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 태풍 차바CHABA, 울산 부산 강타

[지구촌개벽뉴스]

영화 〈해운대〉를 연상케 해
태풍 차바CHABA, 울산·부산 강타


“지진보다 태풍보다 더 무섭다” 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상계리 주민 박씨는 이렇게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10월 5일 양남면에는 약 28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논이 사라지고 도로가 끊겼다. 경운기, 트랙터, 자동차 등 모든 게 다 떠내려갔다. 주민 전씨는 “강물이 넘쳐흐르며 큰 돌이 집 마당에 차고 들어왔다”며 “누전 사고가 날까 봐 겁이 났다”고 말했다. 제18호 태풍 차바CHABA를 겪은 경주 시민의 이야기다. 지진에 이어 태풍까지 겹친 경주는 만신창이가 됐다. 차바는 지진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경주, 울산, 부산을 강타했다.

열대성 저기압 차바는 9월 28일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10월 5일 한반도를 강타하고 10월 6일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10월 4일부터 태풍이 제주특별자치도 부근 해상으로 근접해 오면서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다. 이번 태풍으로 특히 부산과 울산 지역에 피해가 심했는데 5일 울산엔 지역별로 3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특히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140㎜가 집중됐다. 울산기상대 관측 이후 10월 기록으로 가장 많았다. 울산의 중심을 흐르는 태화강이 범람하여 곳곳이 물바다가 됐다. 울주군 삼동면 삼동체육관 주변 도로와 언양읍 일대 도로 및 우정동, 반구동 일대가 물바다가 되면서 피해가 극심했다. 가로수가 꼭대기까지 물에 잠기고 자동차들이 물에 떠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태화강 하류 지역인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2공장에 폭우로 불어난 강물이 흘러들어 와 현재 일부 생산라인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근 현대차 울산출고센터 일원에도 물이 들어와 출고를 앞둔 자동차 수십 대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바닷물이 길가로 범람해 길에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왔다.

부산에선 해운대구 우3동 마린시티 등 해안 지역의 피해가 심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경우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와 40~50m 떨어진 인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이닥쳤다. 인도와 도로가 부서지고 해안도로에 접한 아파트 등의 유리창이 부서졌다. 방파제 아래에 있던 거대한 돌구조물인 테트라포드가 해안도로까지 넘어오려다 방파제 턱에 걸리기도 했다. 한 아파트 주차장엔 파도에 밀린 승용차가 60~70㎝ 높이의 화단 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일부 건물의 지하 주차장엔 바닷물이 들이쳤다. 파도에 휩쓸려 노래미, 돔, 쥐치 등 물고기들이 도로 위로 쏟아지기도 했다. 마린시티 주민 손씨는 “해일 같은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육지 쪽으로 50~60m가량 떨어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를 끌고 가더라”면서 “파도와 빗물에 도로와 아파트 하층이 다 잠기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치 영화 해운대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마린시티 앞 해안에는 높이 5.1m의 방파제와 높이 1.3m의 방수벽이 있다. 원래 부산시는 2012년 쓰나미와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3m 이상의 방수벽을 설치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사 도중 상인들과 일부 입주 주민들이 “방수벽에 가려 카페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고, 주민들의 조망권을 헤친다.”며 반대해서 지금의 1.3m의 방수벽을 설치했다고 한다. 결국 이번 차바는 1.3m의 방수벽을 넘어 주택가로 흘러들어 왔다. 결국 경제 논리가 안전 논리를 이긴 결과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들의 안전 의식을 근본부터 재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