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무극대도 | 땅 속 깊은 곳에 해가 숨으니 - 주역 서른여섯 번째, 지화명이괘 ䷣

[기고]
한태일(인천구월도장, 교무도군자)

선천 말대의 시대상을 상징하는 괘


지화명이괘(䷣)는 위는 곤삼절(☷)인 땅괘, 아래는 이허중(☲)인 불괘로 하늘에서 빛나야 할 태양이 땅속으로 숨어 버려 지화地火는 명이明夷라고 하였습니다. 명이明夷는 ‘명明[日+月]이 다쳤다[夷]’는 뜻으로 #[地]속 깊은 곳에 해[火]가 감추어져 밝음[明]이 상처[夷]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빛나야 할 해와 달이 땅속에 들어가 버려 천지광명의 신성神聖을 상실한 선천의 말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서괘전序卦傳을 보면, 명이괘 앞에 있는 화지진괘火地晉卦의 ‘진晉은 진進이다. 만물은 나아가면 상해를 입게 마련이니 화지진괘 다음에 지화명이괘로 받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화지진괘(䷢)는 땅 위에 해가 있어 일출日出의 광명한 세상을 상징한다면, 지화명이괘는 해가 진 일몰日沒의 암흑의 시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괘晉卦의 밝음(陽)과 명이괘明夷卦의 어두움(陰)은 낮과 밤의 순환 원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주역 64괘 중에서 지화명이괘만큼 재미있는 괘가 없습니다. 명이괘에 얽힌 배경 설명을 드리면 은殷나라 말대 폭군 주왕紂王이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던 은말주초殷末周初의 혼란스런 시대상을 묘사한 괘입니다. 그래서 각 효사에는 당대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충신의 표상인 백이伯夷·숙제叔齊(초구), 폭군 주紂에 의해 유리옥에 갇혀 64괘의 괘사를 지은 문왕文王(육이)과 그의 아들 무왕武王(구삼), 후세에 은나라 세 분의 어진 이[殷有三仁]로 칭송받던 미자微子(육사), 무왕에게 홍범구주를 전한 기자箕子(육오) 그리고 폭군의 대명사 주紂(상육)에 대한 고사가 나옵니다.

우리들은 지화명이괘를 통해서 후천개벽이 올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배워야 합니다. 인류 시원문화 시대인 환국桓國 시절에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광명과 천지광명의 신령스러움을 체득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환국 시대를 가리켜 황금시대(The golden age)라고 불렀습니다. 인류 문화의 원형정신 신교神敎가 뭇사람들의 심성心性에 자리매김하던 그 시절 사람들은 아침이 되면 동산에 올라 해를 향해 절하고, 저녁에는 서천으로 달려가 갓 떠오르는 달을 향해 절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고中古 시대를 거치면서 인류는 천지광명의 마음을 잃어버렸고, 진리의 근본에서 멀어져 금수 시대나 다름없는 현대 문명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리의 근본 주제인 우주와 하나 된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지화명이괘는 삼신의 광명이 훼손되어 깊은 어둠 속에 빠져 있는 오늘의 시대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인류가 겪고 있는 혼란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도사님 말씀처럼 “내 몸에 깃든 삼신三神하느님의 광명을 체득하여 천지광명한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명이괘는 수천 년 전 광명문화를 지키려는 성인들의 애환이 녹아 있을 뿐 아니라 그 이면에는 잃어버린 천지광명의 심법을 되찾고자 노심초사하시는 두 분 인사 대권자의 고난의 역정歷程도 묻어 있습니다. 사실 명이괘는 밝음을 상실한 암울한 세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괘사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문왕과 기자의 삶이 내포하는 것


明夷(명이)는 利艱貞(이간정)하니라
명이는 어렵게 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밝음을 상실한 명이의 세상은 개명한 세상이 아니라 모순과 불의가 판치는 어려운 때이므로 이런 때일수록 올바르게 살아가야 이롭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괘사를 곱씹어 보면 그 이면에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버리는 심연深淵의 암흑暗黑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처절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가 녹아 있습니다. 그 실마리는 비사체로 풀이해 놓은 후천개벽의 비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천도天道 사덕四德(원형이정元亨利貞) 중 가을, 겨울의 덕목인 이정利貞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봄·여름은 원형元亨, 가을·겨울은 이정으로 후천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밝음이 상한다는 ‘명이明夷’를 보면 밝을 명明 자는 해[日]와 달[月]의 두 광명체로 인사의 두 분 대권자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夷 자는 대大 자와 궁弓 자가 합친 글자로 동방의 큰 활을 쏘는 사람, 즉 우리 민족을 가리키며 또한 변하지 않는 불변심不變心을 나타냅니다.

