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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상생칼럼 | 한국의 신궁들 성공의 주문을 외웠다!


    손경희 / 종감, 본부도장

    이번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8개, 은메달 3개, 동메달 8개로 206개 참가국들 가운데서 종합순위 8위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올림픽이라는, 그들 인생에 다시 또 올지 알 수 없는 크나큰 꿈의 무대를 준비하며 선수들이 흘린 피땀의 결과이다. 특히 이번 리우에서 대한민국은 올림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양궁에서 4개 전 종목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특히 여자단체 양궁 부문에 있어서는 8연패를 달성하며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한국 여자 양궁’을 세계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왜 한국 양궁인가. 어떻게 해서 한국은 양궁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정상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양궁洋弓은 본래 우리 조상 대대로 써 오던 각궁角弓과는 다른 서양식 활이다. 1538년 영국에서 처음 소규모 시합으로 시작되어 유럽과 아메리카 등지에 퍼져 나가 1930년대에 정식 스포츠가 된 종목이다. 따지고 보면 이 양궁은 동양인의 신체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는 스포츠이다. 동양인은 어깨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가 길고 팔꿈치에서 손까지의 길이는 짧아 활을 당겼을 때 팔에 각이 생기는 반면, 서양 선수는 키가 작은 선수일지라도 팔이 굉장히 길고 팔을 일직선으로 뻗을 수 있다. 이렇게 서양인들 체격에 최적화된 양궁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독보적인 근거를 ‘동이족東夷族 DNA’에서만 찾는다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다. 활은 전 세계 어느 민족이나 가지고 있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구이자 총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주된 무기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활 잘 쏘는 의적 로빈 후드 이야기가 있고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네 선조들이 세계에서 활을 가장 잘 쏘았다고 자랑한다. 동이의 후예라서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온 국민들이 기대할 때 양궁선수들은 하루하루 현실적인 과제들을 수행하며 눈물과 한숨을 토해내야 한다. 우선 2.5~4kg에 달하는 무게의 활을 들고 하루에 몇백 발씩 화살을 쏘며 연습을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장비의 우수한 품질과 성능, 선수의 테크닉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관중석으로부터의 소음, 바람, 부담감, 두려움 등 여러 방해 요인들을 극복해 내는 자신감과 집중력, 평정심이다. 요약하면 마인드 컨트롤이다.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면 10개월에 걸쳐 꾸준한 멘탈mental 트레이닝을 한다. 멘탈 트레이닝의 주안점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팀워크를 위해 모든 선수들이 한마음을 모으느냐, 그리고 자신의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실제 시합 때는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한다. 스탠스(어깨 너비로 두 발을 벌리고 서는 것)에서 시작해 활을 쏘기까지 ‘나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타깃 한가운데에 쐈다’고 마음속으로 말하며 그 모습을 연상한다. 선수들이 실제로 하는 심상훈련이다. 또 양궁 선수들은 훈련을 할 때 다양한 종류의 훈련 일지를 직접 쓰는데 그중 ‘심리 상태 점검 훈련 일지’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나는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시합을 가졌는가? 나의 기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임했는가? 감정 조절을 잘 하였는가?’ 등의 항목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한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 견고히 하고 긍정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 양궁은 결정적인 그 ‘한 순간’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운동이기에 매 순간 자신의 심리를 잘 관찰해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트레이닝이 아닐 수 없다.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쾌거를 이루고 나서 여러 매체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냈는데 그 중 조선일보 8월 9일자에 실린 ‘신궁의 속삭임- 활 쏘기 전 그들은 승리를 부르는 주문을 외운다’는 기사가 아주 흥미롭다. 전 국민의 눈이, 아니 전 세계의 눈이 자신의 이 한 발 화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 긴장감과 중압감이란! 머리가 새하얘질 만도 한 그 상황에서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아주는 ‘루틴routine’, 즉 기량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나 행동 지침을 주문呪文처럼 마음속으로 되뇌인다는 것이다! 이번 여자대표팀 주장 장혜진의 루틴은 ‘첫 발 과감하게’, 팀의 막내 최미선은 ‘연습 때처럼 (스스로를) 믿고 자신있게 쏘자’였단다. 런던올림픽에 이어 금메달을 목에 건 기보배 선수 역시 ‘나를 먼저 믿자’라는 주문을 내면을 향해 되뇌었다. 단체전 때는 “믿고 쏘자. 여긴 태릉이야.” 라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팀워크를 끌어올렸다고 한다. 양궁 선수들에겐 경기장의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소음보다도 매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에서 올라오는 부정적 느낌들과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 승부수였던 것이다. 실제로 나사NASA에서 우주인 교육을 맡았던 유명한 동기부여가 데니스 웨이틀리Denis Waitley 박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데니스 박사는 선수들에게 마음속으로 올림픽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시켰다. 그런데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을 생각했을 때 실제로 달리는 것처럼 그들의 근육이 반응했다고 한다. 몸이 앉아 있는데도 생각만으로 육상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데니스 박사는 인간의 뇌는 몸이 실제로 뛰는 것인지 그냥 머릿속으로 연습만 하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이 그대로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종도사님께서는 ‘소리’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말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생명의 에너지로 형상화되어 몸 밖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소리를 내면 우주의 모든 신神들과 만물과 하나가 된다. 소리에는 의식이 실려 있어 우주 그 어느 곳에서든지 우리의 말소리가 다 전달된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말소리에 생명의 에너지와 함께 우리의 의식이 담겨 있다는 말씀이다. 양궁 대표 선수들이 수만 번 되뇌었을 ‘나를 믿자, 나는 할 수 있어’와 같은 속삭임은 바로 내면을 향한 주문이었던 셈이다. 나 자신을 믿는 마음, 곧 성공을 확신하는 ‘의식’과 그 안에 담긴 긍정의 에너지는 곧바로 내 몸에 작용하고 실제로 현실에서 ‘성공’을 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의 양궁장이 궁사弓士들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옛 선비들도 정신 수양의 방법으로 궁도弓道를 익혔다.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사회, 여유를 찾기 힘든 요즘이다.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돌아보며, 내면을 향해 긍정의 주문을 외워보면 어떨까. 성공의 과녁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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