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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개벽뉴스]

    스펌 봇, 내시경 로봇, 섬모 마이크로 로봇 혈관 속을 다니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들

    “사람의 혈관 속에 마이크로 로봇이 돌아다닌다. 막힌 혈관을 뚫어 주며 나쁜 세포들을 공격하여 병을 치료하고 심지어 정자의 꼬리에 달라붙어 불임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이것은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마이크로 로봇Micro robot이 의료계의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 로봇은 이름 그대로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로봇을 말한다. 이러한 ‘크기’를 무기로 하여 마이크로 로봇은 기계나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세포 단위의 국소 부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 인체 조직은 거대한 마이크로 세포 집합체이다. 심장이나 간·폐 등 인체의 모든 장기는 물론 근육·혈관·뼈, 심지어 혈액까지 모두 세포 덩어리다. 마이크로 크기의 로봇을 활용한다면 세포 단위에서 진단이나 치료가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일단 마이크로 로봇에는 센서나 모터, 동력 생산기(Actuator) 등이 들어간다. 이런 장치를 마이크로 수준으로 작게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게다가 마이크로 로봇이 자체 추진 동력을 갖게 만들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나노nano(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나노 기술은 미세한 나노 입자를 쪼개거나 서로 조립하는 기술이다. 나노 크기의 소재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마이크로 크기의 로봇 개발도 가능해졌다.

    마이크로 로봇은 외부에서 제어할 수밖에 없다. 크기를 줄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는 부품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연구되는 로봇 제어 방식은 자기장磁氣場이다. 외부에서 코일시스템을 만들고 전류를 흘러 자장을 만든 다음 로봇 내부에 자성 물질을 집어넣으면 외부에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로봇이 탐험할 생물의 혈관 지도는 혈관단층촬영(CTA)을 이용해 그릴 수 있다. 생물체 내에 들어간 로봇은 X선 촬영을 이용하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마이크로 로봇의 활용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초기 로봇은 혈관에 들어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 등 이물질을 뚫는 역할을 했다. 로봇 앞부분에 총알처럼 생긴 뾰족한 물질을 장착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미 내시경 분야에서는 마이크로 로봇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먹는 로봇들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기븐 이미징Given Imaging사社에서 개발한 ‘필캠PillCam’이다. ‘필캠’은 현재 2014년 미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그 전에 이미 80여 개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필캠’은 8시간 동안 소화기관을 이동하면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의사에게 전송한다. 심지어 외부 자석을 이용해 역방향으로 이동하거나 ‘필캠’을 소화기관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할 수도 있다. 미 콜로라도대학 렌츌러 연구그룹이 올 7월 개발한 ‘결장 내시경 로봇’ 역시 먹는 로봇이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이 로봇은 벌레가 움직이는 것처럼 몸을 수축하고 확장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 이 로봇은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진 3개의 스프링을 기반으로 6분에 15cm를 이동할 수 있다. 이 로봇은 결장이나 직장 부위의 내시경 검사를 위해 스스로 검사 부위로 이동해 갈 수 있다.

    사람의 눈동자 속에서 헤엄치는 띠끌만 한 로봇도 나왔다. 브래들리 넬슨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교수는 눈(目) 속에서 수개월 동안 머물면서 망막 병변에 걸린 환자의 망막에 약물을 전달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독일에서 개발된 스펌봇Spermbot이라는 마이크로 로봇은 불임 치료 로봇이다. 이 나선형 금속 로봇은 자기장을 제어해 정자 꼬리에 달라붙는다. 이 장치를 장착한 정자는 좌우로 힘차게 활개 치며 난자와 상봉할 수 있다. 정자를 위한 일종의 ‘터보 엔진’이다.

    바이오 기술Bio Technology은 금속 덩어리였던 마이크로 로봇의 정의도 바꿨다. 반은 기계고 반은 인간인 로보캅처럼 살아 있는 세포와 로봇을 조합한 ‘박테리아 마이크로 로봇’이 등장했다.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치료제를 주입한 뒤 여기에 형광물질을 투입해 박테리아의 위치를 파악하고 박테리아를 원하는 부위로 옮기는 방식이다. 암을 공격하는 성향이 있는 살모넬라 박테리아 등이 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 전남대 연구팀은 이미 암 추적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인체 면역 세포를 이용한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이 의료용 로봇은 20 마이크로 먼지만 한 크기의 생체 면역 세포에 항암제와 자석 물질로 만들었다. 이런 세포 로봇들을 혈관에 투입시켜 외부에서 자기장 장치로 암세포가 있는 곳으로 유인하면 로봇들이 떼로 달려들어 암세포를 잡아먹고 항암제도 뿌리는 원리다. 실험 결과 48시간 만에 대장암 세포의 60%, 유방암 세포의 절반을 제거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면역 세포를 몸체로 한 마이크로 로봇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은 이르면 5년 안에 실제 의료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먼 미래에는 뇌에 들어가 치매를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이 나올 수도 있다. 앞으로 고령 및 만성 질환 인구 증가, 지출 수준 향상, 민간 병원 증가 등의 사회 환경 변화와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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