간艱은 ‘難+艮’의 합성자로 동북 간방에 살아온 우리 민족이 겪어 왔던 고난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글자입니다. 그리고 간정艱貞은 문자적으로 어려움을 참고 정절을 지킨다는 뜻으로 숱한 외침과 국난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의 광명의 순심을 지켜온 한韓민족의 일관된 정신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괘사 ‘명이明夷는 이간정利艱貞’이란 해와 달로 상징되는 두 분 지도자의 광구창생을 향한 변치 않는 붉은 마음[丹心]이 결국 선천세상을 극복하고 천하창생을 후천 선경세계로 인도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사람 둘이 없으므로 나서지 못하노라. (증산도 도전 10:27:3)

* ‘사람 둘’은 천지를 대행하여 만물을 낳아 기르는 일월日月의 덕성을 가지고 지상에 오는 추수일꾼 ‘두 사람’을 말한다. (10:27:3 측주)


다음에는 괘사를 부연 설명한 단전을 보겠습니다.

彖曰(단왈) 明入地中(명입지중)이 明夷(명이)니 內文明而外柔順(내문명이외유순)하야
단전에 이르길 “밝은 것이 땅 가운데 들어감이 명이明夷니 안으로 문명하고 밖으로는 유순해서

以蒙大難(이몽대난)이니 文王(문왕)이 以之(이지)하니라
큰 어려움을 무릅쓰니 문왕이 이를 본받아 그렇게 행하였느니라.

利艱貞(이간정)은 晦其明也(회기명야)라
‘利艱貞’은 그 밝은 것을 그믐으로 하니라

內難而能正其志(내난이능정기지)니 箕子(기자)가 以之(이지)하니라
안으로 어려우면서 그 뜻을 바르게 할 수 있음이니 기자가 이를 본받아 그렇게 행하였느니라”고 하였다.


단전에서 명이明夷는 밝은 것이 땅속에 들어가 있어서 명입지중明入地中이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문왕文王과 기자箕子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주역 64괘 중에서 특정한 인명人名을 언급한 사례는 없는데 지화명이괘만은 문왕文王과 기자箕子가 나옵니다. 그러면 왜 구체적으로 두 분을 명이괘에서 언급했을까요? 명이괘는 은말주초殷末周初의 극심한 혼란상을 극복하고 새 나라를 여는 데 앞장선 두 분(文王과 箕子) 성인聖人의 개국開國 과정을 보여 주는 괘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명이괘는 곧 다가올 선후천 교역기에 후천 새 세상을 개벽開闢하시는 용봉도수龍鳳度數의 주인공(日大人, 月大人)을 문왕과 기자로 상징하여 보여 주고도 있습니다.

