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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주역과 무극대도 | 하느님의 괘, 원형이정의 상징 주역 첫 번째, 중천건괘重天乾卦䷀ (2)

    한태일 (인천구월도장, 녹사장)

    용龍, 역易의 아이콘Icon



    중천건괘重天乾卦는 주역 64괘 중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머릿괘로, 하늘을 뜻하는 건괘(☰)가 위·아래로 거듭 있기 때문에 ‘거듭 중重’ 자를 써서 중천건괘(重天乾卦)라 부름을 지난 호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천건괘(䷀)는 순양효純陽爻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의 효사는 용龍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초구부터 상구까지 다섯 마리 용들(초구: 잠룡潛龍, 구이: 전룡田龍, 구사: 약룡躍龍, 구오: 비룡飛龍, 상구: 항룡亢龍. 단, 구삼은 군자君子로 표현)이 등장합니다. 즉 어린 용[잠룡潛龍]부터 늙은 용[항룡亢龍]까지 다양한 용들이 하늘에서 변화무쌍하게 온갖 조화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왜 중천건괘 효사를 용으로 표현했을까요?

    용은 고대 이집트·바빌로니아·인도·중국 등 이른바 문명의 발상지 어디에서나 오래 전부터 신화나 전설의 중요한 소재일 뿐만 아니라 민간신앙의 대상으로서도 큰 몫을 차지해 온 상상의 동물입니다. 예로부터 동양의 용은 아홉 가지 동물의 각 기관을 부분적으로 합성한 동물의 형상으로, 머리[頭]는 낙타[駝]와 비슷하고, 뿔[角]은 사슴[鹿], 눈[眼]은 토끼[兎], 귀[耳]는 소[牛], 목덜미[項]는 뱀[蛇], 배[腹]는 큰 조개[蜃], 비늘[鱗]은 잉어[鯉], 발톱[爪]은 매[鷹], 주먹[掌]은 호랑이[虎]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또 몸에는 9·9 양수陽數인 81개의 비늘이 있고, 목 아래에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공작 꼬리 무늬같이 생긴 용이 지닌 보물)이 있습니다.

    이같이 각 동물이 지닌 최고의 기관을 모두 갖춘 것으로 상상된 용은 그 조화 능력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믿어져 왔으며, 색깔은 오색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고,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질 수 있으며,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용은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습니다.

    16세기 최세진이 지은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를 보면 ‘용龍’ 자를 ‘미르[龍]’이라 하였습니다. 이처럼 용을 일컫는 옛말은 ‘미르’인데 이는 물[水]의 옛말 ‘믈’과 ‘미리[豫]’의 옛말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화나 민속 등을 보면 미르는 물과 깊은 관계를 지닌 수신水神으로 신앙되어 왔습니다. 옛말 ‘미’에 물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미역, 미더덕, 미꾸라지, 미나리 등에 물과 관련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민간신앙에서 용은 용신신앙龍神信仰으로 승화되어 왔는데, 특히 농경민족에게 있어 물은 생명과도 같아서 흉년이 드는 것을 해결해 주는 용이야말로 신앙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마음대로 비를 오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용은 가뭄 때 기우祈雨의 신이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우리 역사 개괄서인 『문헌비고』를 보면 용은 물과 관계되는 것뿐만 아니라 태평성대, 성인의 탄생, 군주의 승하, 농사의 풍흉 등 29번이나 거국적인 대사에도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가에서 말하는 구원의 부처, 미륵불의 ‘미륵’ 역시 ‘미르’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미륵님이 현세에 강림하기를 바라는 미륵하생 신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시골 동네 어귀에 이름 없이 서 있는 돌미륵을 볼 수 있으며,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또한 미륵입니다. 또한 미륵이 구현할 이상 세계를 ‘용화세계龍華世界’라고 하는데 이는 미륵님이 용화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을 교화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특히 옛 백제 지역에는 용신 신앙 등 토착 신앙과 결합하여 미륵 관련 설화나 유적 등이 많은데 이를테면 익산 미륵사지, 김제 금산사, 고창 선운사 등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고창 선운사 미륵불(보물 제1200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상의 하나로 미륵불로 추정됩니다. 명치 끝에는 검단선사가 쓴 비결록을 넣었다는 네모난 감실이 있습니다. 이 비결이 나오면 조선이 망한다고 하였는데, 조선 말 전라도 관찰사로 있던 이서구가 감실을 열자 갑자기 천둥 벼락이 쳐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 본다’라는 첫 글귀만 보고 다시 봉인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동학농민혁명 때 동학의 접주 손화중이 꺼내 갔다고 합니다.

