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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산책]

    주역칼럼 |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서 상생과 소통을 모색하자 (김재홍)

    김재홍(충남대 철학과 교수) / STB상생방송 <소통의 인문학, 주역> 강사

    주역周易은 천지변화의 이치를 담은 책이다. 양효와 음효로 이루어진 괘상을 통해 세상 이치를 드러내고, 팔괘에 팔괘가 더해져 64개의 괘상으로 만사를 풀어낸다. 상제님께서는 “주역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도전 5:248:6)고 말씀하셨다. 주역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책이다. 주역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 본다.


    화택규괘火澤睽卦


    ①상괘上卦의 불은 위로 올라가고
    하괘下卦의 연못의 물은 아래로 내려가 서로 어긋남을 나타낸다.
    ②가족家族으로 보면
    상괘로서 이괘離卦(☲)인 중녀中女와
    하괘로서 태괘兌卦(☱)인 소녀少女(삼녀)는 출가出家 전에 친정 부모님 밑에서 같이 살았으나 출가 이후에는 서로 가는 길이 다름을 나타내는 상象이다.
    ③규괘睽卦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서 상생과 소통의 모색을 설명하고 있는 괘이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은 끝내고(종終),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시始)하기 위한 모색과 결단이라 할 수 있다.


    충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 취득(중국철학 전공, 세부전공 : 주역과 정역). 충남대학교 역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역임, 목원대, 배재대, 청운대 외래교수 역임하였고, 현재 충남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STB상생방송에서 <주역 계사상·하편> 강의를 완강하였고 현재 <소통의 인문학 주역>을 강의, 방송 중이다. 저서로는 『인성교육과 직업윤리』(문경출판, 2008), 『다시 보는 수문사설』(역서 : 국립 농업과학원, 2010), 『천지역수天之曆數와 중정지도中正之道』(상생출판, 2013), 『소통의 인문학 주역周易』(상·하)(상생출판, 2014), 『주역周易과 소통疏通』(상생출판, 2015), 『정역이해正易理解』(상생출판, 2016), 『주역이 던져준 나침판』(엠 인터네셔널, 2016), 『천부경을 주역에 묻다』(상생출판 2017) 가 있다. 매일종교신문과 충남일보에 칼럼 100여 편을 기고하였다.

    세상은 여러 분야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소속 집단의 이익과 맞으면 정의正義이고 틀리면 불의不義라는 이기심과 흑백논리에 매달려 극한 대립을 하는 양상을 보인다. 중도의 입장은 회색분자로 몰려 양쪽 모두에게 배척당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대립과 갈등으로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할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은 비생산적인 논쟁을 끝내고 새로운 합리적 논의 방식을 원한다. 2019년 한 해가 대립과 갈등을 딛고 넘어서서 상생과 소통을 모색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하면서 그 바람직한 모형을 『주역周易』의 화택규괘火澤睽卦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화택규괘의 규睽는 ‘어긋날 규’이다. ‘불과 물이 서로 어긋남’을 의미한다. 문왕文王은 규를 보고 “어긋난 세상에서는 먼저,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길吉하다”고 한다. 반면에 자신의 성찰과 반성도 없이 큰일에 나서는 것은 서로가 인색해져 화禍를 자초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孔子는 규괘를 보고 “위에 있는 불이 움직여 위로 올라가고, 아래에 있는 못은 움직여 아래로 내려와 서로 어긋나고 있다. 두 여인女人이 함께 있으나 그 뜻은 함께 행하지 않는다. 기뻐하며 밝은 곳에 자리를 잡으니, 자신을 되돌아보는 작은 일은 길한 것이다.”라고 하여 세상이 어긋난 원인과 자기 반성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또한 “천지天地는 서로 어긋나지만 그 일은 같으며, 남녀는 서로 어긋나지만 그 뜻은 통通하며, 만물은 서로 어긋나지만 그 일은 같으니, 규의 뜻이 참으로 크도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천지의 형상은 다르지만 서로의 작용으로 만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같으며, 남과 여가 서로 어긋나되 구하고자 하는 뜻은 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물이 만 가지로 생김새와 성질은 다르되 천지로부터 생성되어 품부稟賦받은 음양陰陽의 기운은 같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겉은 달라 보이되 실제로는 같은 것이 천지의 이치이므로, 어긋날 때에도 근본은 통하고 있다.