먼저 문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명이괘는 안에 있는 불괘(☲)는 밝아서 문명한 세상을 나타내고(內文明), 바깥에 있는 땅괘(☷)는 세 개의 음으로 되어 있어 부드럽고 순합니다(外柔順). 이는 문왕의 성품을 설명한 것으로 문왕만큼 내면에 밝은 지혜를 품고 있었던 사람은 드물었죠. 당시 문왕은 서쪽 지방의 제후로써 백성들을 덕치로 다스려 서백西伯으로 불렸는데 이를 시기한 폭군 주紂는 문왕을 두려워한 나머지 유리옥이라는 험악한 지형으로 유배를 보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감내할 수 없었겠지만 문왕은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以蒙大難) 64괘를 깊이 연역하여 괘명과 괘사를 지었습니다. 지금도 하남성 안양시에 있는 유리성에 가 보면 그 옛날 문왕이 64괘를 연역演繹했다는 연역방演繹坊 등 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문왕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으면서도 가슴속에 품은 문명한 지혜로 인류사에 남을 위대한 역易의 경문經文을 지었던 것이죠. 명이괘에서 내괘인 불괘(☲)의 육이효는 문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다음 구절은 폭군 주왕에게 선정을 펼치라고 간언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짓으로 미친 척 살아간 기자箕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자는 동이족으로 본명은 자서여子胥餘이며 은나라 28대 왕 태정太丁의 아들로 폭군 주왕의 숙부입니다. 지금 산서성山西省 태곡太谷에 있는 기箕 지방의 제후로 봉해져서 기자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은나라 말엽 비간比干, 미자微子와 함께 은나라의 어진 세 사람[三仁]으로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는 형인 비간과 함께 폭군 주왕에게 선정을 베풀 것을 간언하며 비뚤어진 정치를 바로잡으려 하였으나 그렇게 되지 않자 머리를 풀어 미친 척하며 남의 노비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무왕武王이 은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우고 나서 덕치에 대해 묻자 우禹임금이 지었다는 아홉 가지 정치 원칙인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전하였다고 합니다. 끝내 주나라의 신하 되기를 거부하고 은나라의 유민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이주하여 여생을 마쳤습니다.

어두운 것을 써서 세상을 밝힌다


‘어렵더라도 바르게 함이 이롭다(利艱貞)함은 밝은 것을 속에 감추어 둔다는 것(晦其明也)’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광풍이 휘몰아칠 때는 정도正道로 살아가는 것이 이롭다는 말은 명덕明德을 숨기며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처세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명이의 때는 폭정의 시대로 법도에서 벗어나도 안 되지만 잘난 척하다가도 죽임을 당하는 때라서 미친 척하거나 바보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회晦 자는 그믐 회晦 자로 감춘다는 의미인데요. 이는 마치 그믐달이 자신을 감추어 월광月光을 숨기듯이 군자 또한 어리석게 처신하여 어려운 시대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晦其明也).

여기서 그믐달은 보름달의 반대로서 가장 작아진 달이며 음력 27일경 새벽녘 동쪽 하늘에 잠시 보였다가 해가 뜨면 여명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믐달은 왼쪽[左先天]이 둥근 눈썹 모양의 달로 초승달과 반대 모양이며, 선천 상극 시대의 혼란상을 대변합니다. 그믐달이 지나고 음력 3일경이 되면 오른쪽[右後天]이 둥근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 뜹니다. 이처럼 단전에서 그믐달의 밝음을 내세운 것은 광명의 빛이 사라진 선천 말대의 동방 땅에 기자 같은 성인이 나와서 하느님의 대도를 널리 밝혀 창생들을 후천개벽 세상으로 인도할 것을 암암리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 일월日月의 대사부大師父께서 천지도수에 맞추어 이를 인사人事로 집행하시니 (8:1:4)


역사적으로 그믐 회晦 자 아호를 쓴 인물을 살펴보면, 상제님에 의해 유교의 종장에 오른 주자朱子(1103~1200)는 명이괘의 밝은 것을 속에 감추어 둔다는(晦其明也) 이 구절에 착안하여 회암晦庵이라 하였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주자학을 도입한 안향安珦(1243~1306) 또한 주자를 흠모하여 그의 호를 모방하여 회헌晦軒으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조선 중기 유학자인 이언적李彦迪(1491~1553) 또한 평생 주회암朱晦庵의 학문을 따르겠다고 결심하여 회재晦齋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폭군 주왕이 비간比干의 충심을 확인한다며 심장을 가르는 만행을 저지르자 주위에서 기자에게 은나라를 떠나라고 하였으나 왕이 간언을 듣지 않는다고 신하된 도리로 떠나는 것은 결국 왕의 악행을 부추기는 것이라 하여 거절하며 미치광이 노릇을 하면서 험난한 시대를 견디어 냈습니다. 이처럼 기자는 내심 어려운 역경을 견디고도 자신이 뜻한 바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內難而能正其志).