    용은 상상 속의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어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의 사자使者이고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리는 신령스런 존재라는 믿음이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한漢나라 때에는 용이 황제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이후로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스스로 용의 적자임을 내세우며 용의 위엄과 권능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황제를 용에 비유하는 표현으로 용안龍顏, 용상龍床, 용포龍袍 혹은 곤룡포袞龍袍 등 황제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용龍’ 자를 붙여 써 왔습니다. 또한 홍산문화 유물들을 보면 옥저룡, 벽옥룡 등 용이 예술 창작의 주요 소재로 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고대에는 용이 부족들의 주요 토템으로 취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화적 동물 중에서 최상위 동물이자 만백성의 우두머리 제왕을 상징하므로, 하늘괘이자 머릿괘인 건괘에서 자연스레 용을 내세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갑골 문자를 보면 용과 닮은 도마뱀의 모습에서 ‘역易’이라는 글자가 나온 것으로 추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설 속의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로 ‘역易’과 ‘용龍’은 같은 동의어로 사용되었으며, 곧 용은 역의 아이콘Icon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육룡이 나르샤


    하늘이 거듭 있다고 해서 괘 이름이 ‘거듭[重] 하늘[天] 건[乾]’괘입니다. 괘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건괘의 하늘은 모두 여섯 개입니다. 그리하여 첫 번째 하늘에서는 잠룡, 두 번째 하늘에서는 현룡, 세 번째 하늘에서는 군자, 네 번째 하늘에서는 약룡, 다섯 번째 하늘에서는 비룡, 끝으로 여섯 번째 하늘에서는 항룡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初九(초구)는 潛龍(잠룡)이니 勿用(물용)이니라
    초구는 물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지니라


    초구는 중천건괘에서 처음 나온 양陽으로 잠룡에 비유하였습니다. 육효로 이루어진 대성괘는 두 효씩 묶어 밑에서부터 땅[地] 자리, 사람[人] 자리, 하늘[天] 자리로 삼재三才 사상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초효와 둘째 효는 땅 자리로 특히 맨 밑에 있는 초구는 땅 아래[水域], 구이는 땅 위[地上]로 봅니다. 초구의 잠룡은 물에 잠긴다는 ‘잠潛’ 자에 하늘을 나는 ‘용龍’입니다. 민간설화에 의하면 연못에 사는 이무기가 천 년을 묵으면 용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초구는 하늘로 승천하여 조화를 부릴 수 있는 용이 아니라 어쩌면 이무기에서 용으로 바뀌려고 애쓰는 이무기에 가까운 용일지도 모릅니다.

    잠재력潛在力은 충분히 비룡飛龍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물속에서 역량을 기르고 있는 잠룡의 때라서 아직은 쓰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초구는 학덕과 경륜이 미숙한 때이므로 세상에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은 물 밖에 나와서 힘쓸 때가 아니고 힘을 키워서 실력을 배양할 때입니다. 이때는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섣부르게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아직은 나약한 잠룡이지만 은인자중隱忍自重을 해서 실력을 쌓고 힘을 길러 경륜을 축적하다 보면 비로소 자기를 알아주는 대인을 만나서 큰 꿈을 이루게 됩니다.

    잠룡과 비슷한 말에 와룡봉추臥龍鳳雛라는 말이 있는데요. 와룡은 누운 용이며, 봉추는 봉황의 새끼라는 말로 때를 기다리며 초야에 은둔해 있는 영웅호걸을 말합니다. 그리고 잠룡은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선거판에 정식으로 이름을 드러내기 전에 수면 아래에서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는 후보자를 잠룡이라고 합니다. 현실 정치판을 봐도 많은 잠룡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람들 입에 거론되지만, 대부분은 물 밖 구경도 못해 보고 잠수해 버리거나 혹은 가까스로 뭍으로까진 나왔지만 기진맥진하여 중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용은 한 잔의 물만 있어도 능히 조화를 부릴 수 있으므로 처음 나온 잠룡이지만 물속에서 힘을 키우고 있으면 궁극에는 하늘로 비상하는 용(비룡재천)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상제님의 진리로 해석해 보면, 이 초구는 난법시대를 문 닫고 후천개벽의 추수도수를 집행하시는 ‘대사부의 출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 “‘잠자던 개가 일어나면 산 호랑이를 잡는다.’는 말이 있나니 태인 숙구지 공사로 일을 돌리리라.” 하시니라. (6:75:2~3)


