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역사 성인열전 | 환국과 일곱 분의 환인천제님

[역사인물탐구]

인류의 시원 문명, 환국桓國


태시太始에 천지가 문득 열린 이래 몇 번의 개벽이 있었습니다. 지구상에 가장 최근에 소개벽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만 2천 년 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해진 기후 속에 출현한 인류가 농사를 지으면서 신석기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무렵 천산天山 동쪽에 위대한 국가가 출현하였습니다. 천산은 일명 파내류波奈留산이라고 합니다. 현재 신강 위구르족자치구 부강시에 있으며 우루무치시에서 11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으로 백산白山 또는 설산雪山이라고 불렸습니다. 이곳에 한민족과 인류의 뿌리인 환족桓族이 세운 환국이 있었습니다.

환국은 천산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뻗어 나가 그 영역의 크기가 남북 5만 리, 동서 2만여 리라고 하였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시베리아, 만주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입니다. 이는 단일 통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사상적 영향이 미치는 범위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홉 환족이 세운 환국


환족은 지금으로부터 5만 년 전에 화생한 인류의 어버이인 나반과 아만의 후손으로 모두 아홉 종족으로 나뉩니다(『삼성기』 하). 아홉이라는 수는 실제 아홉 종족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동양 상수학에서 변화하는 수의 최대 분열수인 9수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즉 더 많은 종족이 있었지만, 9수로 통칭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족은 중앙아시아의 천산을 중심으로 인류 최초 국가인 환국을 세웠습니다. 현 인류가 5만 년 전에 처음 화생한 곳은 바이칼 호수입니다. 하지만 1만 년 전에 따뜻해진 기후 덕으로 한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며 문명을 일구기 시작하면서 그보다 아래쪽인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형성된 게 환국입니다.

환족은 삼신상제님을 섬기는 신교를 신앙하였고, 풍속이 현실의 실상을 좇아 이치를 궁구하고[就實究理] 일을 헤아려서 그 옳은 방도를 찾고자 하는 것이 같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삼신오제본기』).

왜 나라 이름이 환국인가?


여기서 인류의 첫 나라 이름이 왜 환국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환국의 ‘환’에 대해서 『태백일사太白逸史』 「환국본기」에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桓者(환자)는 全一也(전일야)며 光明也(광명야)니 全一(전일)은
爲三神之智能(위삼신지지능)이요 光明(광명)은 爲三神之實德(위삼신지실덕)이니
宇宙萬物之所先也(우주만물지소선야)니라

환(桓)은 온전한 하나 됨(全一)이며 광명이다. 온전한 하나 됨이란 신의 지혜와 권능이고, 광명은 삼신이 지닌 참된 덕성이니, 곧 우주만물보다 앞선다.


환국의 환은 밝음, 광명을 말합니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하게 빛나는 광명[天光明]을 상징합니다. 밝음은 삼신의 덕성입니다. 그래서 환국은 이 삼신의 덕성이 발현된 나라라는 의미이고, 천상에 계신 삼신 상제님의 나라가 인간 세상에 발현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국의 사람들은 태양을 광명이 모이고 삼신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서 아침마다 동쪽 산에 올라 해를 향해 절하였다고 합니다 (『태백일사太白逸史』 「환국본기」).

초대 환인, 안파견 환인


환국 이전 인류는 산과 강을 끼고 제각기 한 나라를 이루며 서로 왕래 없이 생활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역사를 알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천산에 거하며 득도하여 장생하신[得道長生] 인물을 지도자로 추대하였습니다. 바로 ‘만인의 아버지’란 뜻을 지닌 안파견安巴堅 환인천제님으로 환국의 초대 환인이십니다.

환국의 사람들은 하늘의 광명과 하나 된 자신을 ‘환’이라고 불렀습니다. 즉 환국 시절 사람들은 삼신상제님의 신성을 그대로 발현하여 천지의 광명으로 빛나는 존재들인 것입니다. 이 천지 광명의 심법을 전수받은 그 모든 환의 존재들을 다스리는 사람을 일컬어 ‘인仁’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환국의 통치자를 부르는 호칭은 환인천제입니다.

아버지란 뜻의 안파견 환인


안파견은 아버지[父]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태백일사太白逸史』 「삼신오제본기」에는 “환인께서는 오직 아버지의 도를 집행하여 천하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시니 온 천하가 그 덕에 감화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전용부도이주천하專用父道而注天下하신대 천하화지天下化之하니라). 또한 같은 책에서 안파견의 뜻을 ‘하늘을 받들어 아버지의 도를 확립시킨다 (계천입부지명야繼天立父之名也)’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호칭으로는 거발환居發桓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활동했던 고어 연구가 박병식은 다음과 같이 안파견의 의미를 해석합니다. 안파는 아빠에서 빌린 음이고, 견堅은 단단하다는 의미의 우리말 ‘구’를 나타내는 빌린 음입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구’는 자者, 물物을 나타내는 단어로 현대 한국어에서 친구의 ‘구’와 같은 단어입니다. 아빠에서 ‘아’는 ‘위, 훌륭한’의 의미이고, ‘빠’는 태양을 의미하는 ‘하’의 반탁음과 탁음 형태입니다. 즉 안파견 또는 아빠구는 ‘존경하는 태양 같은 자’, ‘최초의 태양인 자’라는 뜻입니다.

