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으로 빠져드는 베네수엘라 사태

[지구촌개벽뉴스]
국가 재정 파탄과 살인적 인플레… 그리고 탈출 행렬
두 명의 대통령 등장 속, 퇴임을 거부하는 독재 정권


경이적인 경제 파탄


물가 상승률은 1000만 퍼센트에 육박하고, 사람들은 필요 없는 돈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지폐를 이용하여 자동차, 공예품 접기 놀이를 하며 자기 나라의 경제 상황을 조롱한다. 바로 남미의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이야기다.

이 나라의 경제 파탄은 경이적(?)이다. 국민의 90%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인구의 10%인 300만 명이 먹고살기 위해 조국을 떠났다. BBC에 따르면 수십만 명의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과거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에서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생필품과 식량 부족으로 지난해 베네수엘라 전체 국민의 평균 몸무게가 11kg이나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국민들은 경제 위기의 책임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고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1월 24일(현지 시각) 사회갈등관측소(OVCS) 등 현지 인권 단체들은 “전날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18세 청년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최소 26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고 175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유·자원 부국이었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마두로의 정치적 스승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1999~2013)의 포퓰리즘populism에서 시작됐다. 그는 민간 석유 산업을 몰수해 국유화하고 이를 통해 유입되는 막대한 ‘오일 머니’로 돈 잔치를 벌였다. 무분별한 복지 정책이 펼쳐졌다. 그러나 차베스 사망 후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나서부터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국가 재정은 파탄에 직면했다.

혼란한 정치 상황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정치는 그야말로 혼돈 상황이다. 2018년 니콜라스 마두로는 유력 야당 인사들의 대선 참가를 방해하고 6년 임기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2019년 1월 마두로가 2기 취임을 선언하자, 베네수엘라 국회는 마두로와 정부의 내각에 대해 불신임을 결의한다. 1월 23일에는 국회의장인 후안 과이도(36)가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다. 베네수엘라 헌법 233조에서는 “국회에서 합법적인 대통령이라 인정하지 않는 결의를 하고 대통령에 대한 임무 위임을 철회할 경우, 국회의장이 임시로 대통령직을 대행하고 재선거를 한다.”고 되어 있다.

갈라진 국제 사회, 퇴임을 거부하는 마두로


국제 사회의 지지도 갈라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미주 국가들이 속한 ‘리마그룹Lima Group’ 13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새 대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국회에 권력을 양도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 역시 마두로의 하야를 요구했다. 반면 중남미의 좌파 국가 쿠바, 볼리비아, 멕시코 등과 러시아, 중국 등은 마두로를 계속 인정하고 “미국은 베네수엘라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마두로는 계속 버틸 태세다. 자신에 대한 군부의 지지가 아직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국제 사회의 구호 물품 전달도 막고 있다. 마두로가 끝까지 버티면 미국과 국제 사회는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더욱 거센 압박을 할 태세다. 이렇게 되는 경우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