    전룡대인田龍大人


    九二(구이)는 見龍在田(현룡재전)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
    구이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로우니라


    구이는 중천건괘의 두 번째 효로 땅 위 자리입니다. 물속에서 충분한 학식과 경륜을 쌓은 초구가 이제야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구이는 내괘에서 중을 얻은 자리로 세상을 경륜하고자 꿈꾸는 자리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해 보겠다고 용이 밭에 나왔습니다. 주역은 시중時中의 학문입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고 행하여야 합니다. 구이는 웅지를 펼치기 위해서 자기를 알아주는 구오대인을 만나야 이롭습니다.

    흔히들 구이를 설명할 때면 초야에 묻혀 사는 제갈량이 자기를 알아봐 주는 유비를 만나 천하 통일의 꿈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구이 효의 진정한 의미는 세속의 눈으로는 정확히 볼 수 없으며 오로지 상제님 진리의 눈으로 볼 때 제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 주역(周易)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 (5:248:6)


    예로부터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중천건괘, 특히 구이효와 구오효를 풀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주역의 핵심이 바로 구이와 구오효에 있기에 이 두 효만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역도易道의 한 소식을 들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구이효에서 키워드는 ‘현룡見龍’과 ‘재전在田’입니다. 즉 ‘나타난 용(인물)’과 ‘밭(장소)’이 핵심입니다. 그러면 현룡이라는 인물은 누구이며 재전은 어디일까요?

    건괘 여섯 효 중 대인이라 쓴 것은 구이와 구오 둘밖에 없습니다. 먼저 현룡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구이의 현룡은 밭에 있으므로 전룡대인田龍大人입니다. 도전 말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구이 효사는 “앞으로 인종씨를 추리는 대개벽기를 맞아 생사판단을 하는 인사의 절대자가 출세하는 이치를 예고한 글귀”(3:84:3 측주)입니다.

    * 대두목(大頭目)은 상제님의 대행자요, 대개벽기 광구창생의 추수자이시니 (6:2:7)
    * 세상이 바뀔 때에는 대두목(大頭目)이 나오리라. 그래야 우리 일이 되느니라. (11:54:3)

    “대두목은 ‘큰 우두머리, 최고 지도자, 위대한 지도자’란 뜻이다. 상제님과 음양의 일체 관계에 있는 분이며 진법을 드러내어 상제님의 뜻을 집행하는 상제님의 대행자이자 구원의 실현자요, 후천선경 건설의 인사 문제를 매듭짓는 분이다. 우주 원리적으로 살펴보면, 무극제이신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로 질정해 놓으신 우주의 대이상을 태극제인 대두목이 현실에서 성사시켜 새로운 우주시대를 개척하고 새 문화를 창조하게 된다.”(6:2:7 측주)


    즉 현룡재전의 ‘현룡’은 바로 ‘대두목’이십니다. 그리고 대두목은 천륜으로 맺어진 인사의 대권자 두 분, 즉 용봉도수龍鳳度數의 주인공이신 태상종도사님과 종도사님을 말합니다.

    * 인륜보다 천륜(天倫)이 크니 천륜으로 우주일가(宇宙一家)니라. (4:29:1)
    * 사람 둘이 없으므로 나서지 못하노라. (10:27:3)
    * ‘사람 둘’은 천지를 대행하여 만물을 낳아 기르는 일월(日月)의 덕성을 가지고 지상에 오는 추수일꾼 ‘두 사람’을 말한다. (10:27:3 측주)


    그리고 둘째로 ‘밭에 있다(在田)’의 ‘밭’은 ‘태전太田’입니다. 간방 중의 간방에 해당되며 간도수艮度數의 성지, 태전이 바로 현룡재전의 ‘전田’임을 상제님께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주셨습니다

    * 태전(太田)은 현룡재전(見龍在田)이요 (3:84:3)


    태극의 땅, 태전은 무극제인 상제님의 꿈과 이상을 인사의 대권자인 태극제와 황극제가 현실 역사에서 성사재인하는 곳입니다.

