부위가 뇌량이다. 간질환자의 경우 뇌량을 자르기도 하는데, 간질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발작이 다른 뇌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뇌량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이 간질증상은 호전되지만 전혀 다른 문제를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슈퍼에 가서 물건을 고른다면, 왼쪽 손과 오른쪽 손이 서로 다른 물건을 집으려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만약 좌우에 각각 열쇠와 칫솔이란 두 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하면 오른쪽에 놓은 칫솔만 읽고 열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까 본 걸 가져오라고 하면 열쇠와 칫솔을 모두 잘도 가져온다.

우리 몸의 오른쪽의 감각정보는 왼쪽 뇌가 담당하고, 왼쪽은 오른쪽 뇌가 담당한다. 아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좌뇌에 언어중추가 있어서 오른쪽의 시야로 들어온 정보를 왼쪽으로 보내야만 ‘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뇌량이 절제되어 왼쪽에 있는 ‘열쇠’라는 글자정보를 좌뇌의 언어영역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쇠”라는 단어를 읽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뇌량절제술을 받은 환자나 뇌졸중이나 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통해 좌우뇌가 확실히 다른 모듈로 되어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흔히 말하듯이 감정의 뇌-이성의 뇌, 통합의 뇌-분석의 뇌, 예술의 뇌-논리의 뇌 등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우뇌형 인간, 좌뇌형 인간 같은 극단적인 표현들까지도 나오게 된 것이다. 어쨌든 양측반구는 뇌량이라는 고속도로를 가진 덕분에 각각의 반구가 처리하는 정보유형이 다르지만 세상을 단일하게 지각할 수 있다.

대뇌피질의 구성과 기능 영역


대뇌의 표면을 구성하는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을 대뇌피질大腦皮質(cerebrum cortex)이라 하는데, 대뇌피질은 크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뉜다. 뇌 자체를 대형마트에 비유한다면, 대뇌피질에는 수많은 매장들(뇌기능)이 각기 최적의 상태로 배치되어있고, 각 부스는 서로 통로(신경회로, 시냅스synapse)로 연결되어있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 최적의 동선으로 찾아갈 수 있다.

독일의 해부학자 브로드만(Korbinian Brodmann)은 대뇌피질을 관찰해 일일이 그 영역을 표기했는데 이를 브로드만 뇌지도라고 한다. 전두엽에 위치한 44, 45번은 언어표현의 중추인 브로카Broca영역이고, 측두엽의 39, 40번은 언어이해의 중추인 베르니케Wernike 영역이다. 예를 들어 베르니케영역에 손상을 입었다면,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해도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질Jill 박사의 경우는 두정엽의 연합영역(신체 경계, 공간과 시간 개념의 중추)에 출혈이 일어나 브로카영역과 베르니케영역까지 핏덩이가 덮였기 때문에 언어와 동작, 자각 능력 등 뇌 기능들이 마비되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영적 체험과 뇌활동의 관계


앤드류 뉴버그Andrew Newberg와 유진 다킬리Eugene Daquili 박사는 티베트의 수도승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녀들을 대상으로 종교적, 영적체험을 할 때 일어나는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 좌뇌의 언어중추와 정위연합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 이는 질Jill 박사가 뇌졸중 이후 우주와 하나가 된 체험을 했을 때와 동일하다. 즉 우뇌의 긍정적인 기능들, 나를 고정체가 아닌 유동체로 인식하는 경험, 우주와 내가 하나된 듯한 경험,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느낄 수 있었던 체험, 그리고 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등이다. 다시 말해 좌뇌의 언어중추와 정위연합영역이 기능이 멈췄을 때 우뇌는 깊은 마음의 평화 상태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뇌 속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을 멈추는 것, ‘나’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와! 이것은 과학이 수행의 원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펜실베니아대학 뉴버그 교수는 “영적 체험들이 뇌활동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런 체험이 신경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뜻이 아니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인간으로 하여금 물질적인 존재를 초월하여 모든 것과 연결시켜주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실체로 인식되는 더 깊고 영적인 자신을 인식하고 그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진화한 신경학적 과정의 증거”라고 했다.

좌우뇌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주인과 심부름꾼>의 저자인 신경심리학자 이언 맥길크리스트Iain Mcgilchrist는 좌뇌가 본래는 우뇌의 심부름꾼이지만 이 사실을 망각하고 두뇌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화로운 균형상태를 선호하는 우뇌와 달리 좌뇌는 논리적이고 계산능력에 능한데, 현대사회는 좌뇌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좌뇌가 득세하면서 인류문화가 쇠퇴하였고, 심지어 오늘날의 금융위기도 좌뇌로 인해 촉발되었다고까지 말한다. 다소 극단적인 주장이지만, 위에서 본 질Jill박사의 영상을 기억한다면 이들의 주장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개별적인 좌뇌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 이언과 질 박사 모두 우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좌우뇌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바깥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좌뇌와 내면의 평화와 공감을 지향하는 우뇌, 그 사이에 뇌량이 연결되어 있다. 아마도 한쪽이 한쪽을 억제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대체로 여자의 뇌량이 남자보다 더 크다고 한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는 핑계는 그만두고, 여자들의 공감능력을 좀 배워야겠다. 우리 몸 안에서 그동안 억제되었던 우뇌를 풀어주는 것이나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나 동양과 서양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나 다 같은 맥락이 아닐까? (정리 / 이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