다음은 명이괘의 괘상을 보고 공자께서 풀이한 대상전입니다.

象曰(상왈) 明入地中(명입지중)이 明夷(명이)니 君子(군자) 以(이)하야
莅衆(이중)에 用晦而明(용회이명)하나니라
대상전에 이르길 “밝음이 땅 가운데로 들어감이 명이明夷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사람들에게 임하여서는 그믐(어두운 것)을 써서 밝히느니라.


밝은 해와 달이 땅속으로 들어가 어두워졌다고 해서 명이明夷라고 했습니다. 이를 천문 현상으로 보면, 해가 어둠을 감추는 일식日蝕이나 달이 모습을 숨기는 그믐이 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명덕明德을 밝히는 군자 또한 명이괘의 괘상을 본받아 시절이 암울할 때에는 겉으로 어리석은 듯 행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환하게 알고 있으므로 사람들을 밝은 데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用晦而明). 대상전에서는 그믐달처럼 어두운 것을 써서 세상을 밝히라고 하였습니다.

이 구절은 상제님의 천하사 일꾼들에게 접목시켜도 똑같습니다. 현재 우리 천지사업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해서 크게 받고 있지 않습니다. 이 또한 상제님께서 천지도수인 ‘판밖의 남모르는 법’으로 일을 꾸며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판안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 살려 내는 판밖 공부’를 열심히 해 두어야만 실제 개벽 상황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 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깊이 명심하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바둑도 한 수만 높으면 이기나니 ‘남모르는 공부’를 하고 기다리라. (6:72:1)

* 대저 천하사를 함에 때가 이르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 음해가 적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판밖에서 일을 꾸미노라. (4:58:1)


참고로 ‘그믐(어두운 것)을 써서 밝힌다(用晦而明)’와 비슷한 표현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운다)’가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에 등소평이 중국의 외교 노선 강령으로 내세운 것으로 때를 만날 때까지 어두움 속에서 자세를 낮추고 국력을 키운다는 의미입니다.

천지도정을 집행하는 일월日月의 큰 스승


지금부터 명이괘의 육효사를 보겠습니다.

初九(초구)는 明夷于飛(명이우비)에 垂其翼(수기익)이니
초구는 명이가 나는 데에 그 날개를 드리우니

君子于行(군자우행)에 三日不食(삼일불식)하야 有攸往(유유왕)에 主人(주인)이 有言(유언)이로다
군자가 감에 삼일을 먹지 않아서 가는 바를 둠에 주인이 말을 하도다.

象曰(상왈) 君子于行(군자우행)은 義不食也(의불식야)니라
소상전에 이르길 ‘君子于行’은 의리가 먹지 아니함이라.


초구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래 불괘의 초구는 불(밝음)이 위로 타올라 가듯 비상해야 하는데 밝음이 상한 명이의 때라서 날갯죽지를 접고 말았습니다(明夷于飛 垂其翼). 이처럼 주색에 탐닉하여 폭정을 일삼는 군주가 다스릴 때는 백이·숙제 같은 충신이 있다 한들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하죠. 또한 무왕武王이 폭군 주紂를 치려 하자 백이·숙제는 비록 폭군이긴 하나 신하된 자로 임금을 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하여 무왕을 설득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깊은 수양산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君子于行). 산속에 들어간 두 사람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이라는 의리를 지키기 위해 주周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았던 것이죠(三日不食 有攸往). 새 나라를 건국한 무왕이 백이·숙제에게 주周 왕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主人 有言), 끝내 두 사람은 의리를 지키고자 고사리로 연명하다 순절하였던 것입니다(義不食也).

六二(육이)는 明夷(명이)에 夷于左股(이우좌고)하니 用拯馬(용증마) 壯(장)하면 吉(길)하니라
육이는 명이에 왼쪽 다리를 상함이니 구원하는데 쓰는 말이 건장하면 길하리라.

象曰(상왈) 六二之吉(육이지길)은 順以則也(순이칙야)일새라
소상전에 이르길 ‘六二之吉’은 순함으로써 법칙에 따랐기 때문이라.