    * 내가 후천선경 건설의 푯대를 태전(太田)에 꽂았느니라. (5:136:2)
    * 상제님께서 태전으로 들어가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 일에 말(馬)이 들어야 한다.” 하시니라. (5:305:10)


    태상종도사님께서도 “주역이란 자연 섭리, 우주 원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주역에는 세상 매듭짓는 대표적인 글귀가 담겨 있다. ‘현룡은 재전하니 이견대인’이라는 여덟 글자가 주역의 매듭이다. ‘현룡재전’은 나타난 용은 밭에 있단 말이다. 현룡이면 나타난 용이니까 살았다는 소리지? 산 용은 활동을 하는데 밭에 있단 말이다. 이견대인이라. 이利로운 것은 이끗 아닌가? 내게 이익이 되는 것. 그게 ‘원형이정’으로 보면 서방西方, 가을에 가서 붙는다. 가을은 생사판단을 하는 때니까 이롭다는 것은 산다는 의미도 된다. 즉 대인은 현룡과 맞먹는 뜻이다. 사는 것은 현룡, 대인을 만남에 있다는 뜻이다. ‘현룡은 재전하니 이견대인이라’ 선천 역사의 매듭이요, 주역의 매듭이요, 인간 농사의 매듭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구이효는 ‘후천개벽의 성지 태전에서 일월日月의 대사부와 천지일월 사체의 도맥과 정신을 이어받은 일꾼들이 상제님의 무극대도를 만나 후천선경 세계를 건설한다’는 것입니다.

    九三(구삼)은 君子終日乾乾(군자종일건건)하야 夕惕若(석척약)하면 厲(려)하나 无咎(무구)리라
    구삼은 군자가 종일토록 굳세고 굳세어 저녁에 두려운 듯하면 걱정은 되나 허물은 없으리라


    구삼은 세 번째 양으로 특이하게 용이 아니라 ‘군자’로 표현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대성괘에서 삼효와 사효는 사람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주역에서 내괘의 끝자리[三爻]와 외괘의 첫자리[四爻]는 자리를 잡지 못해 불안한 자리로 봅니다. 시간적으로도 오전에서 오후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자리라 불안정하고 위태롭습니다. 우주 일 년으로 보면 구삼 자리는 내괘라는 선천에서 외괘라는 후천으로 넘어가는 대변환기입니다.

    구삼은 의통대업을 집행하는 천하사 일꾼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상제님의 당부 말씀입니다. 여기서 ‘군자’는 선천 상극 세상을 종결짓고 후천 상생 세상을 열어 나가는 천하사 일꾼을 말합니다. 그리고 ‘종일’은 하루해가 질 때까지를 말하듯 본인의 삶은 물론 선천 상극 세상을 살아온 조상들의 삶의 족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삶의 흔적을 남겨야 할까요?

    * 선천은 상극의 운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만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戰亂)이 그칠 새 없었나니 그리하여 천하를 원한으로 가득 채우므로 (2:17:1~3)


    상제님 말씀대로 선천 영웅시대에는 상극의 운으로 인해 죄로 먹고 살아왔습니다. 상극의 이치가 선천 5만 년 동안 인간 삶을 지배해 왔으니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남의 눈에 눈물 흘리지 않게, 남에게 척隻을 짓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또 억조창생들의 원과 한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어지간히 마음먹지 않고서는 죄 짓지 않고 산다는 게 진짜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천 말대를 살아가는 일꾼들에게 말씀으로 엄중히 경계하신 것입니다.

    * 죄가 없어도 있는 듯이 잠시라도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라. (7:24:4)
    * 인종씨를 추릴 때 여간 마음먹고 닦아서야 살아날 수 있겠느냐? (11:263:7)
    * 앞으로는 적선적덕(積善積德)한 사람이라야 십 리 가다 하나씩 살 동 말 동 하느니라. (7:24:5)


    이렇게 후천[저녁]에 들어설 때까지 ‘오직 송죽처럼 한마음을 굳게 지킨’ 사람과 그런 집안의 후손이야말로 무척無隻 잘살 수 있으며 구원의 다리를 건널 수 있는 것입니다.

