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은 북의 ICBM발사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VS‘괌도 포위사격’

[지구촌개벽뉴스]
북한이 7월 28일(이하 현지 시각) 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곱 번째이며 지난 4일 화성-14형을 발사한 지 24일 만이다. 고각으로 발사하여 일본 공해상에 떨어졌지만 평상 각으로 했을 때는 사정거리 1만 ㎞ 이상 날아가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대륙간탄도大陸間彈道미사일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급의 최종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실상의 ICBM인 셈이다. 이번 발사로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red line을 넘은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후 대대적인 축하연을 열어 ICBM의 성공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정보 당국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월 8일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國防情報局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의 지난달 28일 자 비밀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서 DIA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758㎏과 플루토늄 54㎏을 보유하고 있어 핵탄두 60개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 4~6㎏, 고농축우라늄 16~20㎏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정치를 고려하면 북한은 보유한 핵물질로 플루토늄탄 9~13개, 고농축우라늄탄 37~47개를 만들 수 있다. 최소 46개에서 최대 60개까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은 분노했다. 니키 헤일리Nikki Haley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제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북한이 국제 평화에 가하는 위험은 이제 모두에게 명백하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불량 정권의 도발을 계속 용납 못한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CIA 국장은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며 김정은 축출 시도를 암시했다. 미국의 움직임은 먼저 유엔을 통한 압박으로 드러났다. 8월 5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제제 결의안(2371호)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징벌적인 관세를 매길 수 있는 ‘통상법 301조’를 지렛대로 하여 중국을 설득했다. 미국은 제재안에 포함시키려 했던 ‘대북한 원유 공급 중단’과 ‘제재 대상에 김정은 추가’를 결의안에서 제외하고, ICBM이란 표현 대신 ‘북한이 밝힌 ICBM’이란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배려했다. 결의안의 내용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차단이 빠진 대신 북한의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방연석, 해산물 등의 수출을 봉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 가량이 제재를 받게 된다. 북한 노동자의 추가 국외 송출도 금지된다.

미북 간의 긴장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8일 “북한이 위협을 계속하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하면 현재 세계에서 본 적이 없는 힘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발언 2시간 30분 후 북한 총참모부는 “미국의 선제타격의 조짐이 보이면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어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운용하고 있는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장거리 탄도로케트(미사일)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 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대변인은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 포위 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해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드리고 발사대기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의 말 폭탄이 점점 파괴력을 높여 가고 있다. 수사修辭로만 보면 전쟁 직전의 두 나라 간에나 있을 법한 말들이다.

20여 년간 끌어온 북핵 문제가 이제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헌법에 ‘핵무기 보유’를 못 박아 퇴로를 차단한 채 한발 한발 ‘핵강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이제 북한 핵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북한의 핵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효과 없는 것으로 판명 난 대화 카드는 제쳐 두고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다. 여기에 북이 굴복하지 않고 핵 능력을 계속 키워 나간다면, 이를테면 6차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潛水艦發射彈道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둘째로 북핵을 인정하고 현상 유지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안이다. 북한이 더 이상의 핵개발을 중단하면 북미가 협상하여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게 된다. 두 가지 다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방안들이다.

북핵 문제가 풀기 어려운 난제일 수밖에 없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국제성 때문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은 동북아 질서를 북·중·러의 북방 동맹과 한·미·일의 삼각 동맹으로 양분시키고 있다. 주변 강국의 대립이 격화되면 우리의 운신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파워 게임을 벌이는 중국과 러시아는 결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셈법을 간파한 김정은의 북한은 계속 도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묘하게도 북이 도발을 계속할수록 북·중·러 동맹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반면 한·미·일의 결속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나 위안부 합의 문제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다. 그만큼 향후 군사 협조 문제에서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미국의 대對동북아 군사 전략과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북한의 ICBM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어떤 일의 결과나 흐름을 바꿀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인가? 한반도의 안보 지형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앞으로 제재와 대화의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속에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고도의 긴장 상황에서는 우발적인 충돌이 대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제재 국면이 가속화될 때 김정은 체제의 붕괴 같은 정변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이나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을 결심하는 경우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이어야 할까?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현실화되면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