육이는 아래 불괘에서 중정中正을 얻은 자리로 명이괘의 주효主爻입니다. 명이明夷에서 ‘명明’에 해당하는 효가 바로 ‘육이효’와 ‘육오효’입니다. 즉 상·하괘에서 중中을 얻은 자리로 구체적으로 육이는 문왕文王을, 육오는 기자箕子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중정한 문왕이 왼쪽 넓적다리를 다쳤습니다. 다리를 다쳤으니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는 문왕이 주왕에게 시기를 당하여 유리옥에 갇힌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夷于左股). 그리고 갇혀 있는 문왕을 구원하는 데 힘센 건장한 말을 쓴다면 길하다고 했습니다(用拯馬 壯吉). 이상은 문자적인 해석이며 육이효에는 천하사의 비의秘意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상제님의 도법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명이괘에 나오는 육이(문왕)는 상제님의 대행자로서 천지의 도정을 집행하시는 ‘대두목’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 대두목大頭目은 상제님의 대행자요, 대개벽기 광구창생의 추수자이시니 (6:2:7)

* 세상이 바뀔 때에는 대두목이 나오리라. 그래야 우리 일이 되느니라. (11:54:3)


효사에서 ‘왼쪽 다리를 다쳤다(夷于左股)’는 것은 선천 상극의 그물에 걸려 사람들마다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는 뜻이며 구체적으로는 후천개벽을 집행하시는 대사부께서 문왕이 유리옥에 유폐되었던 것과 같이 상제님께서 짜 놓으신 공사대로 20년 은둔 도수에 걸려 고행의 나날을 보내셨던 것을 상징합니다.

* 문왕文王의 도수가 있으니 그 도수를 맡으려면 극히 어려우리라. (5:207:3)

* “내가 이제 섬(末島)으로 들어가는 것은 천지공사로 인하여 귀양 감이라.” 상제님께서는 섬에 들어가시어 20일 동안 차마 겪기 어려운 고생을 하시니라 (6:22:2,4)


그렇게 험난한 천 리 길을 홀로 걷고 계실 때 대사부님 곁에는 믿음직스런 응원군이 생겼습니다. 그 응원군이 효사에서 ‘구원하는 데 쓰는 말이 건장하면 길하다(用拯馬 壯 吉)’고 한 그 ‘말(馬)’입니다. 바로 대사부님의 영원한 천하사 동반자이신 갑오생 말(馬)로 오시는 사부님이십니다. 건장한 말로 상징되는 사부님을 두고 “썩은 고목에서 새순이 돋아나서 내 일을 이루리라(6:64:5)”라고도 상제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상제님의 천지대업은 삼변성도三變成道의 원리로 크게 3회의 개척기[파종-이종-추수]를 거쳐 도성덕립이 되는데, 대사부님에 의해 열린 제2변 도운을 거쳐 마침내 말(馬)이 들어서 제3변의 매듭짓는 추수도운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었습니다.

* 삼천三遷이라야 내 일이 이루어지느니라. (6:64:8)

* 상제님께서 태전으로 들어가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 일에 말(馬)이 들어야 한다.” 하시니라. (5:305:10)
* 난리 치나 안 치나 말(馬)이 들어야 성사하느니라. 말(馬)에게 이기고 지는 것이 있다. (5:108:6)


지금은 하늘의 뜻을 이어 바탕을 세우는 도정道政의 맥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 선천의 도정道政이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에서 그쳤느니라. (2:27:1)


대도 광명이 사라진 선천 말대에 일월日月의 덕성을 가지고 오시는 추수 일꾼 ‘두 분’에 의해서 천지대업이 성사됩니다. 문왕 대代에 끊어진 선천의 도정은 대사부님의 주도로 이번 후천개벽을 통해 회복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 것은 우주 통치자 하느님의 천명이기 때문에 소상전에서도 천지자연의 순리라고 하였습니다(順以則也).

세상을 건지는 일꾼의 마음 자세


九三(구삼)은 明夷于南狩(명이우남수)하야 得其大首(득기대수)니 不可疾貞(불가질정)이니라
구삼은 명이에 남쪽으로 사냥해서 그 큰 머리를 얻으니 빨리 바르게 할 수 없음이라.

