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전安耕田 증산도 종도사 己亥(서기 2019)年 신년사

[종도사님 말씀]

【 핵심 요약 】 격변의 시간을 지나온 우리 앞에 다시 희망찬 새해가 밝아온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분단 비극의 역사와 상극相克문명의 상징이던 북한 핵무기를 묻어버리려는, 비핵화와 통일의 여정을 다져 왔다. 이제 남북의 화해와 평화의 바탕 위에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고 지구촌 온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이루어내는 단단한 초석礎石을 깔아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잃어버린 우리의 뿌리, 우리의 역사문화,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자연도 문명도 인간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요동치는 대개벽의 시대,

저마다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도심道心으로 내 뿌리를 바로세우고, 뿌리가 뿜어주는 생명력과 창조력으로 내 삶은 물론 위대한 우주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한 해가 되기를 축원한다.


기해년 동지冬至 새벽 ―.
격변의 한 해를 보낸 우리 앞에 다시 희망찬 새해가 밝아옵니다.

음陰의 기운이 극에 달했으니, 마침내 양陽의 기운이 돌아온다 !
우주 천지가 둥글어가는 음양陰陽의 섭리에 따라 이제 저 어머니 땅의 깊은 곳, 생명의 밑자리에서 모든 것을 힘차게 길러내는 한바탕 양의 기운, 곧 ‘일양一陽’이 솟아오르며 우리를 짓누르던 일체의 삿된 기운을 물리칩니다. 『주역』에서 동짓날을 ‘지뢰복’(地雷復, 64괘 중 24번째 괘)이라 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모두의 희망과 새로운 꿈을 들깨우는 우렁찬 천둥소리가 천지간에 울려 퍼지는 이 날을, 우리 한민족은 누천 년 동안 진정한 설날로 삼아 소중히 지켜왔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분단 비극의 역사와 상극相克문명의 상징이던 핵무기를 크게 다스리는, 비핵화와 통일의 여정을 열었습니다.
새 희망, 새 시대의 불빛이 저 앞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의 바탕 위에 새로운 통일시대, 통일문화를 맞이하고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이루어내는 진정한 초석礎石을 깔아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잃어버렸던 우리의 뿌리, 우리의 역사문화, 우리의 민족혼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민족은 9천년 역사를 가진 창세민족입니다.
인류 첫 나라인 환국桓國을, 그 종통을 이어 환웅 천황께서 배달培達을, 그리고 신교神敎의 가르침으로 단군왕검들께서 단군조선을 여셨습니다. 이 환국-배달-단군조선의 7천 년 역사는 참으로 광명한 원형문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장대한 뿌리역사를 잃어버렸습니다.
처음 인류문명을 열었던 한민족의 7천 년 상고사는 송두리째 말살되거나 기껏 신화로 치부되고 말았습니다. 한두 해가 아닌, 수천, 수백 년에 걸친 역사왜곡으로 한민족은 제 뿌리를 잘리고 역사를 다 잃어버렸습니다. 이 땅을 침탈해온 중국의 중화사관, 일본의 식민사관은 한민족을 자랑스러운 창세역사 대신 외세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한낱 열등한 존재로 왜곡하고자 했습니다.
일찍이 환국시대 이래 세상을 이끌던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통치이념이, 그로부터 3천여 년이나 지난 뒤의 단군조선 개국이념으로 왜곡됐습니다. 그 바람에 음력 10월 3일의 개천절도 언제부턴가 양력으로 둔갑했습니다. 너무도 황당한 저 한사군이며 위만조선이며 하는 이야기들도 모두 왜곡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도 중국은 동북공정 등의 기도를 통해 자신들이 동북아 역사의 패권을 쥐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합니다. 일본은 지금도 틈만 나면 독도 영유권을 들이대고, 우익 교과서에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 따위를 버젓이 게재하며 우리의 가슴을 멍들게 합니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역사를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저 창세시대를 이끌었던 신교神敎문화, 광명光明문화, 신명神明문화도 함께 잃어버렸습니다. 우리 창세역사에서 나온 ‘대한大韓’이란 말은 곧 ‘큰 빛, 광명한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 빛나는 역사의 진실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생명력, 내일의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창조력을 발휘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어둠의 역사, 역사의 어둠을 다 걷어내야 합니다. 한민족의 본래 정신과 문화, 역사와 영혼을 바로 찾고 복원해서 진정한 ‘대한’으로 우뚝 서기를, 이 아침 기원합니다.

