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칼럼 | 진정한 기쁨이란(김재홍)

[철학산책]

김재홍(충남대 철학과 교수) / STB상생방송 <소통의 인문학, 주역> 강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 취득(중국철학 전공, 세부전공 : 주역과 정역). 충남대학교 역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역임, 목원대, 배재대, 청운대 외래교수 역임하였고, 현재 충남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STB상생방송에서 〈주역 계사상·하편〉 강의를 완강하였고 현재 <〈소통의 인문학 주역〉을 강의, 방송 중이다.

인간은 누구나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한다. 돈, 학문, 봉사 활동, 취미 활동 등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기쁨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일상적인 삶의 피곤함을 잠시 내려놓고, 지인知人들과 함께 소주 한잔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소박한 인간사의 기쁨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형이상적인 측면에서 진리의 자각을 통해 나를 내려놓고 성인지도를 받아들인다면 그 기쁨을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주역周易』에서는 진정한 기쁨에 대하여 뇌지예괘雷地豫卦와 중택태괘重澤兌卦에서 밝히고 있다.



뇌지예괘에서는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에 대하여 하늘의 뜻에 순종하면서 움직이는 것이(순이동順以動) 가장 즐겁고 기쁜 일이라고 한다. 공자는 ‘천도天道에 순종하면서 움직이는 고로 어떤 일을 하여도 백성들은 모두 즐거워한다’고 했다. 군자는 천도에 순종하며, 지도地道와 인도人道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천하 만민이 모두 즐겁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순종하면서 움직이는 덕德으로 생기는 열락悅樂이라고 말한다.

하늘의 뜻에 왜 순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일월日月이 지나치지 않고, 사시四時가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주역』에서는 하늘의 섭리가 주야의 변화와 사계절의 변화로 드러난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어긋남이 없으니 진리를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만민이 모두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하늘을 믿고 따름으로서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가 말한 순종하면서 움직인다는 뜻은 몹시 넓고 크다. 순종으로써 움직인다는 ‘순이동’의 세 글자만 잘 사용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넓고 넓은 천지도 순종으로써 움직이고, 자연이법에 따라 활동한다. 수천 년이 흘러도 해와 달의 움직임은 틀리는 일이 없고,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도 단 한 번도 어긋나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모든 만물의 생장수장生長收藏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실천적인 덕목으로 하늘의 뜻에 순종하면서 움직여 진정한 기쁨을 자각했다면 “상제님에게 제사를 성대히 바치고, 조상의 제사를 지내라.(殷薦之上帝 以配祖考)”라고 말한다.

예괘에서는 소인배가 다른 사람에 의지하여 교만하고 경거망동으로 안일한 즐거움을 드러내는 것이 흉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주변에는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쳐다보고 아첨하며 그의 힘을 믿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도덕과 재능이 없는 소인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배경을 믿고 기쁨과 즐거움에 빠져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잘못에 대해서 깨닫는 것이 늦어져 자신의 잘못을 고치지를 못한다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늘의 섭리를 믿고 움직여야지 사람의 힘에 의존하면 진정한 기쁨을 음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천도에 대한 믿음이 돌과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절개를 돌과 같이 하고 분수를 지키면 길吉하며 진정한 기쁨을 복으로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聖人은 하늘의 뜻을 자각하여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있는 사람들이다. 군자는 천도에 순종하면서 정도正道를 굳게 지키고 있으며, 천하의 만민이 이를 따르고 있지만 마음속에 성인의 말씀에 대한 의심병이 있다. 마음속의 병이다. 그 병은 오래 간다고 말한다. 성인은 이러한 일로 항상 걱정한다. 그러나 천하의 화평和平과 열락悅樂을 이루는 군자가 제후가 되었으니, 천하 만민이 모두 믿고 따른다. 사람들의 의심병이 오래 지속되어도 군자는 죽지 않고 망亡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성인지도는 절대로 사라지거나, 죽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다수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초심初心을 지키지 못하고 쾌락에 빠져 마음이 한밤중같이 어두워지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반드시 흉하며 화禍를 입게 된다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까지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면서 행동을 바꾸면 화를 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에게 개과천선改過遷善을 권하는 말이다. 부족한 재능과 어두워진 마음으로 즐거움에 빠져 윗자리에 있어도 가히 오래 견딜 수 없다. 그러므로 빨리 잘못을 깨닫고, 순종으로써 움직일 것을 권하고 있다.

예괘는 사람들이 천도天道에 순종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라고 한다. 반면에 태괘는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가를 왕도 정치의 원리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태는 기쁨으로써 바르게 함이 이로움이라, 이로써 하늘에 순종하고 사람들이 응하나니, (지도자, 윗사람이) 백성들을 먼저 기쁘게 하면 백성들은 그 수고로움을 잊고, 기뻐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면 백성들은 그 죽음조차 잊나니, 기뻐함의 위대함이 백성에게 권면勸勉(격려하여 힘쓰게)하니라.”라고 하였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지도자는 천도에 순응하고 아래로는 백성에게 정도正道를 바르게 실천하면 백성들이 호응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며 먼저 백성을 기쁘게 하면 백성들은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백성을 감복시킬 수 있는 기쁨이야말로 백성에게 먼저 베풀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며, 백성들도 큰 기쁨으로 응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아름다운 덕목으로 보인다.

윗사람이 백성들에게 먼저 즐겁게 한다면 백성들은 현인賢人을 믿어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먼저 군자지도와 소인지도를 헤아려야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군자지도와 소인지도를 분별해서 헤아리지 못하고, 잘못됨을 알면서도 이를 쉽게 멀리하지 못한다면 흉해진다는 것이다.

태괘에서는 분명하게 소인지도를 분별해서(介) 막아야(지켜야) 중정지도中正之道를 이루는 기쁨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실천적인 내용으로, 먼저 분별을 했으면 진리에 대하여 의심하지 말고 천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인지도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자만과 방심을 한다면 위태롭게 된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주역』 뇌지예괘雷地豫卦와 중택태괘重澤兌卦에 의하면 진정한 기쁨이란 자연스럽게 굴러오는 것도 아니며, 남들에게 이끌려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성인지도를 자각하여 믿고 따르며, 지도자는 먼저 솔선수범하고 나아가 백성들을 기쁘게 함으로써 백성들이 수고로움과 죽음조차 불사하는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기쁨
●예괘- 사람들이 천도天道에 순종하면서 움직이는 것(순이동順以動)
●태괘- 지도자가 솔선수범하여 만백성을 감복시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