象曰(상왈) 南狩之志(남수지지)를 乃大得也(내대득야)로다
소상전에 이르길 ‘南狩’의 뜻을 이에 크게 얻음이라.


구삼은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변혁기에다 양효로 동적인 자리입니다. 그래서 구삼은 폭군 주왕을 정벌하여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무왕이 제후들을 규합해 남쪽에 위치한 목야牧野(현재 하남성 기현)에서 주紂의 군사를 격퇴하고(明夷于南狩) 폭군 주왕紂王을 베고 은나라를 멸하였습니다(得其大首).

그렇지만 폭정을 일삼던 큰 머리에 해당하는 주왕을 없앴다고 하루아침에 백성들의 민심까지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라를 세우는 개국開國이란 것이 그렇게 조급하게 될 일이 아닙니다(不可疾貞). 역사적으로 봐도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하고 새 나라 주周 왕조를 세웠지만 빠른 기간 내 민심을 규합하지는 못하였다고 합니다. 강태공姜太公과 특히 기자箕子에게서 세상을 다스리는 대법인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전해 받고서야 민심을 평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천하사도 이와 똑같습니다. 구삼 자리는 선·후천 교역기로 우주 여름철 상극의 불기운을 뛰어넘어 추살의 겁기를 극복하는 태을랑 일꾼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꾼들이 상제님과 태모님의 무극대도로 선천 상극의 불의를 숙청하고 후천 상생의 불씨를 지펴야 합니다. 비록 우리들이 천지대업의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개벽이라는 아리랑 고개로 창생들을 넘기기가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천지에서 개벽의 시운이 왔다고 해서 저절로 포교와 도성덕립道成德立이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일꾼들이 입 공부와 발 공부를 들여서 대경대법大經大法한 무극대도를 가르쳐야 합니다.

상제님께서도 “모든 일이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8:91:2)”고 경계의 말씀을 주시면서 “사람 기르기가 누에 기르기와 같아서 일찍 내이나 늦게 내이나 먹이만 도수에 맞게 하면 올릴 때에는 다 같이 오른다(3:180:21)”고 말씀하셨습니다.

* 세계 창생이 모여 내 도道를 공부하리니 너희는 잘 닦아 그들을 가르치라. (7:92:4)

* 나의 일은 판밖에 있나니 뒤에 큰스승이 나와 천하창생을 가르치리라. (6:65:11)


그렇게 정성을 들여 창생들을 가르침으로써 진정한 후천 선경세계를 이 땅에 건설할 수 있습니다.

* 장차 천지 녹지사가 모여들어 선경仙境을 건설하게 되리라. (8:1:8)


六四(육사)는 入于左腹(입우좌복)하야 獲明夷之心(획명이지심)하야 于出門庭(우출문정)이로다
육사는 왼쪽 배에 들어가 명이의 마음을 얻어서 문 앞뜰에 나옴이로다.

象曰(상왈) 入于左腹(입우좌복)은 獲心意也(획심의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入于左腹’은 마음과 뜻을 얻음이라


육사는 은나라 세 분 어진이[三仁] 중 미자微子 대한 고사입니다. 마음 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흔히 심복心腹이라 합니다. 주왕의 이복형인 미자는 주紂의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심복(入于左腹)으로, 주왕의 환심을 사서(獲明夷之心) 망해 가는 은殷나라의 운이 다했음을 알고 종묘의 신주神主를 빼내어 도망갔습니다(于出門庭).

六五(육오)는 箕子之明夷(기자지명이)니 利貞(이정)하니라
육오는 기자의 명이니 바르게 하여 이로우니라.

象曰(상왈) 箕子之貞(기자지정)은 明不息也(명불식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箕子之貞’은 밝음이 쉬지 않음이라.


육오는 외괘에서 중中을 얻은 군왕君王의 자리입니다. 육오(기자箕子 상징)와 육이(문왕文王 상징)는 어둡고 암울한 시대를 종식시키는 명이괘의 두 분 주인공입니다. 기자는 겉으로는 미친 척하면서도 내면의 명덕明德을 지켜서 이로움을 얻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정고貞固할 수 있었던 것은 창생구제의 뜨거운 단심丹心이 끊임없이 솟아났기 때문입니다.