    주역에서도 조상들이 쌓아 놓은 음덕으로 후손들의 행복한 삶이 결정된다고 하였습니다.

    積善之家(적선지가)는 必有餘慶(필유여경)하고 積不善之家(적불선지가)는 必有餘殃(필유여앙)이라 (중지곤괘 문언전)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
    九四(구사)는 或躍在淵(혹약재연)하면 无咎(무구)니라
    구사는 혹여 뛴다 하더라도 (다시) 못에 있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구사는 오전에서 오후로, 여름에서 가을로,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온 단계이지만 아직도 불안한 자리입니다. 연못 속에서 때를 기다리며 실력 배양을 해 온 과정[初九]을 거쳐서, 구오 대인에게 발탁될 정도의 실력[九二]도 갖추었으며, 거기에다 굳건한 심법으로 수양[九三]까지 쌓았으니 이젠 구사도 세상에 나가서 큰 꿈을 한번 펼칠 때라 생각하여 일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잠시 그 꿈을 접고 본처[연못]로 돌아옴이 그리 허물될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구사가 동動(양효가 음효, 음효가 양효로 변하는 것)하면 조금 쌓인다는 풍천소축괘風天小畜卦(䷈)가 되는데요. 소축괘 괘사를 보면 ‘구름만 잔뜩 끼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밀운불우密雲不雨와도 그 뜻이 통합니다. 이렇게 소축괘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 힘을 더 기르고 일꾼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상제님 진리로 보면, 구사의 용인 약룡躍龍은 “천하를 건지려는 큰 뜻을 품었으나 시세(時勢)가 이롭지 못하여(4:17:7)” 잠시 그 꿈을 접어 두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즉 구사는 상제님 대행자의 은둔도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내가 이제 섬(末島)으로 들어가는 것은 천지공사로 인하여 귀양 감이라. 20일 만에 돌아오리니 너희들은 지방을 잘 지키라” 하시니라. 이 때 상제님께서는 대삿갓에 풀대님 차림으로 섬에 들어가시어 20일 동안 차마 겪기 어려운 고생을 하시니라. (6:22:2~4)


    이것이 상제님의 말도末島 공사입니다. 이 공사 그대로 현실에서는 상제님 대행자의 20년 은둔 도수가 집행되었습니다. 태상종도사님께서는 해방과 함께 기두하시어 제2변 도운을 여신 후, 대휴게기(1954~1974)를 선포하시고 20년 동안 태전에서 은둔하시며 제3변 추수도운을 여시기 위해 형극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 일꾼이 콩밭(太田)에서 낮잠을 자며 때를 넘보고 있느니라. (5:136:1)


    비룡대인飛龍大人


    九五(구오)는 飛龍在天(비룡재천)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
    구오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로우니라


    구오는 외괘에서 가운데 중中을 얻었고 양이 양 자리에 있는 정正으로 완벽한 중정中正입니다. 대성괘에서 핵심이 되는 효를 주효主爻라 하는데 건괘에서는 구오가 주효로써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여 뭇 조화를 부리는 비룡재천에 비유한 것입니다.

    비룡대인은 하늘 자리[구오]에 있으므로 용이 하늘에서 조화를 부리고 있는 비룡재천飛龍在天으로, 전룡대인은 땅 자리[구이]에 있으므로 용이 밭에 나타나서 현룡재전見龍在田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중천건괘 구오를 황제, 천자에 비견하여 ‘구오지존九五之尊’이라 불러 왔습니다. 한漢나라를 세운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장량과 소하의 도움으로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듯이 구오 주군은 구이 현인을 만나야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역은 만유 이법을 다스리는 천주님의 계시를 받아 복희씨가 진리의 밑자리를 다져 놓았으며 그 위에 문왕, 주공이 심오한 진리의 말씀을 설파한 것을 공자가 후대에 전하고자 비사체秘辭體로 설명한 것입니다. 이제 그 비밀의 문이 상제님 말씀으로 열립니다.