거발환居發桓 또는 대원일大圓一
하늘과 땅과 인간은 삼위일체입니다. 거발환은 하늘과 땅과 인간의 광명 속에 깃들어 있는 삼신상제님의 창조 이법인 조화, 교화, 치화 즉 낳고 기르고 다스리는 삼신三神의 이법을 말합니다. 또한 환국의 우주사상, 천지 광명의 삼일심법 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물과 우주의 존재 근원이 되는 삼신의 창조 정신은 광대무변[大]하고 원융무애[圓]하며 대광명으로 삼계가 합일[一]되어 있는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주 삼신의 대원일大圓一 한 창조 정신을 순우리말로 ‘거발환’이라고 부릅니다. 거발환은 크고, 조화롭고, 광명으로 합일된 존재라는 뜻입니다.

환인은 어떤 분이신가?


환인은 광명의 신성을 대각하고 광명 정신으로 만인을 이끈 통치자 겸 제사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대 안파견환인부터 마지막 환인까지 그 구체적인 모습을 우리가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태백일사太白逸史』 「환국본기」에서는 환인천제님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先是(선시)에 桓仁(환인)이 生而自知(생이자지)하사 化育五物(화육오물)하시며
敷演五訓(부연오훈)하시며 主治五事(주치오사)하시니 五加(오가)와
衆皆勤苦(중개근고)어늘 使至善修行(사지선수행)하사 開心光明(개심광명)하시며 作事吉祥(작사길상)하시며 住世快樂(주세쾌락)하시니라.

이에 앞서 환인께서는 태어나면서 스스로 깨달은 분이시다. 오물五物(걸어다니는 동물, 조류, 어류, 식물, 알에서 나오는 생물)을 기르고, 오훈五訓을 널리 펴고, 오사五事를 주관하여 다스리셨다. 오가와 무리가 모두 부지런히 애쓰거늘, 수행을 통해 지극한 선에 이르게 하시고, 광명으로 지혜를 열게 하시고, 하는 일마다 상서롭게 하시며, 세상에서 유쾌하고 즐거이 살게 하셨다.


환국의 일곱 통치자
환국은 약 일만 년 전인 BCE 7197년부터 BCE 3897년까지 3,301년의 역사를 가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7세에 걸친 환인천제께서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7명의 환인이 다스린 것으로 보기에는 역년이 너무 길다 하여 환국 역사를 7대 왕조사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단고기에는 ‘오래도록 사시며 항상 즐거움을 누리셨다’(삼성기 상), ‘도를 깨쳐 장생하시니 온몸에는 병이 없었다’(삼성기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즉 당시 환국은 도를 닦아 신과 소통하고 질병과 고통이 없는 자유로운 경지에서 산 조화 신성 문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서양의 고대 문명 연구가들이 말하는 인류 역사의 초기 ‘황금 시대 The Golden Age’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되돌아가서 발전시켜야 할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환인 천제님의 다스림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昔(석)에 有桓國(유환국)하니 衆(중)이 富且庶焉(부차서언)이라 初(초)에 桓仁(환인)이 居于天山(거우천산)하사 得道長生(득도장생)하사 治身無病(치신무병)하시며 代天興化(대천흥화)하사 使人無兵(사인무병)하시니人皆力作以勤(인개력작이근)하야 自無飢寒也(자무기한)라

옛 적에 환국이 있었다. 백성이 많고 살림은 넉넉하였다. 처음에 환인께서 천산에 머물며 득도하여 장생하시고, 몸을 잘 다스려 병이 없으셨다. 하늘을 대행하여 교화를 일으켜 사람들로 하여금 싸움이 없게 하시니, 모두 부지런히 힘써 생산하여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일이 저절로 없어졌다.


환인씨의 열두 나라


「삼성밀기」에는 환인씨의 나라, 즉 환국의 영역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환국은 모두 합하여 환국이라 하고, 나누어 보면 열두 나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리국, 양운국, 구막한국, 구다천국, 일군국, 우루국(일명 비나국), 객현한국, 구모액국, 매구여국(일명 직구다국), 사납아국, 선비이국(일명 시위국 또는 통고사국 또는 선패국鮮稗國), 수밀이국입니다.

초대 안파견환인은 자신의 아홉 형제로 하여금 나라를 나누어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중국 지도를 보면 위촉오 삼국시대를 통일했던 진晋(265~316)나라 때까지도 환국의 분국(비리裨離, 양운養雲, 구막한寇莫汗, 일군一群)의 흔적을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환국의 분국 이름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일부 국가 이름으로 유지되어, 양운국, 일군국, 수밀이국, 구다천국 등 명칭의 흔적이 단군조선 시대에도 남아 있습니다.