잃어버린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일만큼 오늘 우리에게는 새로운 역사인식 또한 절실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인류는 역사의 어떤 시점에 와 있는가를 바르게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찬 새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습니다.

온 나라 백성이 도탄에 빠져 희망을 잃어버린 채 신음하던 1860년, 동북아 이 땅 한반도에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한소식이 울려 퍼졌습니다.
“시천주侍天主 조화정造化定 영세불망永世不忘 만사지萬事知! 하늘의 주인이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오시니, 그 분을 모시고 새 세상을 건설한다.”
“다시 개벽이라, 유교-불교-선교의 누천년 운이 다 하고, 천주 아버지께서 나를 내어 아국운수 보존하네. 무극지운無極之運 닥친 줄 너희 어찌 알쏘냐, 무극대도無極大道 닦아내니 오만 년 운수로다!”

하늘의 주인이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오신다!
다시 개벽이다!
5만년 무극지운이 다가온다!
이는 천지와 대자연의 질서가 크게 바뀌고(자연개벽), 상생相生의 문명이 열리고(문명개벽), 사람과 신명이 소통하며 함께 어울리는(인간개벽)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위대한 선언이었습니다. 온 우주를 주재하시는 상제님께서, 백성을 질곡에서 구하고자 혈심血心으로 기도하던 최제우 대신사에게 직접 내려주신 계시였습니다.
이 소식은 곧 동학東學이라는 이름으로 들불처럼 온 땅에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한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1871년, 우주를 주재하는 천상의 상제님께서 마침내 강세하셨습니다. 이 분이 곧 강증산 상제님입니다.
세상에 크게 울린 동학의 개벽선언과, 상제님의 강세로 인류는 ‘다시 개벽’ 시대를 맞았습니다. 이로써, 동학의 개벽선언은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전 세상과 그 이후 세상을 확연히 구별짓는 진정한 근현대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오신 증산상제님은 “때가 가을로 들어서고 있느니라” 라고 우리에게 후천개벽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늘 인류는 우주가 둥글어가는 큰 시간대로 보아 선천先天 5만 년의 봄여름 세상을 다 보내고, 이제 가을철 문턱에 왔습니다. 우주의 봄여름 절기에서 우주의 가을철로 진입하는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때는 자연과 문명과 인간의 묵은 틀이 벗겨지고 가을하늘 아래 모든 것이 상생의 새 질서로 거듭나는 가을개벽, 후천개벽의 시대입니다.

가을은 천지만물 모든 것이 성숙해 서로 조화를 이루고 통일문명을 이루어 나가는 절기입니다. 대립과 분열과 갈등 속에 치열했던 선천 세상의 어두운 상극 역사가 말끔히 청산되고 새로운 상생의 도道로써 상생의 천지질서가 열리는 시간대입니다.
남을 먼저 살리고 잘 되게 하는 이 위대한 상생의 마음으로 내 가족, 내 이웃은 물론 온 지구촌 인류와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치면, 우리는 일찍이 120여 년 전 증산상제님께서 마련해놓으신 역사의 운로運路를 따라 이 땅 위에 5만 년 지상선경地上仙境, 후천선경後天仙境, 현실선경現實仙境을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인류문명과 역사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이 가을개벽기에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가을의 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깨달음 위에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뿌리에서 나오고 또 뿌리가 뿜어주는 힘을 받아 살아갑니다. 가을은 생명의 근원, 뿌리자리로 돌아가는 계절입니다. 그런 까닭에 가을의 정신은 곧 ‘내 시원을 되살펴 근본으로 돌아가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도심道心을 가리킵니다.
이 원시반본의 정신을 일심一心으로 붙들고, 일찍이 개벽 너머 새 세상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하다 스러진 동학의 사명을 오늘 증산도 진리의 일꾼들이 실현해 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증산도 일꾼들이야말로 증산상제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개벽, 문명개벽, 인간개벽의 새 세상을 열어가는 참동학의 주체임을 뼈저리게 자각해야 합니다.

자연도 문명도 인간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요동치는 대개벽의 시대,
저마다 원시반본의 도심道心으로 내 뿌리를 바로 찾아 굳건히 하고 그 뿌리기운을 흠뻑 받아, 넘치는 생명력과 창조력으로 내 삶은 물론 위대한 새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한 해가 되기를 온 마음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