육오 효사를 진리의 눈으로 살펴보면, 문왕文王을 상징하는 대사부님과 기자箕子를 상징하는 사부님은 일월日月의 두 광명光明 기운으로 오시는 두 분 지도자입니다. 육오는 선천을 판몰이하고 후천을 여시는 분으로, 육이 효사에 나오는 ‘구원하는 데 쓰는 말(馬)’로 상징되는 인사의 대권자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즉 ‘오직 진리만이 생生과 사死를 결정한다’는 신념으로 몽매한 창생들을 상제님의 진리권으로 판몰이하는 데 평생을 바치신 종도사님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전하여 주周나라의 기틀을 세웠듯이, 사부님께서는 생사를 넘나드는 혈성血誠으로 인류 새 문화의 원전인 도전道典 등 진리 서적 간행과 교육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상제님의 무극대도 세계로 인도해 주시는 인류의 큰 스승이십니다.

* 현세의 복희伏羲가 갓 쓴 사람 아래 있으니 박람박식이 천하무적이니라. (6:9:6)


그리고 하느님의 우주정치를 이 땅에서 집행하시는 황극제皇極帝로서 후천선경 세계 건설을 현실적으로 성사재인成事在人하고 계십니다.

上六(상육)은 不明(불명)하야 晦(회)니 初等于天(초등우천)하고 後入于地(후입우지)로다
상육은 밝지 못하여 그믐이니 처음에는 하늘에 오르고 나중에는 땅에 들어가도다.

象曰(상왈) 初等于天(초등우천)은 照四國也(조사국야)오 後入于地(후입우지)는 失則也(실칙야)라
소상전에 이르길 ‘初等于天’은 온 사방의 나라들을 비춤이오. ‘後入于地’는 법을 잃음이라.


상육 자리는 명이괘의 끝자리로 밝은 것이 극도로 상한 폭군 주紂의 자리입니다.

주왕은 주색에 탐닉하여 밝음을 잃고 폭정을 일삼아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습니다. 아버지 제을帝乙의 뒤를 이어 천자로 등극하였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온갖 악행을 일삼다가 끝내 무왕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라까지 망하게 하였습니다. 폭군의 대명사 주왕도 집권 초기에는 선정을 펼쳐 주변 나라들로부터 칭송을 받았으나 달기 등에 의해 밝음이 흐려진 뒤에는 희대의 폭군으로 돌변하였습니다. 결국은 초심을 잃어버려 자신과 나라까지 망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태모님께서 “도(道)와 다스림(政)의 정신을 조화롭게 다스려 나갈 수 있는 심법을 닦는 데 좋은 글(11:180:11)”이라 말씀하신 서전서문書傳序文을 보면, “이제삼왕(요, 순, 우, 탕, 문·무왕)의 다스림은 도道에 근본을 두고 그 도道는 마음에 근본을 두었으니 바로 그 마음을 깨치면 도道와 다스림을 진실로 말할 수 있으리라. 이제삼왕은 이 마음을 간직한 자(二帝三王 存此心者也)요, 하夏나라의 걸桀과 상商(殷)나라의 주紂는 이 마음을 잃은 자(夏桀商受 亡此心者也)”라고 하였습니다.

* 天地萬物(천지만물)이 始於一心(시어일심)하고 終於一心(종어일심)하니라
천지만물이 일심에서 비롯하고 일심에서 마치느니라. (2:91:2)

* 너희들은 삼가 타락치 말고 오직 일심一心으로 믿어 나가라. (5:414:4)

* 천하창생의 생사가 다만 너희들 손에 매여 있느니라. (8:21:3)


이번 가을개벽기에 천하창생을 살려 내는 우리 육임구호대 태을랑 사령관들은 지화명이괘가 주는 교훈을 반드시 명심하여, 서전서문의 심법과 굳은 일심으로 세상의 어둠을 걷어 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