    이 세상의 어떤 대립과 갈등도 같음(동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실천적 덕목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규괘의 이치인 다르지만 같고(이이동異而同) 같으면서 다름(동이이同而異)을 말하고 있다.

    공자는 화택규괘를 두고 남녀가 서로 다르니(이異) 탐색이(동同) 필요하듯이 서로 다름으로(이異) 대립과 갈등이 유발되나 같음을 찾아서(동同) 화합을 도모하라고 말한다. 『주역』에서는 다름을 극복하고 같음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 언행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규괘에서는 말을 잃어버려도 절대로 쫓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말은 내버려 두면 집으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에 비유한 것으로 말을 잃는다 함은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잃고, 소인지도小人之道(기득권과 각종 미련)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말이 집으로 돌아오듯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악인을 보면 조심하고 경계하라고 한다. 그러나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 관용과 포용력으로 대하고, 혐오와 분노를 피하면서 삼가면 악인을 만나 보아도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악인일수록 거절하거나 피하지만 말고, 관용과 포용력으로 교화하는 것이 재앙과 허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규괘는 소인지도에 빠져 마음을 못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앞에서는 갈 길을 가로막고, 뒤에서는 끌어당기고 있어서 목적한 곳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것은 세상사가 모두 어긋나 있어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도正道를 잃지 않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성인지도에 대한 주체적인 자각으로 내 마음속에서 성인聖人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규괘에서는 모든 일이 어긋나지만 중도中道에 대한 자각과 믿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천도天道의 자각을 통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어 상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자는 하늘로부터 도움이 있어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말한다.

    규괘에서는 어긋난 외로움을 성인지도를 의심하고 정도를 등지고 있는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흉한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또한 귀신이 수레 안에 가득 타고 있는 것은 눈에 헛것이 보이는 형상으로 비유하여 말한다. 즉 망령됨의 극심함이다. 처음에는 더러운 형상을 보고 적으로 오인하여 활을 쏘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심이 풀어진 심리적인 변화 상태로 볼 수 있다.

    성인의 말씀에 대한 의심이 풀리자 곧 하늘에서 비를 내려 만물이 번성하여 길하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비를 만나는 자는 사람이요, 비를 내려 준 것은 하늘이다. 즉 천인합덕天人合德을 말한다. 성인지도를 자각하게 됨으로 마침내는 이제까지 품었던 의심이 풀려 서로 정情으로 화합하게 된다. 그래서 길한 것이다. 즉 성인의 말씀에 대한 모든 의심이 해소되며, 천하의 의심되는 바가 풀리게 되어 상생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규괘는 천하 만물은 모두 어긋났지만 같음(이이동異而同)으로 말하고 있다. 이것이 규괘의 이치이다. 즉 다름(이異)은 같음(동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동同을 전제로 이異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주역』 「계사하」편 5장에서 “(진리와 내가 하나가 됨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면서 가고 옴이면 벗이 너의 생각을 따른다고 하니, 천하가 무엇을 근심하고 염려하겠는가? 가는 길은 달라도 돌아갈 곳은 같으며, 생각은 백 가지라도 이치는 하나이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염려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돌아갈 곳은 성인지도이요, 돌아갈 곳은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이同異는 하나가 되어 대립과 갈등을 딛고 넘어서서 상생과 소통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천하 만물은 모두 다르지만 이루고자 하는 일은 같다. 2019년에는 보다 성숙한 마음으로 다름을 틀리다고 보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서, 같지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름을 극복하고 같음에 이르는 성숙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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