환국이 열두 나라로 이루어진 배경에는 심오한 우주론적 원리가 있습니다. 동양의 천지(음양)론에 의하면 하늘의 질서는 10수[十干]로 펼쳐지고, 땅의 시간질서는 12수[十二支]로 펼쳐집니다.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12수를 한 주기로 하여 일어납니다. 그래서 천상의 삼신상제님 나라가 땅에 이식된 첫 나라인 환국도 열두 나라로써 그 역사를 만들어 나간 것입니다.

인류 역사의 황금시절 환국의 모습


우리들은 흔히 상고시대를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고, 돌도끼 들고 뛰어다니던 미개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국가도, 문명도, 역사도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상고시대는 문명의 도구만 다를 뿐, 지금보다 지적, 영적 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전쟁이 없는 평화 시대였고, 장수를 누리던 황금시대였습니다. 영국의 스티브 테일러는 『The fall(타락)』에서 인류사에서 적어도 6천 년 이전까지는 전쟁과 같은 재난이 없던 인류의 황금시대라고 하였습니다. 6천 년 전에 발생한 환경 재난으로 인류의 황금시대가 끝나면서, 전쟁이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태백일사太白逸史』 「환국본기」에는 환국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定命人民(정명인민)하시며 攝治羣務(섭치군무)하시니
野處而無蟲獸之害(아처이무충수지해)하며 行而無怨逆之患(행이무원역지환)하야
親疎無別(친소무별)하며 上下無等(상하무등)하며 男女平權(남녀평등)하며
老少分役(노소분역)하니라.

백성의 목숨을 안정되게 보살피고, 세상의 뭇 일을 겸하여 다스리셨다. 사람들이 비록 들에 거처하나 벌레와 짐승의 해가 없었고, 무리 지어 행동해도 원망하거나 반역하는 근심이 없었다. 사람들이 사귐에 친하고 멀리하는 구별이 없고, 높고 낮음의 차별이 없고, 남자와 여자의 권리가 평등하고, 노인과 젊은이가 소임을 나누었다.


인류의 시원 국가인 환국은 인간이 대자연과 한마음 되어 천지의 조화신성 속에 살며 우주광명의 심법을 체득한 시대였습니다. 환국 사람들은 사람을 사귐에 친하고 멀리하는 구별이 없고, 높고 낮음의 차별이 없었습니다(『태백일사太白逸史』 「환국본기」). 또한 전쟁과 폭력을 몰랐으며, 천지의 광명을 직접 체험하며 무병장수하는 신선의 삶을 누렸습니다. 즉 자연과 인간이 극치의 조화를 이룬 환의 인간 시대였습니다.

장자莊子에서 보는 혁서환인 시절 이야기


장자의 제9장 마제馬蹄 편에는 환국의 혁서 환인천제 때의 태평스러운 삶을 간략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잠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夫赫胥氏之時(부혁서씨지시), 民居不知所爲(민거부지소위),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含哺而熙(함포이희), 鼓腹而遊(고복이유)

옛 혁서 제왕 시대에는 백성은 편안하기만 해서 집에 있어도 무엇을 해야 좋을지 그 할 바를 알지 못했다. 먹을 것을 입에 물고, 즐기고 배불리 먹고는 배를 두드려 가며 그저 근심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생활을 했을 뿐이다.



인류 문명의 뿌리인 환국


환인은 다섯 개의 지역 행정조직인 오가五加와 백성의 추대를 받아 제위에 올랐습니다. 환인을 선출하는 목적은 구환족과 12분국이 대동단결하여 한마음이 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환인은 정성과 믿음, 공경과 근면, 효도와 순종, 청렴과 의리, 겸손과 화평이라는 다섯 가지 가르침, 즉 오훈五訓으로 백성을 다스렸습니다.

발전한 환국의 문명은 동과 서로 뻗어 나가 세계 4대 문명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서쪽으로 전파되어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는 수메르문명을 낳았습니다. 동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아즈텍문명, 잉카문명 등을 개척하였으며, 남쪽으로는 인도의 인더스문명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습니다. 환국은 동서양을 모두 포함하여 전 세계 고대 문명의 모체이자 근원이 되었습니다.

지위리환인과 환웅천왕의 동방개척단 3천 명


환국 시대 말이 되자 인구가 증가하고 먹을거리와 같은 물자 등이 부족해졌습니다. 이에 모든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서자부庶子部 부족의 환웅이 새로운 터전을 개척하기를 갈망하였습니다. 이에 환국의 마지막 지위리智爲利환인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동방 개척의 선봉장으로 환웅을 정하셨습니다. 백두산을 향해 떠나는 환웅에게 종통과 국통 계승의 상징으로 천부와 인을 내려 주시고, 문명 개척단인 제세핵랑군濟世核郞軍 3천 명을 함께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역사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참고문헌>
『역주본 환단고기』(안경전, 상생출판, 2012)
『이것이 개벽이다 하』(안경전, 상생출판,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