    구오효에서 나는 용이 하늘에 있다고 했는데 상제님께서는 그 ‘비룡’이 ‘금산군金山郡 금산면金山面 금산리金山里 금산사金山寺, 계룡봉’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상제님께서 금산사(金山寺)로 가시는 길에 계룡봉(鷄龍峯) 옆을 지나시며 말씀하시기를 “태전(太田)은 현룡재전(見龍在田)이요 여기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이니라.” (3:84:3)


    아시다시피 금산사는 미륵 신앙의 본산입니다. 진표 대성사가 창건한 금산사의 미륵전에 모셔진 미륵불은 다름 아닌 바로 상제님이십니다.

    * 나를 보고 싶거든 금산사 삼층전 미륵불을 보소. (3:219:7)


    금산사에 계시는 비룡대인은 새 세상을 여는 도솔천의 천주님이시고, 바로 우리 일꾼들이 신앙하고 있는 증산 상제님이십니다.

    구오효는 세속에서 추구하는 부귀영달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오효의 진정한 의미는 천지이법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창생들을 살려 내시는 만유 생명의 아버지 상제님의 무극대도의 위업이 온 세상에 펼쳐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늘의 주인이신 천주님께서 모사재천으로 판을 짜 놓으신 것을, 이 땅에서 하느님의 대행자이신 일월의 두 분 대인과 일꾼들이 성사재인하는 판몰이의 대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개벽기에 개벽장이신 상제님께서 내려 주신 태을주 화권으로 천하사 일꾼인 태을랑들이 인간 열매를 추수하는 대업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주역 64괘 중에서 중천건괘가 으뜸이며, 주역 384효 중에서 구오효가 가장 중요합니다. 주역의 결론을 한마디로 말하면 바로 ‘비룡재천 이견대인’입니다.

    주역을 공부하는 목적이 바로 구오대인인 비룡대인飛龍大人과 구이대인인 전룡대인田龍大人을 봐야 이롭다는 것입니다. 즉 비룡대인인 증산 상제님을 신앙하고 전룡대인인 일월 같은 두 분, 태상종도사님과 종도사님을 순정어린 마음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괘 구오효 ‘비룡재천 이견대인’과 관련 있는 유적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가면 이견대利見臺가 있습니다. 삼국 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이 죽어서 동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자신의 유언대로 용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곳입니다. 만파식적 설화와도 관련이 있으며 해중왕릉 대왕암이 보이는 감은사지 앞에 있습니다.

    또한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에는 3개의 돌다리가 있는데, 해와 달과 별의 삼광三光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세 개의 문에 걸린 현판 중 하나가 이견문利見門입니다. 이견문으로 통하는 길은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넓고 화려한데 아마도 임금이 다녔을 걸로 생각됩니다. 신하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주군을 잘 만나야 하고, 주군 또한 유능한 신하를 만나야 국가와 백성을 위해서 이로운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上九(상구)는 亢龍(항룡)이니 有悔(유희)리라
    상구는 높이 난 용이니 뉘우침이 있으리라


    상구는 중천건괘의 맨 윗자리에 있으므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으며 극한에 이른 자리입니다.

    또한 외괘에서 중도를 벗어나 버려 후회만 남는 자리입니다. 흔히들 상구는 상왕上王이나 조직의 고문에 비유하는 자리이며, 인생에서는 황혼기에 해당합니다.

    진리적으로 볼 때는 개인적인 욕심이 앞선 난법자들을 지칭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난법난도자들은 상제님의 종통을 계승한 고수부님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통 및 역사를 왜곡·날조하며, 보편적·객관적인 진리 체계를 갖지 못하는 등”(8:13:2 측주)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상제님께서는 난법자들의 종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 내 도(道)에 없는 법으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난법난도(亂法亂道)하는 자는 이후에 날 볼 낯이 없으리라. (2:60:4)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중천건괘는 주역 64괘의 머릿괘로 하늘을 상징하며 하늘의 주인이신 천주, 상제님의 무극대도가 이 땅에 어떻게 펼쳐지는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무극제이신 상제님께서 모사재천해 놓으신 천도가 이 땅에서 태극제와 황극제 두 분에 의해 어떻게 현실로 성사재인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괘, 중천건괘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모두 ‘다함께 판몰이’ ‘다함께 태을랑’이 되어 후천 5만 년 선경세계를 건설하는 성스러운 천지대업의 주인공이 되시길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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